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생세미나-2강후기

루틴
2020-04-02 12:01
353

요즘 일이 늘었다. 코로나19 로인해 다른이들은 재택근무를 한다고 하지만 일의 특성상 그러지 못한다.생계를 위협받는 이들을 생각하면 불만은 가지면 안되겠지만 늦은 후기에 작은 변명은 해야할꺼 같다^^

 

양생수업이 재개강되었다. 첫 강의후 4주만이다. 코로나19로인해 연기되었던 수업이었는데 상황이 좀 나아질꺼라 기대했지만 전세계적 팬데믹까지 선언되었다. 정부에서는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모임을 자제하라는 강력한 규율권력이 작동시켰지만 언제까지 기다리고 있을 수 없었다. 정해진 수칙을 지키는 선에서 수업을 시작하였다. 문탁샘이 강의를 오전, 오후반으로 나눠 해주신덕에 10 명미만의 수강생만 모이게 되었고, 둥글레샘이 종종걸음으로 책상배치, 쉬는시간 환기, 의자책상 소독을 해주신 덕분에 별탈없이 수업이 진행되었다. 고생하신 샘들께 감사하다. 그리고 오후반으로 밀린 분들께도 감사하다^^

 

수업 일주일전 사전세미나를 했다. 열심히 토론했고 후기까지 자처해서 썼다. 뭔가를 주저리 적었는데...본수업을 하고나니 아~~이해를 많이 못했구나 싶었다. 문탁샘은 쪽집게 강사처럼 이런점에서 이런게 헷갈렸을 꺼다~~이렇게 짚어주니 이해가 쏙쏙~~왜 다들 문탁샘의 푸코강의는 꼭 들어야한다고 말하는지 알겠다^^ 또 하나, 집에와서 강의안을 읽어보니 정말 심혈을 기울여서 쓰신게 느꼈졌다. 두고두고 꼼꼼히 읽어야겠다.

 

이번주 강의는 1)감시와처벌, 규율권력 2) 성(생활)의 역사: 지식의 의지 에 대한 부분이였다.

푸코는 '감시와 처벌' 에서부터 '성의 역사1' 까지 이어지면서 지식의 형태를 분석하고 그 형태들의 근저에 흐르는 힘의 관계를 분석해 나간다. 그 근저에는 권력이있다고 생각했고 그 권력에 대해 분석한다.

 

역사적으로 세가지 권력의 유형있다. 전염병에 대처하는 모습을 보면 시기별로 다름을 알 수 있다.

중세시대 나병환자는 무조건 추방이였다. 걸린자와 걸리지않은 자를 구별하여 걸린자는 추방, 이분법적 분할의 권력형태 사법메카니즘이다.

이후 17세기 페스트는 규율권력이 작동한다. 추방이 아닌 도시의 격자화이다. 페스트에 대처하는 세세한 방침이 주어진다. 세세한 방침을 내리는 감시자는 안보이고 방침을 따르는 개인이 투명하게 드러난다. 이러한 권력형태를 규율권력이라한다. 규율(disciplinary), 훈련, 훈육, 이것은 개인의 신체를 유순하게 만들어서 생산성을 높히는 것이다. 자유로운 개인인듯 하지만 항상 감시망에 놓여있는 철저하게 드러낸 개인이 요구된다. 하지만, 적절한 규율은 질서를 유지하고 생산성을 높히기위해 필요하다.

18세기 천연두 예방접종에서 생명(관리장치)권력이 작동한다. 전염병이나 풍토병등을 저지하려는 의료캠페인이다. 생명을 조절할 수있는 권력이다. 사람을 살릴 수도 죽일수도 있는 권력!

 

사법권력이 약해졌다고 권력이 사라진게 아니다. 새로운 형태의 기술을 장착한 권력이 나타난것이다. 새롭게 등장한 규율권력과 생명권력은 우리의 현재, 코로나19에 대응하는 모습에도 여실히 드러나고있다.

 

이어 푸코는 '성(생활)의 역사1:지식의 역사'를 통해 규율권력에 이어 생명(조절)권력에 집중한다.

