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비자 에세이데이 후기

토용
2021-09-11 13:26
74

『한비자』 에세이 발표가 끝났습니다. 짝짝짝!

시간이 빨리 지나간 것인지, 한비자가 너무 재미있었던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10주가 후딱 지나간 느낌입니다. 특히 이번 시즌에는 새로 세 분이 더 오셨고, 매번 휴식시간도 없이 끝나는 시간을 넘겨서 열띤 토론을 했던 재미난 시간이었습니다. 혹시 저만 그랬나요? ㅋㅋ

 

한비자는 권모술수의 대가, 동양의 마키아벨리, 이런 수식어로 많이 불리고, 가혹한 형벌을 주장한 피도 눈물도 없는 사람으로 오해를 많이 받는 것 같아요. 그러나 짧은 기간이지만 『한비자』를 읽고나니 그런 평가가 좀 많이 억울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적어도 한비자가 주장한 법(법法,술術,세勢를 통합한 제도로서의 법)으로 다스려지는, 한비자가 이상적이라고 생각했던 법치국가는 실현된 적이 없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가혹한 형벌과 강력한 군주권력만을 주장했던 사상가로 치부되기에는 그의 진심을 너무 몰라주는 것 아닐까요? 진부한 표현이지만, 사람들 누구나 다 잘 사는 세상을 만들고자 했던 그 마음을요. 전 『한비자』를 덮으면서 가장 먼저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마솥님은 한비자의 법,술,세를 가지고 문재인 정부의 잘못된 정치를 비판하는 에세이를 쓰셨습니다. 한비자의 논리를 따라가면서 문재인 정부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하나하나 따지셨죠. 사회개혁을 위해 급선무로 삼아야 할 과제를 내버려두고 검찰개혁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쏟은 것과, 통치술과 세를 제대로 쓰지 못한 것을 비판하셨습니다.

그렇지만 결론으로는 ()가 지배하려는 세상을 이()로써 대응하되, 그 목표는 인()이 넘치는 세상을 꿈꾼다.”라고 하셨죠. 그랬으면 좋겠습니다만..... 법가와 유가의 콜라보, 가능할까요?

어찌됐든 전 가마솥님과 함께 공부한 한비자 너무 좋았습니다. 생생한 사례들을 엮어서 말씀해 주셔서 재밌었어요. 계속해서 같이 공부하신다니 기쁨 두 배입니다.

 

단순삶님은 한비자를 기본소득과 연결하신 에세이를 쓰셨습니다. 한비자와 기본소득은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데 말이죠. 왜냐하면 한비자는 노력 없이 상 받는 것을 비판했기 때문이죠. 그렇지만 단순삶님은 한비자가 바뀐 세상에 맞는 새로운 법으로 개혁을 하려고 했듯이, 지금 우리도 기본소득이라는 법이 필요하다고 하셨습니다.

한비가 만능으로 여긴 법과 사회시스템의 큰그물은 찢어져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 변화된 시대에 맞는 새로운 그물이 필요하다. 기본소득은 큰그물의 찢어진 부분을 메워줄 수 있는 촘촘한 그물이다. 기본소득은 더 많은 사람들이 자기 삶을 돌아볼 시간과 여유를 줄 수 있는 안술(安術)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단순삶님도 작년에 직장을 그만두고 공부하는 삶을 살기로 결심하셨다고 합니다. 쉽게 결정을 내릴 수 없었는데, 만약 기본소득이 있었다면 달랐을 것이라고 하네요.

멀리 시흥에서 매주 아침 일찍 오셔서 열심히 세미나에 참여하시고, 저희들에게 새로운 에너지를 많이 주셨습니다. 거기다가 매번 메모 복사를 다 해주셨죠. 스페셜 땡스입니다요.^^

 

작은물방울님은 법가의 논리에 기대를 한 번 해보고 싶다는 에세이를 쓰셨습니다. 기존의 윤리와 법에 대한 기준이 사라지고 무엇을 기준으로 살아야하는지 우리는 길을 잃었다. 법술지사가 우리에게 지표가 될 수 있을까?” 한비자의 법이 대단한건 귀족, 평민 가릴 것 없는 공평하고 엄격한 법적용에 있었죠. 말이 쉽지 당시의 계급사회에서 귀족의 저항을 뚫기란 어려웠습니다.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겠죠.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판을 치는 세상이니까요. 법망을 교묘히 피해가는건 법을 잘 아는 사람들이지 저희처럼 보통 사람들은 아니니까요.

세상이 이()로만 돌아간다. 법술이란 탐욕스럽고 야비한 행위를 하지 않는 것이라 했다. 자기 잇속만을 생각하는 세상에서 탐욕을 멈출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법술일 것이다.” 사람의 선심(善心)에 기대할 수 없는 세상에서 최소한의 안전판으로서의 법을 기대해야 하는 것일까요? 갑자기 마음이 좀 답답해집니다.

