<어바웃식물> 감사에 대한 맹세 - 이로쿼이 연맹, 왐펌, 그레이버

문탁
2022-01-21 10:00
392

1. 아, 이로쿼이 연맹...그리고 왐펌

 

우리가 읽고 있는 <향모를 땋으며>의 저자 로빈 윌 키머러는 스스로를 '포와타토미 네이션'의 성원이라고 말하죠. 자기를 키운 것은 '딸기'라고도 말하고요. 네, 아메리카 원주민이 그녀의 조상입니다 .

 

오늘 제가 읽은 부분은 그녀가 예전에 살던 곳, 오논다가족 거주지에서의 경험입니다. 오논다가족을 비록한 하우데노사우니 연맹 내의 학교 풍경입니다. 그곳의 학교에서는 '국기에 대한 맹세' 대신에  '감사기도'로 한 주를 엽니다.

 

 

 

 

앗, '하우데노사우니'는 우리에게 낯선 단어입니다. 그것은 그들이 스스로를 부르는 이름이니까요. 우리에게 더 익숙한 이름은 다섯개의 부족 연맹인 <이로쿼이 연맹>입니다. 뉴욕 북부 오대호 주변이 거주지역이고 '히아와타'라는 전설적인 추장이 그들의 상징입니다. 그가 착용한 왐펌(책에서는 왐품) 벨트의 색깔인 자주색과 흰색의 깃발이 그곳에서는 어디에서나 휘날립니다

 

 

 

 

왐펌에 대해서는 우리가 사랑한 그레이엄의 <가치이론...> 에 잘 나와있습니다. 왐펌에 새겨진 문양은 '말'로 간주되었고, 그것은 통화의 일종이기도 했지만, "이로쿼이 연맹 내에서 평화와 연대를 창조하는데 가장 중요한 기능을 수행하는 정치적 조약들의 물적 형식"이기도 했죠.

 

  "사람들이 왐펌과 관련해 계속해서 기억하는 가장 중요한 순간은 왐펌을 선사하는 순간이라기보다는 왐펌이 사람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는 바로 그 순간이었다. 화자가 주머니나 바구니에서 숨겨져 있던...왐펌 목걸이를 꺼내어 좌중이 볼 수 있도록 바닥에 늘어놓는 순간이 가장 결정적인 순간으로 간주되었던 것이다. 그것은 비가시적이고 형체 없는 마음 혹은 영혼의 내용을 물질적이고 가시적인 실재로 드러내는 행위인 동시에 이를 통해 새로운 정치적 현실을 불러오는, 근본적으로 창조적인 행위로서 받아들여졌다."(그레이버, 가치이론, 293)

 

네, 오늘 읽은 부분은 마치 그레이버의 왐펌 부분을 읽는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향모..>책이 훨씬 더 좋네요. 하하하

 

 

2. 긴 집에 사는 사람들

 

그곳 학교에서 한 주를 시작할 때 읊는 '감사 연설'은 오논다가어로 '모든 것에 앞서는 말'이랍니다. 그곳에서는 이 제의를 통해 "우리의 발이 처음 대지에 닿는 곳에서부터 자연의 모든 구성원에게 인사와 감사를 드릴"것을 상기시키는 것이지요. 

 

하지만 그것은 동시에 "자연의 물질적, 과학적 목록"의 낭송과정이기도 합니다. 물-폭포-비-안개-개울-강-바다-눈-얼음으로 이어지는 긴 목록, 물고기, 초목의 들판, 베리, 약초, 단풍나무 등으로, 말은, 낭송은 끝없이 지속됩니다. (얼핏, 주역같기도 하다는 생각이..ㅎ) 저자는 그것을 "일종의 토착과학 교육"이라고 부르네요. 어쨌든 깁니다. "우리를 먹여 살리는 모든 것에 인사하는 것이기에 길"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그것은 듣는 일에 더욱 열중할 것을 요구합니다. 그것은 노력을 필요로 합니다. 그런데 그곳의 아이들은 대부분 미동도 없이 앉아 듣는다고 합니다. "롱하우스에서 자란 티"가 납니다.

