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생프로젝트 시즌1-4강 후기

송우현
2021-03-22 15:11
1031

 조별모임으로는 두번째, 특강까지 합하면 네번째 시간이었네요.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느낌이라 아주 정신없습니다ㅎ 그럼에도 위안이 되는 점은 별 기대가 없던 양생의 텍스트가 아주 재밌다는 점이에요. 저희 조(둥글레조)의 세미나도 무척 재밌습니다. 기대가 없었다는 건 그만큼 페미니즘이나 해러웨이에 대해 아는 게 없었다는 뜻이죠ㅎ.

 

 어쨌든 사이보그선언에 이은 반려종선언은 여전히 경계에 서면서 다양한 생명체(종)과 살아가야한다고 강조하는데요, 반려견 카옌과의 이야기 라던가, 구체적인 사례들이 많아서 쉽게 읽히고 재밌었어요. 자신의 조건을 가감없이 드러내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이보그나 반려종으로서의 자신의 삶을 당당하게 보여주는 것도 멋있었구요. '미국에 사는 백인 중산층'이라는 조건 때문에 문제를 삼는 경우도 많은데, 저는 철학이라는 게 원래 그런거 아닌가~ 싶었습니다. 다양한 삶의 조건에서 각자의 맥락으로 펼치는 것. 저는 전혀 다른 조건 속에서 펼쳐졌던 페미니즘은 어떤 것이 있을까 궁금하기도 했어요. 이를테면 고대의 동양이라던지...

 

 게다가 저는 다른 누군가의 시그널을 잘 알아차리지 못하는 편이기에, 그런 부분을 연마해야한다고 느끼기도 했답니다. 동물과 함께 살아야하나?ㅎ 또한 타자와의 관계에서 원활하게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는 답답함에 갇혀있었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자꾸 자신이나 상대방의 생각을 고치려고 하고, 연결을 이루어내는 것에 집착하고, 그런 방법을 찾으려고 했다는 거죠. 그것 자체가 나쁘다고 볼 순 없지만, 너무 급하게 마음을 먹고 관계를 너무 짧게 보고, 해러웨이식으로 말하면 SF적 상상력없이 접근했다는 점을 깨달았습니다. '사랑'에 집착한 나머지 '훈련'을 놓쳤달까요. 동양고전에선 인내가 곧 훈련이고 관계는 길게 봐야하는 것이라고 고은누나가 그랬어요. 길게 봐야하기 때문에 해러웨이가 종에 대한 역사를 찾아본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조별 모임에선 동물권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어요. 둥샘이 피터싱어의 '동물해방'이라는 책에 대해 이야기해주셨는데, 이 때의 동물권은 굉장히 인본주의적인 방식으로, '모든 동물과 식물도 고통을 느낀다. 그래서 먹지 말아야한다'는 식이었다고 해요. 이에 대해서는 그들과 인간의 동질성을 찾음으로써, '나'의 영역을 넓히는 방식이라고 해석했는데, 이는 직관적이긴 하지만, 결국 다른 존재들의 결합으로서 '우리'에 도달하지는 못하는 한계가 있지요. 따라서 해러웨이와 비키 헌 등이 말하는 다른 존재로서의 연결과 '소중한 타자성', 존재론적 안무'가 더 의미를 갖는 게 아닌가 합니다.

 

 어렵지만 재밌습니다~ 다음주엔 또 어떤 내용들이 나올까 기대가 되네용! 

댓글 5
  • 2021-03-23 01:53

    ㅋㅋㅋ 철학이라는게 원래 그런게 아닌가 라는 말 재밌네요

  • 2021-03-23 10:01

    사실, 저는 세미나 시작할 때 이야기했듯이 개띠이지만 개를 좋아한다고 말할지 않는 상태라 (이렇게 글을 올리면 뭐가 날아올지도 모른다는 각오로~)

    반려종 선언을 읽으면서 왔다 갔다 했습니다. 다행히도 토요일 아침 메모들을 읽고 집을 나서서 다시 원위치에서 세미나에 참석할 수 있었음을

    감사히 생각했습니다. 메모들을 읽으면서 기분이 좋아지더군요. 왜인지 저도 모릅니다. 아마도 반려종 선언을 읽으면서 제 감정(싫음 ?)이 앞서게 된 것들을 정리할 수 있게 되어서 그랬던 것 같아요.

    이번에 동물권 이야기가 잠깐 나왔는데, 인간이 동물에 가하는 일방적인 폭력이라는 게 하등하게 대하는 방식일 텐데 동물권에서 주장하는 게

    단지 생명(생명유지와 죽음)에 대한 것만은 아닐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처음해봤습니다.  

    우현인 해러웨이가 좋다는데, 뇌가 말랑말랑해서 더 그런가봐요. 상상력이 부족한 저는 그저 신기합니다. 

     

     

  • 2021-03-24 11:08

    동물권 입문을 피터 싱어의 <<동물해방>>으로 했는데 그는 동물의 고통에 초점을 맞춥니다.

    당시 제가 동물권에 대해 얘기했을 때, 혹자는 피터 싱어의 공리주의적인 입장에,

    혹자는 식물의 고통에 대해 반론을 했었습니다.

    <반려종 선언>에서는 동물권과는 다른 결로 동물에 대해 얘기하는 게 좋았습니다.

    해러웨이는 당연히 공리주의적이지 않죠.

    '소중한 타자'에 대한 깊은 사유가 공리, 보편, 윤리에 대해 다른 결을 가지게 하는 게 아닐까요?

    정해진 것(딱딱한 것)이 아닌 열린 결말(말랑한 것으)로서 SF랄까? ㅋㅋㅋ

  • 2021-03-26 15:58

    어렵지만 재밌다~~~저도요~~ 좋아요 ~~

  • 2021-03-26 18:33

    헤러웨이가 반려종 선언을 사랑에 대한 이야기라고 했는데, 이 말 자체가 섹슈얼리티와 생명에 대한 꽤 명쾌한 설명이라는 느낌이 들었어요.

    다른 존재와 딥키스를 나누고 다른 종과 수간을 하는 것, 이것이 사랑이라는 말은

    섹슈얼한 관계 자체도 사실은 다른 존재와 만나고 이어지는 일이라는 것을 의미하는 것 같아요.

    오늘날 '섹슈얼'에 대한 판타지에서 벗어나 보면, 사실 섹슈얼리티-사랑은 다른 존재와의 연결을 의미하고 그것이 곧 존재를 의미하게 되는 것이겠죠.

     

    참참..

    '존재론적 안무', '훈련'을 제가 '仁'이라고 하니까 우현이가 "그러면 힙합도 존재론적 안무지"하며 "컹"하며 웃던 모습이 떠오르네요.

    仁은 본디 연결을 의미하는데, 공자는 이것을 사랑이라고 표현하기도 해요. 

    얼마전에 <걸 헤이 유교걸>에서 仁에 대한 글을 쓰고 이번에 이 책을 읽고 보니,

    仁이 들뢰즤의 사랑 개념과 헤러웨이의 섹슈얼리티-사랑의 맥락을 완전히 꿰뚫고 있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제가 이번에 요렇게 조롷게 이해하게 된 사랑이란

    다른 존재들과 연결되어 있는 것이고, 그것이 곧 존재이자 생명이고, 섹슈얼리티 역시 그 맥락에서 벗어날 수 없음 정도가 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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