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생프로젝트 성의역사 4권 1강 후기

정의와미소
2020-05-22 04:24
84

<성의 역사> 4권: 육욕의 고백 1장 새로운 경험의 출현 후기 -정의와 미소

 

우리도 과거의 거울에 비추어 새로운 품행을 발명해내자!

 

 

<양생 프로그램>이라는 생소한 주제로 성의 역사 1권에서 시작하여 어느새 《성의 역사》 4권을 읽기 시작했다. 철학자이자 역사가인 푸코는 성의 역사라는 경험을 함께 하고자 사람들을 초대했고, 그 안에 우리가 있었다. 푸코가 이러한 방식의 근대성의 경험을 통해서 우리가 다른 모습으로 변환될 수 있는 새로운 품행을 발명해내길 기대했던 것처럼 문탁 샘도, 함께 공부하는 우리도 같은 바램 일 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의 역사》 1,2,3권 내내 아직도 개념이 잡히지 않아 헤매고 있었는데, 이번 주 강의에서는 그동안 읽어왔던 성의 역사 전체를 문탁 샘께서 정리해주셔서 많은 도움이 되었다. 부럽게도 내공이 쌓인 많은 분들이 많지만, 문탁샘의 배려로 우현님을 비롯한 청년들을 위해 자세한 설명과 복습 정리를 해주셔서 그 덕을 톡톡히 본 일 인이 되었다. ㅎㅎ

 

1980년, 푸코는 ‘육욕의 고백’ 원고를 쓰는 결정적인 한해를 맞이한다. 하지만 한참이 지나 그의 사망 이후 2019년 드디어 《육욕의 고백》이 출간된다. 참 시간이 많이 흘렀다. 그가 이 책을 기획했을 당시에 육욕의 고백을 기획하고 어떻게 구성하고 중심 주제를 무엇으로 해야 할지에 대한 모든 계획을 가지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속죄의식과 수도원의 영성지도 원칙에 대한 중요한 원전 연구 작업도 이미 마쳤다고 한다. 계보학의 첫 권인 《쾌락의 활용》을 시작으로 《자기배려》는 기원 1,2세기의 그리스와 라틴문헌에서 이것이 문제로 설정된 방식의 연구에 할애되었고, 《육체의 고백》에서는 육체에 대한 학설과 사목교서의 형성을 다루고 있다. 푸코는 성의 역사라는 욕망의 계보학을 통해 우리에게 지금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진실을 말하고 있는가 하고 물어오는 것 만 같다.

 

그리스, 로마의 기원 전후 역사에서 기원전 1, 2세기 교부들의 문헌을 분석하면서 육체의 고백의 1장은 시작된다. 2세기 클레멘스의 《교사》에서 나오는 것들을 살펴보면 플라톤과 스토아철학을 이어받고 그리스의 아프로디지아 규범을 전승하면서도, 영생에 대한 믿음과 하느님과의 합일에 대한 욕망을 가질 수 있는 규범에 대한 기독교적인 변용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즉 자연과 이성의 로고스를 따르면서 하느님의 말씀이라는 부분을 추가한 것이다. 부부의 성관계에 있어서는 적절한 시기, 기회 등을 의미하는 카이로스에 대한 긍정적 가치를 부여하고 자세한 규범을 제시함으로서 부부간의 성관계에 대한 디테일이 엄청나게 증가한 것이 이 시기의 특징이다. 초기 기독교의 모습은 내가 상상했던 것과는 달리 그리스, 로마 윤리에 더 가까운 듯하다. 2세기 클레멘스와 4세기 아우구스티누스의 문헌을 비교하여 살펴보면, 큰 차이점이 아프로디지아에 대한 관점이 부정적으로 변화했다는 점이다. 성관계의 윤리를 정착시키려는 그리스적이고 스토아적인 2세기 기독교와 타락을 통해서만 인간의 본성을 생각하고 결과적으로 성관계를 부정적으로 인식하게 만든 금욕적이고 비관적인 기독교로의 변화는 금지의 강화가 아닌 경험 형식의 변화이다. 경험 형식이란 주체와 주체가 맺는 관계인데, 크게 2세기에 만들어진 속죄의식과 3세기말부터 실시된 수도사의 고행이라는 관습을 통해 기독교적 주체로 바뀌는 큰 변화를 겪게 되었다. 2세기 세례라는 의식 안에서 살펴보면 정결의식, 속죄의 규율화가 진행되었으며, 세례의 과정 안에서 심문, 마귀 쫓기, 고해 등이 나타났다. 고백이라는 과정을 통해 사람들은 자기 자신에 대한 진실말하기를 하기 시작했으며 속죄의 고백은 양파까기처럼 자신의 죄를 완벽하게 고백해야하는 메커니즘으로 작동되었다.

