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오브 월경6회] 생리에 대한 내 첫인상은 어땠더라?

곰곰
2021-07-19 21:40
166

 

 

생리에 대한 내 첫인상은 어땠더라?

-<생리를 시작한 너에게>(다산어린이, 2021년)을 읽고

 

 

초등학교에 다닐 적 화장실에 다녀온 같은 반 친구가 “화장실에 피가… 엄청 많이 묻어 있어..” “누가 죽은 건 아니겠지..” 라고 겁에 질려 말하던 기억이 난다. 그땐 정말 너무너무 무서웠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조금 일찍 생리를 시작했던 친구가 뒤처리를 제대로 안 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한다. 내가 그때 생리에 대한 지식이 조금이라도 있었더라면 화장실에 혼자 가는 게 무섭다거나 피 묻는 화장지를 보며 가슴 철렁하는 일은 없지 않았을까?

 

 

딸과 함께 읽은 첫 생리책

여성은 12~15세 사이에 생리를 시작해서 50세 정도가 될 때까지, 평생 약 500회쯤 생리를 한다. 500회라는 숫자도 놀랍지만, 더 놀라운 건 여성의 삶에서 이토록 중요한 일(문제)이 그동안 얼마나 쉬쉬하며 터부시되었는지, 생리대 하나도 첩보영화 찍듯 주고받는 모습을 생각하면 웃기면서도 씁쓸하다. 여전히 우리는 ‘생리한다’는 표현보다는 ‘그 날’이라든가 ‘빨간 날’이라든가 하는 식으로 숨기는 데 익숙하며, 이러한 사회적 통념은 막 생리를 시작하는 아이들에게까지 이어져 여전히 생리는 ‘가능한 한 드러내지 않고 알아서 잘해야 하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출판사 제공 책소개 중)

 

책 <생리를 시작한 너에게>는 이러한 인식에 문제를 제기하며 아이들에게 생리에 관한 가장 자연스러운 관점을 전하려 한다. 매일 대소변을 보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문제인 생리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주변 사람들과 어떻게 공유해야 할지, 다양한 생리용품과 생리전 증후군까지 생리에 관한 내용을 총망라한다. 그럼에도 발랄한 일러스트들로 책의 재미가 더해져 읽기에도 좋다. 표지를 보니 ‘어린이책’으로 되어 있는데, 아이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차마 어른들에게 제대로 묻지 못했던 나의 어린 시절이 생각나 초등학교 5학년인 딸아이와 함께 책을 읽었다.

 

딸아이는 올초 실과시간 온라인 수업으로 ‘2차 성징’에 대해 배운 적이 있다고 했다. 왜 생리를 하는지, 생리주기는 어떤지, 생리대 사용법에 대한 내용이었다는데, 예전이나 지금이나 학교에서 가르치는 ‘생리’는 본질적으로 우리가 해야 하는 다소 ‘불편할 수도 있는’ 생리에 관한 진짜 이야기는 회피하고 있는 것 같다. “엥? 생리혈이 질에서 나온다고? 질은 어디 있는 건데?”, “대체 피를 얼마나 흘리는 거야? 생리대는 그냥 팬티 버릴까봐 하는 거 아니었어?”, “피가 빨갛지 않다고?”, “생리는 누구나 한달 주기로 하는 거 아니였어?”, “근데 나 탐폰은 못할 것 같은데..” 등등 많은 질문이 쏟아졌다. 딸아이에겐 정말 모르는 세계일테고, 질문하는 표정에선 평소에 없던 진지함 같은 것도 엿보였다. 그러면서도 한 번 시작하면 죽을 때까지 하는 줄 알았는데 50세에 완경이라니 다행이라는 둥, 생리통이 심하면 학교에 안갈 수도 있다는 얘기에 해맑게 웃으며 좋아한다. 한편으론 이제 갓 만으로 10년을 살았을 뿐인데, 그 작은 몸에 새로운 생명을 품을 준비를 할 수도 있겠구나 싶어 짠해졌다...

