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리스타의 책읽기 <도넛경제학> 4-5장 후기

곰곰
2021-07-14 16:19
260

이번 세미나엔 <도넛 경제학> 4,5장을 읽고 만났다.

 

4장. 시스템의 지혜를 배워라. 기계적 균형에서 동학적 복합성으로

 

  • 균형론적 사고방식은 이제 안녕~

지금까지도 주류 경제학은, 근대 과학으로부터 운동법칙, 수학적 계산을 베껴와 경제를 마치 안정된 기계인 양 묘사한다. ‘수요와 공급’ 다이어그램을 그리고, 하나의 균형점=가격을 찾아내고, 이것을 전체 시장에 적용하여 일반 균형 모델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시장들은 상호 의존 관계이기 때문에, 이러한 수요곡선, 일반균형의 가능성이 있을 리 없다. 학계에서도 이러한 근본적 결함의 깨달음이 없진 않았지만, 은폐 내지는 묵살되었다. 균형론적 경제학은 사실상 시스템 분석의 한 형태, 그것도 극단적으로 제한된 형태일 뿐이다. 갖가지 제약, 가정들을 없애고 현실 세계에 그대로 풀어놓는다면,,, 난리가 날 것이다. 우리는 이미, 자주 목격하고 있다.

 

1. 금융의 동학 - 거품, 호황, 거품파열

금융 문제는 안정성이 불안정성을 낳는, 강화의 되먹임 회로를 가진다. 그러나 기존의 경제학은 일반 균형의 존재를 근거로 하고, 경제 자체의 동학으로부터 생겨나는 불안정성을 이해하지 못한다. 시스템 차원의 관점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시장의 호황, 거품 붕괴, 불황은 예견할 수도, 대응할 수도 없었다.   

 

2. 불평등의 동학 - 성공한 자가 또 성공한다

시장은 적절한 보상을 주는, 효율적 기제라 믿지만, 실제 세계는 불균형하고 또 강화시키는 되먹임 회로가 강력하게 작동한다. 아주 작은 우연의 차이들이 개인의 운명까지도 달라지게 하는 차이로 증폭된다. 모노폴리 게임을 해본 적이 있다면 ‘성공한 자가 또 성공한다’는 동학을 잘 이해할 것이다. 게임 초장에 값비싼 토지를 운좋게 차지하면 다른 토지 다 살 수 있고, 호텔도 짓고, 옆 사람들에게서 고액 지대를 뜯어내 다른 이들 파산시키면서 계속 재산 불릴 수 있다. 사실 이 게임은 ‘지주 게임’이라는 이름으로 토지 집중 소유의 부당함을 폭로하려는 의도로 탄생했다. 하지만 이를 보드 게임으로 제작한 파커 형제가 ‘모노폴리’로 이름 붙이면서, 모든 이가 승리를 거둔 한 사람을 찬양하는 게임으로 변모했다.

 

3. 기후변화의 동학 - 욕조에 담긴 물

경제학자들이 사랑하는 ‘외부성’(부수적 효과) 개념. 그러나 부수적 효과란 없고 그저 효과가 있을 뿐이다. 20세기에는 그렇게 외부성으로 치부하고 넘어갔을 많은 것들이 21세기 환경에서는 사회적, 생태적 위기를 낳는 결정적인 경제효과가 되고 있다. 특히 환경 문제. 이미 지구의 이산화탄소 욕조는 가득 차 있다. 욕조의 물이 줄어들려면, 수도꼭지에서 나오는 물의 속도가 물구멍으로 빠져나가는 속도보다 떨어져야 한다. 즉,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속도를 절반으로 떨어뜨려야 한다.

 

  • 시스템적으로 사유하자. 복잡성의 춤을 추자. 

저자는 시스템 차원에서 사고하면, 경제를 바라보는 방식을 뿌리부터 바꿀 수 있다고 말한다. 경제는 기계가 아니라 유기체다. 시장 균형을  약속하는 통제 장치들은 버리고, 지속적으로 진화하는 경제의 생명을 유지해주는 되먹임 회로들의 맥을 짚을 줄 알아야 한다. 이제 경제에선 엔지니어가 아니라, 정원사가 필요하다며 ‘돌보는 활동’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그럼에도 인과론적 사고, 결정론적 사고방식의 간단하고도 명쾌한 해석이 가지는 설득력 때문에 그것에 솔깃하고, 쉽게 빠지게 되는 상황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왜 주장이 단순해지지 않으면 설득이 되지 않는지, 왜 사고방식을 바꾸는 효과적 어법은 잘 구사되지 않ㅇ는지… 저자가 계속해서 메타포 편향을 말하고, 이미지를 다시 그리고자 함도 이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한편으론, 기계적 메커니즘, 정답이 하나뿐이라는 믿음은, 나에게 선택 여지가 없고 그대로 따라야 하는 것으로만 여겨졌는데, 오히려 다른 상상력이 가능하다는 의미로 느껴져 좋았다고도 했다. 정해진 그 길이 힘들다고 느낄 때, 선택지가 다양하다는 것, 새롭게 길을 낼 수 있다는 것은 분명 희망적이다. 그렇지만 시스템적 사유는 여전히 낯설고 어색하다. 복잡적응계의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 일상의 사건들을 그 원리들, 스톡/플로, 되먹임회로, 지연의 원리로 생각해 보는 습관을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

 

5장. 분배를 설계하라. 부자로 만들어주는 성장 신화에서 분배 설계로.

