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리스타의 책읽기> 나의 문어선생님 다큐 후기

달팽이
2021-07-23 15:48
683

도넛경제학을 끝내고 녹평 179를 읽을까 하다가 새회원들과 함께 읽기 위해 아껴두기로 하고

오늘은 <나의 문어선생님> 다큐를 봤다.

이 영화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한 해안가에서 문어를 만나  삶의 변화를 경험하는 한 다큐감독의 이야기이다.

다큐감독이자 다이버인 크레이그 포스터는  불면증에 걸릴 정도로 삶과 일에 지쳤을 때,

어린시절 평화로왔던 자연을 기억해내고,

다시마가 숲을 이룬 앝은 바다 고요한 평화 속에서 다채로운 해양생물들의 세계를 만난다.

거기에서 만난 특별한 인연, 작은 문어 한마리

문어는 몸을 감추고 관찰만 하다가  천천히 마음을 열고 손을 뻗어 그의 손을 만지고, 안심하고 은신처인 굴에서 나와 가슴에 안기고

그의 손에 감겨 수면 위까지 올라가면서 서서히 친구가 된다.

감독은 문어를 매일 만나 그의 삶을 들여다보고, 온갖 연구자료를 뒤져 문어에 대해 공부하면서 문어의 세계에 푹 빠진다.

다가오는 문어를 촬영하다가 카메라를 떨어뜨리는 실수를 한 날, 문어가 늘 은신하던 굴을 버리고 어디론가 사라지자 감독은 문어의 흔적을 일주일간 뒤져 그녀를 찾아낸다. 그의 삶은 문어로 꽉 들어차 물 속에서도 물 밖에서도 문어를 생각한다. 

문어는 지능이 개와 고양이 정도라고 하는데 영화에는 문어의 다양한 변신술이 잘 담겨져 있다. 

조개껍질로 몸을 꽁꽁 둘러 조개껍질 더미처럼 만들거나, 해초를 망토처럼 두르고, 

몸을 웅크려 돌덩이처럼 보이게 하는 등 변신의 능력이 끝이 없다.

감독은 문어를 매일 만나 일년여 남아있던 문어의 여생을 고스란히 함께 한다. 

문어가 알을 낳고 부화할 때까지 알을 지키다가 생을 마감하는 순간을 안타까이 지켜본다.

문어는 삶의 기운을 다 쏟아내고 자신의 몸을 물고기들의 밥으로 내어 놓는다.

자연의 삶과 죽음은 서로 이어지며 순환된다.

감독은 작은 문어와 깊은 교감을 나누며 타자들과 함께 살아간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배운다.

모든 존재들의 삶이 의미있다는 사실도 깨닫는다.

이제 그는 혼자 수영하지 않는다. 다시마해역을 보존하려는 친구들과 함께 헤엄친다.

문어를 그리워하며 눈가가 촉촉해지는 감독을 보고 있자니 나도 슬며시 눈물이 났다.

 

토토로는 감독이 문어와 교감하며 자신이 자연의 일원임을 느끼게 되었다고 고백하는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문어는 보통 동화 속에서 지혜로운 문어 할머니로 표현되는데 다큐를 통해 왜 그런지 확인하게 되었단다.

블랙은 자산어보가 생각난다고 했다.

자연을 세밀히 관찰하고 그 세계와 만나는 사람들이 있어 우리처럼 자연과 먼 사람들에게도 전달해주니 고마울 따름이다.

기후위기의 시대, 지구에 해 끼치지 않게 살아보려고 해도 쉽지가 않은데

자연과 교감하는 경험은 그럴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힘이 있다. 

그런 교감없이 당위로 뭘 하려고 하면 쉽게 포기하지만 무언가 몸으로 체감하면 그럴 수밖에 없어지는 것이다.

곰곰은 아이들이 자연과 만나는 경험과 채집과 낚시 등이 옳지 않다는 것 사이의 적당한 지점은 어디일까 고민하게 된다고 했다.

집 어항에서 기르고 있는 다슬기는 불쌍하니 놓아 주었어야 하나 아니면 그렇게라도 다른 생물들과 만나는 시간을 가져야 하나

거참 자연스럽기 어려운 현대인의  딜레마이다.

지구사회의 일원으로 잘 살아가려면 동물은 어렵더라도 식물들과 교감하는 시간을 늘려보는 것부터 시작해봐야하지 않을까?

숲으로 들어가기, 식물 가꾸기 ....

문어같은 선생님을 만날는지 모른다.

 

 

 

 

댓글 3
  • 2021-07-23 16:35

    감독은 문어가 파자마 상어에게 공격당할 때 마음아프지만 관찰자로 지켜봤습니다.

    (숲으로 들어갈때) 우리는 함부로 자연에 개입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런 상태에서 자연과 교감해야합니다.

    제가 오늘 배운것 이예요.

     

     

  • 2021-07-23 17:12

    아! 이 다큐 좋다는 소리 들었는데....같이 볼 걸 그랬다!!

    아쉽네요....

  • 2021-07-23 23:20

    처음에 봤을 땐 문어의 지능이며 학습,기억능력에 새삼 놀랐고, 사람과 문어, 즉 야생동물과의 상호교감 관계가 그렇게 빠른 시간(다큐에선 약 한달만에 친해지죠)에 형성되고, 또 오래 지속될 수 있었다는 점에 감탄하면서 봤던 것 같아요. 문어는 정말... 너무 똑똑해요. 

     

    이번엔 음... 자연에서 멀어지는 사람들에 대해 생각해 봤어요. 감독의 경우, 다큐의 계기로 어린 시절 자연과 접했던 경험을 얘기하는데요. 지금은 자연이 오히려 추상화되는 건 아닐까. 자연은 보호해야 할 대상, 두려운 무엇이 되어가는 것을 아닐까. 자연과 친해질 기회는 점점 사라지고, 의무감과 두려움의 대상이 된 자연과 과연 교감이 가능할까, 자연이 좋아질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들어서.... 윤리적으로 복잡한 감정이었다고 할까요. 

     

    아, 그리고 저는 마지막에 감독이 아들과 함께 새끼문어를 발견하는 장면이 굉장히 멋졌어요. 세대 교체의 바통 터치가 확실하게 실감되더라구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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