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의 인문학> 1주차 후기

라라
2020-09-27 17:14
263

<걷기의 인문학> 혹은 <방랑벽 : 걷기의 역사>

 

몇 년 전 저자의 <멀고도 가까운>이라는 책을 읽고 그 매력에 빠져 이 책에까지 인연이 이어졌었다. 그러나 그만 도중에 덮어 버리고 말았다. 그냥 슬슬 읽기에는 뻑뻑하고, 각 잡고 읽기에는 애매한 개론서 같았다. 걷기에 관심도 있고 걷기와 인문학을 어떻게 연결하는지 궁금하기도 했지만, 별로 익숙하지 않는 사람들, 사건들, 정서와 문화 상황들이 자주 나오니 호기심이 슬며시 사라져 버렸었다. 그것들을 일일이 검색해 가며 읽을 만큼 흥미를 끌지도 않았었다. 그런 사례들을 빌어 저자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무엇이었을까?

 

우선, 이 책의 1부는 저자가 자신의 걷기를 꼼꼼히 스케치하면서 시작한다. 이로부터 걷기와 사색, 걷기와 인간의 진화, 걷기와 수행, 걷기와 문화현상을 두루 섭렵하고 있다. 걷기가 역사 속에서 어떻게 다양한 장르와 연결되고 스며들면서 작동되어 왔는지 그리고 있다.

 

나 역시 기억나지 않는 순간부터 무의식적으로 걸어왔고, 걷기를 좋아했지만 그것을 의식적인 행위로 받아들인 것은 운동으로 받아들이면서부터 이다. 운동으로서의 걷기가 익숙해지면서부터는 이런 저런 생각과 감정의 조각들이 걷기활동을 통해 훨씬 잘 정돈되어 가는 체험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저자가 사례로 들어 말하는 걷기가 사색과 수행으로 연결되는 지점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정신과 육체, 내면의 성찰과 사회의 결성, 사적인 것과 공적인 것, 도시와 시골, 개인과 집단, 이 양쪽은 대립하는 것 같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대립하는 듯한 두 항이 이 책에서는 보행을 통해 하나로 연결됩니다. 걸어가는 사람이 바늘이고 걸어가는 길이 실이라면, 걷는 일은 찢어진 곳을 꿰매는 바느질입니다. 보행은 찢어짐에 맞서는 저항입니다.”(10-11)

 

1부를 다 읽고 나니, 저자가 서문에서 말한 찢어진 곳을 꿰매는 바느질로서의 걷기가 조금은 짐작이 간다. 그러니 이를 좌표로 삼아 저자의 박학다식과 다양한 현장 활동들에 주눅들지 말고, 지루해하지 말고 걷기가 어떻게 찢어진 곳을 꿰매어 가는지 그 방법과 경험에 집중해 봐야겠다.

 

 

 

1조는 메모를 바탕으로 각자의 걷기와 관련된 경험과 그 좋음과 실행의 어려움에 관해 이야기 나누었다. 그것의 좋음은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모두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실행하기의 어려움... 그래서 각자 나름의 상황과 여건에 맞는 목표를 정하고 실행해 보자고 이야기 나누었다. 하고 싶을 때, 할 수 있을 때 하는 것도 좋겠지만 계획과 목표를 정하고 하게 되면 걷기의 좋음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아질 것이다.^^(라고 우기면서 일단은 시작해 보자)

 

그런데... 양생 프로젝트에서는 ‘멍 때리고’ 걷기를 하자고 한다. 왜 굳이 멍 때리고 걷자는 거지? 글찮아도 요즘 나는 거의 멍 때리고 있는 상태인데... 오히려 정신 바짝 차려야 할 판인데... 가만 생각해보니 나는 지금 무거운 멍 상태에 있다. 그러니 가볍고 산뜻한 멍 걷기를 시도해 봐야겠다.

댓글 3
  • 2020-09-28 10:13

    리베카 솔닛의 이야기를 좀 덜 한 것 같은 아쉬움이 남아요....
    다음 세미나에선 그녀의 걷기에 대해 더 이야기해봐요^^

  • 2020-09-28 10:35

    부산하게 이리 저리 옮겨가며 참석하느라 초반 세미나 분위기를 산만하게만 했네요.(미안합니다^^;;) 줌으로라도 참석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열심히 걷다보면...아니 걷기만은 굳이 열심히 하고 싶지 않네요ㅎㅎ이게 멍 때리며 걷기의 출발일까요?ㅎㅎ

  • 2020-09-28 16:58

    문득 몇년전 라라샘의 여행길이 혹 멀고도 가까운을 읽은 인연이었을까 하는 번뜩이는 추측이 ᆢ ㅎㅎㅎ
    걷기라ᆢ 저는 첨엔 시큰둥했는데 읽을수록 솔닛은 넘 좋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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