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첫 시간 후기

둥글레
2021-09-01 18:24
347

5주간의 동의보감 공부를 마치고 ‘마음’ 공부를 시작했다. 급하게 몸에서 마음으로 공부의 전환인가 싶었지만 전환이라기 보다 연속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첫번째 책은  『 ‘마음’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이고,  일본의 여러 학자들의 강연을 묶은 글이다. 첫시간에는 1장에서 3장까지를 공부했는데, 크게 보면 물질, 몸, 사회, 자연, 시대, 역사를 함께 얘기하지 않고서는 마음을 얘기할 수 없었다는 내용이었다. 각 장을 간단히 정리해 보겠다.

 

 

1장은 대칭성인류학으로 잘 알려진 나카자와 신이치의 강연이다. 

<‘물질’과 ‘마음’의 통일을 향해>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그는 ‘물질’과 ‘마음’ 사이의 대칭성 또는 동형을 얘기한다. 이러한 대칭성이란, ‘물질’이든 ‘마음’이든 공통되는 부분-신이치는 이 부분을 ‘0 공간’이라고 부른다-을 같은 카테고리화 하는 메커니즘(동형 메커니즘)이 작동하는 것을 말한다. 신이치에 의하면, 호모 사피엔스는 후기 구석기시대에 뇌 신경계의 혁명적 진화로 유동적 지성을 획득했다. 그는 이 뉴런계의 진화가 마음계의 진화를 이끌어냈다고 보고 있다. 이 지점에 ‘물질’과 ‘마음’의 통일성에 있어서 어떤 실마리가 있다고 보는 것이다. 단, 뉴런계의 ‘0 공간’과는 다르게 마음계의 ‘0 공간’에는 내부구조가 있어서 새로운 의미의 생산증식을 일으킨다. 은유나 환유를 조합한 아날로지(유추)의 작용을 거쳐 예술이나 종교가 생겨난다.

 

 

2장은 가와이 도시오라는 심리학자의 <마음의 역사적 내면화와 인터페이스>란 제목의 강연이다.

심리치료는 19세기 말에 유럽에서 성립한 역사적인 사건인데 마음의 역사적 변화를 전제로 한다. 전근대 모델의 사고방식은 개인 안에 갇힌 인격이나 마음에 기초하지 않는다. 즉 열린시스템의 마음이다. 근대에 개인이라는 사고방식이 생기고 바깥에 있는 마음이 개인안으로 들어오게 되면서 무의식이라는 사고방식의 탄생과 함께 심리치료가 성립되었던 것이다. 즉 심리치료는 닫힌시스템의 마음이라는 내면화모델이 전제된다. 내면화는 기독교 영향이 크고 마음과 물체의 분리를 가져왔다. 부모라는 가깝고 좁은 과거로 내면화를 정신분석에서는 주로 다루지만, 요즘처럼 네트워크화가 진행되면서 문제가 되는 것은 오히려 내면의 소실이다. 그래서 생기는 정신질환은 내면성과 주체성이 뚜렷하지 않은 자폐같은 발달장애이다. 이렇게 역사와 사회 배경에 따라 정신적 증상은 바뀌고 심리치료도 변하고 있다. 따라서 원리적으로는 네트워크로서의 마음은 모두 이어져 있겠지만 그 가운데 굳이 이어지지 않는 부분이 중요하다고 작가는 얘기한다. 그리고 이어짐을 향한 실행 또한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3장은 히로이 요시노리 학자의 강연이었고 <포스트 성장시대의 ‘마음’과 사회 구상>이라는 제목이다.

