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은 생각한다> 1회 세미나 후기

기린
2021-11-09 21:52
273

다소 곤란했던 감정사회학 책에 이어 2021 양생프로젝트 2학기 마지막 텍스트 <숲은 생각한다> 1회 세미나를 했다. 이 책은 저자(에두아르도 콘)가 “아마존강 유역에서 4년간에 걸친 인류학적 현장연구의 성과로서, 숲과 인간의 관계에 관한 밀착 연구를 통해 그동안 우리가 가져온 인간 중심적 사고방식의 가장 기초적인 전제에 도전하는 책” 이라고 책날개에 소개 되어 있다.

 

그렇다면 인간중심적 사고방식의 가장 기초적인 전제란? 바로 인간만이 사고한다는 전제이다. 그래서 저자는 인간뿐 아니라 모든 살아있는 존재는 사고한다는 주장을 통해 그 전제에 도전한다. 그렇다면 모든 살아있는 존재는 어떻게 사고를 드러내는가? 기호작용을 통해 그렇게 한다. 이때 기호작용은 19세기 철학자 찰스 샌더스 퍼스의 연구를 참조해서 주장한 바에 따르면, 아이콘성 인덱스성 상징성으로 드러난다.

 

이러한 기호작용의 실례로 사냥에 나선 루나족의 행동과 그에 응하는 양털원숭이의 행동으로 나타내고 있다. 원주민들과 저자는 원숭이 사냥을 하러 갔다. 사냥 중 한 마리 원숭이가 총소리에 놀라서 나무 위로 올라갔다. 그러자 한 사람이 도끼로 나무를 쓰러뜨린 것이다. 나무가 쓰러지면서 내는 소리가 원숭이를 움직이게 했다. 이때 충돌음이 원숭이에게 기호로 작용한다고 본다. 원숭이는 천둥 같은 이 소리를 아이콘적으로 과거에 일어났던 비슷한 경험을 상기한다. 동시에 그 충돌음이 지시하는 어떤 무언가를 연결시켜서 해석하는 인덱스성이 작동할 것이다. 위험을 떠올린 원숭이가 움직이게 된다. 쓰러지는 야자나무의 음향에서 원숭이가 움직이게 되는 결과에 이르는 동안 인간과 마찬가지로 원숭이도 그 기호들을 연결시키고 해석하는 과정을 통과했다는 것이다. 그 움직임으로 원숭이가 위험에 노출될지라도 그 움직임 자체는 살아있는 기호작용의 결과라는 것이다.

 

“살아있는 세계에서 모든 표상의 기초를 이루는 아이콘적 및 인덱스적 지시양식과 달리, 상징적 지시는 적어도 이 지구상에서 인간만의 독특한 표상 형식이다.”(63) 그렇기 때문에 저자는 인간은 ‘공황상태’에 빠질 수 있다고 했다. 상징적 표상은 인간의 언어에서 가장 분명하게 드러나는데, 이는 관습적이고 “자의적”으로 이루어진 상징들로 이루어진 체계에 뿌리를 박고 있다. 그래서 가상으로 이루어진 세계로 폭주하는 경향이 있고, 이렇게 폭주하는 상징적 사고는 “그렇지 않았더라면 신체가 제공했을 인덱스적 접지와 근본적으로 분리되는 정신을 창출할 수 있다.” 자신이 발 디디고 있는 세계와 분리되어 점점 불안과 공포로 증폭되는 상태가 곧 공황상태라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아이콘성-인덱스성-상징성으로 연결된 살아있는 기호작용이 인간만의 독특한 표상 형식인 상징적인 것을 넘어 세계 속에 열린 전체로 존재하는 방식에 대한 감각을 되찾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했다. 열려있는 존재로 감각하기 위해 숲이 생각하는 방식까지 이해하기는 너무 요원하다고 투덜거릴 수도 있겠다. 내가 속해있다고 감각하는 세계에서 아이콘적으로 연결된 생명들에서도 쉼 없이 분리가 일어나서 상징이 증폭되기 일쑤이니 말이다. 그럼에도 낯선 개념들을 꾸역꾸역 씹어 가다보면 살아있는 기호작용으로 사고하는 열린 전체로서 존재한다는 감각이 과연 어떤 것인지 체감할 수 있는 가능성이 나에게도 잠재해 있다는 희망을 발견할 수 있을까? 있으면 좋겠다. 그래서 1회 세미나 부분에서 읽은 이런 문장을 곱씹게 된다.

