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바웃 식물 세미나> 2회 _ 한병철의 '땅의 예찬' 후기

권경덕
2022-01-19 20:40
242
 
 
어바웃 식물 세미나 두 번째 책으로 한병철의 <땅의 예찬>을 읽고 만났습니다.
시작에 앞서 세미나에 새로 합류하신 예슬샘과 코투샘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어요.
예슬샘, 코투샘 환영합니다!!!
 
어바웃 식물 세미나는 줌 모임 외에 <향모를 땋으며>를 매일 한 챕터씩 읽고 카톡에 필사 인증을 하고 있습니다.  다섯 분(참, 김현정, 자누리, 현민, 남현주)의 낭독자께서 한 주 동안 필사한 부분 중 일부를 낭독해주셨어요. 눈으로 읽을 때도 좋은 문장이 많았는데 소리 내서 읽으니까 또 새로운 울림이 전해졌습니다. 낭독하신 분들의 손글씨와 목소리가 오버랩돼서 신기하고 재밌었습니다.  
 
이제, 논란의 텍스트! <땅의 예찬> 이야기를 해야겠네요. 저는 저자의 글쓰기 방식이 독특하고 낯설면서도 한결같이 이야기하는 겨울꽃에 대한 형이상학적 열망의 정체는 뭐지? 하는 호기심을 갖고 읽었어요. 땅에 가까워지고 싶어서 시작한 정원 일이 저자가 추구하는 철학적 사유와 어떻게 만나고, 엇갈리는지 궁금했습니다. 중간 중간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보여주는 겨울 꽃에 대한 열망과 그것에 방해되는 동물과 식물에 대한 노골적인 반감이 의아하긴 했어요. 문탁샘께서도 저자가 떡갈나무 잎을 질색하는 장면에서 아니, 그렇게 까지 생각할 일인가! 싶으면서도, (판단에 앞서)철학자가 추구하는 형이상학에 대한 이해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고 부연해주셨습니다. 
 
저와 느티나무샘의 발제문을 읽고 코투샘이 질문해주신 '애도'에 대한 의견부터 나눠보았어요. 저는 한병철의 유년기 기억 속에 있는 집 근처의 성당, 기도하는 모습, 꽃을 선물해준 수녀님에 대한 장면에서 그가 한국 땅에서 상실한 무언가를 추측해보았어요. 디지털, 신자유주의 문명에 대항하여 땅과 가까운 삶을 통해 회복할 수 있는 보편적인 가치를 자신의 정원과 겨울꽃으로 이야기하고 싶은 걸까? 문탁샘은 한병철이 바르트의 '겨울정원'과 어머니에 대한 애도, <밝은방>을 인용한 부분에서 저자가 보여주는 애도와 형이상학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씀해주셨어요. 
 
이후에 책에서 공감되지 않는 부분에 대한 많은 분들의 소감이 이어졌습니다. 동은샘은 실제로 독일에 다녀온 경험이 있는데 저자가 말한 축축하고 어둡고 잿빛에 가까운 날씨와 분위기는 잘 느끼지 못했다고 하셨고, 세션샘은 겨울꽃을 보면 그 나름대로 자연스러운 순리라고 느껴지는데 겨울꽃에서 형이상학을 떠올리는 저자가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씀하셨어요. 현주샘은 책과 다큐에서 보여주는 정원의 모습은 크게 공감되지 않았지만 영화 <모리의 정원>에서 보여준 소박한 정원의 모습은 인상적이었다고 말씀해주셨어요. 이전에 한병철의 <에로스의 종말>에 이어 <땅의 예찬>을 읽으신 참샘은 저자의 예민함 때문인지 덩달아 예민해지다가 지빠귀에게 따뜻한 시선을 보내는 장면에서는 마음이 따뜻해졌다고 하셨습니다. 현정샘도 공감되는 부분이 많지 않았지만 저자가 꽃에 이름을 붙이고 부르는 행위를 옹호하는 장면에서는 꽃에 대한 저자의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고 하셨습니다. 
 
문탁쌤은 저자의 글쓰기 방식이 현학적이라 쉽게 읽히지는 않지만 다양한 결의 책을 읽으면서 새로운 자극도 받고, 비교하며 읽는 재미를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독려해주셨습니다. 똑같이 땅과 식물을 '예찬'하지만 매일 읽고 있는 <향모를 땋으며>와는 사뭇(아주?) 다른 방식으로 자연을 바라보고, 글을 쓰는 작가여서 더 강렬하게 다가왔던 것 같습니다.
 
다음 책 <매혹하는 식물의 뇌>에서 저자는 또 어떤 시선으로 식물을 바라보고 있을지 궁금하네요. '매혹하는 식물'들로부터 얼만큼이나 매혹당하게 될지 기대해봅니다!
댓글 4
  • 2022-01-19 22:51

    한병철의 최근 인터뷰가 있어서 링크 가져와봅니다! 

    (웹페이지 우측 상단 주소창에 있는 번역 기능 이용하면 한국어로 번역되어 나옵니다)

    https://artreview.com/byung-chul-han-i-practise-philosophy-as-art/

     

    인터뷰중

     

    AR 당신은 마법과 미스터리 같은 용어를 부끄러워하지 않습니다. 자신을 로맨티스트라고 분류하시겠습니까?

