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학기-동의보감세미나 3회 후기-오장육부의 작동에 대해

기린
2021-08-12 21:42
241

이번 주에 읽은 『동의보감』은 오장육부에 관한 내용이었다. 오장은 간, 심장, 비위, 폐, 신장을 가리키고, 육부는 담, 소장, 위장, 대장, 방광, 삼초를 가리킨다. 『동의보감』에서는 오장 육부의 특징을 ‘감추는 오장, 배출하는 육부’로 본다. “오장이 감추려 하는 것은 정기(精氣)이고, 육부가 잠시 저장했다가 배출하려 하는 것은 음식물이다.” 곧 몸을 정기신으로 보는 관점에서 오장은 음식물을 섭취하여 엑기스라고 할 수 있는 정(精)을 감추어서 기초대사를 원활히 하고, 육부는 엑기스처리 후 남은 찌꺼기를 배출한다. 이때 오장육부는 각각 독립적인 작용과 기(氣)로 변하여 서로서로 연동되는 활동이 함께 이루어진다. 또 오장육부는 각각 음양오행에 배속되어 자연과 연결된 양상을 띤다고 밝히고 있다.

 

오장 중에 간과 심장은 화기(火氣)를 써서 혈을 온 몸으로 순환시킨다. 또 폐는 호흡을 통해 기를 주관하고 신장은 수기(水氣)를 써서 순환에 관여한다. 그 중에서도 신장은 정기신 중 정을 저장하는 가장 음적인 공간이니 물의 형태를 띤다. 상초 부분에서 활성화 되는 화기와 하초에서 저장된 수기 그리고 그 사이 비위는 음식물을 통해 얻은 영양물질을 폐로 보낼 때도 화기가 작동한다. 거칠게 위의 화기와 아래의 수기의 순환이 항상성을 유지하게 되면 병증이 발현되지 않게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수승화강(水升火降)이 잘 되어야 한다. “양기가 정에서 변화된 음의 진액을 이끌고 위로 올라가고, 올라간 물이 불을 머금고 내려와야 수기와 화기가 잘 섞일 수 있다.”(106)

 

그렇다면, 심장이 주도하는 화기와 신장이 주관하는 수기가 아래 위로 잘 돌지 못하는 원인은 무엇일까? 『동의보감』에서는 몸 밖에서 섭취하는 음식이나 풍한서습조화 등의 육기(六氣)와 함께 희노우사비경공 등의 칠기(七氣)의 불균형을 원인으로 꼽는다. 그 중에서도 칠기, 즉 기쁘고, 노하고, 슬프고, 생각이 많고, 근심하고, 놀라고, 두려워하는 등의 감정의 동요도 병증으로 본다. 감정은 내 안에서 일어나지만, 그 감정을 야기하는 것은 외부의 사건이다. 그러다보니 내 안에 들어온 외부의 이질적인 것들이 요동을 치게 되면 정기신의 순환에 문제가 생긴다. 이 칠기는 오장육부에도 배속되어서, 예를 들어 지나치게 노여워하면 노여움이 배속된 간에 문제가 생기고, 생각이 너무 많으면 비위에 문제가 생기는 등이다. 『동의보감』은 이렇게 감정의 동요가 실제 오장육부의 작동에 영향을 미치므로 몸과 정신은 분리될 수 없는 일체라는 근거로 내세운다.

 

실제 임상의 예로 2년 넘게 불면증이 시달리는 부인을 치료한 이야기가 나온다. 의원은 생각이 지나쳐서 비위에 사기(邪氣)가 들었다고 진단했다. 그래서 남편과 짜고 며칠 간 진탕 술만 먹고는 거액의 치료비를 받고는 달아나버렸다. 그러자 부인은 몹시 화를 냈는데, 그날 밤 깊은 잠에 들어 8-9일을 잤다고 한다. 그 후 건강을 회복했다고 한다. 이것은 오행의 상극 관계로 간에 배속된 목(木)기운이 화를 내는 것을 활용해서 토(土)기운의 생각이 많은 것을 흩어버린 경우다. 바로 목극토 기법, 목기운이 토기운을 극하는 관계를 치료법으로 쓴 것이다. 『동의보감』에는 이런 치료법이 수두룩한데 “특정 장기의 국소적 병인을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그 병증과 연관된 계열들을 찾아내고 그 계열 전체를 원활하게 돌아가도록 하는 것, 그것이 치유의 원칙” 인 것이다.

 

『동의보감』에서 이런 문장들을 읽고 있으니 친구들의 습이 허투루 보이지 않는다. 잠이 안 온다는 친구의 얘기를 들으면, 오... 생각이 많은가? 그럼 비위가 약한걸까? 나도 화를 돋구는 방법을 한 번 써볼까? 실행에 옮기지는 못하지만 생각은 해본다 ㅋ. 이렇게 선무당 사람 잡을 망상의 시절을 보내고 있는가 하면, 친구의 탄식처럼 서당개 풍월 읊는 시늉이 절로 되는 『동의보감』 읽는 시간이 흘러가고 있다.

댓글 2
  • 2021-08-13 07:08

    확실히 서당개가 동의보감 풍월을 좀 읊게 됐지!!

  • 2021-08-13 22:39

    크게 보면 화도 에너지고 수도 에너지이지만, 간이 화기를 이용하여 간장혈(근육의 힘을 쓸 때 빠르게 소설작용으로써 즉 목기운을 써서 간이 혈을 근육으로 보내준다고는 하지만 엄격히 얘기해서 혈액순환을 시키는 것은 아닙니다)을 한다거나 비가 화기를 이용하여 비주승을 한다고 말하지는 않습니다. 간이 상화를 이용하는 건 외부활동을 할 때라고 합니다. 신장도 상화를 쓰는데 그러면 상화를 쓰는 장부는 모두 화기를 쓴다고 해야할까요? 따지고 드니 약간 헛갈리지만 암튼 오장육부에 배속된 오행의 기운으로 설명하는 게 더 맞을 듯 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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