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삼국지와 악부 2수

마음
2020-05-17 18:19
83

 

今日良宴會 (금일양연회) 歡樂難具陳 (환락난구진)

彈箏奮逸響 (탄쟁분일향) 新聲妙入神 (신성묘입신)

令德唱高言 (영덕창고언) 識曲聽其真 (식곡청기진)

齊心同所願 (제심동소원) 含意俱未申 (함의구미신)

人生寄一世 (인생기일세) 奄忽若飆塵 (엄홀약표진)

何不策高足 (하불책고족) 先據要路津 (선거요로진)

無爲守窮賤 (무위수궁천) 轗軻長苦辛 (감가장고신)

 

오늘의 연회는 참으로 훌륭하여, 즐거운 이 마음을 다 말하기 어렵다네.

아쟁을 연주하니 맑은소리 퍼져가고, 새 노래는 오묘하여 입신의 경지일세.

덕망 높은 사람이 고상한 말로 노래하니, 음악을 아는 사람 그 진의를 알아듣네.

사람들은 모두 소원은 동일해도, 마음에 담아두고 다 말하지 못하네.

인생이란 이 세상에 기숙하는 것이어서, 홀연히 스쳐감이 폭풍 속의 티끌 같네.

그런데 어찌하여 준마에 채찍질하여, 출세의 요로를 선점하지 않고 있나?

곤궁과 비천함을 고수하지 마시게나, 곤경에 빠져 오래도록 고생하며 살 터이니.

 

<문선>에 실려있는 고시 19수 중 제4수인 이 시가 <삼국지>를 읽는 동안 문득문득 떠올랐습니다.

아마도 도원결의한 영웅들이 대륙에서 펼치는 서사와 겹쳐지는 뭔가가 느껴졌나 봅니다.

 

<삼국지>는 후한(後漢) 말에 발생한 황건의 난을 시작으로 위(魏),촉(蜀),오(吳) 삼국의 정립시대(鼎立時代)를

거쳐서 진(晉)나라가 중국 대륙을 통일할 때(280년)까지 96년 동안의 역사를 다루고 있습니다.

천하의 패권을 놓고 펼쳐지는 삼국시대에 등장하는 수많은 인물의 이야기는 세월을 뛰어넘어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 여전히 살아 있는 전설입니다.

이들이 만들어내는 인간 군상의 모습들은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의 삶이기도 하기에 이야기는

흥미진진했습니다.다만, 수많은 인물(영웅들)과 넓은 중국의 많은 지명 탓에 어떤 영웅이 어떤 지역을

중심으로 세력권을 확대해나갔는지를 살피는 것은 무척이나 힘들었습니다.

다행히 자작샘이 주요 포인트를 집어주시고 그려주셨기에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감사드려요^^

 

對酒當歌, 人生幾何! 譬如朝露, 去日苦多.

慨當以慷, 憂思難忘. 何以解憂? 唯有杜康.

술을 대하면 노래를 불러야 하리, 인생이 얼마나 되는가!

아침 이슬과 같은 짧은 인생인데, 지나간 날이 참으로 많구나.

격앙된 목소리로 개탄해야하니, 근심스러운 생각을 잊기 어렵다.

무엇으로 근심을 풀 것인가, 오직 술이 있을 뿐이다.

 

靑靑子衿, 悠悠我心. 但爲君故, 沈吟至今.

呦呦鹿鳴, 食野之賓. 我有嘉賓, 鼓瑟吹笙.

푸르른 그대의 옷자락, 아득한 나의 마음.

다만 그대가 있어 지금까지 읊조리고 있다.

사슴이 울며 짝을 불러 들판의 풀을 함께 먹듯이,

나에게 좋은 손님이 있다면 금(瑟)을 타고 생(笙)을 불며 함께 즐기리.

 

明明如月, 何時可掇? 憂從中來, 不可斷絶.

越陌度阡, 枉用相存. 契闊談宴, 心念舊恩.

밝고 밝은 달을 어느 때에 잡을 것인가?

슬픔이 가슴속에서 나와 끊을 수가 없구나.

동서남북으로 뻗는 밭 두렁길을 건너 서로 안부를 묻듯이,

오랜만에 만나 잔치 벌이고 이야기하며, 마음속의 오랜 은정을 생각하자구나.

 

月明星稀, 鳥鵲南飛. 繞樹三匝, 何枝可依?

山不厭高, 海不厭深. 周公吐哺, 天下歸心.

달은 밝고 별빛 희미한데, 까막까치는 남쪽으로 날아간다.

나무를 빙빙 세 번 돌아보지만, 어느 가지가 의지할 수 있으리오?

산은 높아짐을 싫어하지 않고 바다는 깊어짐을 싫어하지 않느니,

주공이 토포악발(吐哺握髮)하자, 천하가 진심으로 귀의했다.

 

여기 이 시는 삼국시대 위(魏) 나라의 정치가, 조조(曹操)의 <단가행(短歌行)> 중의 한 수입니다.

혼란한 시대에 대한 감정과 현명한 인재를 갈망하며 은연중에 천하를 통일하고자 하는 큰 뜻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제게 조조는 반전의 인물이었습니다. 촉한을 정통으로 하는 <삼국지연의>에는 악역으로 나오고,

조조의 생애에서 190년 거병한 이래, 219년까지 30년 동안 출병하여 직접 전쟁터를 누비며

(직접 출정하지 않은 시기는 겨우 2년) 평생을 살은 줄로만 알았는데 그는 후세에 이름을 남길 만큼

뛰어난 시문에 능한 학자이기도 했다네요. 뿐만 아니라 서예와 음악,바둑에도 정통했으며,

능력 중심의 인재를 등용하고 국내에서 자신의 지위를 확고히 다질 줄 아는 정치가로서도

뛰어난 자질을 보여 주었습니다. 조조는 문,무를 겸비한 당대의 최고의 지식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댓글 2
  • 2020-05-18 16:41

    맞아요. 저에게도 조조, 반전의 인물이었어요,

  • 2020-05-21 16:46

    첫째 시의 작가 조식의 참 거시기^^했죠. 담엔 그의 시도 읽어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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