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학기 동의보감 세미나 3회차 후기

그믐
2021-08-13 02:45
262

 칸트는 <계몽이란 무엇인가>에서 계몽을 나가는 곳, 비상구, 출구로 정의했다. 계몽의 출구가 우리를 미성숙에서 해방시키는 것이라고 지적했고, 미성숙이란 책이 우리의 오성을 대신하는 일, ~ ,의사가 우리의 식이요법을 결정하는 일을 말한다. 그리고 이 출구는 일종의 과업과 의무이기도 해서 “감히 알려고 하라!!” 즉 계몽이란 인류가 집단적으로 참여하는 과정인 동시에 개인적으로 실행해야 하는 용기있는 행위이다. 칸트의 계몽에 대한 정식화로 당대와 맺는 태도이다. ‘아는 대로 실천해라, 아는 대로 감히 발언하라’ 라는...(문탁넷 금요클래식/자기배려 「주체의 해석학」 문탁샘 4강 중)

 

 몸에 대해 이성을 사용한다는 것, 의사에게 나의 식이요법을 결정하게 하기 전에 이성의 사적 사용이 되건 공적 사용이 되건 미성숙에서 해방시켜야 할 부분이다. 물론 어떻게 이성이 공적인 형태를 띨 것인가를 아는 것, 알려고 하는 대담성을 실행에 옮길 수 있는가를 아는 것이 미성숙에서 해방이다.

 

 뜬금없이 푸코의 자기배려 강의를 소환했다. 칸트가 대놓고 ‘의사가 식이요법을 결정하는 일’을 미성숙의 예로 지적해줬고, 우리를 미성숙에서 해방시키는 게 출구라고 정의해 준 덕에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동의보감」으로 이어졌다. 엊그제 도담샘 강의에서도 의학을 전문가의 분야만으로 치부하지 말고 ‘감히 알고자 하고, 감히 물어라’라고 하셨다. 하지만 ‘약은 약사에게 진료는 의사에게’, 이게 어제까지도 내가 「동의보감」을 대하는 태도였다. 의학 전문 백과사전에 감히 어찌 도전할 거냐고 일단은 거리를 두었고, 의학서에 무슨 질문이 있냐고, 감히 무엇을 물을 수 있기나 한거냐고... 사실은 열심히 공부하기 싫은 핑계를 대고 있었는데, 딱 걸렸다.

 

 그런데, 「동의보감」은 의외로 재미지다. 살아온 이력만큼 여기저기서 주워들은 것들의 출처가 여기였구나. 아주 새삼스럽다.

「동의보감」은 의학을 역리로, 음양오행으로 풀었다. 그래서 오장에 육부가 된 것이다. 지난 시간의 주제가 오장육부다.  

몸 속의 장기는 오장육부로 대표되는 거라 대명사처럼 여기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육부에 아주 생소한 장기가 있다. 그것도 무형의 장기란다. 무형의 장기인 삼초를 가지고 오게 된 건 5와 6의 양의 수, 음의 수로 몸의 생리를 우주적 차원의 역리로 확장시켰다는, 오장육부의 아이러니한 배경이다. 삼초는 음식물의 길이며 기가 생성되고 소통되는 곳이다. 굳이 유형의 물질로 찾고자 한다면 몸속의 비어있는 곳이다. 횡경막과 배꼽을 기준으로 상초, 중초, 하초로 나눈다. 적외선의 온도에 따라 다른 컬러 영상을 얻을 수 있는 열상 카메라로 몸 전체를 찍었을 때 어느 부분은 빨갛고 어느 부분은 초록이고 어느 부분은 노랗게 나오는 그런 것을 상상해본다. 찍힌 컬러를 보고, 중초에 열이 있구나... 뭐 이런 걸 알 수 있는 것일까? 중초에선 위의 활동이 원활하도록 위 주변을 적당히 따뜻이 감싸주는 기운을 주는 역할을 하는 것일까? 둥글레가 이야기한 몸을 입체적으로 보게 된다는 그런 느낌적인 느낌,... 그런게 삼초인가.. 짐작해본다.

 

세미나 시간엔 벌써 풍월을 읊는 동학들이 있어 좀 더 구체적인 질문들이 오간다.

1) 간주소설 ; 간의 소설작용은 나무가 뻗어나가듯이 몸에서 뭉친 기운들을 흩어서 소통시키는 것을 말하는데, 소화가 잘되기 위해 음식물을 잘게 부수어주는 작용이나 뭉친 감정을 흩어버리고 발설시키는 역할 같은 것이다.

