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생 프로젝트 4강 후기

매실
2020-04-17 10:27
359

 

한 달이 되어가지만 아직도 책이 잘 이해가지 않는다. 알듯하면 사라지고, 잡힐듯 하면  달아난다. 무엇도 아니고, 무엇도 아니고 무엇도 아니라며 무엇으로도 정의되고 싶지 않아하던 푸코의 의도에 딱 낚인 거 같다. 당췌 모르겠다. 아직까진 개념 정리에 급급한 후기를 남긴다.   

 

--- 

 

1.원래 알던 ‘권력 개념’을 버리자. 생명권력  

푸코가 관심이 있다는 ‘권력과 지식’의 문제는 내가 아는 그것이 아니다. 우리가 무엇에 억압당하느냐, 우리를 억압하는 권력은 무엇이냐, 권력이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치느냐하는 ‘심급형-깔대기형’ 권력이 아니다. 그런 뻔하고 식상한 게 아니다. 그래서 자꾸 헷갈린다. 

 

“어떠한 권력의 효과가 과학적 진술의 주위를 맴돌고 있으며, 무엇이 권력의 내적 체계를 구성하며, 어떠한 순간에 어떠한 이유로 진술의 체계가 일대 변화를 겪게 되느냐를 밝혀내는 것 대담-진실과 권력)”이라고 한다. 

 

이 말이 뭔 말인가. 

우린 권력을 왕, 법, 칼로 여기고 그것을 바꾸면 마치 권력이 바뀔 거라 믿어왔다. 서양의 군주제는 법체계, 즉 금지나 처벌 (거역하면 바로 목을 치면서) 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푸코에 따르면 17세기 부터는 결코 이걸로만 권력을 말할 수 없게 되었다. 그냥 권력이 아니라 ‘권력 매커니즘’, “새로운 권력기제”로 “인간의 신체와 신체가 하는 일을 목표로 삼는” 방식이 출현했다.

 

군주적 권력이었던 주권 이론과 달리 이 새로운 타입의 권력은 법이 아니라 규범화, 자연권이 아니라 테크닉, 처벌이 아니라 통제의 방법으로 신체의 능력을 향상시킨다. 새로운 권력 기제는 신체를 지속적으로 감시하면서 시간과 노동을 뽑아내려 한다. 

 

신민의 신체와 관련된 이 새로운 권력 (생명권력) 은 두 가지 형태로 전개 된다. 

1) 개인 개인의 신체 - 신체 조련. 적성의 초대화. 유용성과 순응성의 증대. 경제적인 통제체제로의 신체 통합. -> 인체의 해부정치  

  1. ex) 학교 - 학생들에게 학급, 번호, 책상, 시간표를 부여함. 시험. 

2) 종으로서 신체 - 출생률과 사망률. 건강, 수명. 장수. -> 인구의 생명 정치 

  1. ex) 인구조사, 출생률 조사, 산아 제한 또는 저출산 정책  

 

 

(주입식 교육으로 훈육 받아온 터라 표로 정리)  

주권 권력  (절대 군주 시대)  

규율 권력  (부르주아 시대)  

법 

규범 

처벌 

통제 

토지, 생산물  

신민의 신체 

죽게 하거나 살게 내버려 두는  권력  

살게 하거나 죽게 내버려두는  권력 (생명권력)  

금지  

생산  

소유  

행사  / 관계  

부정적 

긍정적  

위로부터  

아래로부터  (미시권력) 

주관적  

의도적 . 합리적  

저항과 대치  

저항과의 관련 속에서 존재  

 

 

2. 통치성은 왜 튀어 나왔나.  

푸코 읽기가 어려운 이유는 문탁샘 말대로 푸코가 사용하는 용어/개념이 계속 바뀌고 푸코 자신도 좀 아리까리 헤매서인 거 같다. ‘생명권력’이라고 스스로 칭하면서도 두루뭉수리하게 부르는 거라고 하지를 않나. 

 

생명권력은 “인간이라는 종의 근본적인 생물학적인 요소를 정치, 전략, 권력의 내부로 끌어들이는 매커니즘의 총체”라고 하면서,  다시 또 그 매커니즘 내부에서  ‘안전테크놀로지’ (안전장치)가 출현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다가 다시 ‘통치’라는 말을 꺼낸다. 

 

푸코가 기술하고 싶던 새로운 권력의 타입은 결국 ‘통치성’이라는 말로 귀결되는 듯 하다. 

통치성은 “인구를 주요 목표로 설정하고 (생명권력), 정치경제학을 주된 지식의 형태로 삼으면서, 안전장치(안전테크놀로지)를 기술적 도구로 이용하는, 복잡하고 특수한 형태의 권력을 행사케 해주는 제도, 절차, 분석, 고찰 계측, 전술의 총체” 다.  “경향이고 힘의 선”이다. 

 

권력은 왕이나, 특정 기관, 몇 가지 기능에 있지 않다는 것. 국가를 절대적이고 본질적인 존재로 만드는 건 국가를 과대평가하는 형태라는 점이다. 쉽게 이해해 보자면 집권 정당만 교체하고, 몇몇 사악한 정치인들만 퇴출시키면 정의가 실현될거라고 믿는 건 정당제도를 지나치게 절대적이고 특권적으로 보고 있는 거라고 해야할까. 

 

푸코는 통치의 탄생을 그리스도교 사목제도를 출발점으로 보고 있다. 

권력은 양떼들에게 벌을 주지 않는다. 목자는 헤매이는 양떼들을 인도하고 모으고 갈등을 조정한다. 한 마디로 버리지 않고 구원하려 한다. 양떼는 목자에게 순종한다. 복종 그 자체가 복종의 목적이다. 완전한 복종. 목자만 믿고 따라가야 하고 목자에게 모든 것을 고해한다. 나의 모든 행위를 드러냄으로서 완전한 보호를 받을 수 있다.  