푸코는 철학자인거 같은데 왜 역사연구에 꽂혔을까? 현재의 우리모습이 궁금했고 미래의 주인이 되고싶어했다. 그래서 역사를 통해 현재의 모습을 바라보고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려한다. 기존역사가와 사뭇 다르다. 우리의 지금 모습은 이러한 과거때문에 형성된것이라는 주체성의 뿌리를 찾는 목적론적 역사연구였다. 여기에는 우리가 잊고 지나간 수많은 사건들이 있다. 푸코는 니체의 계보학에 따라 꼼꼼하고 끈기있게 역사적 사실을 살핀다. 사건의 단독성과 개별성에 주목한다. 이러한 계보학 연구는 특정시기의 역사적 자료를 통해 우리의 실존의 가능한 조건과 한계를 동시에 인식하게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사람들에게 그들이 실제 느끼고 있는 것보다 휠씬 자유롭다는 점"을 알려주는 것이 역사가, 지식인의 역할이라고한다. 현재의 모습과는 다르게, 새롭게 살 수 있다는 자유로움~^^

 

푸코는 이러한 방법론을 이용하여 성의 역사도 꼼꼼하게 살펴본다. 사실 성( 'le sexe' ,성-자연)의 역사라기 보다는 실제적으로는 성생활('la sexualite', 성-의미, 성-담론)의 역사라고 해야할것이다. 19세기 초에 등장한 섹슈얼리티는 다양한 지식의 영역(정신의학, 심리학, 인구학, 교육학 등)과 결합되고 규칙과 구속의 유기적 구성을 갖춘다.

 

푸코가 섹슈얼리티에 관심을 가진건 개인적 맥락(동성애자)도 있겠지만 규율권력과 생명권력에 동시에 포함하고있기 때문이다. 자위행위 금지등 개별적 규율적 육체 통제에 속한다. 또한, 개인의 육체뿐 아니라 인간을 종으로써 바라보는 생물학적 시선아래 성 조절을 제시한다. 19세기에는 성을 과도하게 의학적으로 평가하는데, 성적방탕은 만병의 근원이자 비정상후손을 생산하는 퇴화이론과 맞물려서 성은 규율과 조절의 대상이 된다. 이러한 개인의 육체 규율과 인구조절 과정속에서 의학은 과학으로서 인정되고 권력이 발생하게 된다. 여기서 특정지식이 과학의 위치로 올라간 지식-담론의 과정을 볼 수 있다. 방향성을 가진 권력에 의해 특정 시공간에서 구성된 지식. 이러한 것들이 과학으로써 진리값을 부여받게된다. 즉 지식(을 향한 권력)의 의지이다.

 

이부분이 사전세미나때 잘못 이해하고있었던 부분이였다. 나는 많은 것을 알고자 하는 내 성향이 권력욕이 있다고 잘못 해석하기도 했다~ ㅎㅎ 다들 헷갈렸던 부분이였는지 질문도 있었다. 지식의 의지란 단순한 지식에 대해 알고자하는 의지가 아니고 특정 방향성을 갖고 특정한 지식을 구성하고자 하는 의지라는 것이다. 특정 방향성이 권력이다. 즉, 지식의 형태 근저에 흐르는것은 방향성을 제시하는 권력의 힘이다. 물론 요즘시대에 개인이 이런 형태의 권력을 행할 수 있는 장치(유투브, sns 등)가 많다는 점에서 나의 잘못된 해석이 적용될 수도 있을 것 같다~ㅎ 이게 지난 사전 세미나에서 말한 새은의 21세기형 권력형태로도 통할꺼 같은데~

 

마지막으로 문탁샘이 놀랍지않냐고 되물어보신 푸코의 positive (실증적, 실정적)에 대한 해석이 수업시간에 들었을땐 별생각이 없었는데 강의안을 꼼꼼히 읽어보니 생각할수록 대단하다. 어떠한 것이 언표로 들어날때 실체로 드러난다라는 말, 예를 들어 광인이 언표로 드러나면 이로 인해 정신병원, 환자, 의사등 여러 장치들이 함께 생산된다. 언표를 실체로 드러내는것은 여러 장치를 생산하는 일이구나. 푸코는 무언가를 생산하는 추동력자리인 욕망의 자리에 언표를 놓았고 그 언표아래 깔린 권력에 주목했다.

 

요정도로 감을 잡은 권력이 섹슈얼리티를 어떻게 구성했는지 그 효과는 무엇인지 다음 시간에 차근히 살펴볼것같다.

 

푸코의 강의를 들으며 주변의 것들이 새롭게 보이기 시작했다. 투명한 사회를 만들어야한다는것이 철저한 규율 메카니즘의 작동이라는것도. 물론, 난 적절한 규율과 훈육은 꼭 필요하다 생각하지만 규율권력이 내포되어 있다는 것을 발견한것 만으로도 신선하면서 재미있기도 했다. 권력과 저항지점을 잘 활용하면 될 꺼 같다는 생각이 드는건 아직 깊이있는 공부가 부족해서 아니면 한계체험을 못해서일까? 푸코는 권력 너머로 아무것도 없는가라는 미궁에 빠져서 8년의 침묵의 시간을 보냈다고하는데...더 공부를 해야겠다.