2) 심장의 산포작용 ; 심장의 속성인 火가 번지는 것이다. 혈액을 온몸에 골고루 퍼뜨리는 역할을 하지만, 심장의 화기가 넓게 퍼지지 못했을 때 심장은 산포력을 증강시키기 위해 더 열을 내서 박동한다. 그러면 피는 점점 더 뜨거워져서 마르게 되고 피가 마르면 심장은 더욱 과열된다.

3) 폐의 선발 ; 비가 올려보낸 종기(수곡정미)를 (비주승) 전신으로 흩어준다.

-> 이 3가지는 모두 퍼뜨린다는, 발산의 함의가 있는 게 아닌가의 질문인데, 그 역할에 따라 다르게 해석하고 있다.  아직 심장의 산포작용이 확 잡히지 않는다. 심장의 산포는 필수이고 늘 자동으로 일어나는 작용인 듯하나, 또 그 산포로 인해 의도치않은 결과가 생길 수도 있다는 건가?

 

오장육부에서의 재발견은 심장과 신장이다. ‘무거운 것을 들 때 팔과 허리의 근육은 재빠르게 피의 공급을 많이 받는다. 이때의 심장은 가슴에 있지 않고 팔과 허리에 있는 셈이다. 그런 점에서 심장이 지닌 군주적 권력은 탈중심적이며 유목적이다. 심장은 혈맥으로 흩어진 유동하는 장부이다.’ 심장은 main 이고 신장은 sub 인줄만 알았는데, 불을 주관하는 심장과 물을 주관하는 신장은 쌍이다. 인체의 70%인 물을 관리하는데, 심장이 기초대사에만 집중하는 바람에 잉여에너지의 활동은 간과 함께 신장이 맡는다. 사실 이 잉여에너지의 활동의 자세함은 잘 모르겠지만, 오줌과 관련되어 노폐물 제거는 그 중요함이 숨을 쉬는 것과 다르지 않다. 게다가 신은 뼈도 주관한다고 한다. 누가 신을 sub 라 했는가.

 

「동의보감」은 병이 났을 때의 치료보다 병을 예방하거나 건강을 추구하는 양생의 정신을 첫 번째로 강조하였다. 중국에서 별개의 전통으로 내려오던 의학과 양생의 전통을 하나로 합쳐내어 병의 치료와 예방, 건강도모를 같은 수준에서 헤아릴 수 있게 한 것이라고 한다. 양생 프로젝트에서 자연스럽게 당연하게 접해야하는 텍스트가 된 이유이겠다.

몸에 대한 텍스트인 만큼 본인의 상태나 주변인들의 알음으로 인해 그 만큼 보이고 더 보게도 된다. 그렇게 그 지점에서 각자가 공부를 시작해 나가면 좋을 거라고 권했다. 그믐은 아직은 특이사항이 없다며 특별히 방점을 찍고 볼게 없어라며, 굳이 공부를 멀리하려고 하는데,... 바로 오늘 이 글을 쓰던 이 저녁에 주방에서 넘어졌다. 머리 양쪽을 찧었다. 한 쪽은 100원짜리 동전 크기의 반원모양 혹이 생겼고, 반대쪽엔 2cm 정도 찢겨 피가 난다.

「동의보감」에선 외상에 대해선 또 무어라 하는지 궁금해졌다. 이건 내형이 아니라 외형인가, 아니면 신이나 기와 연결해서 설명을 할까? 아마도 그럴 것 같다. 기가 산만하다느니 하면서..

 

 이전엔 어떤 증상이 나타났을 때 그 원인을 아주 단편적인 원인으로만 보고 부족한 영양소의 보충제로써만 해결하려 했었다.  손톱이 갈라지고 약해지면 손톱이 뼈인 줄 알고 칼슘제를 먹었다, 그래도 차도는 있었다고 생각하는데, 일단 손톱이 어떻게 안좋은지 담의 문제라면 담과 관련된 다른 증세는 없는지, 다른 장기들과도 연결지어 생각해보고 생활패턴에는 문제가 없는지 등등 살펴봐야할 일들이 라는 것이다. 

 '당대와 맺는 태도이며 감히 알려고 하라' ; 코로나 시대에 바이러스(-폐와 관련된 물질이)가 코 앞에 있다.  그렇다면 폐를 좀더 단련하고 보호하기 위해 어떻게 배려를 할 것인가. 한 번 더 생각해 볼 수 있는 개인적으로 실행해야 하는, 용기있는 행위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계속 주문을 외운다.

 

 

 

 

댓글 2
  • 2021-08-13 07:06

    의외로 재미있다!! 요표현이 가장 인상적이네^^

  • 2021-08-13 22:46

    이 글을 읽는데 그믐의 빠른 말의 속도로 읽었다. 나도 모르게.

    ‘속도’를 오장육부적으로 바라보는 것도 자기배려일듯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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