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비스트로스 세미나] 슬픈 열대 4, 5부 후기

진달
2022-01-18 18:45
257

4부 대지와 인간 - 진달래

 

예전에 <아마존의 신비, 분홍돌고래를 만나다>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다. 내용은 잘 기억나지 않는데 아마존 강가의 신비스러운 분위기, 분홍돌고래, 그리고 인어라고 불리는 듀공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던 것 같다. 책 표지도 예뻤다. <슬픈 열대>를 읽다보니 갑자기 생각이 났다.

4부 '대지와 인간'은 레비스트로스가 상파울루에 도착해서 본격적으로 원주민 사회를 방문 조사하기 전에 브라질의 당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상파울루 근교에는 원주민이 없고, 온갖 혼혈들이 살고 있었고, 해안에서 시작된 도시 건설이 내륙을 따라 들어가며 사라지는 모습도 보여준다. 필요에 따라 만들어지고, 소멸하는 도시들은 과거 자연스럽게 인구가 늘고 팽창하면서 성장하는 도시들과 다르게 여기 저기 생성되었다가 사라졌다. 때로는 요새도시로, 광산도시로 식민지 소작인들의 공동 촌락으로. 도시들이 만들어지고 사라지는 사이에는 철도와 도로가 있었다.

브라질의 수도는 리우데자네이루에서 현재 브라질리아로 옮겨졌는데 이주 계획이 1890년부터 있었고, 1935년에 레비스트로스가 방문했을 때 한참 지어지고 있었던 모양이다. 이 책에 의하면 고이아스에서 고이아니아(브라질리아)로 옮겨진 것으로 보이고, 1960년에야 수도를 옮겼다고 한다.

도시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레비스트로스는 본인이 이후 방문했던 미국, 파키스탄, 인도 등지의 도시들과 비교를 한다. 여기서 중요하게 비교한 것이 인구밀도였던 것 같다. 연보를 보니 미국의 뉴욕은 1941년 33살 때 전쟁을 피해서 갔었고, 파키스탄과 인도는 1950년 42세 때 유네스코 문화사절로 방문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 해에 <슬픈 열대>가 나왔다.

인도의 카스트 제도에 대한 레비스트로스의 해석은 한편으로는 동의하는 부분도 있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렇게 보는 것이 맞는지 고개를 갸웃하게 했다. 인구밀도가 높은 사회에서 각자 사회적 역할을 구분하는 것으로 카스트 제도를 만든 것은 좋은 해결책으로 보면서, 그럼에도 그런 제도가 위계를 만들고 인간에서 제외되는 사람들을 만들어낸 것에 대해서는 비판한다.그리고 레비스트로스는 이를 이렇게 배제되는 사람들을 만드는 방법이 사회가 문제가 생겼을 때 가장 쉽게 선택할 수 있는 해결책이 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런 이야기는 지금 우리에게 중요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세미나 시간에 레비스트로스의 이 글을 쓰는 관점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레비스트로스가 어떤 가치 판단을 하면서 글을 쓰고 있지 않지만 그럼에도 문득 보이는 것들이 여전히 유럽의 백인 중심의 가치를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5부 카두베오족 - 달팽이

 

슬픈 열대의 5부에서는 카두베오족을 만나러 가는 여정과 카두베오족 사회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지고 있습니다.

레비스트로스는 카두베오족 사회를 보며 인간 개인이 그렇듯 인간사회도 각각이 다른, 다양한 삶의 양식을 가지고 있음을 확인합니다. 각각의 사회는 외부와 접촉하며 변화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그들만의 관습을 이어가며 살고 있다는 겁니다.

카두베오족의 남자는 조각가이고 여자는 화가입니다. 레비스트로스는 화가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여자들의 그림 그리기에 집중합니다. 그들의 그림은 단순한 모티브를 다양하게 조합한 것인데, 레비스트로스는 그가 수집한 400개의 디자인이 모두 달랐다고 말하면서, 카두베오족에게 그림은 동물과 문명화된 인간을 가르는 경계선이라는 철학적 의미를 가지고 있음을 발견합니다.

모두들 인디언들의 신체채색이 이상한 관습이라고만 생각했었는데 그런 심오한 생각이 담겨있다는 사실이 새로웠다는 이야기들을 나눴습니다.

 

 

레비스트로스는 카두베오족의 신체그림이 신분 존속과 집단 융합 사이의 모순을 해결하는 방식이었다고도 해석하면서, 보로로족이 반족 방식으로 사회구조의 모순을 해결했던 것과 다르다는 사실도 덧붙이고 있습니다. 신체그림이 계급의 특징을 표현하는 수단이었겠다는 건 쉽게 이해했는데 그게 융합의 수단이었다는 것이 좀 어렵게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요 부분은 낙태와 영아살해, 그리고 원정에서 아이를 데려오는 것과 연결하여 생각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영아살해와 낙태는 아마도 인구조절 수단이 아니었을까하는 얘기들이 오갔고, 또 그림을 그리는 활동이 귀족계급의 중요한 사회적 기능이 되었겠다는 얘기도 나눴습니다.

이 모두가 결합하여 집단의 균형을 이루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5부에서 살짝 맛 본 원주민사회를 대하는 레비스트로스의 시각은 다음 시간부터 본격적으로 드러날 것 같습니다.

다들 부분부분 레비스트로스가 서양문명을 진보적 시각으로 보는 듯한 내용들이 걸렸다고 하셨는데 어떤 이야기들을 이어지나 꼼꼼히 살펴볼까요?

 

 

댓글 2
  • 2022-01-19 09:35

    후기 올리기의 새로운 형식~ 두 분 후기가 한번에 본문으로 올라오니 좋네요~지난 시간의 지구를 반바퀴 돌았던 기억이 상기됩니다.

    진달래 쌤이 듀공을 어떻게 잘 알지 했는데...그 이유도 알게 해준 후기네요^^

    문득 인도는 옛날부터 인구밀도가 높았나? ~ 인구밀도가 높아진 이후에 카스트가 부정적인 성격이 강해지지 않았을까...

    진달래쌤 이야기처럼 우리 역시 어려움에 처했을 때 누군가를 배제하는 방식이 아닌가 되돌아  보아야 함을 자각하게 해주는 것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또한 내가 사는 문화에서 형성된 가치로 다른 세계를 판단하는 것과 그럼에도 보편적인 가치는 있는 것 아닐까라는 걸 다시 생각해 봅니다. 

    그렇다면 그것은 무엇일까...요런 생각을 하게 되네요

  • 2022-01-19 16:02

    한번도 가보지 못한 제겐 상상으로만 존재하는 머나먼 남아메리카, 

    그곳 원주민의 삶을 1930년대 시간속에서 살펴보는 것은

    레비스토로스가 없다면 불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이따금씩  그에 대해 양가적이 되는 저를 발견하곤 합니다.

    두분 쌤의 후기를 읽으니 그 감정이 되살아나네요^^

     

    한때 '지구가 인구폭발을 감당할 수 없어 큰 위기에 빠질 것'이라는 논의가 유행했다는 얘기를 

    다른 책에서 본 것 같은데, 혹 레비스트로스의 인구에 대한 관심이 그런 논의와 공명하는 것인지,

    아니면 순수하게 인도의 독특한 사회제도의 형성을 '인구'의 관점에서 풀어내고 있는지

    그 맥락에 대해서는 저도 여전히 궁금합니다. 

     

    이후부터 레비스트로스의 원주민에 대한 인류학적 서술이 본격화되고 있어 

    점점 기대감도 상승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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