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분기 2회차 후기 : 공자의 욕(欲)

고로께
2020-11-02 12:46
420

고전은 인간의 근본문제 해결을 위해 답을 주지는 않는다. 답이 존재할까? 의문이다. 그런데 근본문제가 뭐지? 근본문제라고 하니 왠지 학식 풍부한 철학자들만 해결할 수 있는 거창한 문제라고 상상을 한다. 그렇지만 아니다. 사람이 살아가는 삶의 얘기다. 궁극적으로 고전 속에 그들도 삶이 얘기를 말한다. 사람 사는데 뭣이 더 중요한가?

나의 삶의 문제에 고전이 결정정인 해답을 정말 줄 수 있다면, 아마도 오래전에 해결되었겠지. 그런데 왜 사람들의 고전을 읽는가? 고전 읽는 나는 너보다 나은 인간이여~ 이런 소심한 자랑 질을 하려고 하는 사람도 있겠지, 그러나 고전이 가치가 있는 것은, 사람 사는 근본문제에 관련하여 상대적으로 나은 통찰과 자극을 주어 또 다른 문을 열어 주기 때문이다. 아하~ 그렇구나.

 적어도 나는 그랬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빨리 지나갔다. 나는 4~5년 전에 집안 안팎으로 큰일을 겪었다. 지금 생각하면 오지 않을 것 같은 일상의 평온은 찾아왔고, 그 터널을 문탁과 공부, 동학들과 함께 지나왔다.

저자 김영민의 〈우리가 간신히 희망할 수 있는 것 〉에서 현행 《논어》가 특징적으로 전하고 있는 공자의 모습은 어떤 모습인지? 저자는 공자님을 우러러 보는 나에게 읽는 내내 ‘열폭’ 하게 해주었다. 《논어》는 불타는 무능 기록이라고 한다.

몇 줄 인용해 보자면,

공자는 생각보다 무능하고 예상보다 모순적인 인물, 이는 공자가 우리처럼 보통 인간에 불과 했다는 말이다. 질병에 약하고, 의외로 까다롭고, 남들의 험담에 오르내리고, 하루하루 살아갔을 것이다. 나중에 성인으로 둔갑(?)하게 되는 공자의 나날들도 그의 살아생전에는 보통사람들처럼 적당히 방관한 순간들과 충분히 진실 하지 못했던 순간. 스스로 용서 할 수 없었던 순간들로 채워져 살았을 것이다. 그도 우리들처럼 비틀거리면서 인생이라는 시간이 철로를 통과했다고 한다. 그리고 욕망에 가득한 삶을 살았다. 현실정치에 실패했고, 소소한 일상을 살더라도 끝내 위대한 것(斯文)의 일부가 되고자 하는 열망이 가득한 사람이었다.’ 고 했다.

그리고 얼마 전에 새털샘의 이문서당 강의 후기를 읽은 적이 있었다. 새털샘은 공자를 ‘자뻑쩌는 비운의 지식인상’, ‘똑똑한데 세상사는 것에 뜻대로 되지 않는’ 사람이었다고 했다.  어머나~ 저자 김영민하고 새털샘의 감상이 비슷하네?

 

《논어》가 전하는 이러한 공자는 삶이라는 이벤트에 집착했던 사람이라고 했다. 삶이라는 이벤트에서 욕망을 사그라들지 않았던 사람. 《논어》에 접근이 시작이라면 그럴 수도 있겠다. 공자는 현실에서 존재하지 않는 멀리 있는 사람인 것 맞지 않은가?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사실 삶의 고비 고비마다 실패 없이 완벽하게 행동하고 성공하는 인간보다는 서툴고 때로는 불가항력에 과잉열정을 쏟다가 넘어지는 사람이 더 인간적이다. 중요한 것은, 꾸준히 밀고 가는 기본이 되어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우리가 공부하는 이유는 항심(恒心)을 갖기 위해서이다.

 

댓글 3
  • 2020-11-02 12:56

    평소 차분하신 고로께샘이 '열폭'하셔서 얼마나 재밌었게요 ㅎㅎ

  • 2020-11-02 19:33

    소크라테스선생 말씀을 읽던 고로케님과 새털이 이제는 공자왈 맹자왈^^ 재미있어요~

  • 2020-11-04 08:57

    논어를 읽어 보면 유가의 남존여비 내용이 보이지 않듯이
    공자님의 온량공검양의 에피소드가 보이지 않지 않나요?
    심지어 향당을 읽으면 공자님은 참 까다로왔다고 생각이 들기도 해요.
    (그걸 愼으로 보기도 하겠지만)
    저는 마구간에 불이 났을 때 말은 괜찮으냐고 묻는 공자님 보다
    물을 한바께스 퍼다 던지는 공자님의 에피가 있었다면 하는 생각을 해보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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