댓글 8
  • 2020-04-02 13:58

    침묵의 시간 동안....책이 출판되지 않는 동안....푸코의 콜레주드프랑스 강의는 계속 되었고, 이것들이 지금은 출판되었지요. 그러니 침묵이라 할 수는 없을 듯해요. 그보단 자신의 전제를 뒤집으며 종횡무진 달려가는 와중이란 느낌이 더 강하게 전해지는 듯 싶습니다.

  • 2020-04-02 14:03

    수업시간에 놓쳤던것까지^^ 아주 꼼꼼한 후기 짝짝짝!
    저는 강의를 들으며^^ 지난 시절 주학(주권없는 학교) 활동을 하면서 감을 잡지 못했던 것을 좀 더 정확하게 파악한 것이 인성적이었습니다.
    즉, 푸코의 계보학에 대한 내용에서
    " 푸코는 니체의 계보학에 따라 꼼꼼하고 끈기있게 역사적 사실을 살핀다. 사건의 단독성과 개별성에 주목한다. 이러한 계보학 연구는 특정시기의 역사적 자료를 통해 우리의 실존의 가능한 조건과 한계를 동시에 인식하게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고 했는데요.
    이 내용과 관련 조선시대 서당과 근대 이후의 학교 사이에는 '단절'이 존재한다는 것, 그 단절을 전후한 변화가 당대에 어떻게 작동하는가?를 드러낸거라는 거죠^^
    아하^^ 그제야 주학내내 세상에 없는 학교 파지스쿨이라고 발화하면서 무엇이 없고 무엇이 새롭게 나타났는지를 설명하는 내내
    나의 사유가 서당에서 '이어져서(혹은 진보해서)' 학교가 되었다는 프레임을 전혀 벗어나지 못했었구나 라는 자각이 일어났다는 거죠^^
    주학 시절 내내 이 지점을 아마도 지겹도록 지적받았을 거예요^^ 그래서 문탁샘이 이 댓글을 보면 뒷목을 잡을지도 ㅋㅋㅋ
    뭐... 어쩌겠어요^^;;; 이렇게 사후에 또 하나 터득한 것을 그나마 다행으로 헤헤.
    남은 것은 내가 보낸 주학의 경험을 푸코의 계보학적 사유 틀로 적용하여 뭔가 진전된 통찰로 나아가는 공부의 지평을 다시 열어야겠지요 ㅋ

    좀 다른 맥락일 수 있으나 요즘 꽂힌 저자 위근우가 이런 문장을 썼더군요.
    "나이 먹고 감이 떨어지는 건 단지 재치의 문제만은 아니다. 도덕적 직관 역시 감이 떨어질 수 있다.
    정의와 윤리에 대한 이론적인 공부가 필요한건 그래서다."
    이 문장처럼 올해 제게 푸코 공부가 정의와 윤리에 대한 이론적 공부가 될 수 있어야 할텐데요;;;

  • 2020-04-02 21:33

    푸코의 외침에 ᆢ응 그래ᆢ하면서도 여전히 권력을 법적이고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무의식적 습관이 법없는 성과 왕없는 권력의 상상을 방해하네요 ㅜ

  • 2020-04-03 00:19

    저도 positivity (실재성)에 대해 오래 생각해봤어요. 어느 시기에 특정한 언표들이 출현하는데 이는 어떤 사건과 관련된다.
    그 언표와 사건들은 담론, 주체, 대상을 함께 탄생시킨다.!!!
    IMF란 사건으로 비정규직과 M&A "해고는 살인이다"라는 구호
    'N번 방'이후 우리는 알파벳 N을 볼때마다 그리고 '방'이라는 언표가 쉼의 공간이 아니라 학대의 공간일 수 있다는 생각들...
    구성되고 생산되는 권력이란!! 말이 굉장히 새롭습니다.

  • 2020-04-03 09:13

    바쁜 와중에 첫 후기 담당자가 되어 꼼꼼하고 성의있게 후기를 작성해주신 루틴 님, 감사!!

