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진의 풍도, 죽림칠현의 발자취를 따라서

자작나무
2020-06-11 23:09
324

 

 

밤중에 잠 못 이루고, 일어나 앉아 거문고를 탄다.

엷은 휘장에 달빛 비치고, 맑은 바람이 옷깃에 불어온다. 

외로운 기러기는 돌 밖에서 울고, 빙빙 돌며 나는 새는 북쪽 숲에서 운다. 

배회한들 무엇을 보리, 근심 걱정에 홀로 마음 상할 뿐.

<영회시 제1편>, 완적

 

 

지난 시즌 세미나에서 우리는  한나라를 줄기차게 달렸다.

초장부터 한무제라는 권력자를 대가의 평전으로 만났고, 한나라의 개미떼들 같은 백성들을 악부시로 만났다. 

훌륭한 나라의 훌륭한 인물들이 있을 터지만, 사마천과 사기 속 그들의 모습은 잠시 남겨두었다. 

그러다가 영웅폭발의 시대인 삼국시대를 그린 <삼국지연의>를 통해서 후한의 전체 모습을 살펴보았다. 

세상으로 뻗어나가던 하나의 나라가 쇠망하는 순간은 어지럽다. 

영웅들이 나와서 칼을 한 번 휘둘러 사람들을 놀래켰지만, 세상은 아직도 어두껌껌하다. 

그렇지만 이들은 어둔 밤의 섬광처럼 그렇게 휙 지나가면서 진한 여운을 남겼다. 

 

이번 시즌의 시작은 지난 시즌의 삼국지를 잇는다. 역사에서 보자면, 후한말을 이어 등장한 위진의 혼란상으로 간다는 말이다.

<삼국지연의>의 조조네 가문이 만든 위나라와 그 내부에서 위를 호시탐탐 노렸던 진나라의 사마의네 가문. 

사실 위나라는 오나라와 촉나라와 서로 국경을 맞대고 적대하고 있었지만, 어쩌면 이들의 진짜 적은 내부에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사마의를 비롯한 사마씨다. 

삼국지연의가 중국 전역을 휘몰아가면서 자신의 역량을 겨룬 영웅들의 일대기를 그렸다면, 

위진의 등장인물들은 얼마만큼 뒤로 혹은 교묘하고 솜씨좋게 처세할 것인가를 다뤘다고도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살아남지 못하면 죽는 엄혹한 시절이었다. 

그 시절에 올곧은 소나무처럼 살아간 인물들, 그들이 바로 '죽림칠현'이다.

7명이라고 하지만, 그들의 면면을 읽다보면 아닌 사람^^도 있다. 왜 칠현에 들어갔는지 이해가 안 가는^^

위의 시는 그중에서도 위대한 인물로 이야기되는 완적의 시다. 

위진시대를 개인의 진정한 성정을 중시한 시대라고 하는데, 그것을 잘 보여주듯 완적의 시에는 완적의 정회가 담겨있다. 

그는 지금 어떤 심정인지, 그는 어떤 인물인지를 잘 보여주는 시. 

잠시 감상하시길.

 

우리는 다음 시간에 '죽림칠현'의 상징적 인물 혜강과 그의 시대,

그리고 그를 둘러싸고 일어났던 삼국지의 후손들의 이야기를 읽을 작정이다. 

 

*관심 있으신 분의 참여를 환영합니다. 문은 항상 열려 있어요~~

 

 

 

댓글 2
  • 2020-06-12 10:51

    그책을 읽으니까 죽림칠현이 죽림칠현 같지 않았어요
    결국 벼슬을 하거나 식견이 부족해서 험하게 되거나 검약으로 부자가 되거나... 다행히 소문처럼 뭔가를 흡입한 기록은 없고 술만 들입다 마시는 걸로 ^^

  • 2020-12-09 00:43

    잠시 올려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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