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생사전세미나<성의 역사I>2회차 후기

코복
2020-03-22 20:56
84

<성의 역사I> 사전세미나 2회차 후기

 

일시 : 20200321

참석자: 기린, 인디언, 코복

 

1회차에서 3장까지 살펴본 우리는 4,5장을 읽고 세미나를 진행하기로 했다. 3장까지와는 달리 4장은 읽기가 꽤 까다로웠다. 그래서인지 정해진 시간을 넘기면서도 분량을 다 진행하지 못했다. 그래서 4장 후반부와 5장, <사회를 보호해야한다> 11강을 읽고 다시한번 더 세미나를 진행하기로 했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어떤 쟁점이 있었던 것은 아니고 텍스트를 천천히 보면서 내용을 함께 이해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우리는 90년대에 당시에는 허용되지 않은 공간에서 성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는 이유로 마녀사냥에 내몰린 마광수 교수를 떠올렸고 은폐하는 권력을 견디지 못해 생을 마감한 노무현과 노회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인디언님은 마광수와 노회찬과의 개인적인 인연을 이야기해 주셨고 우리는 함께 안타까워했다. 다행히 세대차이가 없어서(ㅋㅋ) 텍스트의 맥락과 인물이 아주 부드럽게 연결되었고 이야기가 잘 통했다. 세미나는 곧잘 다른 길로 나가는 듯 하다가 마지막에는 오묘하게 텍스트와 연결되었는데 이는 우리의 일상에서 권력의 문제가 아닌 것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또 우리는 ‘혐오’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기린님은 혐오가 언젠가부터 언표되기 시작하면서 문제시되기를 시작한 것 같다고 했다. 어떤 것이 혐오로서 말해짐으로써 혐오가 가진 부정적인 이미지가 개별 사건들, 쟁점들에 입혀짐으로써 더욱 갈등적이고 대립적이고 적대적인 국면이 되게 하는 측면이 있는 것 같다는 이야기였다. 여성해방은 남성혐오로 또 이것은 다시 여성혐오로 이어지는 혐오의 악순환의 고리는 우리사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혐오사회. 그것은 어떤 권력이 작동한 것이며 또 어떤 권력을 작동하게 할까? 그리고 그 권력은 우리의 삶을 어떻게 만들까? 우리는 혐오가 증폭되는 사회에 대해 크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편으로 나는 이 무지막지한 혐오가 측은지심의 소멸에서 기인하는 것이라 생각해봤다. 기린님도 혐오의 문제를 혐오라고 말하는것보다 측은지심의 문제로 이야기하는 것도 좋은 방식인 것 같다고 했다.

 

권력에 대한 푸코의 명쾌한 통찰에서 우리를 잡아 끈 것은 ‘권력은 아래로부터 나온다’는 내용이었다. 권력은 매 순간 모든 상황에서 생겨나는 것이다. 따라서 어떤 이항적인 대립구조에서 위에서 아래로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모든 곳에서 생겨나고 작용하는 다양한 세력관계가 균열 효과를 내는 매체의 구실을 한다. 또 우리가 주목한 권력의 특성은 ‘권력이 있는 곳에 저항이 있지만 그렇게 때문에 저항은 권력 외부에 놓여있지 않다’는 것이다. 권력관계는 다수의 저항지점에 따라서만 존재할 수 있을 뿐. 결국 권력의 문제는 지배권력에 대항하거나 그것을 타도하는 방식이 아니라 다수의 저항지점을 어떻게 만들어서 어떤 권력관계를 만들 것인가의 문제가 된다. 이것을 개인에게 적용시키면 나를 억압하는 어떤 것은 나의 외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 내부에 자리하고 있는 것이 된다. 결국 나를 억압에서 놓여나게 하려면, 아니 내가 억압당하고 있다는 관념에서 벗어나려면 내 내부에 다수의 저항지점을 만들어 내는 것이 문제가 된다. 그것이 푸코가 말하는 자기배려일까?

 

나는 많은 억압 속에 유년시절을 보냈다. 해야 되는 것을 강요받았고 내 의견은 존중받지 못했다.(이에 대해 엄마와 나의 기억은 완전히 정반대다. 엄마는 내가 하고 싶어할 것을 미리 다 해줬다고 생각하신다.) 비겁이 강해 독립적인 성향이 강한 나는 늘 불만이었고 엄마에게서 벗어나는 것이 내 인생의 목표였었다. 그래서인지 나는 맑스가 멋지고 푸코가 매력적이다. 억압자가 부모님이라 생각했기에 나는 어디서건 권력을 가졌다고 생각되는 사람들에게는 저절로 반발심이 작동했던 것 같다. 그런데 지금은 부모님이 나에게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는 데도 나는 억압받는다고 느낀다. 나를 억압하는 권력은 어디 있는 걸까? 과연 그런 게 있기나 한 걸까? 푸코에 따르면 나를 작동시키는 것은 내 안에 있는 거대 담론들과 그 담론들이 구성하는 미세하고 치밀한 수많은 권력들이다.  이제 푸코를 따라가면서 나를 작동시키는 권력관계를 찾아내고 또한 내 안에 수많은 저항지점을 만들다보면 새로운 권력이 나를 작동시킬 수 있게 될까. 그런데 나는 내가 어떻게 작동하게되기를 바라는 걸까?    역시 쉬운 게 없구만요 ㅠㅠㅠ

 

 

 

댓글 2
  • 2020-03-23 15:25

    어머니가 혹시 주권권력? 근데 주권권력은 추방시키는 권력, 생사여탈권을 갖고 있는 권력인디...설마 엄마가...? ㅋ
    그리고 <성의 역사1>에서 푸코가 이야기하는 것은 '권력'은 결코 누군가(엄마!)가 소유하고 있는게 아니라는 이야기이지요? ㅋㅋ

  • 2020-03-24 12:00

    누구를 억압해서 권력자가 아니라 지배적 담론에 동조하여 생각해 버리는 게 우리 안의 권력인 것 같습니다.
    이런 권력의 작동에 대한 인식이 없다면 저항이 생길 수 없는 거 같아요.
    그러려니 했던 많고 세세한 지점에서 머리끄뎅이를 잡고 씨름하는 게 저항일테구요.
    권력도 저항도 결국 내 안에서 일어나는 일이라는 거를 푸코는 말하고 싶었던 거 같아요.
    또 저항은 끝나지 않는 일이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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