 

 

딸아이의 초경에 대한 두려움, 공포

사실 요즘 엄마들은 아이들이 생리를 빨리 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심하게 말해 공포로까지 여길 정도다.(‘초경포비아’라는 말도 있다) 어쩌면 생리를 안 하는 게 더 큰 문제인데, 딸 가진 엄마들에게 생리는 늦게 올수록 좋은 손님 같은 거다. 음… 내 생각엔 그게 다 '키' 때문이다. 생리를 하면 키가 안 큰다는 얘기가 너무 많다. 더러 생리를 해도 키가 크는 아이들이 있다고는 하지만, 대부분은 '생리 시작=성장 끝'이라고 믿는다. 그래서인지 성조숙증 클리닉도 성행이다. 뼈 나이를 찍고, 호르몬 검사를 해서 제 나이보다 성장이 빠르다고 나오면 의료적인 조치를 취한다. 그렇게 하면 생리는 지연시키면서 동시에 키 클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다고 믿는다. 실제로 내 주변에도 그렇게 호르몬 주사를 맞는 아이들이 꽤 있다. 생각해 보면 내 어릴적 '생리'는 ‘생리 = 진짜 여자, 조신한 몸가짐, 임신, 피 냄새, 그리고 드러내면 안 될 무엇(생리대 포함)' 등이 떠오르는데, 요즘의 ‘생리'는 ‘생리=키, 생리=성장 끝'이라는 이미지로 변해가는 것처럼 보인다. 대체 키가 뭐길래!

 

고백하건대, 딸아이가 초등학교 3학년 때 가슴 한쪽이 아프다고 했을 때 그것을 ‘성조숙증’ 같은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또래 아이들보다 키가 좀 큰 편이긴 했지만, 비만도 아니었고 여태껏 건강하게 잘 자라준 딸이다. 내심 딸아이가 성조숙증과는 전혀 관계가 없음을 밝히고 싶었는지, 그런 걱정은 더 이상 하지 않겠다는 마음이었는지 (나답지 않게 재빨리) 서울 모 종합병원에 얼른 예약을 잡고 검사를 하러 갔다. 검진결과, 의사는 ‘빠른 사춘기’가 의심 된다며 보험지원을 받으려면 생일 전에 무슨무슨 검사를 추가로 하고 빨리 주사를 맞자고 했다. 당사자인 딸아이나 나보다 마음이 더 조급해 보였던 의사는 그 주사가 뭔지, 왜 맞아야 하는지, 그것 말고 다른 방법 같은 없는지는 설명해 주지 않았다. 그런 내 질문에 의사의 얘기는 이랬다. 생리를 일찍 하고, 성장판이 일찍 닫히면 아무리 유전적으로 클 수 있는 아이라도 키가 다 자라지 못한다, 정상적인 생리는 만 12세 이후에 하는 것이다!

 

그러나 정상적인 생리 나이라는 관념은 ‘정상적’이지 않다. 더욱이 다른 이유도 아니고 키 문제만 자꾸 강조하는 의사의 말이 조금 우습게 들렸다. 이제껏 키 큰 사람으로 살아 봤는데, 키가 크다고 좋은 거 하나도 없던데… 허리도 안 좋고, 관절도 안 좋은 것 같은데… 진정 문제가 그것이라면 (물론 다른 문제도 있을 수 있겠지만) 키는 덜 커도 될 것 같았고, 우리 가족은 협의하에 추가 검사와 주사는 않기로 했다. 다만 그것을 계기로 우리의 식생활, 운동량, 환경 등에 대해 점검하고 좀더 신경 쓰게 되었다. 그렇게 2년이 지났고 아직 딸아이의 생리는 시작되지 않았다.

 

 

생리를 시작할 너에게

나는 생리 28년차 정도 되었다. 이정도 됐으면 제법 도가 트거나, 컨디션 조절 정도는 내 맘대로 할 수 있을 것만 같은데, 어떻게 된 일인지 매달 불편하고 매번 짜증스럽다. 머리로는 이해하면서 몸은 그렇지 못하다는 현실의 아이러니한 조합을 이제 겨우 그러려니- 받아들이고 있는 내가 생리를 시작할 딸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은 무엇일까. 고르고 골라 봐도 생리대 사용법과 ‘축하해'라는 말 정도가 전부인 것 같아 한심해졌고 (‘축하해’는 하루종일 원망의 마음에 불을 지폈는데, ‘도대체 이 불편하고 아픈 일이 어떻게 축하할 일인가’라는 어이없음과 ‘이제 넌 소중한 몸이 되었어’라든가, ‘이제 여자가 된 거야’라는 이유로 축하한다는 것은 더 이상했기 때문이다. 그럼 이전까지는 소중하지 않았고 여자이지 않았단 건 아니지 않은가) 28년 동안 난 매달 뭘 한 걸까... 회의감마저 들었다.

