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인문학 s3> 증여론 3부 후기

곰곰
2019-10-26 22:56
248

이번 시간에는 <증여론> 3부를 읽고 만났다.

보통 <증여론> 세미나는 3,4부를 같이 읽었기 때문에 3부만 따로 떼어 이렇게 자세히 보는 건 처음이라 좀 어색했다고. 그렇지만 그럼으로써 다시 보게 된 부분들이 새로웠다는 얘기. 또 사회의 반석으로서 증여의 역할을 주장하면서 그 근거로 고대법과 경제를 텍스트 중심으로 소개하다보니 솔직히 재미는 없었다고. 그렇지만 원래 <증여론>은 재미로 읽는 책은 아니라는 얘기. ㅎㅎㅎ 그리고 분명  3부 내용이 모스의 주장을 논리적으로 뒷받침해주는 역할은 톡톡히 하는 것 같다고. 현재의 고민들과 이어지게 하는 역할을 하는 것 같다는 얘기. 등등. 여러 가지 총평으로 세미나가 시작됐다. 

 

3부에서 모스는, 우리가 지금은 사람과 물건을 명확하게 구별하고, 그에 대한 법도 명확히 구별된 사회에 살고 있지만, 이러한 구별이  사실은 최근에 나타난 것이라고 한다. 그렇지 않았던 전단계가 있었음을 주장하며 그 근거로서 아주 오래된 로마법, 힌두법, 그리고 게르만법을 말한다. 

아주 오래전 로마법에서 넥숨(계약형태)의 물건은 생명이 있는 물건이고, 계약당사자들은 그것에 의해 연결된다. 물건(재산)의 인도는 엄숙한 형태로 행해지고, 인도된 물건은 수령자를 구속한다. 이를 바탕으로 모스는 주술적, 종교적 구속 외에 ‘물건 자체가 인격과 효험을 갖고 있다’는 가설을 세우고 입증코자 한다. 로마의 가족은 원래 사람 뿐만 아니라 물건(레스)를 포함하는 개념이었다.(사람과 물건은 혼합되어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물건의 양도는 엄숙한 인도행위(만키파티오)를 따라야 했고, 수령자의 수중에 있더라도 처음 소유자의 ‘가족’의 일부로 존재하며 법적 구속력을 만들어냈다. 레스는 급부이건 물건이건 간에 계약의 본질적인 요소였다. 모스에 의하면 법률용어들에서도, 구입-매도 형식의 특징에서도 언제나 ‘인도행위’가 포함된다. 

그런데 고대 의무적 증여제의 잔재인 오래 전 로마법의 요소들이 역사 속에 들어오면서 잊혀지게 된 것은 왜일까. 모스가 비꼬듯 언급한, 낡은 도덕 전체와 증여의 경제를 넘어선 ‘혁명’이라는 것이 한순간에 일어난 것도 아닐테고 여러가지 복합적인 이유들로 인한 것이었겠지만, 그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이전에 없던 사람과 물건의 구별을 만들어내고, 판매를 증여와 교환과 분리시키고, 도덕적 의무와 계약을 격리시킨 계기, 힘?은 무엇이었을까. 

고전힌두법은 고대법 중 원시 증여 개념과 가장 유사한 형태가 아니었나 싶다. 추장의 역할과 행동은 브라만의 그것과 닮았고 총체성으로서 자연, 물건을 바라보는 관점이나 윤회, 순환의 개념 역시 그러했다. 세미나에서는 지금 우리가 갖고 있는 인도 사회에 대한 편견 자체가 근대적 시선으로 인한 오인이었던 것 같다며 그들 사상을 새롭게 자각하고 종교적 힘에 대해서도 한참 얘기를 나누었다.

 

이전 부분에서도 그랬지만, 고대법 부분에서도 여전히 어려운 지점은 개념인 것 같다. 예전에 사용했던 언어와 지금의 언어가 다르고 맥락적 의미가 너무 달라졌다. 물건, 의무, 권리 등등의 단어의 현대적 용례는 그것들의 정확한 의미를 포착하지 못한다. 시대는 너무나 급변해 지금 우리가 가진 순수하게 인간 중심의, 근대경제적 관점으로는 잘 보이지가 않는다. 그것과는 무관한 갖가지 종류의 고려가 섞여있다. 특히 모스가 말하는 증여에는 강제성, 의무, 구속력의 형태로 강조되기 때문에 더 불편하게 다가오는 것 같다. 달팽이샘은 그래서 신이치가 말하는 개념(순수증여 등)이 더 친근하게 다가온다고 하신 반면 띠우샘은 그러하기 때문에 거리두기가 가능하고 증여론이 더 와닿는 부분이 있다고 하셨다.  

 

모스는 우리가 완전히 잊고 지냈던 원시인들의 자기인식과 세계이행방식을 보여줌으로써 이성, 논리성, 합리성 중심의 세계관에 익숙한 현대인들을 간접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그는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재음미해 보면서 확장된 의미를 찾아보라는 의도가 아니었을까. 이번 장에서 가장 강조되고 있는 것은 물건의 힘이다. 지금도 물건을 주고 받는 것은 하고 있지만 예전의 의미와는 완전히 달라졌다. 여러가지 구별과 분리가 일어나면서 ‘총체성’으로서의 물건의 의미는 상실되고 개별성으로만 남았다. 더욱이 법이 도덕이고 종교이고 경제였던 시대와는 분명히 다른 시대이다. 이런 시점에서 총체성으로서의 증여교환 원리를 재생시키는 것은 과연 가능한 것일지 자꾸 의문이 든다. 증여는 그 역할과 기능은 가지되, 어떤 식으로 탈바꿈 해야할까...... 

 

다음 시간에는 <증여론> 4장과 서문을 읽고 옵니다. 발제는 곰돌이샘이구요. 특별히 다음 시간은 특별한 장소에서 하기로 한 것 기억하시죠? 세미나 시간보다 좀더 일찍 뵙겠습니다. ^^

 

 

댓글 2
  • 2019-10-28 13:36

    정말 3장을 가까이 보니 놓쳤던 의미들이 보여서 좋았네용
    지금과 과거의 의미가 많이 다르데요.
    인간과 비인간을 생각하는 태도부터 노예와 재물을 대하는 마음까지
    그 시대에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지만
    더 좋은 앞으로를 만들어야겠다는 마음도 동시에 드는 것 같아요

  • 2019-10-28 21:59

    앞시즌들보다 조촐하게~
    그러나 꼼꼼하게 증여론을 읽고 있네요^^
    브라만에 대한 새로운 깨달음과 같이
    옹기종기 모여 읽는 재미가 있어요~ ㅎㅎ
    다음 시간엔 어떤 발견이 있을까요? 기대되네요
    모두 목요일에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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