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생1분기 해러웨이 <사이보그 선언> 후기

기린
2021-03-18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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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딱 들어도 마르크스의 <공산당 선언>이 생각나는 <사이보그 선언>. 해러웨이 1985년에 이 선언을 썼다고 한다. 올해 페미니즘 공부를 한다는 결정이 된 후 처음 접한 사상가다. 당연 그의 선언문도 처음이다. 35년 전에 쓴 문장들인데도 현재 우리가 처한 현실과 연동시켰을 때 전혀 올드하지 않았다. 당시의 가정, 시장, 직장, 국가, 학교, 병원, 교회 등에서 여성이 어떤 “자리”에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관념화될지 전망한 문장들이 있다. 그 중 “가정” 부분만 보자면

 

가정: 여성 가장 가구, 연속적인 일부일처, 남성의 도주, 독거하는 노년 여성, 가사 노동의 테크놀로지, 가사 노동의 임노동화, 가정 노역장의 재출현, 가정 기반 사업과 재택근무, 전자화된 가내 공업, 도시의 홈리스, 이주, 모듈화된 건축, 강화된(시뮬레이트된) 핵가족, 강도 높은 가정폭력

 

 지금 가족 내에서 사회문제로 대두되는 많은 문제를 포함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해러웨이가 보기에 이렇게 전망되는 삶들의 변화 속에서 “경험”하게 되는 것들을 해명하기에 “마르크스주의, 정신분석, 페미니즘, 인류학의 노력조차 아직 초보적 단계”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해러웨이는 <사이보그 선언>을 써 자신의 주장을 펼친다. 사이보그는 “대항적이고 유토피아적이며 순수성 따위는 전혀 없다.”

 

 세미나 후 튜터님은 사이보그는 “개념이 아니라 형상이고 수행적 이미지이고 새롭고 논쟁적 지형을 드러내는 지도그리기 방법” 이라고 했다. 그러므로 해러웨이가 사이보그라는 표현을 씀으로 취하고자 하는 전략적 효과를 살펴봐야 한다고 했다. “위반”하는 이미지로서의 효과 즉, 기존의 정치와는 다른 정치적 가능성을 찾을 수 있는 자원으로서의 효과, 또 하나는 “자연화된 정체성”이 없음에서 오는 효과도 있다고 한다. 그 결과 “정치의 결과를 정체성이나 전위당, 순수성, 어머니의 역할에서 찾을 필요에서 해방시켜준다.”

 

 문장은 압축적이고, 이런 뜻인가 싶으면 다시 읽으면 또 다른 의미가 읽히는 텍스트와의 씨름이 또 시작되었다. 늘 그렇지만 세미나 시간에는 뭘 좀 알아들은 것 같았지만, 막상 후기를 쓰려니 계속 모르는 것만 확인하게 되는 난감함도 여전하다. 페미니즘 자체가 여성의 경험에 기반한 사상이라고 할 때, 여성과 가장 관련이 적을 것 같은 기계의 이미지를 전면에 내세운 사이보그라는 표현으로 기존의 질서(이원론에 기반한)를 적극적으로 해체하고 다시 조립하기를 실천하자는 주장인 것 같다는 거친 맥락만 잡고 가볼 수밖에 없겠다.

댓글 3
  • 2021-03-19 07:59

    인간만 정치를 못한다는 뼈때리는 진단이 떠오르네요. 서울시장 선거와 LH와 내곡동을 날마다 뉴스에서 보면서.....우찌 해야 하나?

  • 2021-03-19 09:31

    '늘 그렇지만 세미나 시간에는 뭘 좀 알아들은 것 같았지만, 막상 후기를 쓰려니 계속 모르는 것만 확인하게 되는 난감함' 에 공감하고 떠납니다! ㅎㅎㅎ 분명히 저번주엔 이해한거 같았는데요?? 😭

  • 2021-03-19 13:29

    유토피아적으로 저항성을 생산할 수 있는 해러웨이 멋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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