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생프로젝트 시즌 1 _ 4강 후기

모로
2021-03-26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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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생 프로젝트가 시작되고, 해러웨이의 책과 공부 한지 벌써 4주 차가 되었다. 특강도 포함되어 있던 터라 벌써 한 달이나 지난 사실에 얼떨떨할 따름이다. 하지만 해러웨이와는 확실하게 앞면을 튼 것 같다. 혼자 내적 친밀감을 느끼면서 다음 텍스트를 읽을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기 때문이다. (응???)

 

솔직히 말하면 나는 페미니즘에 대해서 선입견이 있었다. ‘뭐 그렇게까지 할 게 뭐 있어?’라고 페미니즘이라는 단어에 대해서 피로감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엄마가 올해는 무엇을 공부하냐고 물었을 때 그냥 인문학이라고 답했다. 항상 엄마의 눈에는 아직도 이해할 수 없는 딸래미인 나는 페미니즘이라는 단어를 내뱉으면서 걱정(?)을 끼쳐드리기 싫었기 때문이다. 그런 내가 굳이 페미니즘 공부를 하기로 마음먹은 이유는 뭘까. 그냥 이 사람들이랑 함께 공부하면 재미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가끔 단순하고 즉흥적인 선택이 좋을 때도 있는 것 같다.

 

4주 차 수업은 해러웨이의 반려종 선언이었다. 사이보그 선언 보다는 반려종 선언이 더 쉽게 읽어졌다. 사이보그와도 마음을 나누었는데, 반려종과 나의 연결성을 찾는 것은 더 쉽지 않았을까. 문탁 선생님은 강의 시간에 ‘나는 개가 싫다’고 선언(!)하셨는데, 처음에는 그렇게까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이쁜 아이들이 싫다고?? 라는 의문이 들었는데 강의를 듣다보니 또 다른 시각으로 보는 것도 이해가 간다. 개를 키우는 것 자체가 계급적이지 않을가!라고 물음을 던지셨기 때문이다. 사실 동물이 동물답지 않게 키워지는 모습도 많다. 거의 자식과도 같은 사랑과 돈과 걱정을 가지고 키워지고 혹은 자신을 과시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용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많을텐데.. 라고 생각하며 나 스스로도 우리 집 고양이를 딸로 부르는 것을 멈추기로 했다. 해러웨이 말대로 어떻게 가장 덜 폭력적인 모습으로 함께 살아갈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해보기로 한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생각의 폭을 조금씩 늘리는 일인 것 같다. 코딱지만했던 나의 주머니를 1미리씩 2미리씩 늘려가는 게 재미있다. 내가 선입견(?)을 가진 것과는 달리 페미니즘은 보편성에 대한 질문에서 시작된 담론이고, 그 차이에 대한 인식론이며, 그 차이가 상대주의 나 또다른 보편주의에 빠지지 않게 하는 방법이라고 한다. 특히나 해러웨이는 보편적으로 생각했던 방식에서 한 번 더 깊이 들어가 “이렇게도 생각해 보지 않을래?”라고 질문을 던져주는 점이 가장 좋은 것 같다. 힘들지만 함께 읽으면 한 뼘이라도 나아갈 수 있겠지.. 그래서 다음엔 뭐라고요? 네? 유인원이라고요?? ㅎㅎㅎㅎ

 

댓글 4
  • 2021-03-26 14:34

    고양이를 딸로 불렀었군요. ㅎㅎㅎ

    난 강아지를 동생으로 불렀었는데 ㅋ

    맞아요. 내가 강아지랑 어떻게 살았었나 되돌아 보게 되더라구요. 

    아무리 가족같이 지냈다고는 하지만 분명 위계적으로 또 감정적으로 관계를 맺었었구나 생각했어요.

     

     

  • 2021-03-26 15:56

    보편성에 대한 질문~ 맞아요~ 좋아요~~

  • 2021-03-26 18:21

    헤러웨이의 강점은 자신이 처한 조건을 회피하지 않고, 그것에 대한 책임을 지면서도 새로운 가능성을 찾는데 있는 것 같습니다.

    오늘날 한국은 개와 함께 살기 정말 안좋은 조건이죠. 또 가족의 확장으로서 개를 키우는 모습이 보이기도 하구요.

    그렇지만 저는 그 안에서도 우리가 어떤 가능성을 찾아볼 수 있을까 고민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헤러웨이의 '훈련'은 인간에 대한 인간의 훈련까지 확장할 수 있는 개에 대한 인간의 훈련이지만, 인간에 대한 개의 훈련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문탁 선생님이 주변에서 개와 '가족'이 아닌 관계를 맺고 있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고 하셨는데

    저는 오히려 헤러웨이 책을 읽으며 저와 제 주변에서 개를 키우면서 서로를 훈련해나가는 모습을 찾아볼 수 있었어요.

    현재의 모든 모습을 긍정한다는 의미라기보단... 진짜 개를 어떻게 키워야하는지 고민하는 사람들에겐 새로운 시각을 제시해준다고나 할까요.

    개가 산책하기에도 인간과 함께 살아가기에도 정말 조건이 좋지 않은 한국 도시 현실에서

    그래도 우리가 이렇게나마 서로 만나고 있다,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훈련해가며 만나고 있다는 가능성을 볼 수 있어서, 또 이 관계를 앞으로 어떤 방향과 시각을 가지고 나아가면 좋을지에 대한 힌트를 발견할 수 있어서 즐거웠습니다.

  • 2021-03-27 00:33

    저도 고은 댓글처럼 해러웨이의 슬로건인 "닥치고 훈련!" 은 개와 인간이 서로에게 하는 말인 것 같아요.

    요새 저희 집 고양이가 방광염 비스무리한 것으로 아픈데.. 그럴 때마다 떠나간 애인을 생각하며 후회하는 전남친마냥

    이게 그 싸인이었을까, 내가 뭐가 부족했나, 얘는 말을(..) 하지... 하면서 그제서야 열심히 행간을 읽으려 하게 됩니다.

    고양이도 화장실 앞에 웅크리고 앉아서 아픈 티를 내더라구요. '짐승'은 무리에서 도태될까 아픈 티를 안낸다던데 하는 생각도 스치면서 

    이런 것도 언어적인 훈련이라면 훈련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ㅎㅎ 

    그나저나 페미니즘 대신 인문학한다고 위장하는 모로님이 귀엽기도 하고ㅎㅎ 솔직해서 기분이 좋아지는 후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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