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백의 시 한편 읽으며

자작나무
2020-11-03 23:14
236

 

마로니 샘의 합류로 우리 셈미나는 더욱 더 시끄러워(^^)졌습니다.

그런만큼 셈나 시간은 활기로 가득 찼고, 시에 대한 감상과 인간에 대한 감상이 더욱 다양해졌답니다. 

이번 주에는 우리의 수다에 꼭 맞는 아름다운 시를 무수히 쓴 이백, 그 이백의 시를 읽었습니다.

그중의 하나인 <의고>를 적어둡니다. 

 

今日風日好(금일풍일호),明日恐不如(명일공불여)

春風笑於人(춘풍소어인),何乃愁自居(하내수자거)

吹簫舞彩鳳(취소무채봉),酌醴鱠神魚(작례회신어)

千金買一醉(천금매일취),取樂不求餘(취락불구여)

達士遺天地(달사유천지),東門有二疏(동문유이소)

愚夫同瓦石(우부동와석),有才知卷舒(유재지권서)

無事作悲苦(무사작비고),塊然涸轍魚(괴연학철어)

 

오늘은 일기가 알맞으나, 내일은 아마 이렇지 않으리.

봄바람은 사람을 향해 웃어, 어째 근심하고 있느냔다.

피리 불어 채색 봉황을 춤추게 하고, 단술 거르고 묘한 생선을 회치고는

천금으로 한바탕 취함을 사서, 즐거우면 됐지 다른 건 안 바라지.

달사는 천지를 버리나니, 동문에 두 소씨 있었잖나.

우부는 돌 기와나 같고, 재주 있어야 말고 펼 줄 아는 법.

일없이 슬퍼하고 괴로워해, 바큇자국 괸 물에 고기처럼 굴지 말게.

 

*의고(擬古)라는 제목은 '옛 것을 본땄다'는 의미다. 한나라 때의 악부가 갖는 형식과 내용에 의탁하여 부른 시다. 

이백이 남긴 <의고>시는 총12수가 있는데, 위의 시는 그중의 5번째 시라고 한다. 천하의 천재적 시인으로 알려진 이백이지만, 

알고 보면 그도 아버지의 아들이고, 할아버지의 손자이고, 한 악부를 애창했던 한 인간임을 알 수 있다.

여기서 그가 거대한 중국적 문화 전통 속의 빛나는 보석임을 다시금 알게 된다.

 

**위의 번역은 <당시읽기>의 저자인 요시카와 코우지로의 번역이다. 물론 심경호샘의 한국어 번역을 또 거친 싯구다.

좀 옛스럽고 껄끄러운 번역이지만, 그대로 인용해 두기로 한다.

왜냐면, '요시카와'라는 하는 대가가 이백의 시를 접하는 태도와 해석에 감동해서이다. 

 

***다음 시간에는  <백거이평전(제1부)> 읽습니다.

그의 삶과 시가 보여줄 경지는 어딜지, 그는 당나라의 어느 언저리를 맴도는지 궁금하신 분은,

금요일 오후 1시 30분, 문탁네트워크 2층 세미나실2로 오세요.

 

 

 

 

댓글 2
  • 2020-11-06 12:49

    딱! 보니 자작샘이 선택한 것이 보여지네요.^^
    이백을 다시 보니 한시여행 갔을 때 촉도난도 생각나고
    은하수 너머 기약하는 월하독작도 생각나고
    여행 갔을 때 이백고리를 지나쳤던게 아쉽기도 하고... 그러네요.

    • 2020-11-07 07:32

      딩동댕~~
      역시 함께한 지난 시간들이 헛되지 않았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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