‘첫 번째 세례는 있지만 두 번째 세례는 없다.’ 세례 후에 다시 죄를 짓는 사람을 위한 두 번째 속죄는 외적 통제도 강화되었지만 진실 확인의 절차가 강화되었다는 점이 훨씬 중요해졌다. 속죄요청은 비공개적인 것과 공개적인 것들로 편성되었고 그 중 고해는 잘못을 나타내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속죄자의 진실됨을 표명하기 위함이었다는 사실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지금도 행해지고 있는 기독교의 모습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는 역사적 사실이었다.

 

푸코는 3세기 말부터 실시된 수도사의 고행이라는 관습 안에서 결함 없는 완전한 삶을 위한 최고의 기술에 대해 언급한다. 수도원 안에서는 모든 사람이 예외 없이 지도를 받아 복종과 자기성찰, 그리고 고백 훈련을 하며, 전면적이고, 무조건적이며, 복종을 위한 복종을 가르치기 위한 복종을 배운다. 우리는 주체화의 결과로 주체가 된다. 기독교적인 주체는 복종을 통한 완전한 자기 포기를 통해 주체를 형성하며 고백, 자기 성찰 등의 테크네를 발휘했다.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특히 이 부분에서 복종과 자기 포기에 대한 질문이 많아졌다. 처음에는 그리스의 철학과는 다르게 자기를 포기하는 모습이 한심하고 이해할 수 없었다. 왜 초기 기독교 사람들은 저렇게 살았을까? 그러면서도 완전한 복종을 통한 자기 포기, 그리고 다시 거기에는 완전히 ‘새로운 사람‘으로 재탄생하기 위해 지금의 나는 죽어야 할까?라는 질문, 과연 완전한 복종은 잘못된 것이며, 자기 포기란 나쁜 것일까? 우리는 자기 포기를 통해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등등

 

또 영혼의 위험을 극복하고 분별심을 갖기 위해 하느님의 은총은 필수이고, 그걸 요청하는 반성과 고백이 이루어져야 했는데 그중에서도 고해에서 성찰과 고백은 기술 중에 최고의 기술이었다. 과거에 고백 성사를 했던 경험을 되돌아보니 갑자기 고백을 하기위해 내 자신의 진실을 자꾸 찾아야만 했던 싫었던 기억이 생각났다. 또 한편으로는 공부를 하면서 얻게 된 관점에서 바라보니 고백이라는 기술의 의미가 새롭게 다가왔다. 고백이라는 기술이 자신의 진실을 찾기위한 기술이라면 이제 우리는 이 기술을 우리 자신을 위해 자신의 진실을 어떤 방식으로 말하고, 주체화 할 것인지 고민해야 할 테그네를 발휘할 시간이다. 특히 강조되고 있는 분별력은 사유를 관통하는 환상과 착각을 피하려고 애쓰는 자기반성적 사유의 작업 속에 있다고 말한 푸코의 조언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좀처럼 질문이 만들어지지 않았던 지금까지와 조금은 다르게 2, 3세기 초기 기독교의 역사 안에서 고백, 복종, 분별심, 이런 것들에 대해 생각해봤고, 앞으로 나를 주체화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어떤 새로운 윤리를 구성해나가야 될지 일상 안에서 고민을 하게 되는 시작점 같은 시간이었다.

댓글 8
  • 2020-05-22 04:25

    주말에 아파서 쓰러져있던 바람에 후기가 많이 늦었어요.

  • 2020-05-22 07:44

    정의와미소님. 좋아요, 아주 좋네요.
    (다만 세번째 단락 처음 "그리스, 로마의 기원 전후 역사에서 기원전 1, 2세기 교부들의 문헌" 에서 '기원전 1,2세기'는 기원후 1,2세기'의 오타같은디요^^)

    푸코도 들뢰즈도 늘 말하지요. 제발 자기 이야기를 해석하지 말고, 정리하지 말고, '단장취의'하라고. ㅋㅋㅋ
    바로 푸코의 '책-연장통'! 혹은 들뢰즈의 '책-리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단장취의 노우, 노우~!! 인상비평 노우, 노우!! 몇개 멋져보이는 개념으로 전체 환원하지 말기!!.....계속 계속...정리하세요, 정리하세요, 노트정리하세요.....연표와 지도를 놓고 꼼꼼히 정리하세요~~ 라고 말하고 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푸코도 하루에 4시간씩 카드정리를 했다구 말하면서 말이예요 (심지어 푸코에 따르면 사르트르는 하루종일 카드 정리를~~)

