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생이 별건가> 야식 안먹기 혹은 잘먹기 2회

새털
2020-04-06 18:22
230

야식이 아니라 간식이 문제더라

 

 

  1. 3월에는 반주 6번

한달에 반주 여섯 번은 많은 것일까 적은 것일까? 다른 사람은 모르겠지만, 나에겐 비교적 적은 횟수다.

한국인의 밥상은 왜 그렇게 술 한 잔 곁들이기 좋은 안주들로 가득한지 저녁 밥상을 보고 있으면

술 한 잔 더해줘야 맛이 살고 기분이 산다. 그래서 음주횟수가 쑤욱 증가하게 된다.

한달에 여섯 번이면 5일에 한 번쯤이고 나름 선방했다고 생각한다.

 

 

삼겹살+소주, 떡볶이+맥주, 대게+화이트와인, 꽁치김치찌개+소주, 보쌈+막걸리

사진이 빠진 한 번은 어장의 생선회+소주의 조합이었다.

어디 내놓아도 빠지지 않는 조합이다.

무엇보다 5번은 소주 한병을 나눠마시거나 맥주 한캔 정도로 가벼운 반주로 끝나서

반주가 폭주로 이어지는 악마의 고리를 끊었다는 점에서 뿌듯하다.

이 정도도 많다고 생각할 사람이 있을지 모르지만, 나는 만족한다.

좀 줄여서 주1회 월 4회를 맞추기 위해 노력해보려고 한다.

 

 

2. 야식보다 무서운 달달한 간식

 

그런데 3월 나의 문제는 야식이 아니라 간식이었다.

내가 반주나 야식만큼 간식을 좋아하는 사람인지 의식하지 못했는데

3월에 먹은 것을 사진 찍다보니 압도적으로 많은 간식 사진을 발견할 수 있었다.

 

 

술 좋아하는 사람들이 흔히 그렇듯 나는 안주가 될 수 있는 맵고 짠 맛을 선호하지 단맛을 즐기지 않는다.

그런데 3월에는 왜 이렇게 달달한 것을 입에 달고 살았을까?

이게 다 코로나19 덕분이다. 코로나19로 학교 수업이 온라인으로 바뀌었다.

매주 과목당 25분짜리 동영상 수업자료를 3개씩 총 6개 만들어야 한다.

처음에는 나에게 떨어진 미션을 이해하지 못해 어리둥절해서 보냈고,

그후엔 구글클래스룸이라는 가상 강의실에 정을 붙여보려 며칠을 보냈고,

그후엔 유튜버들처럼 동영상 만드는 데 대다수의 시간을 보냈다.

일주일은 금방 지나가, 또 다시 새로운 수업자료를 제작해야 하고....

이 난데없는 악순환을 달달한 간식이 위로해 줬을까?

그보다는 노트북 앞에 앉아 보내야 하는 시간이 늘어나 간식도 같이 늘어난 것 같다.

 

 

3. 3월의 베스트 음주컷

 

 

둘 중 뒤의 사진이 베스트컷이다.

두 장의 사진이 찍힐 때 그 자리에 기린이 함께 있었다.

앞의 사진은 3월 초의 어느 날, 저녁밥에 와인을 마셨다.

술을 많이 마시지는 않았지만, 그 자리는 꽤 오래 이어졌다.

시간이 많이 흘렀는데도 이야기가 잘 풀리지 않아, 속상했던 술자리로 기억된다.

이날 우리는 '인문약방'의 비전이 무엇인가로 서로의 의견 차이를 확인하며 답답해했다.

당시 기린과 둥글레는 밀려드는 쌍화탕일로 정신이 없었는데,

학교도 안 가고 딱히 손에 잡히는 일도 없던 나는 두 사람과 달리 잡생각이 많아졌다. 

이날 답답한 마음에 헤어졌던 우리는,

회의를 정기적으로 하지 않아 이런 불협화음이 난 것이 아닌가 진단하고,

바쁘더라도 회의를 꼬박꼬박하자는 결론을 내렸다.

 

뒤의 사진은 <영혼과 정치와 윤리와 좋은삶>이 문탁에 도착한 날

어장에서 거하게 밥이며 술이며 잔뜩 먹고 나서, 문탁 공부방에서

2차로 맥주를 몇 캔 마신 날이다. 이 날 나는 집에 못갔다.

술을 마셔 운전을 못하니 문탁 공부방에서 하룻밤 신세를 졌다. 

그렇게 누워 있잖니 맥주와 멘토스 그리고 문탁공부방이

나에게 주어진 '좋은삶'의 전부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내서 기쁘기는 하지만, 뭐...책으로 내가 돈을 얼마나 벌겠는가?

혹은 지금보다 얼마나 나를 알아보는 사람이 늘어나겠는가?

지금과 같은 일상과, 언제고 한 몸 누일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사실이

술기운에 매우 낭만적으로 느껴졌다!

그래서 참! 술은 좋은 거다!!

 

 

 

 

4. 바쁘면 미뤄지는 것들

 

나는 새로운 일이 닥치며 그 일이 끝날 때까지 꼼짝 안하고 버티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온라인수업의 비상령이 내려졌던 3월 동안 많은 일들을 안했다.

특히, 가족들 밥차려주는 일은 자동으로 우선순위에서 밀려났다.

약속도 잘 안 잡고, 취소할 수 있는 일들은 대부분 취소한다.

3월 비상사태를 치루며 미룬 일 가운데 '산책'도 있다.

나는 운동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걷기를 좋아한다.

운동 삼아 걷기를 꾸준히 하려 하는데 3월엔 한 번도 못 걸었다.

특히 달달한 간식과 함께 몇 인치는 늘어난 뱃살을 바라보면, 산책을 더이상 미룰 수는 없다.  

그런데 4월 6일 현재....아직까지 한 번도 못 걸었다. 

공모사업 신청이 끝나고....마감을 어긴 서평을 수정하고.....팟캐스트 녹음을 끝내고......

당장 해치워야 하는 일들 때문에 자꾸 미뤄지는 산책을 언제쯤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댓글 2
  • 2020-04-07 01:59

    새벽에 음식사진보니, 부른배가 다시 허기지네요. 쩝!

  • 2020-04-07 08:28

    일이 많아진 만큼 사진들도 많아진 거 같네...
    스트레스가 그만큼 많았겄지...
    말해지지 않았던 많은 말들도 있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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