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학기-양생 세미나 <마음의 생태학> 2부 후기

기린
2021-09-17 00:03
413

그레고리 베이트슨의 『마음의 생태학』은 1972년에 출간되었으며, 저자의 가장 핵심적인 사상을 담고 있다고 한다. 저자는 이 책의 개론에서 “내가 ‘마음’ 이라고 부르는 관념들의 집합에 대한 새로운 사고 방법을 제안하기 위해서” 그동안 발표한 에세이들을 모아서 출간한다고 밝히고 있다. 저자의 딸이 쓴 서문에 의하면 “그레고리가 관심을 가졌던 과정들은 본질적으로 앎의 과정들, 즉 지각, 커뮤니케이션, 코드화와 번역이었다. 그러므로 인식론이다.” 라고도 했다. 그렇다면 기존의 인식의 틀에서 새로운 사고 방법을 제안했다고도 볼 수 있는데, 그래서 그런가 에세이들이 수월하게 읽히지 않았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2부 '인류학에서의 형태와 패턴' 부분을 읽었다. 총 다섯 개의 에세이로 구성되었는데 전반적으로 인류학적 자료를 기반으로 해서 그 사회에서 일어나는 분열이(대칭적 분열과 보완적 분열) 발생하는 형태들을 분석했다. 한편으로 그러한 분열이 발생하지 않는 발리 원주민들의 사회도 분석하면서 그 사이에 존재하는 차이를 분석하기도 했다. 특히 발리의 에토스들을 통해 구성원들이 누적적 상호 작용으로 클라이막스를 찾는 것에서 멀어지게 해서 균형을 유지하는 상태를 정상 상태라고 명명했다. 나는 발리의 에토스 중에서도 발리 사회의 관계에서 예절에 관한 세부사항이 너무 복잡하고 다양해서 개개인들이 한시라도 실수할까 두려워한다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개인들이 반복해서 수용하게 되는 예절로 경쟁적 상호작용 관계를 불가능하도록 어느 정도는 제어가 가능했다. 이런 자료는 인류가 사회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발명했던 체계들이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다양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발리인들이 남긴 회화를 분석하면서 예술 작업을 통해서 인간의 의식이 목표 지향적으로 치우치는 것을 교정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펴는 에세이도 있었다. 인간의 마음의 체계적 본질을 이해하기 위해서도 예술이나 꿈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 회화를 인터넷에서 찾아보았는데 저자의 해석을 따라서 그 모양을 찾는 것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저자는 이 회화를 단 하나의 심오한 의미로 해석하기보다 이중적으로 파악하고 거기에 상상을 보태어 발리인의 사회조직을 상징적으로 재현했다고까지 해석했다. 인류학의 전거로 연구된 자료들에서 발견된 형태와 패턴으로 과학이나 철학, 종교가 따로 떨어지기 이전의 사고 체계를 통해 인간의 마음이 작동하는 체계를 탐구하겠다는 저자의 의도를 이해하며 읽기에는 어려운 난관이 너무 많은 내용이었다.

 

각 부를 구성하고 있는 에세이들이 각각의 주제를 다루고 있으면서도 앞의 에세이에서 다른 내용이 그 다음 에세이에서도 나오는 것을 보면 분명 맥락적으로 연결을 된 듯했다. 아무리 어려워도 읽고 또 읽다보면 가닥을 잡을 수 있다고는 하지만 우리는 세미나를 하는 내내 그 가닥을 따라가느라 허덕댔다. 더구나 저자의 연구 성과가 인공 두뇌학, 유전학, 정신의학, 병리학, 생태학 등등의 여러 분야에 걸쳐 있다고 하니 모르는 내용이 첩첩일 거라는 부담감도 더 상승했다. 모르면 모르는 대로  읽을 수 있으면 또 읽어내면서 끝까지 세미나를 하다 보면 현재 작동하는 마음의 체계에 대해 뭐라도 건질 것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만 가득한 채 세미나를 마쳤다. 3부는 정신 분석이란다. 갈 길이 구만리 같다.

