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여론 3, 4장 후기

뿔옹
2021-02-15 11:23
171

후기 쓰는걸 까마득히 잊고 있었네요. -.-;

기억이 희미해진지라 세미나에서 이야기했던 메모를 대신해서 적는 것으로 후기를 대신합니다. 

 

순수한 증여나 완전한 사리사욕은 없다

무언가를 갖고 싶다는 욕망을 부정할 수는 없다. 또한 완전하게 무사심(無私心)하고 싶은 욕구 역시 갖고 있다. 문제는 우리가 이런 욕망의 ‘혼재’를 상상할 수 없다는 것이고, 자신의 욕망을 사안에 따라서 완전하게 분리할 수 있다는 생각에 있는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회사에서 돈을 버는 나, 아버지로서의 나, 봉사 활동가로서의 나를 더욱더 철저히 구분하려고 한다. 회사에서의 비정하고 비도덕적인 모습과 ‘순수한 자선봉사’는 생각보다 깊이 서로 연루되어 있는 것인지 모른다.  여기엔 물론 완벽한 계산이 가능하다는 근대의 총체성이 전제된다.

우리는 우리 자신이 “오랫동안 다른 존재였다.”는 것을 기억하지 못하고, 근대 서구사회가 만들어 놓은 ‘경제적 동물’이라는 존재에서 벗어날 길이 없다고 생각한다. 지금 누군가 콰키우틀족의 추장처럼 자신의 물건들을 아낌없이 나누어주는 잔치를 열고, 가장 소중한 물건을 서슴치 않고 파괴해 버린다면 우리는 그것을 돈 있는 사람의 ‘허영’이나, 반대로 삶에 대한 의지가 없는 사람으로 생각할 것이다. 왜냐하면 이미 우리의 정신구조와 행동 양식은 자본주의라는 교환 방식의 총체성으로 물들어 있기 때문이다. 다행인 것은 모스가 태고사회에서 발견한 ‘전체적인 급부체계’는 위에서 언급한 몇몇 부족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그렇다고 ‘이게 사실이었어’라고 주장할 수는 없을 것!) 모스는 이런 모습이 오래된 문명인 로마, 힌두, 게르만 법에서도 존재했으며, 지금의 사회에서도 다양한 모습으로 그 흔적이 남아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태평양의 몇몇 부족들에게 있어 선물을 준다는 것은 관계 맺기의 시작이고, 이것은 친근함이면서 두려움이기도 하다. 물건의 인도에 법적인 구속이 따른다는 로마법의 넥숨(nexum)이나 게르만법에 나타난 gift의 이중적인 의미, 선물인 한편 독이라는 뜻은 이런 체계의 독특한 면을 잘 보여준다. (지금도 독일어 Gift는 선물이자 독을 뜻한다.) 예전 어른들이 이사를 하게되면 떡을 돌리고, 떡은 받은 이웃들은 그 그릇 위에 더 많은 선물을 얹어 되돌려주는 관습 역시 이런 흔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선물은 순수해야만 한다’거나 ‘돈을 버는 것은 완전히 사리사욕적이다’라는 완전한 분리가 가능하다는 것 생각이 우리가 더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길을 막고 있는 장벽이 아닐까? 현재의 교환에서 ‘선물과 증여’의 흔적을 발견해내고 여기에 의미를 더하고 이러한 방식으로 행동하는 것이 바로 새로운 삶의 발명인 것 같다. 감정과 생각을 섞고 바꿀 수 있는 2021년에 맞는 새로운 의례, 절차, 축제가 필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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