 

앗, 롱하우스가 뭐냐구요? 오논다가(족)의 뜻이 긴 집에 사는 사람들이래요. (이럴 때 인터넷과 구글 검색에 감사드리게 됩니다. ㅋㅋ)

 

 

 

역사학자 다니엘 릭터(Daniel Richter)에 따르면 "물리적 공간의 구성은 친족 집단 사이의 공유와 호혜에 대한 윤리를 내포했습니다." 사실상, 이로쿼이 연맹 전체가 하나의 롱하우스로 연상되었다고 하네요. (앗, 인터넷에서 긁어온 문구입니다)

 

어쨌든 감사기도는 긴 집에 사는 모든 사람이 참여하는 공동체의 의례로 진행됩니다.

 

 

 

3. "베리에게 대한 감사는 논쟁할 필요가 없습니다" (p166)

 

매일 아침 <향모를 땋으며>의 한 챕터를 읽고 쓰는 것은 최근 제가 누리는 가장 기쁜 시간입니다. 가장 holly한 시간이기도 하구요. 오늘은 너무 기쁜 나머지 기어코 여기에 제 기쁨을 드러냅니다. 부디 양해를...ㅎㅎ...이제부터는 '닥치고 인용'입니다. 

 

 

그녀(학교교사)는 내게 감사연설이 오논다가족과 세상의 관계를 구체화한 것이라고 설명해준다. 창조 세계의 각 부분은 조물주가 나머지 존재들에게 준 의무를 다하기에 감사를 받는다. 그녀가 말한다. "그러면 자신이 충분히 가졌음을 매일 자각하게 돼요, 아니, 충분한 것 이상이죠. 생명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이 이미 여기에 있어요. 매일 이렇게 하면 모든 창조세계를 만족과 존중의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답니다."

감사연설을 들으면 부자가 된 느낌을 받지 않을 수 없다. 감사를 표현하는 것은 순진무구해 보이지만, 혁명적 개념이기도 하다. 소비 사회에서 만족은 급진적 태도다. 희소성이 아니라 풍요를 인정하는 것은 충족되지 않은 욕망를 창조함으로써 번성하는 경제에 타격을 가한다. 감사는 충만의 윤리를 계발하지만, 경제는 공허를 필요로 한다. 감사 연설은 우리에게 필요한 모든 것이 이미 우리에게 있음을 일깨운다. 감사는 만족을 찾기 위해 쇼핑하라고 등을 떠밀지 않는다. 감사는 상품이 아니라 선물로 다가오기에 경제 전체의 토대를 뒤엎는다. 감사는 땅에게도 사람에게도 좋은 치료약이다.  (169)

 

감사로 양육되는 것, 자연을 종 민주주의의 일원으로 이야기하는 것, 상호의존의 맹세를 기르는 것은 어떤 모습일까? 정치적 충성의 선언은 전혀 필요하지 않다. "주어진 모든 것에 감사하는 데 동의할 수 있습니까?"라는, 되풀이되는 물음에 답하기만 하면 된다. 감사 연설에서는 인간 아닌 모든 존재에 대한, 정치제만이 아니라 뭇 생명에 대한 존중을 느낄 수 있다. 국경선을 모르고 사고팔 수도 없는 바람과 물이 맹세의 대상이라면 국가주의는, 정치적 경계선은 어떻게 될까? (171)

 

감사 연설은 세상이 원래 어떤 모습인지도 일깨운다. 우리가 받은 선물 목록을 현재 상태와 비교할 수 있는 것이다. 생태계의 모든 조각들이 아직도 여기에 있어서 자신의 의무를 다하고 있나? 물은 여전히 생명을 먹여 살리나? 새들은 아직도 건강한가? 빛공해 때문에 더는 별을 볼 수 없게 되었을 때 감사의 말들은 우리의 상실을 일깨울 것이며 복원 노력을 하도록 채찍질할 것이다. 별과 마찬가지로 말도 우리를 집으로 인도할 수 있다. (173)

 

 

 

모두에게 감사를! 여전히 말의 힘을! 좋은 하루 되세요!!

 

 

댓글 1
  • 2022-01-22 08:16

    저도 감사함에 전염되어 모두에게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네요.

    정말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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