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코 미니에세이③ - paraskeue에 대해 (초희)

문탁
2020-07-24 12:13
622

 

 

다양한 단어로 내상황을 표현할 수 있겠지만 나는...혼란스럽다. 혼란스러운 이유는 내가 어떤 상황에 처했을때 어떻게 행동하고 생각하는 것이 좋은지 아무런 생각이 나지 않는다 느낄 때가 많기 때문같다. 별 것도 아닌 일로다 슬픔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데에도 어떻게 이 상황을 해결해야 할 지 모르겠다. 그래도 가끔 나의 여러 상황들을 도와주는 깨달음들과 마주치고는 한다. 그렇게 상황을벗어 나오지만 문제는  곧 그 유용한 깨달음을 잊어버린다는 것. 다시 아무것도 없이 혼란 속에 있는 느낌으로 돌아온다. 필요할 때 필요한 것이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래서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을 만날 때, 기억해 낼 때 그것을 메모지에 적어 벽에 붙이자고 생각했다. 내가 자주 마주치는 상황 또는 내가 자주 빠지게 되는 나쁜 생각의 고리를 적어 놓으면 다음 번에 알아차릴 수 있지 않을까? 그때 도움이 되었던 생각, 말, 문장들을 적어 놓으면 도움 되지않을까.라는 의도였다.

 

 

 

 

메모지는 더디게 모였다. 그리고 실제로 필요할 때 쳐다보고 행동에 옮기고 그렇게 나에게 도움이 되었던 것은 그 중 5개 정도였다. 벽에 붙이는 것은 나쁜 아이디어는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눈에 잘 보이는 곳에 두면 필요할 때에 볼 수 있지 않을까 했지만, 몇 번은 보다가 시간이 지나면 메모의 존재를 잊거나 안 지키게 되었다. 하나의 예로, 기분이 나의 통제를 벗어났을 때면, 머리 속이 복잡할 때는 산책을 나가라. 라고 적어놓은 메모가 붙어있다. 나는 기분이 어두컴컴해질 때 집 밖에 나서는 것이 기분을 바꾸어 줄 수 있다는 것이 기억나지 않고 집에만 있고 싶어한다. 밖으로 나가기는 지켜질 때도 있고 안 지켜질 때도 있지만 갈수록 메모들을 쳐다보거나 지키는 빈도가 줄어들었다.

 

푸코의 『주체의 해석학』을 읽다가 ‘장비paraskeue’ 라는 단어를 들었다. Paraskeue는 생에 사건이 발생했을 때 잘 대처하기 위해 갖출수 있는 장비이다. 이 ‘장비’가 내가 모으려는 미래의 나에게 유용할 정보들과 비슷한 것일까 싶었다. 푸코가 말하는 장비paraskeue는 무엇일까? 이 장비는 어떻게 만들고 나에게 장착할 수 있는 걸까? 나는 어떻게 장비들을 나의 것으로 만들어 지속적인 실천까지 끌어갈 수 있을까?

 

 

푸코가 말하는 paraskeue(장비)는 무엇일까?

 

성의 역사 1권에서 근대에서 권력&지식과 관계 맺는 주체를 연구하던 푸코는 권력과 지식의 효과로서 주체화하는 방식말고 다른 방식은 없을까 고민했다. 어떻게 하면 새로운 유형의 자기와의 관계를 맺을 수 있을까하는 질문을 가지고서 푸코는(힌트를얻고자) 고대 그리스로 날아갔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자기배려라는 중요한 테마가 있었다. 자신을 배려한다는 것은 자신을 하나의 예술작품이라 여기며 여러 실천들을 통해 자신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이런 목적을 가진 사람들은 이런 종류의 삶을 선택했다. 고대인들이 진실의 실천을 통해 자신을 만들어 나갔다. “그리스, 헬레니즘, 로마의 자기 수양에서 실천과 관련된 주체의 문제는 (...) 다음과 같습니다. 즉 자신이 진실된 바를 알 뿐만 아니라 그것을 말하고 실천하며 수련하는 한에서 주체는 어떻게 적절히 행동할 수 있고 자기 자신이 있어야 하는 바대로 존재할 수 있을까입니다.”(p.346)

 

고대 그리스인들은 진실이 기억 한 켠에 머무르는 것으로 만족하지 않고 자신이 아는, 말로 뱉는 진실대로 행위하는 주체가 되기 위해 실천,고행을 하고자 했다. 진실(logos)이 나의 존재방식(ethos)가 되기 위해. 내가 말하는 바와 내가 일치한다는 것. 이를 위한 실천이 아스케시스이다.

 

아스케시스의 첫 단계는 paraskeue의 구축 즉, 장비의 구축이다. 장비가 필요한 이유는 살아가면서 외부적인 사건을 마주했을때 화를 내지 않고 정념에 파묻히지 않으면서 대처하고 취약한 상태임을 벗어남으로서 자신을 보호하고 흔들리지 않기 위해서이다. 장비는 필요한 때에 나에게 해야 할 바를 말해주거나 그렇게 행동하게 만든다. 하지만 필요할 때 바로 장비를 사용할 수 있기 위해서는 단순히 기억 한 켠에 아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다. 항시 수중에 두기 위해서는 장비가 정신과 몸에 각인될때까지 부단히 반복하고, 자신을 돌아보며 자신에게 새기려고 노력하고 있는지, 진짜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있는지 점검한다.