 

댓글 3
  • 2021-09-22 23:54

    코투님은 셈나를 통해 2장에 대한 큰 그림이 이해되었다고 하셨는데, 저는 여전히 무엇에 대한 이야기인지 종잡을 수 없어 당황스럽습니다.  '마음의 생태학'이라는 제목과 도대체 이러한 내용들은 어떤 관계가 있는 건가,  종잡을 수 없는 '마음'이라는 단어에 갇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건가 ,  끝까지 다 읽어야지만 뭐가 조금이라도 보이려나.... 하면서요..

    게다가 번역도 탓했습니다... p241 '실제로 이런 상황에서 외관상 소수의 사람만이 창밖을 보고 자신들의 정보를 복사하려는 것으로부터 스스로를 제한한다.'  조금 더 간결하게 번역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닐까 ? 너무 직역해놔서 당췌 무슨 말인지 또 읽고 또 읽게 만드는 거 아냐 ? 아니야, 이건 이렇게 그대로 풀어줘야 그 함의가 전달되는 걸거야... 등등...  알듯말듯,  쓰니 또 모르겠고....

    그래서 책 맨 뒤의 '번역을 마치며' 박대식님의 글을 보았습니다.

    "현재 우리는 풍요로운 물질 문명의 진보 속에서 살고 있지만, 인간관계의 단절과 갈등, 경제적 불균형의 심화, 권력의 집중, 환경 파괴 등으로 어려움에 직면해있다. 하지만 그  잘못된 시스템에는 우리 자신도 포함되어 있고 그 시장을 움직이는 건 바로 인간의 마음이라는 인식은 하지 못하고 있다.  근대 문명이 자연에서 인간을 분리하는 데서 시작되었다. 생태계의 건강이란 인간과 자연이 서로 어울려 조화, 균형, 공진화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진짜 문제는 문제를 바라보는 인식이다. 

    베이트슨은 근대 문명이 육체에서 마음을, 물질에서 정신을 자연에서 인간을 분리한 데서 출발했으며 인간과 인간의 관계를 나와 타자,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나와 그것으로 설정한 것에 기초한 목적 지향적 의식에서 현재의 위기가 발생했음을 지적한다. 그는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 대한 새로운 이해의 토대-물질에서 마음이 배제되지 않은 마음의 원래 자리를 회복한 새로운 인식론-를 마련하여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려고 한다.  즉, 인류문명이 당면한 모든 문제는 타자에 대해 잘못 설정된 인식, 이해와 커뮤니케이션의 문제다.  이에 대한 그의 해법은 생태학적 인식, 모든 것이 서로 관계되어 있다는 인식,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발생하는 패턴에 대한 인식이며 이 패턴이야말로 마음 즉 살아있음의 정수다. 그러한 패턴은 예술과 종교에서 느껴지는 조화와 균형, 즉 아름다움과 신성함을 지향할 것이며 지향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이 현재의 모습보다 훨씬 겸손한 모습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마음의 생태학'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지만 이 책은 생태학적 인식론에 관한 책이라 할 수 있다. 

    베이트슨이 고정된 학문적 지위없이 여러 분야를 옮겨다닌 것은 인간의 전 영역에 걸친 문제에 대한 관심과 해결을 모색하려는 의지에서 나온 필연적 결과다.  인간에 대한, 인간을 둘러싸고 있는 자연을 포함한 이 세계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이해에서 출발해 실제적이고도 근본적인 해결을 제시해주는 새로운 인식으로 인간과 자연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 자신을 다시 바라보게 해주는 책이다. "

    패턴이니 커뮤니케이션이니 등등 2부에서 보았던 말들인데.... 그런갑다. 하고 계속 읽어봐야겠습니다.

    • 2021-09-24 08:29

      아이고 제가 말실수를 했나봐요...  2장 큰 그림을 이해했다는 말 취소할래요. ㅠㅠ

  • 2021-09-24 08:28

    '발리' 부족과 '원시 예술'은 읽지 못했는데, 기린 샘 정리로 이해하고 넘어갑니다.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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