 

 

 

3. 어떻게 이렇게 통치받지 않을까? - 저항 

푸코의 통치성을 지금 한국 사회 시점으로 옮겨오자면? 

코로나 정국에서 자행되는 노골적인 사회의 의료화, 자가격리 감시 체제,(손목 팔찌 도입, 벌금형)  내 핸드폰으로 아침부터 울리는 재난 문자를 우린 어떻게 봐야할까.

 

대다수 시민들은 강력한 목자가 된 정부를 칭찬하고 있고, 강력하게 실행된 통치성,  보호(또는 감시) 덕분에 한국의 확진자 수는 줄고 있다. 그리고 프랑스의 한 기자가 한국시민들은 자유를 포기했다고 하자 발칵 뒤집혔다. 

-한국사회는 지금 생체권력/통치성이 잘 작동하고 있다. 우린 이걸 성숙한 시민의식이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그만큼 훈육, 통치 되기 쉬운 순응적이며 유순한 신체라고도 볼 수 있다. 

-한국 사회에 작용하는 ‘코로나-통치성’은, 고품질 - 저임금- 배달-유통-의료-돌봄-서비스에 속속들이 박혀 작동하고 있고, 꽤 오랜 기간 단련, 숙련된 결과 같다. 

 

-그런데 나는 이런 통치성에 어떻게  저항하느냐는 물음보다, 우선 “별로 저항하고 싶어하지 않을 심리가” 더 궁금하다. 권력은 푸코의 기술대로 ‘합리성의 형태’를 취하고 있기 때문일텐데, (자가격리를 어긴 사람에게 벌금형, 얼마나 합리적인가?)  ...그래서 문제가 되는 건 ‘전체주의화’인 건지, 아니면 ‘예속됨을 안전’이라고 느끼는 안이한 심리인건지, 우리의 자율성이 퇴화되기 때문인건지, 어떤 선택이든 대가가 있다면, 어떤 걸 포기하고 어떤걸 선택하는덴 무엇이 작용하길래 그런건지 궁금하다.  

 

-

 

 

 

늦어서 죄송합니다!  

 

 

 

 

댓글 5
  • 2020-04-17 12:51

    '선한 목자'는 정치인의 한 모델이다.
    이번 총선에서도 삥땅치지 않고 양들을 위해 헌신해줄 '선한 목자'를 선별하기 위해
    많은 유권자들이 눈에 불을 켜고 선거책자를 읽어봤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양'이다. 선한 목자는 양떼와 커플이다.
    선한 목자를 선택할 때 우리는 양도 선택해야 한다.
    매실이 쓴 대로 우리는 온순한 양떼로 코로나19를 잘 넘겨가고 있다.
    그래서 뭐가 문제냐? 안전과 복지가 주어지는데...라고 말한다면
    선한 목자 이외에 양떼는 '생각'할 필요가 없어진다는 점 같다.
    생각 없는 양떼가 아니라 생각할 필요가 없는 양떼가 되고 있는 것!
    생각하려 해도 생각의 감각을 상실해가고 있는 것!
    이게 우리의 난관 아닐까?
    푸코가 말하는 유순한 신체와 복종하는 주체의 탄생이
    가져온 위기는 이런 게 아닐까 싶다...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는 딸들과 한 집에 있으려니 힘들다.
    딸들아! 생각 좀 하고 행동해라~ 라고 말하는 순간 딸들의 신경질과 짜증이 몰려온다.
    '양들의 짜증' 무섭다!!

  • 2020-04-17 14:29

    “별로 저항하고 싶어하지 않을 심리”는 (생명)권력이 뭘 못하게 하는게 아니라 뭘 하게 (건강과 안전) 만들기 때문이지요.
    "권력이 항상 부정적인 기능만으로 움직이며 그저 '그것을 해서는 안된다'는 식으로 금지의 명령만을 되풀이 한다면 과연 사람들이 권력에 대하여 그렇게 순종할 수 있겠습니까?" by 푸코

    그리고 그 생명권력은 기독교사목권력으로부터 연원했을 수 있는데 그 기독교 사목권력은 복종과 진실을 연결시키는 구조를 가지고 있는 거지요. 복종!!!! 양떼의 목자에 대한 복종!!!!! (요게 새털이야기)

    제가 강의 말미에 꺼낸 '저항'의 이야기는, 우리는 '복종하지 않겠다'고 생각하면서 자꾸 1)주권을 세우려고 하거나(18세기로 회귀?) 2)좋은국가를 만들려고 하거나(국가=사목국가인디...좋은 목자 찾아 삼만리?) 3)국가에 맞서 개인의 자유를 주장(사목권력 자체가 개인화하면서 전체화하는 권력인데...)하려고 하는데...그게 과연 저항일 수 있느냐에 대해 질문해야 한다는 것이었죠.

    이게 3강과 4강의 핵심!!!

  • 2020-04-17 16:48

    복종하는 주체 뿐만아니라ᆢ 요번에 얻은 '방역의 주체'라는 새 옷 역시 어울려도 넘 고급지게 어울리는지라ᆢ^^ㅜ

  • 2020-04-17 18:21

    생명권력이 그래서 두려운 것 같아요
    뭘 못하게 하는게 아니라 하게 하니까
    죽게 하는게 아니라 살게 하니까
    저항해야하나? 이런 생각조차 못하게 하니까

    우리의 삶을 미학적 가치를 지닌 하나의 '작품'으로 만들어야 한다는데...

  • 2020-04-17 18:53

    그래서 실천에 있어 자기와의 관계가 중요한 걸까요?
    이것이 저항이 될 수 있을까요?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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