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생 프로젝트 시즌 1 6강 1조 후기

무사
2021-04-04 09:15
345

그리 꼼꼼하게 읽을 필요있겠나 싶었다. 먼저 한번 죽~ 읽고, 두번째는 발제하면서 읽고, 마지막으로 발제한 내용을 보며 메모를 정리했다. 워쉬번이 블라블라~ 수잔 리플리가 블라블라~ 제인 보제스가 블라블라~ '그걸 구체적으로 비교 분석하며 읽어야 하나?'싶었기에. 나에게는 그저 여성의 신체에 갇혀 가부장적 목소리로 구성된 지식(의 배치)을 상속받은 부계(워쉬번)의 딸들이 남성 과학자들의 전략, 진리의 탈을 쓴 허구, ‘나쁜 과학’을 폭로하고 파헤치며 창작하고 명명하는 권력을 얻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으로 읽혔다. 그 과정에서 여성 과학자들은 각자의 차이를 드러냈다. 차이. 

 

메모를 올릴 때도 썼지만, 조원들한테 미안한 마음이 크다. 청소에도 일조하지 못하고, 줌 설치하는 시간, 노력 등등. 줌으로 참석하다보니, 세미나 중간 중간 하려 했던 말은 이미 타임을 놓쳐 공중에 흩어지기 일쑤. 다시 잘 모아지지 않으니 흩어진 말들은 아직 내가 한 공부 조각은 아닌 모양이다. 그렇다고 굳이 말할 기회를 얻고 싶은 것도 아니다. 묘~한 줌 세미나 라이프~

 

줌 속 조원들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으나 나름의 상상력을 발휘해보면,(다른 내용이 있으면 댓글주세요ㅎ)

 

기린님은 '경험은 차이의 다른 표현인 것 같다'고 하셨다. 그래서 공유가 어렵다고. 본인 메모에서 예로 든 <82년생 김지영>에 대해서는 경험이 다르기 때문에 공유의 정도/방식의 차이가 생기지 않을까 한다고.

조영님은 <82년생 김지영>을 읽었다고 SNS에 인증한 여성 연예인들이 '메갈'이라며 비판받았던 사례를 소개하며 워마드 같은 래디컬 페미니즘이 한계는 있지만, 왜 그들이 조명되고 등장했는지는 생각해봐야할 문제라고 했다. 픽션은 허구라기 보다는 자신의 경험을 넘어서 제안하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도. 

느티님은 정세랑 작가의 <시선으로부터> 소설을 소개했다. 소설에서는 생전 제사에 진절머리를 냈던 할머니의 10주기 제사상에 제사음식대신 가족들 각자 기뻤던 순간의 이야기를 채집해 올리는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이처럼 다른 이야기가 필요하다고.

모로님은 페미니즘에 그동안 크게 공감하지는 못했지만 미투 등의 일련의 흐름은 인식을 전환하게 된 계기였다고.

명식님은 2부를 읽으며 해러웨이가 매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고. 여성 과학자들의 연구를 담담히 소개할 뿐 섣불리 비판하거나 정답을 찾으려 하지 않는다고. 전략적 수단으로서의 '미러링'의 가치와 한계는 분명히 존재하는 것 같다는 말도.

지원님은 점점 이분법이 견고해지는 정치적, 사회적 상황에서 우리의 이야기를 할 필요를 느끼셨다고. 

 

견고하게 조직된, 이미 완성되어 예쁘게 걸려있는 태피스트리 액자를 내리고 있다. 한올 한올 뜯어내 다시 이야기를 짓는 일은 지난하고 고된 작업일테다. 기존의 익숙한 방식이 아닌 다른 직조법을 택할 경우 더욱 그러할터. 완벽한 태피스트리는 없겠지. 어쩌면 태피스트리를 완성한다는 것 자체가 환상일 수도. 그래서 어렵지만, 이제는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다행이다. 

 

덧붙임 : 대학 때 고시 공부를 시작하면서 소설을 읽지 않게 되었는데, 앞으로 조금씩 소설을 읽어 봐야겠습니다. 제 좁디 좁은 경험을 넘어 다른 경험에 대한 상상력이 좀 생길까요?

댓글 5
  • 2021-04-04 13:26

    무사님! 줌으로만 만나서 넘 아쉬웠는데.. 어제 잠시 실물영접해서 반가웠어요!! ㅎㅎㅎ 다 줌이면 그나마 나을텐데.. 아무래도 티키타카 이야기하는 게 힘들 거 같아요ㅠ 그래도 이야기 하시고 싶으신거 있으심 손을 들어주세요!! (역시 고전적인 방법이 최고지요 ㅎㅎㅎ) 

    잘 안 들린다면서(ㅠㅠ) 정리는 정확하십니다! ㅎㅎㅎ 

     

    • 2021-04-04 20:25

      저도 어제 모로님 뵈어서 반가웠어요^^들뢰즈 강의에 이어 양생 프로젝트도 같이 공부하게 되었네요ㅎㅎ들리는 부분만 거칠게 정리했어요. 세미나 때 하고 싶은 말 있음 손 들겠습니다ㅎㅎ

  • 2021-04-04 20:12

    저도 해러웨이가 워시본의 여자 제자들을 비판적으로 보고 있다고 느꼈는데, 명식이 읽어낸 해러웨이의 조심스러움 (즉 비난도 칭찬도 아닌)은 강의 후에야 알겠더라구요. 함께 공부하는 장점이 이런게 아닐까 합니다~~

  • 2021-04-04 21:24

    오홋~~ 무사님~~ 세미나 내용을 이렇게 자~알 정리를~~~ 상상력이 아니라 생중계 버전이구면요^^

    저는 무사님까지 일곱이서 하는 우리 조 세미나 방식이야말로 다른 '경험'이 되어 아~ 주 좋습니다~~

    코로나시대의 이 많은 경험들이 유의미해지는 것도 함께 나눌 수 있도록 오래 오래 함께 공부합시다그려~~

  • 2021-04-05 08:03

    가상공간의 무사가 실사로 등장할 때 깜놀한다!! 이상한 감각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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