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생이 별건가> 야행성개선프로젝트, 12시에는 잠자기 1화

둥글레
2020-03-09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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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어릴 때부터 야행성이었다.

이건 아빠를 닮았다.

엄마는 어딜 가나 ‘등만 대면 잠을 잔다’라고 수식어가 붙어있는 정도로 잘 주무신다.

TV를 애국가가 나올 때까지 봤고,

책을 본다고 아니면 시험공부 한다고 늦게까지 깨어있었다.

 

모두가 잠든 밤을 나는 좋아했다.

조용하고 포근했다.

또 밤만 되면 머리가 핑핑 잘 돌아갔다. 

이런저런 영감도 잘 떠올랐다.

그래서 난 밤새 한 일이 많다.

 

밤새도록 집안의 가구배치를 바꿔서 아침에 일어난 가족들을 놀래키기도 했고,

바르셀로나 올림픽 때는 혼자서 밤새도록 마라톤 경기를 보다가

여명이 밝아오고 황영조의 금메달이 거의 확실해 지자 식구들을 깨웠다.

크리스마스 카드를 50~60장씩 만든다며 몇 날 며칠을 밤을 새우기도 했다.

우리집에서 나의 야행성 라이프는 아무도 못말렸다.

 

나중에 사주명리학을 공부하고 나의 야행성에 대해 이해했다.

내 일간이 수(水)인데다 수가 발달해 있고 화(火)는 부족해서 

밤에 더 집중이 잘 된 것이다.

(참고로 일간은 목이지만 수가 많은 뚜버기샘도 야행성이다. ㅋㅋ)

 

그러나 나처럼 화기가 부족한 사람들은 아침에 떠오르는 태양을 보는 게 여러모로 좋다.

그런데 대운에 들어온 목(木)이 안그래도 발달한 목기운에 더해져 수를 엄청 쓰고 있었다.

수가 부족하다고 느끼기 시작했다.

일찍자서 목이 쓰고 있는 수를 보충해야 한다. 

목을 써서 없애는(설기하는) 화도 필요하다.

그러니 나에게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건 목과 화를 잘 활용할 수 있는 배치이다.

(일본 스즈카에 갔을 때 저수지에서 일출을 보며 올해를 다짐했다.)

 

솔직히 자신이 있었다. 

최근 얼마간은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이 양생활동의 이면에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은 따로 있었다.

일찍 일어나서 몇 줄이라도 쓰는 사람이 되려고 했다. 

그런데 3월 들어 글쓰기는 고사하고 12시 전에 잠자기가 오히려 힘들어졌다. 

12시 전에 침대에 눕긴 하는데 언제 잠이 든 건지 모르는 경우도 있고...

(물론 며칠은 성공했다)

 

‘변명’을 좀 해본다면...

약국 일이 버겁던 참에 조금만 줄여보려다 실패하고 일이 훅 날아갔다.

3월부터는 1주일에 1번 일하고 있다.

(아… 먹고 살라면 1번은 더 일해야 하는데... 지금 열심히 구직 중이다.)

주 2번 또는 3번 출근하는 루틴이 1번으로 줄어드니 일상의 루틴도 함께 흔들리고 있다.

늦어도 7시에 일어났는데 출근을 안해도 된다니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다시 눕는다.

게다가 코로나19 때문에 세미나들도 쉬고 있어서 

문탁의 루틴마져 흔들린다.

그나마 코로나19 특수(?)로 인문약방 일이 많아져서

파지사유에 매일 나오다시피 하다보니 일상이 더 무너지지는 않아서 다행이다.

 

여유가 생기니 친구 추천 드라마도 보고, 

괜찮은 드라마도 발견하고,

소설책도 떠들어 보기도 했다.

(새털이 추천한 드라마. 밤 10시 50분 시작. 이 드라마를 보면 일찍 자긴 글렀다. 나중에 VOD로...ㅋ)

(최근 푹 빠져있는 드라마. 남자 주인공 은섭도 야행성이다.)

 

카페인에 영향을 크게 받는 편이라 일어나자 마자 마시던 커피를 

지켜야 할 일상이 없어지니 뭐 괜찮겠지 하고는 한 잔 더 마시는 일도 더러 있었다.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하다. 

커피 두 잔의 영향은 아주 분명하게 내 잠을 방해했다.

 

이 여유가 밤 늦게까지 내 눈을 또랑또랑하게 만든다. 

이제서야 알겠다.

일상의 루틴을 깨서 나오는 여유는 진정한 여유가 아니다.

루틴이 있어야 여유도 여유인 거다.

일찍 자기 프로젝트는 이미 아침부터 시작하고 있었다.

굿나잇만큼 굿모닝도 중요하다.

굿나잇이 잘 안되면 굿모닝의 힘이라도 빌려봐야 겠다.

 

그래도 우선 지금은 "굿나잇~"

댓글 3
  • 2020-03-09 22:30

    굿나잇과 굿모닝이 다 안 되는 1인이라...둥글레의 미션 응원합니다~

  • 2020-03-10 10:10

    꺅~~~~ 쌤도 ‘날씨가...’ 보는군요! 은섭이 너무 좋아요!
    야행성인 사람들 부럽던데,
    저는 늦은 밤시간엔 행여 깨어 있어도 무엇도 집중이 안 되더라구요. 대신 일출의 시간부터 활동하는걸 좋아해요. 암튼,
    저도 쌤의 미션을 응원합니다~

  • 2020-03-10 12:20

    저는 살면서 밤을 꼬박 새본적이 두번 정도였나..? 아침, 점심, 저녁 가릴 것 없이 잠이 많아요. ㅎㅎ
    고3때도 꼬박꼬박 8시간 이상을 잤으니...-,.-
    넘치도록 잠이 많은건 뭐때문인지..내 일간이 金인데 이것도 연관이 있으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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