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동아리 18차] 화창한 가을날의 산책

우연
2020-09-21 22:41
538

 

 

긴 여름이었다. 물리적으로 실제로 길었다기보다 긴 장마로 인해 심리적으로 지루한 여름이었다.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비오는 날들로 우리의 산행은 두 달을 넘어가고 있었다. 지난 주 여름이 끝나고 파란 하늘이 보이는 선선한 가을의 초입에서 기린과 둘이 시루봉에 올랐었다. 오늘 드디어 등산방의 공식 재개. 후기 작성을 위해 차수를 찾아봐야할 정도로 우리의 산행은 오랜 기간 소강 상태였다.

 

 

 

 

8시 30분 들머리에 나타난 멤버는 산새와 기린 그리고 나. 어제 저녁 ㄷ ㅇ 도 오기로 하였으나 오늘 아침 몸이 불편해서 불참한다는 문자를 보내왔고 문탁샘은 조금 늦게 따라온다고 연락이 왔다. 과연 우리를 따라올 수 있을것인가 희희덕거리며 기다려 같이 출발할까 고민하다가 전망대에서 기다리기로 하고 먼저 출발했다. 산새와는 두 달만이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가벼운 일상사를 나누며 천천히 올라갔다. 맑은 아침공기 속에 불어오는 서늘한 가을바람이 상쾌했다. 짙푸른 녹음이 서서히 물러나며 화사한 단풍을 준비하고 있는 숲길. 시간은 그렇게 그렇게 흘러 지겹도록 습하고 더운 여름도 이제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 앞으로 당분간은 산행하기 가장 알맞은 날들일게다.

두런두런 이야기하며 도착한 정자. 잠깐 앉아 땀을 식히고 있는데 5분도 안되어 나타난 익숙한 실루엣. 우와, 문탁샘 걸음이 저리 빨랐었나? 하지만 당사자 본인은 가도가도 나타나지 않는 전망대에 길을 잘못 들었나, 다른 길이 있었던가 불안으로 가슴이 두근두근 뛰었더랜다.  어쨋든 무사히 합류하고 다시 앞으로.

 

 

 

 

서늘해진 날씨에 지난 여름보다 발걸음은 한층 가벼웠다. 빠르게 지나가는 주위 풍경들.

언제나 그러했듯 미륵사 못미쳐 쉼터의자에서 싸온 간식과 커피로 중간 휴식을 취했다. 편안한 숲 속의 공기. 가볍게 퍼지는 즐거운 우리들의 수다. 인간의 늙음과 뇌 안에서 일어나는 기억에 대한 과학적 고찰,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테넷이라는 영화에 대한 각자의 영화평, 우리의 수다는 일정한 방향없이 중구난방으로 움직인다.

 

 

 

 

미륵사로 내려와 약 10분간 차도를 따라 걷다가 다시 아랫쪽 능선을 만나 숲 길로 접어든다. 이쪽 능선은 경사도 거의 없고 길도 넓어 걷기에 훨 수월하다. 난 오늘 걷는 내내 계속 지껄인 것 같다. 오랫만에 재개된 산행이어서 다소 흥분되어있었던 걸까? 나의 의미없는 지껄임을 기꺼이 들어주고 맞장구쳐주며 같이해주는 멤버들이 새삼 고맙다. 혼자가 아니라 같이 걷는 산길이기에 한껏 즐겁고 재미나는 하루였다.

 

 

 

댓글 4
  • 2020-09-22 16:03

    우연샘....사진 때깔이 다른 것 같아요
    뭐 카메라가 좋은가?
    아니면 기술이 좋은가?

    오랜만에 즐거운 '산책'^^ 이었습니다.

  • 2020-09-22 16:16

    전 번외편 산행과 이번 주 산행으로 샘이랑 나누는 수다의 도를 점점 익히고 있는중^^
    우리 수다에도 나름의 '도'가 있잖아요 ㅋㅋ
    함께 산행하는 양생의 도를 터득하고 있는 인문약방 등산 동아리 화이팅~~~~

  • 2020-09-22 17:22

    등산동아리 산행을 마치면 다리보다 입이 풀린다는ㅎㅎ
    매번 느끼지만.. 오르막보다 문밖까지 나가는 일이 제일 힘든거 같아요. 이벤트처럼 몇번 하고 끝나는게 아니라 정기적으로 꾸준히 해나가는 것들은 말이죠~

    걸음 속도를 맞추는건 여전히 잘 안되지만 ..
    동아리 멤버들과 산에서 만나는 것은 익숙해지는중^^
    바람샘과 자룡샘 동은이까지 다함께 모이면 무슨 이야기들을 나누게 될지 벌써 궁금해지네요.
    후기 잘 읽었어요. 감사!

  • 2020-09-22 17:33

    흠흠...가을이네요~
    테넷이라...궁금
    이번주 워밍업 좀 하고
    담주합류~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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