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손인문학 첫시간 후기

해를 품은 달팽이
2020-06-15 16:08
231

꽃 피는 춘삼월에 시작하려던 철학읽기 손인문학,

코로나로 미루고 미루다 때 이른 여름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6월에야 시작했습니다.

맛보기팀에서 함께 했던 프리다, 코스모스 두 사람에다가

작년 여름 셋째를 낳고 이제 곧 돌을 맞는 유가 함께 했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유는 세 아이에게 시달리는 육아맘답지 않게 생기발랄하여 모두들 감탄했습니다.

만만찮은 나이에 세째를 낳이 기르는 과정이 녹록치 않을텐데 생기의 비결이 뭐냐며..

유는 아이들을 떠나 나올 수 있어서 그런가 하며 밝게 웃었지요 ㅋㅋ

밤잠 설쳐가며 책읽기가 새삼스러웠노라며 그래도 좋았다고 했어요

유의 밤잠을 설치게 한 저희들의 첫 번째 책은 신영복 선생님의 담론입니다.

처음 읽은 사람은 물론 다시 읽은 사람도 마치 처음 읽는 것처럼 새로웠노라

글은 술술 읽히는데 그 뜻에 가 닿기는 참 어렵더라 했어요

신영복 선생님의 글쓰기와 그 공부의 깊이에 저절로 마음 숙연해지는 시간들을 보냈다는 거였지요

담론은 선생님의 강의를 녹취하고 풀어 쓴 것을 다시 정리한 책입니다. 선생님은 처음 강의를 시작하시면서

학생들에게 강의의 상한은 공감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설득하고 바꾸는 게 아니라 공감하는 것, 함께한다는 것은 뜨거운 공감의 공간을 만드는 것이라는 말씀

우리 세미나도 공감의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공감을 뭔가를 도모하는 음모로 이어갔으면 좋겠습니다.

공부가 머리에서 가슴으로 발로 가는 여행이라는 이야기를 나누면서

우리는 프리다샘 이야기에 깜짝 놀랐어요

일리치의 <행복은 자전거를 타고 온다>를 읽고 바로 자동차와 결별했고,

스피노자를 공부하면서 바로 기독교인으로서의 삶을 떠나셨다네요

머리에서 가슴을 거쳐 발로 가는 공부가 이리 확실히 이루어지다니 놀랄 수밖에요

유는 문사철이라는 인식틀에서 벗어나 시서화의 세계로 가자는 이야기를 읽고는

저희에게 들려 줄 시를 한편 찾아왔습니다.

시를 쓰는 동생이 시를 쓰지 않는 언니를 그럼에도 좋아하는 내용의,

읽으면 그 언니와 동생의 관계가 현실적으로 그려지는 시였는데요

이렇게 쓰면 시가 되는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새삼스럽게 시세계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교언영색에 대해 다른 해석을 하고 있는 귀곡자에게 공감을 표하는 내용을 읽으면서

친절하게 말하지 않는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불편함을 느꼈다는 코스모스,

모두들 교언영색의 기술을 장착하는 것이 어떨까 문탁학인들에게 제안하고 싶어했어요

우리는 책 이야기를 11시까지 나누고 1시간 반은 손작업을 했습니다.

유는 예전에 막내 돌사진 촬영예약을 해 놓아서 작업까지는 참여하지 못했네요

무엇을 만들까 한참을 의논하다가 작은 조각가죽으로 필통을 만들어 내는 업사이클링으로 정했답니다.

다들 맘에 드는 색깔의 가죽을 고르고 구멍을 뚫고 거의 처음하시는 프리다님 제법 잘하시더군요

 

 

 

작품이 기대됩니다.

다음 주에는 유도 함께 작업을 시작합니다.

목요일 오전 월든작업장에 오시면 알콩달콩 작업하는 저희 넷을 만나실 수 있어요~

댓글 2
  • 2020-06-16 21:28

    우와~ 후기란 이렇게 쓰는 것이군요~!
    이리 잘 정리가 되다니요..ㅎㅎ 오랜만의 셈나준비에 밤잠을 설치고 갔습니다. 오랜만의 설레임이었네요. 어떤 이야기들이 오가는 만남의 장이 될지? 앞으로 자~알 지내보아요

  • 2020-06-18 08:17

    결국. 조각필통을 만들게 되는군요~
    뭔가 이건 운명같은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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