 

앞선 다른 선생님들의 <리뷰 오브 월경> 글들과 관련 책들을 보자면, 거의 인생 절반에 걸쳐 내 몸이 직접 겪는 이 일을 단순히 '저절로 흐르는 피가 멈출 때까지 견디는 일', '키가 작은 이유', '여자로 태어나서 겪는 고통', 혹은 '임신 가능한 여자라는 증거' 등으로만 치부할 수 있는 일은 아닌 건 분명하다. 더욱이 직접적인 생리 기간 말고 앞뒤로 '생리전증후군(PMS)'이나 '배란통'까지 겪는다면 '여자의 시간은 생리주기로 돌아간다'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니까. 우리는 늘 생리를 임신만을 위한 것처럼 배워 왔지만,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너무 낡은 교육 방식이 아닌가 싶다. 사랑이 결혼을 위한 것이 아니듯, 생리도 임신만을 위한 것은 아니지 않을까. 사랑이 결혼과 가정으로 이어지기도 하지만, 그 자신만의 고유하고 온전한 가치를 지닌 것처럼, 여성의 생리도 임신과는 별개로 고유한 정서적, 생리적 가치가 있다. 그리고 생리 주기 동안 피를 흘리는 이유에 대해서도 다양한 의견과 연구들이 있다. 때문에 좋아하든 두려워하던 관계없이 생리에 대해, 다른 누구의 것도 아닌 자신의 몸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충분히 이야기할 가치가 있다.

 

나는 딸에게 생리를 더럽다거나 무서운 것, 노골적으로 드러내서는 안 되는 것이라곤 얘기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이론상 알려줄 수 있는 건 책으로든 말로든 해주려 한다. 정확한 정보 제공과 가이드라인은 필수다. 그리고 생리 그 자체가 '진짜 여자가 됨'을 대표하는 명사가 될 필요도 없다고도 얘기해 주려 한다. 생리 양이 많거나 적음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며, 다양한 생리용품 역시 두려움이 아닌 일상이 될 수 있다는 용기도 함께 전하고 싶다. 딸아이가 이렇게 훌쩍 커버린 게 아쉽기도 하지만, 한 여성으로 커가는 딸에게 이런 말을 해줄 수 있다는 것이 요즘은 조금 좋다. 시간이 더 지나 딸과 함께 생리의 고유한 가치에 대해 고민하고 편하게 얘기할 날을 기대해 본다.

 

 

 

 

댓글 7
  • 2021-07-20 06:51

    한 달에 한 번~~ 내 몸이 겪는 일을 잘 느끼기, 이게 월경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출발~~

    아직 월경을 시작하지 않는 딸을 보면서 느끼는 곰곰의 심경이 느껴져요^^

    그리고 참.. 그 놈의 키가 뭐라고~~ 공감백배~~ ㅋ

  • 2021-07-20 08:22

    딸이 없는 저는....곰곰님 글을 읽으니 제 초경때가 떠오르네요. 중학생이었는데 월경에 대해 아는건 없었고, 매달 너무 힘들고. 불편하고. 짜증이나서 여자로 태어난걸 원망했었어요-.-;;;

    매달 참 어려웠어요.
    처음 썼던 생리대 이름이 *프리덤* 이었는데
    나는 하나도 자유롭지 않다고 속으로 어이없어했지요.

    곰곰님 딸은 사전 지식이 많고 든든한 엄마가 옆에 있으니저처럼 그렇지는 않을듯^^!!!!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 2021-07-20 10:51

      아! 맞다!! 프리덤! 생각나네요. 

      프리덤의 뜻이 자유라는 것과 생리대의 이름이 프리덤이라는 것 사이에서

      이 미묘함에 대해 골똘히 생각했던 기억이 있네요. ㅋ

  • 2021-07-20 09:31

    프리덤, 위스퍼, 좋은 느낌, 화이트....생리대의 이름들이 아이러니하네요^^

  • 2021-07-20 09:35

    첫 월경 후,

    엄마에게 조차 말못하고 몇달을 끙끙되던

    초예민 소녀는

    딸의 첫 월경 축하날에도 하염없이

    눈물이 났었어요.

    그때의 나에게 미안한 마음도 있고,

    굉장히 복잡한 심경이였죠.

    곰곰님의 글이 저에게

    괜찮아~라고 따뜻하게 말하는것 같아요.☺️

     

     

  • 2021-07-20 10:54

    저는 조카 딸이 셋인데 … 맨 아래 애 빼고 위 두 애는 생리를 시작했어요.

    다들 집에서 케잌에 촛불 켜고 축하해줬다고 하드만요. 

    요샌 이게 유행같던데.. 정작 생리에 대해 딸들과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네요.

    곰곰샘 글 읽고 초딩 조카를 위해 책을 선물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 2021-07-20 15:11

    와, 곰곰님 글 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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