    당분간은 좀 더 그렇게 해봅시다.
    그렇게 그리스의 품행, 헬레니즘의 품행, 사목적 품행을 정리해가면서(이건 좋아진 것도 나빠진 것도 아니겠지요? 달라지는 겁니다^^)....
    지금 우리는 어떤 식으로 자기테크놀로지(자기는 자기와 자신이 맺는 관계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푸코가 말했시유~~)를 구사하고 있는지, 변형은 가능한건지, 대항품행이란 무엇인지를 생각해봐요.

  • 2020-05-22 08:13

    집안의 행사가 있어서 9회차 결석했는데, 정의와 미소님의 후기가 도움이 되었습니다^^ 후기 잘 읽었습니다^^

  • 2020-05-22 10:31

    지난 시간 내용을 뒤적이다 홈피를 열어봤는데 반가운 후기에 깔끔한 정리가 올라와 있네요. 😍😍

    저는 자기포기는 곧 주체성의 상실이라 생각했고 기독교의 복종은 그런 맥락에서 인간을 무력화시키는 것으로부터 이루어진다고 생각했었어요. 통치하기 좋은 인간을 만든다는 그런 의미로요. 그런데 복종이 겸손함의 표현인 열린형상이라는 의미라는 부분에서 복종을 다른 측면에서 생각해보게 됐어요. 고백, 진실 그리고 자기포기와 주체성과의 관계가 막 뒤섞여서 시끄럽네요~~

  • 2020-05-22 10:43

    저도 자기포기라는 말에 능동성이 결여되어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부정적으로 해석하고 싶은 생각이 자꾸 들더라구요^^
    세미나 하면서 강의를 들으면서 다시 생각해보니
    현대사회에서 유의미할 수 있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정의와 미소님~ 잘 정리된 후기 감사합니다

  • 2020-05-22 11:07

    전 가톨릭 신앙안에서 자기포기와 고백을 해봤지만
    그것이 구원이라는 목적의 수단이고 보니
    자기포기 후에 구성된 주체는 그 목적에 가까워진 강화된 주체가 되는 것 같습니다.
    왠지 자기를 강화하기 위한 자기포기 같은 느낌이랄까..
    한끗차이같지만 성찰, 자기포기 등이 자신과의 관계에 있어서 어떤 기술이 되는 지는
    기독교적인 것과 그렇지 않은 것과 사이에 큰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암튼 이 기술, 테크네를 우리는 발명해야 하는 거겠죠 ^^

  • 2020-05-22 11:08

    음...정의와미소님의 마지막 생각...이에 이어지는 코스모스와 작은물방울의 의견은.... 음.............좀 더 토론해봐야 하는 문제겠죠?

    -이 부분과 관련하여 제가 지난 시간에 말한 내용의 핵심은 두 가지 였는데
    1)자기포기=주체성(능동성)의 결여....라는 일반적 등식에 대해... 주체성이라는 것 자체가 주체화의 결과(효과)이다. 기독교의 주체화는 (능동적인^^) '자기포기'라는 방식의 주체화이다....라고 말한 것입니다. (근데 이 말이 아직 잘 전달이 안 되는 것 같네요)
    음 도식화해서 이렇게 말해볼까요? 스토아철학에서는 주체화과정이 '자기수양'이라 볼 수 있고 기독교시대에 와서는 주체화과정이 '자기포기'라 볼 수 있는 거죠.
    (<성의 역사 3> p88 두번째 단락부터 p90쪽까지를 다시 읽어보세요. 그리고 스토아의 '자기수양', 특히 아스케시스와 기독교의 '자기포기', 특히 고해의 기술을 비교해보는게 좋겠죠?)

    2)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우리 사회에서 '기독교영성'이 우리에게 영감을 주는 부분이 있을까? 이건 좀 더 생각해보자... 였지요.

  • 2020-05-22 15:54

    헷갈리고 헷갈리는 개념들이네요.
    그래도 저는 <성의 역사> 4권의 기독교 교부철학의 내용을 읽을 수 있어 좋아요.
    그동안 뭔가 저기엔 나쁜 것들로 가득하리라...부정적인 생각만 가득했는데
    실제로 읽어보니 그들은 왜 그랬을까를 생각해보게 되네요.
    그들은 왜 그랬을까?
    나는 왜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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