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인문학-문학편> 7월 세번째 후기

곰곰
2020-07-24 23:52
116

손인문학 3번째 시간. 이번달엔 2020년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을 천천히 읽고 있는데, 이번주는 마지막 두 단편소설, 장류진의 <연수>와 장희원의 <우리의 환대>를 읽고 만났다. 

 

장류진의 <연수>는 평범하고 일상적이지만 왠지 모를 불편한 감정이 느껴지는 '운전 연수'라는 글감을 발견하고, 지루하지 않게 풀어가는 맛이 좋았다. 재미로 친다면… 이번 소설집의 원픽!

주인공 주연은 비혼주의 회계사 여성이다. '나'는 '남'이라는 요소를 개입시키지 않는 매끈한 삶을 추구한다. '남'이 '나'의 삶에 개입해 들어오면 예측 불가능한 일들이 생기기 때문이다. 엄마이든, 배우자이든, 자식이든. 여기서 기혼 여성은 남자와 아이가 입을 여벌 팬티를 책임져야 하는 삶이자 타인에게 맞춰 자신의 계획과 경로를 이리저리 수정해야 하는 삶으로 그려지는데, 너무 공감이 되서 좀 슬퍼졌다. 그만큼 기쁨도 많겠지만 뜻밖의 슬픔과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삶. 그 속에서의 예측 불가능한 두려움이란, 도로 위로 내던져진 초보운전자 주연이 느끼는 공포와 겹쳐 보인다. 굳이 운전을 하지 않고 계속 매끈한 삶을 살 수도 있었을텐데, 우연한 기회로 '나'는 차를 사고 '나'의 삶에서 유일하게 실패했던 운전에 다시 도전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도움의 손길을 구하는 곳이 맘카페다. '남성성'이 지배하는 도로라는 공간에서조차 도움을 줄 수 있는 건 결국 여성들이라고 말하는 것 같다. 그렇지만 감동적인 연대의 순간도 잠시 뿐이고, 그녀들의 간섭과 편견, 격차로 인해 앞으로도 그러한 관계맺음은 불편할 수 밖에 없다. '나'도 이제 매끈함 없는 울퉁불퉁한 삶, 다른 사람들과 계속 부대끼며 살게 되는 모습으로 비쳐진다. 그렇다면 운전에 대한 주연의 두려움은, 실은 앞으로의 삶에 대한 두려움과도 다를 바 없다.

소설 중 주연과 상반되는 인물, 운전연수 선생님의 츤데레 매력에 흠뻑 빠졌다. 수 년째 초보이자 접촉사고 전문(?)인 나에게, 이런 선생님은 그저 멋있고 든든했으며 따뜻하게 느껴졌다. 구원처럼 들려오는 그녀의 목소리의 따스한 말들과 격려의 주문이 내 귓가에서 맴돈다. "내가 뒤에서 막아줄 테니까. …", "잘하고 있어. 잘하고 있어.”

작가의 이전 소설 <도움의 손길>과 쌍을 이루는 소설이라는 얘기에, 거기선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냈을지 궁금해져 내 독서목록에도 올려두었다. 

 

