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2>1회차 후기 - 한비자는 왜 법가가 되었을까?

여울아
2021-07-11 22:02
89

제가 방금전 며칠에 걸쳐 썼던 한비자후기를 날린 관계로.. 되도록 요점만 간단히 써보겠습니다. 

 

저는 시즌 1에서 <순자>를 읽을 때도 왜 한비자는 법가가 됐을까 라는 질문을 품고

순자를 째려보며 읽었습니다. 순자 이론의 문제점이 무엇이길래 그 제자 한비자가 법가가 되었느냔 말이다!!

그러나 딱히 그에 관해 속시원한 답을 찾지는 못했습니다. 

 

그런데, <한비자교양강의> 저자 가이즈카 시케키는 한비자는 왜 법가가 되었을까 라고 전면적으로 질문하고 있습니다. 

그는 일본의 저명한 역사학자답게 한비자의 고향, 한나라가 역사적으로 어떤 나라였는지를 파헤칩니다.

여기서 두 인물이 등장합니다. 정나라 재상 자산(정자산)과 한나라 재상 신불해. 

한비자가 태어나기 100년 전 한나라는 정나라를 무너뜨리고 수도를 (정나라땅)신정 등지로 옮겼기 때문에 

한나라에는 여전히 정나라의 문화 유산이 많이 남아있었을 것이라고 저자는 주장합니다. 

그렇다면 정나라는 어떤 나라였을까요? 바로 정자산이 춘추시대 성문법을 주조에 새긴 최초의 나라입니다. 

그 바람에 정자산은 당시 귀족세력에게 두고두고 욕을 먹는 인물입니다. 

당시는 (아직까지)예법으로 다스려지는 시대였는데, 법을 공표하는 것이 귀족세력들에게는

자의적인 법 해석이나 법 집행을 규제하는 것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에 반발할 수밖에 없었다고 저자는 해석합니다.  

이 당시 진나라 숙향 같은 이는 예가 아니라 법의 형벌로써 백성을 다스리면

이들이 소송을 일삼고 나라가 안정될 수 없다고 공개 서한을 보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정나라는 당시 강대국 진(晉)나라와 초나라 사이에 끼어서 양쪽 모두에 조공을 받치느라

관개 계발을 통해 농업생산력 증대를 꾀할 수밖에 없었다는 점을 저자는 밝혀내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정자산은 토지개혁, 군현실시 등 법가적 제도개혁에 매진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죠. 

또 다른 인물, 신불해는 한비자의 후기 도가 사상을 설명하는데 주요한 인물입니다. 

그는 한나라 재상으로 황로학설을 바탕으로 한 법가서인 <신자>의 저자이며, 한비자는 이 책을 통해

도가적 무위사상으로까지 나아갈 수 있었다는 설명입니다. 이것이 <한비자>에 노자에 대한 최초의 주석이 담긴 이유입니다.   

 

이외에도 한비자가 순자의 제자가 아닌 점에 대해서도 상당히 고증학적, 문헌학적 설명을 해내고 있습니다. 

1) <한비자>에는 순자에 대한 언급이 거의 없다.

2) 유일한 언급조차 한비자의 오류이다.

3) 한비자를 죽음에 이르게 한 계기는 이사가 아니라 요고(요가)라는 인물때문이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저는 이런 저자의 주장에 대해 반론을 제기하고 싶습니다. 

먼저 거의 언급이 없다는 것으로 관련성을 부인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가령 춘추시대에는 오랑캐에 대한 어떤 역사적 기록도 남기지 않았지만, 이들과 교류하고 이들을 용병으로 한 

전쟁을 치뤘다는 것이 유물 발굴을 통해 드러나고 있습니다. 따라서 오랑캐 언급이 없다고 이들과의 관련성을 
고려하지 않으면 춘추시대의 일부를 소실하는 셈입니다. 

차라리 <한비자>가 당대의 문제의식을 어떻게 풀어내는지를 주목하고 여기에서 그 관련성을 주시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또 한비자가 착각해서 잘못 언급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전국책>에서 전거를 찾고 있습니다. 