 

 

장비는 내가 마주치는 어떤 ‘외부사건’에 대처하게 도와 준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는 외부 사건은 가난이나 누군가로부터의 비난 같은 충격적인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만약 내가 ‘무슨 요일까지 책을 00쪽을 읽어가는것’에 흔들린다면 그것이 내가 그것보다 튼튼해져야 하는 외부사건일지 모른다. 나에게 가끔씩 일어나는 사건, 일어난다면 내가 흔들릴것 같은 사건. 그런것들에 대비해야 한다면 그런 사건들이 뭐가 있는지 더 생각해봐야겠다.

 

 

장비는 나의 행동의 합리적인 원칙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참된담론(logoi), 즉 문장들로 이루어져있다. 그것은 “실제로 발화한 문장, 그가 실제로 듣고 읽은 문장, 그가 일상생활의 훈련을 통해 암송하며(...) 노트에 쓰면서 정신 속에 각인한 문장들”이다. 참된 담론은 우리의 사유,표상,욕망의 해석이 아니며, 그것은 “세계와 우리의 관계, 자연의 질서상에서 우리의 위치, 일어나는 사건들과 관련한 우리들의 의존성이나 독립성 내에서만 우리와 연관있다.”(p.526)

 

 

 

 

참된 담론이 뭘까? 참된 담론은 합리적인 행동의 원칙을 만들수 있다고 했다. 어떻게 행동하라는 문장, 마땅히 행동해야 하는 바에 대한 문장이거나, 그런 행동이 무엇인지 아는데 도움이 되는 문장을 가리킬것이다. 어떤 문장들이 내 장비가 될 수 있을까? 내가 어디에선가 들었거나, 나에게 도움이 된 문장들을 생각해보자면..."슬픈 상태에서 해결법을 찾기 어려우니 슬프지 않을 때 준비해야 한다," "세미나에서 말을 많이 하려고 노력하기 보단 좋은 청자가 되려고 노력하기" "스트레스 받으면 차 한잔을 끓이기.", "우울할 때 밖에 나가기 참으로 싫지만 그래도 나가는 편이 더 좋다는 사실. 무조건 밖으로 나가 산책하자.","일하다가 어려움에 부딛치면 내가 속한 팀과 이야기하는 것이 좋다." "배아플땐 굶어라", "틀리는 것을 두려워하면 발전이 힘듦"...등등 이런 것들일까?

 

 

참된 담론(logoi)을 찾아 내고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방법은 다양하다. ‘참되다’고 해서 철학책에서만 찾을 수 있을것 같았는데 다양한 곳에서 찾을수 있었다.(스승의 말을) 경청하기, 독서, 글쓰기, 철학 강의, 친구와 대화에서도 얻을 수 있다. 어느 방법이든 이 때 중요한것은 자신이 듣거나 읽은 참된담론을 자기의 것으로 만드는 것이다. 예를 들면 중요한 것을 들었을때 그것이 사라져 버리지 않도록 즉각적으로 자신을 점검하겠다는 규칙을 만들 수 있다. 미용실을 나설 때 자신의 머리 모양을 확인하듯이 내가 이 참된담론을 내것으로만들고 있나?하고 살피는 것이다. 이렇게 찾은 logoi를 글로 쓰고 그것을 다시 읽는 것 또한 logoi를 자신의 수중에 간직하기 위해서이다. 내 벽에 적어붙인 문장들이그런것들이었을까? 하지만 나는 재독서하는 것을 잊어버렸다 .내가 필요할 때가 찾아오면 그때 벽을 쳐다보면 되겠지 했다. 벽은...아직 수중에 있는 것이 아닌 것 같다.

 

 

이렇게 찾은 logoi를 적은 글, 노트를 자신을 위해서 뿐 아니라 친구에게 조언할 때 쓴 사람들이 있었다. 루킬리우스의 편지가그렇다. 내가 찾은 문장들을 친구(제자,스승)와 나누고, 내가 조언이 필요할 때에는 친구에게서 구하는 관계가 좋아보였다. 타자에게 충고하는 것은 자기자신에게도 삶을 위해 필요한 진실을 상기시키는 효과도 있었다.나를 돌아보자면 나는 어떤 문제에 봉착했을때, 그런데 어떻게해야지 좋을지 모를때 혼자서 해결하려고 애쓰는 편이였다. 하지만 나의 옆에는 나와 비슷한 경험을 겪었고 어떤 해결을 찾은 친구들이 있을때가 있었다. 친구들은 내가 모르는것, 내가 보지 못하는 것을 알려 줄 수 있다.

 

에세이글을 쓰면서, 책의 장비에 관한 부분을 다시 보며 내가 찾은 것은 (새삼이지만) 살아가는데 필요한 장비는 내가 생각하던 것보다 많은 곳에서 찾을수 있구나, 아직 내것이 아닌 앎이 있구나, 실천으로 자신을 새롭게 만들어나가려는 사람들이 있었구나 하는 것들이다. 이렇게 결론을 내도 되나? 실천에 대해서는 아직 잘 모르겠다. 내가 실천을 하게 될까? 어떻게 실천을 실천에 옮길지.

 

이번주에 에세이를 쓰기를 여느 때처럼 시작도 못하다가, 말이 되든 안 되든 써보기 시작한 데에는 친구들의 도움이 있었다. "친구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은 좋다." , "당연한 사실이다. 하지만 나는 정말 그 진실을 내것으로 가지고 있었던 걸가?" 싶다.

댓글 2
  • 2020-07-24 22:50

    초희님
    잘읽었어요~~굿입니다요!

  • 2020-07-26 13:10

    초희님~ 재미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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