물방울님은 중간에 멀리 이사를 가서 공부에 집중하기가 힘들었을텐데 끝까지 함께 해 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봉옥샘은 물방울님과 반대 견해의 에세이를 쓰셨습니다. 진시황이 한비의 법으로 통일을 한 것까지는 가능했으나, 그 법이 통치에는 부족함이 있었다는 내용이었죠. 봉옥샘은 세미나 시간 내내 유가의 입장에서 법가에 비판적인 의견을 내셨습니다. 그 덕분에 토론이 훨씬 재미있었죠.

법이 아무리 촘촘하다고 하더라도 구멍은 있는 법이다. 왜냐하면 인간은 욕망의 인간이기 때문이다. 그 욕망을 향한 인간의 본성을 억제하는데 과연 법가의 법치로 가능할 것인가? 그 한계가 있다고 본다.” 이 부분에 전 이렇게 메모를 해놨네요. ‘유가로는 가능할까?’ ㅎㅎ

봉옥샘은 목 디스크로 앉아있는 것도 힘든 상황에서 몇 번씩 고치고 또 고치셨습니다. 에세이데이에는 결국 마지막에 쇼파에 누워 계셔야 할 정도였지요.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매번 다음에는 안할거야 하시지만 계속 같이 하실거라 믿어요.^^

 

고로께샘은 ‘법은 누구를 위하여 존재하는 것인가?’라는 제목의 에세이를 쓰셨습니다. 한비자는 나라를 망치는 다섯 부류의 사람들을 좀벌레에 비유하여 오두(五蠹)라고 했는데, 지금 우리 현실의 오두는 누구일까요? 고로께샘은 재벌, 사법부, 공무원, 언론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들만의 세를 쌓고 견고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그들을 이 정부에서 개혁해주길 바랐는데, 그러지 못한 점을 안타까워하셨습니다. 오랜 시간 사람들은 사회의 불평등한 것을 바로 잡으려 목소리를 높였다. 권력의 꼭대기에 있는 오두의 세는 아무리 거대한 철옹성이라도 한 터럭의 틈이 생긴다면 무너진다.”

고로께샘은 친정어머니 병수발을 드느라 병원으로 어머니 댁으로 바쁘게 오고가십니다. 그 와중에도 공부의 끈을 놓지 않고 열심히 하신 샘, 짱!!입니다.

 

아! 후기가 너무 길어지니 읽는 사람도 피곤할 것 같아 남은 두 명은 간단히 넘어갈까 합니다.^^

토용은 공리(功利)가 공리(公利)가 될 수 없을까 하는 질문을 담은 에세이를 썼습니다. 언뜻 보면 한비자의 功利가 성공과 능력주의를 부추기는 것 같지만, 개인의 功利도 결국 公利를 위한 바탕에 있음을 깨달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질문이었습니다.

 

여울아님은 한비자의 법(法), 술(術), 세(勢)를 정리해오셨습니다. 한비자를 선배 법가들의 주장을 재해석하여 통치 철학으로 집대성한 사상가라고 정의를 내리셨네요.

여울아님은 반장님으로 세미나를 잘 이끌어주셨습니다. 얼마나 열정이 넘치는지 에세이데이 전날 내년 커리를 다 짜놓으셨다고 하네요. ㅋㅋ

 

이제 3주간의 방학입니다. 푹 쉬시고 시즌 3 『여씨춘추』로 다시 만나요!

댓글 3
  • 2021-09-12 07:19

    우와 현장을 다시 복기시켜주는 생생한 후기 아주 좋네요.

    저 또한 즐겁고 풍성한 세미나였습니다.

    너무 멀다고만 여겨 도전해 볼 엄두도 나지 않았던 문탁, 그렇지만 용기를 내니 아주 큰 기쁨으로 돌아왔습니다.

    앞으로 용인에서 노후를 보내야겠다는 결심이 생겼습니다. ^^

    진지하고 또 재미있게 애기 나눌 수 있어서 정말 좋았습니다.

    토용님과 여울아님이 많이 신경써주시고, 다른분들도 친절히 잘 다해 주셔서 정말 좋았어요.

    제가백가 다 공부하는 날까지 앞으로도 쭉 함께 하겠습니다. ^^

    모두들 수고하셨습니다.

    추석 잘 보내시고 3주후에 뵈어요.

  • 2021-09-12 08:06

    이렇게  멋진 후기로 마무리 해주시니  또 한수 배웁니다.  처음 써보는 에세이였는데 모두들 잘 보아 주셔서 고맙습니다.  

    이익만을 쫒는 인간들에게 분노하면서 어찌하지 못하는 나를 보면서 내 스스로 스트레쓰를 받곤  했는데, 한비를 읽고나서 인간이니까 그럴 수 있겠구나 하는 측은지심 바탕으로 차분히 대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여시춘추에는 많은 사람들이 나온다는데 기대만방 ! 입니다. 시즌3에 뵙겠습니다. 많이 가르쳐 주셈...

  • 2021-09-12 17:45

    늘 그렇듯이 힘들게 공부하면 나중에 더 기억이 남잖아요?

    그런 후의 방학이란 꿀맛이고요^^

    같이 공부한 모두에게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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