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생프로젝트 1-4 후기

병아리
2021-03-26 18:47
365

이전에 여성환경연대에서 들었던 강의 후, 토론 시간에 돌봄 윤리에 관한 브라이어도티(우리가 곧 공부할!!) 의 비평에 대해  짧게 접한 적이 있습니다. 브라이어도티는 에코페미니즘의 돌봄윤리가 돌봐야 하는 책임에 대해서는 얘기 하지만 돌보고 싶어하거나 싶어하지 않는 욕망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하도(?) 돌봐야 하는 책임을 강조하는 이야기 속에서  '돌보고 싶은 욕망'에 대한 이야기는, 뭔가 이야기를 완전히 바꿔버리는 이야기, 처럼 느껴졌습니다.   

 

솔직히 저는 해러웨이가 윤리를 이야기할 때, '고통받는 타자의 얼굴'을 들이밀지 않아서 숨통이 트이는 기분이었어요.  소중한 타자. 읽고 말하고 듣고 있으면 기분 좋아지는 이 단어라면, 저도 할 이야기가 있다고 느꼈습니다. 

 

저희 조에서는 '페미니즘인데 왜 갑자기 개이야기?' 부터 '개와는 잘 지낼 수 있어도 사람과는 잘 지낼 수 없을 것 같다'는 고민과 질문들이 있었습니다. 

그 중에서 저는 겸목샘의 '개와는 잘 지낼 수 있어도 사람과는 잘 지낼 수 없을 것 같다'는 얘기에 대해서 일주일 동안 종종 생각해보았어요. 저는 이 말이 사실은 '개'와도 (잘)지내본 구체적인 경험/이야기가 담겨있지 않기 때문에, 언제나 같은 결론 내지 함의를 품게 되는 건 아닐까 싶었습니다. 

 

물론,

'소중한 타자'와 맺는 관계는 저희 엄마와 할머니의 말씀대로, 정말 "징글징글하다"고 생각해요.  외국에 가있는 부자 친구들은 음악을 즐겨 듣고 가사를 외우고 사랑을 잃고 글을 쓰고 엉엉 웁니다. 하지만 저는 가끔식 사랑은 차라리 잃어버리고 싶을 만큼 질긴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제가 이상한걸까요?  

지원은 반려견 메로니(?)가 어질러 놓은 집을 치우면서 '개x끼...! ' 한다는데, 저는 사실 이 얘기가 가장 웃기고, 공감이 갔어요.  그냥 '개x끼'하고 마는게 아니라 '치우면서' 개x끼한다는 부분이요. 

 

할머니는 할아버지의 웅얼거리고 끊기는 말을 다 알아듣고, 저는 오빠의 말을, 제 친구 민들레는 오랜 반려견의 말을 알아듣습니다. 반려종 선언을 읽고 어떤 분은 '어떻게 관계를 (잘)맺을 수 있을까, 어떻게 훈련하란 말인가?'를 고민했지만, 저는 '우리'들은 잘해나가고 있고  문제는, 퀴어 축제를 두고 '거부할 권리'를 내세운 정치인의 발언 같은 것 아닐까 싶었어요. 

관련 기사를 읽다가, 무지개 마스크를 쓴 성소수자 부모님들의 사진을 보았는데, 해러웨이가 말하는 윤리란 이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누군가의 편에서. 중립적이고 무구한 입장이 아니라. 

 

어쩌면 당신의 '정체성'을 묻는 질문보다, 당신의 '소중한 타자'에 대해 묻는 질문이 그 사람을 더 잘 알기 위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

 

영화를 보고 유쾌한 해러웨이이기 때문에 그런 관계가 가능하지 않겠냐는 소감도 있었지만, 그런 관계가 해러웨이의 유쾌함과 유머를 가능하게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   

 

일주일 동안, 이런 저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댓글 3
  • 2021-03-26 22:58

    당신의 정체성이 아니라 당신의 소중한 타자에 대한 입장....이라고 하니 뭔가 달리 느껴지는 기분이네요!

  • 2021-03-26 23:00

    당신의 소중한 타자에 대해 묻는...소중한 타자와 서로를 훈련하며 좀 더 살만한 세계를 만들려면 유머는 필수인 것 같아요. 잘읽었습니다^^

  • 2021-03-27 00:28

    ㅋㅋㅋ이야기 너무 맛깔지게 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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