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성 무너지고 나라 기울 줄 내 어찌 모르랴만, 아름다운 그녀는 다시 얻기 우려워라."

자작나무
2020-04-25 02:12
113

 

북쪽 지방에 아름다운 사람 있어이 세상에 그 아름다움 따를 자가 없구나.

한 번 짓는 눈웃음에 온 성이 무너지고두 번 짓는 눈웃음에 온 나라가 기울어간다.

성 무너지고 나라 기울 줄 내 어찌 모르랴만아름다운 그녀는 다시 얻기 어려워라.

北方有佳人, 絶世而獨立.

一顧傾人城, 再顧傾人國.

寧不知傾城與傾國, 佳人難再得.

(번역은 <한무제>(요시카와 고지로)에 따름)

 

위의 시에서 경국지색傾國之色이라는 말이 나왔다. 얼마나 이쁘기에 나라를 다스려야 하는 황제가 국정은 돌보지 않아 나라를 망하게 했을까. 이런 황제는 욕을 먹어도 싸지만, 시인은 되려 황제의 욕심을 더 부풀린다. 세상의 모든 것을 다 가진 자, 그대가 황제이건만, 자기 살아생전에 경국지색을 얻지 못한다면 세상을 다 가진 황제라고 하긴 좀 그렇지 않습니까. 뭐 이런 이야기.

 

그러면서 세미나에서는 인간의 욕망과 노년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우리 세미나 참여자들은 평균 연령이 조금 높아서^^ 토론의 주제라든가 관심사가 그런 쪽으로 흐르는 편이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같은 고민을 갖고 그것에 대해서 솔직히 말할 수 있어서 좋다. 뭐 어쨌든 이런 분위기 궁금하시면 참가해주세요. 쨌든~ 우리 세미나에서는 요시카와 고지로의 <한무제>를 읽었다. <사기>를 읽으신 분이나 한나라의 분위기가 알고 싶다면 추천.

 

요시카와 고지로는 한무제의 인생에서 중요한 분기를 이루는 여성으로 셋을 거론한다. 하나는 진황후. 한무제가 청년이었을 때 얻은 부인. 그녀를 얻음으로 해서 그는 아내의 재력과 권력 및 무한한 백업에 기대어 황제에 오를 수 있었다. 물론 정략이어서 사랑이니 뭐 이런 건 없다. 둘은 위왕후. 한무제의 전성기를 구성한 위청이나 곽거병을 고구마덩쿨처럼 함께 끌고 왔던 아름다운 무희. 셋이 이부인. 흡사 인생의 전성기를 보내고 노년을 맞아야 하는 한무제와 그의 무언가 쇠미해가던 시대의 기미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여인이다. 요시카와에 의하면, 그녀는 스러져 가는 꽃이자 이제 인생의 내리막을 걷는 한무제를 상징하는 에피소드가 된다. 그리고 위 시를 지은 이연년의 동생으로, 시속의 경국지색이다.

 

요시카와 고지로의 <한무제>를 읽는 경험은 신선하고 즐거웠다. 이 책은 <사기>가 수많은 단편으로 남긴 한무제를 저자 나름의 줄거리와 관점을 갖고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것이 대단히 인상적이었다. 게다가 이게 역사도 건드리고 인물도 건드리지만, 그것을 다루는 솜씨는 대단히 문학적이어서 읽을 맛이 났던 것이다. 그래서 역쉬 고수~고수~ 하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강추.

 

*지금 <한권으로 읽는 삼국지>를 읽고 있습니다. 후한 끝물에서 위진으로 가는 역사, 그 역사 속에서 살았던 시인들(조조나 조식 등)과 그들의 시를 읽을 작정입니다. 문은 열려 있으니 항상 참여 환영! 금요일 오후 130, 문탁 2층 파지스쿨방

 

댓글 1
  • 2020-04-25 10:35

    저 궁금한게 있는데요, 이 세미나 후기의 글자들은 왜 전부 다 누워있을까요?
    지난번도 이번도 그렇네요. 특별한 이유라도?
    그런거 없으면 똑바로 일으켜세워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읽기가 힘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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