 

“습관을 갖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 아니라 낡은 습관을 버리고 새로운 습관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때, 세계는 우리에게 드러난다. 바로 이 순간이 우리 또한 기여하는 창발적인 실재의 반짝임을-아무리 매개된다 해도 -엿볼 수 있는 순간이다.”(120)

 

참... 1부에서 퍼스가 주장한 “일반적인 것은 실재한다.”(108)는 개념을 잘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은 파악하겠는데... ‘일반적’ 과 ‘실재한다’ 는 것에 대한 의미는 앞으로 남은 부분에서 더 보충하고 되새기고 깨우치는 과제로 남겨야 겠다. (퍼스의 실재론.... 말이다)

댓글 3
  • 2021-11-10 09:27

    기린 샘.

    녹음화일 듣고 샘이 정리해준 것을 보면서, 대충 감 잡고 있어요.  고맙습니다.

    이번에는 '기호학'인가봐요..

    숲으로 들어가

    비인간존재들과 몸짓으로 그리고 오감으로 대화하는 모습을 상상해본는데... 이것도 망상일까요? ㅎㅎ

  • 2021-11-10 16:10

    저는 이 책 읽고 나서 산에 가면 새소리 따라해봐요. 아이콘적으로^^

  • 2021-11-12 10:44

    기호, 표상, 사고 등에 대한 인간적 편견을 알게 되었네요.

    이것들을 언어적으로 또 상징적으로 생각하지 않는 법은 무얼까?

    흥미로운 아빌라 루나족들의 에피소드들을 읽으며 어떤 실천이 가능할지 생각해봅니다~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
401
N [4월20일] 7주차 에티카 3부 끝까지!!
겸목 | 19:24 | 조회 17
겸목 19:24 17
400
5주차. 에티카 후기 (3)
천유상 | 2024.04.11 | 조회 78
천유상 2024.04.11 78
399
[4월 13일]6주차 <에티카>3부 후반부 세미나 공지 (7)
겸목 | 2024.04.10 | 조회 60
겸목 2024.04.10 60
398
4주차 <감정의 문화정치> '결론, 후기' 후기 (2)
경덕 | 2024.04.04 | 조회 73
경덕 2024.04.04 73
397
[4월 6일 세미나] 5주차 <에티카> 3부 전반부 공지 (4)
겸목 | 2024.04.03 | 조회 100
겸목 2024.04.03 100
396
[3월 30일 세미나]4주차 <감정의 문화정치> 결론과 후기 발제와 메모는 여기로 (6)
겸목 | 2024.03.27 | 조회 77
겸목 2024.03.27 77
395
3주차 <감정의 문화정치> 6,7장 후기 - '사랑(감정)'은 움직이는 거야 (6)
라겸 | 2024.03.24 | 조회 542
라겸 2024.03.24 542
394
< 2주차 > 감정과 문화정치 ,3-5장 후기 (3)
정의와미소 | 2024.03.22 | 조회 67
정의와미소 2024.03.22 67
393
[3월 23일세미나]3주차 <감정의 문화정치> 6~8장 발제와 메모 (7)
겸목 | 2024.03.22 | 조회 109
겸목 2024.03.22 109
392
[3월 16일 세미나] 2주차 <감정의 문화정치> 3~5장 발제와 메모 (6)
겸목 | 2024.03.13 | 조회 92
겸목 2024.03.13 92
391
1주차 <감정의 문화정치> 1~2장 후기 (2)
겸목 | 2024.03.13 | 조회 107
겸목 2024.03.13 107
390
[3월9일세미나] <감정의 문화정치>1~2장 발제와 메모 (9)
겸목 | 2024.03.08 | 조회 157
겸목 2024.03.08 157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