    *저는 그 소위 "8년간의 침묵"이라 불리던 시기가 푸코에게는 자신의 사유를 빛의 속도로 진행시킨 시기였다는 점이 늘 인상적입니다. 푸코를 단지 쫓아가는 게 아니라 푸코를 읽으면서 그의 사유와 나란히 내 사유도 진전시킬 수 있을까 , 이게 푸코를 읽을 때마다 늘 제가 제 자신에게 하는 질문입니다.

    -푸코 강의의 편집자인 프레데릭 그로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푸코의 말년은 놀라운 개념적 가속화의 장이였고 문제틀(문제화/문제설정)들이 분출하는 증식의 장소였다. 재검토되고 거의 삭제 없이 다시 씌어진 수백여 페이지의 글들에서처럼 들뢰즈가 사유의 속도라 부르는 바가 명료했던 적은 없었을 것이다" (『주체의 해석학』, p545)

    -그리고 지난번에 읽어보라고 한 <성의 역사 2>의 앞부분에도 이런 구절이 있죠.
    "오늘날 철학은-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철학적 활동인데 – 무엇인가? 그것은 사고에 대한 비판작업이 아니겠는가. 그리고 사람들이 이미 알고 있는 것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대신에 어떻게, 그리고 어느 만큼까지 다르게 생각하는 것이 가능할지를 알려고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성의 역사 2- 쾌락의 활용』, p24)

    - 전 이 점과 관련해서 『광기의 역사』서문도 꼭 읽어보라고 하고 싶습니다. 이건 너무 길어서 사진으로 첨부할게요. 여기선 일부분만.
    "이미 오래된 이 책에 대해 새로운 서문을 써야 하다니, 솔직히 말해서 마음이 안 내킨다. 어떻게 쓰건, 틀림없이 이 책의 과거를 정당화하고 이 책을 가능한 한 오늘날의 상황에 재편입시키려고 할 터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가능하건 불가능하건, 능숙하게 행해지건 서투르게 이루어지건, 정직한 일이 아닐 것이다...."

    *'권력'을 부정적이고 법적으로 생각하던 습관을 없애기가 참 힘들죠? 누구나 마찬가지일 것 같아요. 푸코는 그래서 '권력'과 '지배'를 구분합니다.
    "한 개인 또는 하나의 사회집단이 권력관계의 한 영역을 차단하고 - 정치적 또는 군사적 수단뿐만 아니라 경제적 도구를 사용함으로써 - 그것을 무감각하고 불변적인 것으로 만들며 모든 운동의 가역성을 차단해버릴 경우"(<권력, 자아, 윤리>를 '지배'라고 부릅니다.
    이런 지배에서는 "자유의 실천이 존재할 수 없으며, 또한 있다고 해도 일면적이거나 아니면 극단적으로 제한"되겠죠.

    *광기의 역사 서문

    KakaoTalk_20200403_085619529_03-horz.jpg

  • 2020-04-03 11:52

    적절한 규율과 훈육이 필요한 것일까?
    아니면 규율과 훈육이라는 언표를 바꿔야하는 것은 아닐까?
    전 규율과 훈육이라는 고정성을 버려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사실 이 필요성에 공감한다는 것은 그 만큼 권력이 내면화 되어 있음을 말하고 있는 것도 같구요.
    권력이 작동하는 지점도 저항이 생기는 지점도 내 안에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내면화된 권력에 인식이 닫지 않으면 저항도 생기지 않겠지요...
    윤리, 수신, 수행, 루틴 등의 유동적인 언표를 규율과 훈육 대신 생각해 보고 싶네요..

    • 2020-04-03 12:54

      음.... 질문이 좀 이상한데요? ^^

      푸코는 규율(훈육)권력이 "필요한 것"이다라고 말한 적이 없어요.
      고전주의 시대에 등장한 새로운 권력메커니즘 (개인의 신체에 작용하고, 그 신체의 유용성을 증가시키는)을 '규율권력'이라고 부른 거죠.
      (필요하다, 아니다라는 가치론적 접근이 아니라 권력의 물리학적 분석이죠)

      권력을 내면화한다는 표현도 좀 오해가 있을 수 있어요.
      이렇게 말하면 대문자 권력이 전제되겠죠?
      나를 억압하는 타자가 행사하는 권력을 내가 내면화한다....이런 식으로요.

      • 2020-04-04 07:32

        적절한 규율과 훈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는
        루틴님의 후기 중 한 대목에 저도 문제 제기를 해본거구요.
        푸코가 말하는 규율권력과 생명권력을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부지불식간에 내면화하고(스며들어)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내면화란 말이 문제가 된다면 스스로 만들고 있는 것이라고 해야 맞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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