    BCH 나에게 마법과 신비로운 모든  . 우리의 망막은 각막으로 완전히 덮여 있으며 심지어 너무 자라서 더 이상 인식하지 못합니다. 나는 낭만주의자가 아니라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는 현실주의자라고 말하고 싶다. 그것은 단순히 마법과 신비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3년에 걸쳐 나는 겨울 꽃 정원을 만들었습니다. 나는 또한 지구에 찬양 [2018] 이라는 제목으로 그것에 관한 책을 썼습니다 . 정원사로서 내가 이해한 바는: 지구는 마법입니다. 달리 주장하는 사람은 장님입니다. 지구는 자원이 아니며 인간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 아닙니다. 오늘날 우리와 자연의 관계는 놀라운 관찰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전적으로 도구적 행동에 의해 결정됩니다. 인류세는 정확히 지구/자연이 인간 행동의 법칙에 완전히 종속된 결과입니다. 그것은 인간 행동의 구성 요소로 축소됩니다. 인간은 자연을 자신의 의지에 전적으로 복종시킴으로써 대인관계 영역을 넘어 자연 속으로 행동합니다. 따라서 그는 자신의 개입 없이는 일어나지 않을 프로세스를 실행하고 통제력을 완전히 상실하게 됩니다.

    이제 우리가 지구를 자원으로 더 조심해야 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지구와 완전히 다른 관계가 필요합니다. 그 마법과 위엄을 돌려주어야 합니다. 우리는 그것을 다시 한 번 경탄하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자연 재해는 절대적인 인간 행동의 결과입니다. 행동은 역사의 동사입니다. 발터 벤야민의 역사의 천사는 인간 행동의 파국적 결과에 직면해 있습니다. 그 앞에는 역사의 잔해가 하늘을 향해 자라고 있다. 그러나 그는 그것을 제거할 수 없습니다. 진보라고 하는 미래의 폭풍이 그를 데려가기 때문입니다. 그의 넓은 눈과 열린 입은 그의 무력함을 반영합니다. 행동하지 않는 천사만이 폭풍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행동하지 않는 능력, 즉 행동하지 않는 능력을 재발견해야 합니다. 그래서 제가 현재 작업하고 있는 새 책의 제목은 Vita contemplativa or of inactivity 입니다. 그것은 Hannah Arendt의 책 Vita activa 또는 활동적인 삶 의 대응물 또는 해독제이며 ( Vita activa oder vom tätigen Leben , 1958), 이는 인간 행동을 영화롭게 합니다.

     

  • 2022-01-20 21:21

    언제 한병철 책 한번 봐야겠어요^^

  • 2022-01-22 12:09

    ㅎㅎ 권경덕님의 후기와 댓글까지 읽고나니 <땅의 예찬>을 읽으며 저자가 쓰고 있는 언어와 <향모를 땋으며>의 언어가

    다를 지언정 지향점은 같다고 느낀 제 소감이 좀 더 뚜렷해짐을 느낍니다^^ 고맙습니다.

    철학 전공자와 언어와 식물전공자의 언어, 한 편으로 정원사의 언어와 텃밭지기의 언어, 어떤 면으로는 남성의 언어와 여성의 언어까지^^

    수많은 결들을 헤아려볼 수 있는 책 읽기였습니다^^ 

  • 2022-01-23 23:53

     디지털 세상에서 한병철은 베를린의 자기 정원에서 정원사가 되어 '땅을 예찬' 한다. 

    그것도 주로 겨울의 언 땅에 대한 예찬이다.

    그는 "겨울 정원에서 다른 이를 위한 걱정, 염려라는 것이 무슨 뜻이지 천천히 배우고 있다."고 한다.

    그리하여 '정원은 사랑의 장소'이며, '존재를 구원하는 구원의 장소'이며 또한 '정원의 시간은 타자의 시간'이 된다고 말한다.

    <향모를 땋으며>를 읽고 있는 우리는 이러한 그의 겨울 정원과 땅에 대한 예찬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 지 이해가 된다.

     "난생 처음 나는 땅을 팠다. 삽으로 깊이 파 내려갔다. 그렇게 해서 드러난 잿빛의 모래 섞인 흙이 내겐 낯설다 못해 거의 으스스했다.

    그 신비로운 무게에 놀랐다. 땅을 파면서 주변의 어떤 식물, 어떤 나무에도 속하지 않은 많은 뿌리들을 보았다. 그러니까 저 아래에는 지금까지 내가 몰랐던 신비로운 생명이 있었던 것이다."

    나도 가끔 무게도 없이 공중에 떠 있는 '메가버스'의 세상에서 우리의 몸도 숫자로 흩어져 버리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하곤 한다. 

    저자는 아마도 이런 세상에서

    뿌리를 내리게 하고, 미래를 품고,  순환을 만드는 땅의 소중함이 더욱 간절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가 정원에서 만난 꽃들-타자들-은 이러한 땅이 피워낸 사랑이고, 행복이고, 희망이자 아름다움의 언어가 아니었을까?

    낯선 음악가와 시인과 철학자들, 낯선 꽃 이름에 다소 당황했지만

    철학자인 저자의 의식의 흐름으로는 어쩌면 가장 마땅한 방식이었으리라...

    그것을 다 이해하거나 못하거나는 읽는 이의 몫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원과 꽃과 나무에 진심인 정원사로서의 그의 따뜻한 시선을 느낄 수 있는 <땅의 예찬>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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