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코가 끝났습니다. 모두 고맙습니다

문탁
2020-07-19 10:25
412

걱정이 많았습니다. 처음 시도해보는 형식이고 어찌 전개될지 전혀 가늠이 되지 않으니 좀 불안했습니다.

텍스트를 어떻게 읽고 있는지, 각자의 문제의식이 무엇인지 확인할 수 없어서 답답했습니다. 공부를 열심히 안 하는 게 아닐까, 의심도 많이 했습니다.

텍스트가 어렵다, 시간이 지나도 뭘 읽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소리가 들려올 때마다 다 제 탓인 것 같아서 쫄았습니다. 아, 우짜지? 전전긍긍하는 날이 이어졌습니다.

 

다행히 <성의 역사> 1,2,3,4권을 갈무리를 하는 날, 제 생각보다 여러분이 훨씬 더 정리를 잘 해 오셔서 기뻤습니다. <주체의 해석학>은 이미 읽은 사람들이 많으니까 한결 수월할거야, 마음이 좀 가벼워졌습니다. 버뜨, 첫 주가 지난 후, “아, 아닌가벼...” ㅠㅠ ... ㅋㅋ

 

 

 

 

 

 

 

그렇게 18주가 지나고 어제, 미니에세이 데이 날이 닥쳤습니다.

그리고 또 한번 놀랐습니다. 우리가 같이 읽은 거 맞더군요. 우리 푸코 읽은 거 맞더라구요^^ 

모두의 에세이가 좋았습니다.

 

 

 

 

 

 

누군가는 자신의 문제의식을 일관되게 밀고 나간 끝에 (적어도 지금 수준에서) 새로운 인식에 도달한 것처럼 보였습니다.

누군가는 텍스트에 대한 맥락적 이해가 훨씬 깊어진 것처럼 보였습니다.

누군가는 우리의 (공부) 초심을 되돌아보게 하는 아주 감동적인 글을 써왔습니다.

누군가는 자신의 스타일을 확실히 보였습니다.

누군가는 우리를 빵빵 터지게 했습니다.

또 누군가는....

또 누군가는....

 

 

기린이 그러더군요. 에세이 데이는 우리만의 ‘의례’이고 정말 ‘의례’는 중요한 것 같다고. 아마 핑거렛이 예(禮)란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수행적 활동이라고 말한, 그런 맥락이겠죠? 저 역시 비슷하게 느꼈습니다. 어제 그 장(場)은 푸코에 대한 지식을 말하는 장이 아니라 자기배려의 장, 다시 말해 집단적으로 서로에게 ‘의식지도’를 행하면서, 잘 듣고 잘 말하려고 애쓰면서, “참된 담론을 장착” (혹은 “참된 담론의 주체화”)하려고^^ 애썼던 시간이었던 것 같다구.

 

 

 

저는 푸코를 끝내는 이 순간 푸코를 다시 읽고 싶은 마음이 가득합니다. (어제 무사님도 비슷한 이야기를 하시더군요) 푸코의 윤리학(더 정확히는 윤리학적 문제화)을 푸코의 정치학과 겹쳐서 다시 읽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들뢰즈의 <푸코> (갠적으로 약간 완결판이라고 생각하기 땜시)를 넘어서 푸코를 따라 더 가보고 싶어졌습니다.

물론 실천하지 못할 거라는 것을 압니다. ㅠ...오늘 하루도 쉬지 못할 만큼 해야 할 일들이 줄줄이 사탕이니......저도 저랑 '책무-채무의 관계'를 맺는 것을 멈추어야 할텐데...ㅠㅠ

 

 

 

 

 

 

모두에게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더불어 어제 갤러리로 참관하시고 질문해주신 모든 분들, 자누리샘, 여울아샘, 요요샘, 노을샘, 고은, 지원, 동은, 초빈에게도 감사의 인사 드립니다.

 

 

한 주도 못 쉬고 담주에 바로 2학기 개강입니다. 그리고 이제 저도 여러분과 함께 학생입니다. (임차인 말고 제자 되야쥐~~~ ^^) 담주에 뵙겠습니다. 꾸벅.

 

댓글 8
  • 2020-07-19 17:53

    문탁샘의 파르헤지아와 함께 공부하는 동학들이 없었다면 푸코 공부 엄두도 못냈을 것 같습니다. 모두 감사합니다^^ 고생많으셨습니다.

  • 2020-07-20 11:33

    푸코를....그것도 후기 푸코를 문탁샘께 턱 던져드리고
    어떻게든 강의해주세요!! 라고 부탁드릴 때부터
    어떤 강의가 될까? 궁금했는데
    아...푸코 더 읽어보고 싶은데....그런 마음이 들게 하는 좋은 강의였습니다.
    경로우대 없는 문탁에서 과로하시는 문탁샘 감사합니다^^

  • 2020-07-20 11:51

    핑거렛이 예(禮)란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수행적 활동
    : 네^^ 샘^^ 딱 핑거렛의 문장을 실제로 체험하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푸코를 통해 만난 스토아학파를 미약하게나마 경험하는^^
    양생이라는 주제로 서로의 삶을 보살피는 능력으로서의 '예'를 훈련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많이 가르쳐 주세요^^ 고맙습니다^^ 꾸벅

  • 2020-07-20 12:25

    이제 삶의 순간순간 마다 뜬금없이 푸코가 갑툭튀하는 행복한(!)경험을 우리 함께 하겠네요 ㅎㅎ
    그런 순간들의 계기를 만들어주신 튜터님ᆢ정말 감사합니다♡

  • 2020-07-20 13:11

    샘~ 감사합니다 ~~~

  • 2020-07-20 16:46

    읽어도 무슨말인지 모르겠던 푸코책~
    읽기 초짜인 저한테는 문탁샘 강의 아니였으면 전혀 이해못했을꺼예요~~너무너무 감사해요~^^

  • 2020-07-23 04:40

    "텍스트를 어떻게 읽고 있는지, 각자의 문제의식이 무엇인지 확인할 수 없어서 답답했습니다"
    ==>답답하게 만든 1인으로서 늦었지만 저도 한마디... 고맙습니다~^^

  • 2020-07-25 10:40

    푸코를 이렇게 양생적으로 읽게 될 줄 몰랐어요. 6개월 헤맸는데, 끝내고 나니,
    묵직한 뭔가가 느껴져요. ^^

    기회가 되면 다시한 번 꼼꼼히 푸코를 읽고 싶은 1인입니다.
    문탁샘 감사드리고요, 2조 함께 공부한 새털님, 코스모스님, 매실님께도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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