장희원의 <우리의 환대>. 이 소설은 밤사유 세미나에서 읽고 있는 <광기의 역사>와 어딘가 연결되어 흥미롭게 읽었는데 (그런데 그런 느낌만 있고, 구체적으로 어떤 지점인지 모르겠다는 게 함정…;;;) 다른 샘들은 그냥 그러셨던 것 같다. 제목에서의 '우리'는 we의 우리와 축사의 우리, 이중의 의미를 가진다. we로서 우리는 주인공 재현과 아내가 사는 익숙한 세계. 한국, 이성애, 중산층, 정상가족으로 이루어진 세계다. 축사로서의 '우리'는 재현의 아들인 영재, 흑인 노인, 민영이 있는 낯설고 기이한 세계. 이국(호주), 동성애, 다양한 인종, 대자연 등으로 이루어진, 지금-여기에서 나고 자란 재현 부부가 보기엔 너무나 낯선 세계. 혈육으로 맺어진 일반적 가족이 아닌, 국경, 인종, 성별, 나이를 초월해 형성한 새로운 가족은 기존의 관념을 파괴한다. 그리고 그 가정의 모습은 재현 부부의 눈에 그저 '축사'로 보이지만, 그 곳엔 재현 부부가 아들에게 줄 수 없는 행복이 있는 곳이다. 그리고 '환대'가 있다. 이런 구도에서라면 다수이면서 권력을 가진 we가 축사에서 온 낯선 사람들을 환대하는 것이 자연스럽지만, 소설에서는 그것이 비틀어진다. 재현과 아내가 아들 영재를 찾아간 상황. 영재는 축사로 보이는 그 곳에서 자신이 얼마나 행복하게 살고 있는지를 보여주기라도 하듯 재현과 아내를 환대한다. '이제 영원히 아들을 잃었음'을 깨닫는 아내는 영재의 세계를 전혀 받아들이지 못할 것을 암시하고, '감히 쳐다볼 수 없을 만큼' 눈부시게 보인다며 '두 눈을 움찔거리는' 재현은 그 세계를 받아들일 수도 있는 여지를 보여주는 듯 하다. 작가는 작가 노트에서 "모두가 자신의 세계를 의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당신이 기쁨을 느끼는 곳이 옳다. 옳다. 그것은 누구도 뺏을 수 없다."고 되뇌인다. 

 

이번 <젊은작가 수상집>을 덮으며 든 생각은, 소설들의 큰 주제가 모두 비슷해 보인다는 점이다. 아무래도 현재 젊은 작가들이 이러한 이슈(여성, 동성애)에 대해 그만큼 많이 생각하고 있고, 그것을 말하고 싶어하는 거겠지. 7편의 단편을 통해 현재 우리의 모습, 젊은 작가들의 동향을 들여다 볼 수 있었던 즐거운 경험이었다. 무미건조해지기 쉬운 일상, 비록 덥고 꿉꿉한 장마철, 그리고 무엇보다 마스크 뒷편에서 편치 않은 요즘,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고맙습니다. 

 

그리고 우리(we)의 작품 소식. 이제 북커버는 모두 완성했다. 

 

   

블랙샘의 북커버

 

  

마음샘의 북커버

 

곰곰의 북커버

 

다들 뚝딱뚝딱 솜씨들이 좋으시다. 다음 시간엔 뭘 만들까... 아, 그리고 다음부턴 앨리스 먼로의 <미움, 우정, 구애, 사랑, 결혼>을 읽는다. 갑자기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두 편씩 읽고 만나기로 한 것 같다. 아, 그리고 또 갑자기 얘기하는 것 같은데, 저 다음 세미나 한번 빠져요. 휴가(인지 효도인지 모를 여행) 다녀와서 뵐께요. 그리고 후기는 아침부터 쓴다고 사진만 받아놓고는.. 그래도 오늘은 안 넘기고 올리니 다행이죠? ㅎㅎㅎ   

 

댓글 3
  • 2020-07-25 13:23

    북 커버 세개가 다 특색이 있네요. 저는 북커버 작업하면서 가죽 바느질에 대한 감을 좀 익힐 수 있었어요. 담 작업에서는 더 예쁘게 바느질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 2020-07-25 14:36

    완성품이 세 분의 이미지로 연결되네요ㅋ
    우리라는 것이 정해진 틀에 있지 않다는 것,
    늘 변화가능성에 여지가 있다는 것이 손인문학을 하면서도 느껴집니다~
    고맙습니다~ 함께 이런 사건들을 만들어주셔서^^

    여행? 효도 잘 다녀오시고 8월에 봐요~~

  • 2020-07-31 21:48

    후기를 읽으면서 미소 띤 얼굴로 조곤조곤 말씀하시는 곰곰샘이 느껴졌어요.
    한 주 안 봤는데 따뜻한 미소가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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