 

  • '고통이 없으면 얻는 것도 없다!'는 거짓말

더 평등하면서도 더 부유한 사회가 되려면 먼저 극도의 불평등이라는 사회적 고통을 감수해야 한다는 주장. 흔히 가장 가난한 이들에게 가장 심한 타격 입히는 긴축조치로 허리띠를 졸라매자면서 불평등을 심화시킬 때, 정당화하는 용도로 자주 쓰이는 카드다. 그러나 사실은 아무 근거도 없는 잘못된 신앙이다. 불평등은 감내해야 할 불가항력이 아니라 그저 정책적인 선택지일 뿐이고, 경제 설계의 실패로 평가해야 한다.

 

  • 사실, 평등과 번영은 함께 온다고요. 

저자는 1960년대 중반부터 90년대까지의 ‘동아시아의 기적’을 급속한 경제 성장하면서 불평등도 낮아지고 빈곤율도 감소하는 예로 든다. 농지개혁, 공공투자, 식료품 가격 제한, 노동 임금 상승 정책으로, 공평과 평등 유지하면서 얼마든지 경제성장을 할 수 있었다고 말이다. 

그런데 이러한 경험이 부정적으로 나타나기도 하는 것 같다. 공평과 평등이 유지되던 시기에는 능력주의도 통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이 성공한 자가 또 성공하는, 불평등의 동학 속에서는 그렇지 않다. 그럼에도 시스템적 사유를 하지 못하고, 자기 나름의 입신양명 경험을 근거 삼아 자꾸 가르치려 드는 태도만 남은 사람들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그리고 우리는 말뿐인 조언이 아니라, 이해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직접 보여주는 실천으로서 마음이 전해져야 할 것이라는... 가장 일반적이고도 평범하지만, 행하기는 젤로 어려운 결론에 닿고 말았다. ㅎㅎㅎ

 

  •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네트워크. 네트워크로 이뤄나가자.

경제적 관점에서도 낙수 효과라는 것이 작동하는 시점이 있고 아닌 시점이 있다. 무조건적으로 효과를 발휘하는 것이 아니다. 저자는 공정한 경제를 위해 의식적으로 설계된 규칙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고통은 내보내야 하고 분배 설계를 불러들여야 한다고 한다. 그런데 분배 문제란 어찌보면 자명한 문제임에도 그닥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그동안 변신에 능한 자본주의는 멀리 도망가 버린다. 우리는 자본주의 안에서, 미시적인 구멍을 많이 내는 방식에 대해 고민해 보았다. 거시적 관점으로, 패러다임 전환을 기대하는 것보다는 네트워크들 속에서, 작은 구멍을 많이 내는 시도들이 그 출발점이 되도록 해야하지 않을까. 다양하게 넓게 퍼지면서 동시에 밀도있게 파고 드는 부분이 있도록 함께 가는 것. 그럴 때에만 개인적 실천들이 무력해지지 않을 것이다.  

 

다음 시간에는 <도넛경제학>을 끝까지 다 읽고 만나기로 했다. 6장은 토토로샘, 7장은 블랙샘이 맡아주셨다.

금요일에 만나요 🙂 

 

 

댓글 0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
255
N [레비스트로스의 숲] 여섯번째 메모와 발제 (5)
| 2024.04.18 | 조회 68
2024.04.18 68
254
N 생명에서 생명으로 2회차 메모 (6)
달팽이 | 2024.04.18 | 조회 27
달팽이 2024.04.18 27
253
[레비스트로스의 숲] 5번째 시간 <슬픈열대> 후기 (5)
돈키호테 | 2024.04.16 | 조회 82
돈키호테 2024.04.16 82
252
낭독 <일리아드>여섯번째 후기: 불행의 시작 (2)
담쟁이 | 2024.04.14 | 조회 43
담쟁이 2024.04.14 43
251
<분해의 정원> 밭 디자인시간 (2)
모카 | 2024.04.12 | 조회 61
모카 2024.04.12 61
250
[레비스트로스의 숲]4번째 시간_<슬픈 열대> 3부 후기 (3)
르꾸 | 2024.04.11 | 조회 77
르꾸 2024.04.11 77
249
[레비스트로스의 숲] 다섯번째 메모와 발제 (9)
| 2024.04.11 | 조회 75
2024.04.11 75
248
[레비스트로스의 숲] 4번째 시간 - 슬픈열대 4부 후기 (5)
낮달 | 2024.04.11 | 조회 68
낮달 2024.04.11 68
247
<분해의 정원> 생명에서 생명으로 첫 시간 후기 (3)
달팽이 | 2024.04.10 | 조회 43
달팽이 2024.04.10 43
246
[레비스트로스의 숲]네 번째 메모와 발제 (10)
| 2024.04.04 | 조회 98
2024.04.04 98
245
분해의 정원 <생명에서 생명으로> 메모 (6)
모카 | 2024.04.04 | 조회 71
모카 2024.04.04 71
244
낭독『일리아스』다섯 번째 후기 (3)
코난 | 2024.04.04 | 조회 54
코난 2024.04.04 54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