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리스타의 책읽기> 숲은 생각한다- 1장 후기

블랙커피
2021-12-31 15:51
137

버리스타의 책읽기 세미나는 지난 시간에 <숲은 생각한다> 1장 “열린 전체”를 읽고 얘기해보았습니다.

에두아르도 콘(이하 콘)은 1장 전체를 퍼스의 기호론을 가져와 기호와 세계에 대한 우리의 기존의 관념을 사정없이 흔들고 있습니다. 거기다 여기서 제시되는 개념들(아이콘, 인덱스, 상징, 재현전, 부재, 해석체, 창발적 역동성, 실재의 세 가지 측면 등)이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고, 추상적으로 다가오는지라 헛갈리고 어려웠다는 것이 저의 전체적인 느낌입니다.

그래도 정신을 차려, 기존 기호론(인간의 언어를 중심으로 한 기호론)과 콘(혹은 퍼스)의 차이를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 기존의 기호학은 기호의 재-현전(re-present)성(기호는 바로 옆에 있지 않은 무언가에 관한 것)에 주목하여 기호는 세계에 관한 것이라고 말하는 반면, 콘은 기호가 세계에 관한 것일 뿐 아니라, 기호가 자신이 표상하는 실체와 단절되어 있지 않기에 기호가 세계 안에 있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습니다. 특히 콘은 아이콘의 세계와 닮아있음에서 기호가 세계에 속해 있다는 점을 설명하고 있네요.

 

2) 콘(혹은 퍼스)은 기호를 인간적인 맥락 속에 있는 상징을 넘어 인덱스와 아이콘으로 확장하여 봅니다. 그리고 이 세 가지 기호의 관계를 “상징은 인덱스에 의존하며, 인덱스는 아이콘에 의존하면서, 모든 기호들이 연속적으로 이어져 있다”고 설명합니다. 즉 아이콘들 간의 복합적인 위계적 연합의 결과로 인덱스가 창발하고, 이러한 인덱스 간의 관계로 상징이 창발하는데, 이 창발의 방향은 반대로 일어나지 않는 일방향성을 갖는다고 말합니다.

 

3) 콘(혹은 퍼스)은 기호를 현재 진행형의 관계적인 과정으로 봅니다. 기호들은 감각적 성질을 통해 세계 속에 나타나고 성장하며 효과를 발휘하는데, 표상체와 해석체 간의 기호적 연쇄 속에서 후속 기호에 의해 해석되는 한 기호는 살아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의미를 파악하는 해석체(또는 자기)가 기호 해석의 출발점일 뿐 아니라, 기호연쇄 속에 있는 결과물이기도 하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살아있는 기호 과정은 하나의 사고가 또 하나의 사고를 낳고, 또 하나의 사고는 순차적으로 또 다른 사고를 낳으며 잠재적인 미래로 이어집니다.

 

4) 콘는 아이콘에서 인덱스로, 그리고 상징으로 창발하는 기호가 끊임없는 연쇄 속에서 잠재적인 미래로 이어지는 세계를 설명하기 위해 퍼스의 실재론을 가져옵니다. 실재의 일차성, 이차성, 삼차성.

여기서 기호의 연쇄를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삼차성(세계의 일반성인 측면)인데... 알 듯 말 듯 어렵네요. ㅠㅠ (이 부분은 이 책을 계속 읽어나가다 보면, 좀 이해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희망을 가져봅니다~)

 

암튼 1), 2), 3), 4)까지를 정리해보면, 콘이 말하는 창발하는 열린 전체가 대강 그려지는 것 같은데.... 다들 머릿속에 그려지시지요? ㅎㅎㅎ

다음 시간에는 각자의 머릿 속의 그림을 꺼내 놓고 얘기해보아도 재밌을 듯 하네요.

 

이제 몇 시간 밖에 남지 않은 올해의 마지막 날... 편안하게 잘 보내시고요.

2022년 새해에 새롭게 시작하는 기운으로 즐겁게 만나요~ ^^

댓글 1
  • 2022-01-04 12:01

    제가 '세속적'인 사람인 줄 알았는데, 책을 읽다보니 그런 게 아니었더라구요.

    '세계'에 대해 질문하고, 오히려 그 세계를 좀더 '세속적'으로 살아갈 것을 고민하게 됩니다.

     

    사정없이 흔들리는 와중에 간결하게 정리해주셨네요! ㅎㅎ 새해 복 많이 받으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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