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몸 여성의 지혜 마지막 3주차 후기

먼불빛
2020-11-11 23:46
110

나는 지난번 걷기인문학 전체 세미나를 빠졌기 때문에 이렇게 모두의 얼굴을 직접 보는 것은 아주 아주 오랜만의 일이다. 각자의 멍_걷기를 통해 간접적으로 서로의 근황과 안부를 알 수 있었지만 그래도 역시 나는 돼지털 보다는 아날로그인가 보다.

아, 후기를 쓰라니... 쎄게 말하면 무방비 상태로 걷고 있다가 누가 건 발에 자빠진 느낌이다.

한마디도 안한 죄인가? 여하튼 쓰기 싫은 것을 미루다가 억지로 쓴다. 생각도 잘 안난다.

 

그래도 생각나는 몇가지.

 

오, 놀라워라 ‘사랑’

우선 라라샘에게 나는 조금 놀라고 있다. 음...물론 이분의 경지가 어느 정도인지는 느낌적 느낌으로 알 것 같은데...그래도 ‘나 자신을 사랑’한다느니..이런 말은 나는 아직 참 어렵고, 낯설다. 내가 겪은 사건을 기록하고 거기에 느낌과 감정을 쓰게 되면 객관화 될 수 있고 그 감정으로부터 거리두기가 가능해진다는 말에 아, 나도 한번 해봐야겠다 생각을 했다. 그런데 나는 주절주절 넋두리처럼 밖에 안되던데..그런 작업을 하다보면 나도 어떤 감정으로부터 담담해질 수 있을까? 그러다 보면 나도 나를 ‘사랑한다’고 할 수 있을까? 여튼 이 말은 참 좋아서 밑줄 쫙.

내가 무엇을 가졌거나, 우월해서가 아니라, 그냥 내 존재 자체로 편안하고 만족하는 것, 세상의 나를 재단하지 않고 그대로의 나를 존중하는 것, 그렇게 자연스럽게 나 자신이 되는 것, 지나간 슬픔과 고통의 순간들에 갇히지 않으면서 그것들을 그대로 껴안을 수 있는 것, 그것이 나 자신을 사랑하고 존중하는 것이지 않을까?”

 

루틴샘의 눈물

꿈이야기를 하면서 돌아가신 엄마에 대해 마음껏 슬퍼하지 못한 자신에 대한 연민으로 울게 되었다는 메모를 읽으면서 또 연신 울고 있는 루틴샘의 모습에 같이 코끝이 찡해지기도 마음이 조금 트이는 느낌도 들고 그랬다. 더불어 내 꿈도 생생히 기억났고, 지금은 그것이 무엇을 의미했는지 알 것 같고, 한발 빠져나온 듯한 기분으로 그 꿈을 간간히 생각하는 덤덤한 순간이 되었다는 것이 신기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런데 루틴샘은 그 순간에도 걔들에게 “오늘은 여기까지, 담에 또 보자”고 일시정지를 눌러놓은 그 기지가 재미있고 놀라웠다. 내 생각엔 치유의 반 정도는 온 것 같아 보였다. 저 정도의 기술이라면...ㅎㅎ 그리고 곁에 든든한 지원군 무사님이 있어서 좋아보였다.

 

‘감정’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역시 둥글레샘은 스피노자빠가 확실하다. 그날의 커다란 주제이기도 했던 ‘감정’과 관련하여 스피노자의 정의를 가져와 우리를 설득력있게 이해시켰다. 감정을 적합하게 인식했을 때 그 감정은 능동으로 본다는 것. 감정의 적합한 인식이란, 감정을 부정하지 않고 인정하되 그 원인을 밖이 아닌 내부에서 찾았을 때라고 한다. ‘감정의 억압’이라는 단어가 주는 뭔가 프로이트적인 해석의 느낌 때문에 책을 읽으면서도 조금 찝찝했는데, 감정을 억압하거나 혹은 휘둘리지 않고 다스릴 수 있는 기술로서 사용하기 위해 필요한 인식같아  스피노자식 표현으로 '적합했다'고 말하고 싶네요.

 

이외에도 매실샘의 재기발랄한 메모, 코스모스샘의 진중한 자기 성찰, 초희샘의 자기 감정 알아차리기 변화 등등의 메모를 통해 수많은 이야기들이 오고 갔는데, 미안해요. 다른 분들의 보충,지원 원합니다!

 

어쨌든 매 시간 시간이 우리 각자 자기만의 양생 기술을 알아가는 좋은 기회였음을,

역시 여성으로서 느끼고 있는 감정,고통,그리고 기쁨까지도 점점 함께한다는 느낌이 들어서 마음 또한 훈훈했음을,

아무나 누구에게나, 그리고 나의 시간에게도 인색하게 굴었던 '고맙다'는 말 하고 싶네요. 고마워요~

 

댓글 8
  • 2020-11-12 07:25

    고마워요 먼불빛님♥

  • 2020-11-12 08:16

    매주 몹시 궁금합니다.
    어..왜 이렇게 메모가 안 올아오지?
    결석자는 없나?
    출석부 만들라고 했는데 둥글레는 만들었나?
    전체 세미나엔 들어가볼까? (기린, 새털, 둥글레 동시 曰, "샘, 안 들어오셔도 됩니다")

    여러분이 올리신 메모도 열어보고 (매주 모든 사람의 메모를 읽진 못해유^^)
    후기들이 올라오면 반갑게 읽고 맘이 즐거워지기도 합니다.

    이제 책 한 권 남았네요.
    <몸의 일기> 마지막 전체모임엔 저도 함께!

    그날 다들 봬요.

  • 2020-11-12 10:35

    몸의일기는 전체 모임이 없는디요 문탁샘 ㅋㅋ
    먼불빛님 글솜씨가 역시 ㅎ
    고맙습니다~~

    • 2020-11-12 11:08

      샘~전체 모임 있어요~~
      저번레 안오셔셔... ㅋ

      • 2020-11-13 16:18

        앗 그래요? ㅠ

  • 2020-11-12 11:10

    함께 한다는 느낌 저도 훈훈했어요~

  • 2020-11-12 11:22

    먼불빛샘의 후기에 또한번 눈가에 눈물이 또르르~^^
    눈앞에 보이는 저 바다를 보니 또 다시 빙그레~
    함께 꿀꽈배기를 먹여주는 무사님도 옆에^^

    라라샘의 말씀대로 지금의 평안한 상태에 무한 감사를 하게되네요~

    20201112_111307.jpg

  • 2020-11-13 16:33

    참석못해 아쉬운 마음이네요~ 후기만 읽어도 훈훈해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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