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의 일기 1주차 후기

매실
2020-11-19 01:30
498

 

이번주엔 우리조에 두 분이나 빠지게 되어 새털샘 조와 같이 세미나를 진행했다. 

 

다니엘 페나크의 장편소설. <몸의 일기>. 

 

소설이라고 써놨는데도 어찌나 뻥을 실감나게 잘 치셨는지 어릴 때부터 쓴 진짜 일기를 소설로 각색 한 것이 아닐까, 최소한 사건은 꾸몄더라도 몸에 대한 묘사는 분명 어딘가에 적어둔 걸 토대로 쓰지 않았을까, 정말 소설일까, 의구심을 가지고 읽었다. 그러나 시대가 페나크가 태어났을 때보다도 20년 전인 걸 보면 어찌되었건 허구인 건 맞은데, 몸에 대해 어쩜 이리도 생생한 '허구'를 써내려갈 수 있는지. 소설은 보통은 감정과 사건 묘사 위주이지 몸이 느끼는 감각에만 이토록 집중해서 쓴 글은 거의 읽지 못한 것 같다. 

 

정희진 선생은 한겨레 서평에서 이 책은 홉스의 <리바이어던>을 전복한다며 고전을 교체해야 한다고 썼다. 그리고 여성, 장애인, 동성애자인 '이등시민'들이 몸의 일기를 쓰면 "문명은 차마 고개를 들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단풍샘 역시 나처럼 설마 이게 진짜 소설일지 모르고 읽으셨다가 세미나에 오셔서 정말 소설이었냐며 깜짝 놀라셨다. 기린샘은 책을 읽으며 요양보호시설에 계셨던 아버지를 떠올리고 죽음에 가까워지면서 일어난 아버지의 몸의 변화에 대해 떠올리셨다고 했다. 코투님은 어릴 적 자주 배탈이 났을 때, 그리고 연탄가스를 자주 마시며 머리가 몽롱했던 때에 대해 글을 쓰셨다. 새털샘은 딸들과 연애 이야기를 나누기가 난감하다고 하셨다. 초희는 눈물이 잘 나지 않는다면서 이건 왜 일까 궁금하다고 썼다.  

 

이 책은 한 남자가 어릴 때부터 기록한 '몸의 일기'이지만 독자에게 내 몸을 관찰하게끔 한다. 그리고 우린 여성의 몸이 이렇게 기록된 적이 있는지 되집어 보았다. 의학적 연구나 치료 대상, 또는 낭만적이거나 신비로운 은유 없이 여성의 몸을 날 것 그대로 남긴 기록이 있을까. 혹시 그런 책이 있다면 추천 좀. 어쩌면 그렇게 쓰여진 책이 있다면 너무 끔찍해서 출간금지가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지만. 

끝. 

 

 

댓글 2
  • 2020-11-19 07:21

    끔찍할까? 신비화하거나 지옥화하는 거 별로 다르지 않을 것 같은데! 암튼 여자인 내 몸에 대해 생각해보게 됩니다^^

    • 2020-11-19 09:51

      한밤중에 비몽사몽해서 급 마무리를 했네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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