한비자가 순자를 언급한 문장이 그대로 <전국책>에 나오는데, 순자를 언급한 부분만 빠져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경우 어떤 의도를 갖고 혹은 오류로 <전국책> 저자가 순자 부분을 누락했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마지막 요고사건은 한비자가 사신으로 갔지만 정작 진왕에게 주목받지 못하고 

감옥에까지 갇히는 과정에서 <사기>는 이사의 시기심을 중심으로, <전국책>에는 요고사건이 기록하는 차이점이 있습니다. 

어느 것이 맞고 틀리고를 떠나 이들 기록자들이 주목한 것의 차이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럼에도 한비자를 이사와 같이 순자의 제자로 기록하고자 했던 사마천의 이야기에만 매몰되어 있던 역사를

끄집어내어 다시 보고 돌려보고 또 파는 과정을 저자 시게키가 해내는 과정은 제게 통쾌함을 주었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여전히 한비자에서 순자의 향기를 맡으려고 애쓸 것입니다 

왜냐하면 <맹자>를 읽을 때 순자를 의식할 필요가 없지만, <순자>를 읽으면서 맹자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으니까요. 

순자는 맹자와 명확한 대립각을 세우며, 자신의 논지를 펴나가고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한비자> 또한 유가와 묵가를 겨냥해 대립각을 세우고 있기 때문에 당대 유가의 대표 학설인 순자를

의식하지 않고서 한비자를 논할 수 없을 것입니다. (에잇.. 급히 쓰느라 이 부분 빼먹어서 추가했어요..) 

 

이번 주는 3장을 읽습니다. 발제는 봉옥이님과 고로케님입니다. <한비자> 원문은 19장 식사까지 읽고 메모해옵니다.  

지난 시간 존한 편 설명에서 제가 잘못 말한 부분을 바로잡고자 합니다. 

이사의 말이 시작되는 6장부터 8장까지 상진왕서(上秦王書), 한비자가 상서(상주문) 올린 것에 대한 반박문입니다.

한비의 계책을 폭로하며 자신을 한나라 사신으로 보내달라고 합니다. 여기서 진왕은 이사의 손을 들어주었다고 전해지지요. 

9장부터는 상한왕서(上韓王書), 그가 사신으로 한나라에 가서 왕에게 올린 상서의 내용입니다.   

 

댓글 4
  • 2021-07-12 08:50

    저는 그날 책을 다 읽지 못하고 참석해서 몰랐는데 어제 읽어 보니 저자의 요고의 이야기가 무척 설득력이 있다고 봤습니다.

    왜냐하면 이사와 한비가 친구였다면 한비가 죽을 때 어떤 에피소드 하나쯤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죠.

    그리고 한비가 진영정에게 요고 얘기를 한 것은 이사와의 정책의 차이점 보다 훨씬 사적인 감정이고 그래서 치명적인 화를

    불러온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비는 왜 법가가 되었을까는 아직 안궁금

    공부란 참... 하기는 싫은데 하다보면 재미가 ㅋㅋㅋ 

    • 2021-07-12 09:13

      샘, 세미나책 북콘서트에서 그렇게 장황하게 질문 아닌 샘의 고민을 말씀하셨잖아요. 전 그 때 확신했어요. 샘은 우리랑 쭈욱 세미나 같이 하시겠구나 ㅎㅎ

      세미나가 재밌고 잘 하고 싶으시구나. 부인 못하시겠죠?^^

  • 2021-07-12 09:17

    요점이 이 정도면 날린게 어땠는지 궁금하네요^^

    전 늘 그렇듯이 세미나 주인공을 애정하는 관계로다 비록 법가학설은 맘에 쏙 들지는 않지만, 한비자를 이해하며 법가를 들여다 볼 생각입니다.

    오랜만에 시끌벅적 잼났던 세미나였어요. 새로 오신 단순삶님과 가마솥님, 물방울님 덕분에요.

    앞으로의 세미나가 더 기대됩니다.

  • 2021-07-12 09:55

    '법가'는 고사하고 '한비자'도 처음인데,

    '한비자 교양 강의' 책에서 저자는  '순자'의 제자이냐 아니냐,그의 죽음이  '이사' 때문이냐 '요고'때문이냐를 가지고 곧바로 들이 대는데, 이게 교양 수준이면........으으, 본서는 넘 어렵지 않을까 ?  하고 지레 겁을 먹었는데, 다행이었습니다.   이  삼복 더위 속에서 잼나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근데, 5인이상 집합금지를 강하게 요구하는데, 어캐 진행하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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