이 분은 10년정도 의료, 복지, 사회보장 정책에 관련된 일을 해온 경험을 살려 시대에 따른 마음을 읽는다. 일본의 역사적 맥락으로 볼 때 인구증가와 경제의 확대는 ‘무리’를 하고 있었던 면으로  보면서 고령화로 인한 인구감소는 오히려 전환이고 새로운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인류사적 맥락에서도 역시나 지금은 성숙하고 안정한 시기 또는 정체기(정상기)라서 문화적 창조기라고 말할 수 있다는 것이다. 5만년 전의 정상기엔 마음의 빅뱅-나카자와 신이치가 말한 유동적 지성의 출현기, 2500년전 추축시대(축의 시대)라는 정상기엔 보편종교가 출현했듯이 말이다. 그가 ‘지구윤리’라고 부르고자 하는 것은 포스트자본주의 시대를 어떻게 살 것인가의 문제이다. 그가 제시한 것은 로컬 레벨의 커뮤니티를 기반으로한 ‘지속 가능한 복지사회’라는 비전이다. 개인-커뮤니티-자연이 연결된 새로운 사상 또는 마음이다.

 

 

-> 1장에서, ‘동형’이나 ‘공통’, ‘일치’된 부분이 감축(‘0’)이 되면서 시냅스의 가소성이 생기고 기억을 만드는 것, 또 마음에 새로운 의미를 만드는 것이 무척 인상깊었다. 의미를 발견 또는 생산은 그런 공통에서 나온다는 측면에서 스피노자의 ‘공통관념’과 다르지 않고 <동의보감>의 ‘천인감응’과도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특이성과 공통성은 2장에서 말한 마음의 닫힘과 열림과도 같다. 열림과 닫힘은 동시에 필요한 덕목이다. 그래야 3장에서 제시한 ‘지구윤리’의 주체들인 개인-커뮤니티-자연이 중층적으로 함께 존재할 수 있을 것 같다. 

 

마지막엔 어떤 지구 윤리가 가능할지 실천적 얘기를 했다. 환경, 동물권, 채식, 명상, 내부시각 등 여러 말이 오갔는데, “영성은 좁은 의미의 휴머니즘을 벗어나는 것이 아니겠나”라는 문탁샘 말씀에 공감이 갔다.

 

P.S. 이번에 합류하신 김보경님 환영합니다! 적극적으로 세미나에 임하시는 모습 보기 좋았어요~~~~ ^0^

댓글 3
  • 2021-09-02 08:17

    저는 세미나때도 말했지만 고령화사회가 뉴노멀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고령화사회, 출생률 감소, 이에 따른 노동인구의 감소, 필연적 결과로서 생산성(GDP)의 하락....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것을 미래사회의 불안이라고 말하고 해결해야 하는 시급한 정치사회적 과제라고 말하는데
    히로이 요시노리는 이 고령화 사회를 심심하고 비역동적이고 욕구도 낮아지고 뭘 많이 안 쓰는 사회이기 때문에 문명사적으로 하나의 전환기가 될 수 있다고 말하네요.

    좋은 것 같아요. 심심하고 조금 움직이는 사회 = 고령화사회... 하하하

  • 2021-09-02 11:52

    둥글레 샘, 깔끔하게 잘 정리해주셨네요. 고맙습니다. 

    마음공부를 이렇게 물질적으로 할지 몰랐어요. 저도 좋습니다 ^^

     

  • 2021-09-03 12:04

    홈페이지가.. 맥에서 가입은 안되네요... 다행히 댓글은 쓸 수 있나봅니다. ^^ 

    모임의 활기를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시간 감사했어요. 책 읽고 혼자만 생각하면 다 날라가 버리고 내 생각을 다른 각도에서 들여다볼 일도 없는데 여러분들의 관점, 지식이 오고가는 현장에 있어보니 오랜만에 긴장 떨림 즐거움 등등 좀 색다른 생동감이 느껴졌습니다. 어려웠던 부분에 대해서는 설명을 더 들어서 좋았고 3장에서 커뮤니티 이야기를 나누면서는 자연과의 관계랄까 우리의 영성을 확장해가는 부분까지 생각이 뻗어가서 갑분.. 이야기를 좀 많이했다 싶기도 합니다.  이런 장을 만들고 운영해주시는 샘들이 참 멋집니다. 감사해요. 

    내일 뵙겠습니다. 참.. 카페에 '아낫'으로 가입했네요. 여기도 ibm 쓸일 있으면 아낫으로 가입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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