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올까 걱정되는 영화모임> 180729 꽃잎

풀시계
2018-08-03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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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잎을 보았다.

꽃잎은 5.18 민주화운동 이후로 미쳐버린 소녀를 이정현이라는 얼굴을 통해 보여준다. 소녀는 광주에 거주하던 인물도 아니고 광주화운동에 적극 참여하였던 사람도 아니며 가해자 측도 아니다. 어찌보면 5.18을 제대로 대변하지 못할 것 같은 인물을 꽃잎은 내세운다.

5.18이라는 사태에서 감독이 짚어낸 것은 어떤 정치적 인 무언가가 아니라 죽음 그 자체였던 것 같다. 소녀가 미쳐버린 이유는 다름이 아닌 죽음을 현장에서 몸소 경험했기 때문이다. 소녀가 5.18과 직접 관련된 인물이 아닐지라도 영화는 개인으로서의 소녀와 5.18사이의 어느 지점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하는 것  같았다.

그 줄다리기는 영화의 구성으로 나타난다. 소녀가 오빠로 착각해 함께 사는 중년노동자 장이라는 캐릭터. 장은 가난한 노동자로 시대의 피해자 같지만 그 역시 소녀를 강간하는 숱한 남성들과 다를 바 없다.그는 끝까지 소녀와 함께하며 미친 소녀를 바라본다. 

그리고 소녀를 찾는 오빠의 대학 친구들. 이들은 소녀가 어떤 발자취를 걸었는지 추적한다. 그녀가 왜 이렇게 되었는지 관객들에게 보여주는 것 마냥. 영화는 친구들과 소녀를 만나게 하지 않는다. 오늘날 상업영화들과 달리 이 영화는 그런 장면이 필요치 않음을 알고있다.

왜 소년이 아니라 소녀였는지, 영화 속 이정현의 배역은 이름이 없고 소녀인지, 그녀를 강간하는 남성들과 장이라는 가부장적 캐릭터는 광주화 운동과 어떤 관련을 맺는지, 나는 잘 모르겠지만, 영화가 이것을 보여주는 방식이 거부감을 주지는 않았다.

소녀와 장이 거주하는 좁은 집에서 극한상황에 처한 말없는 두 인물에게서 김기덕의 초중기영화들이 느껴졌다. 뜬금없는 공포감을 선사하는장르적 장치들은 한편으로는 왜 이 감독이 비운의 감독으로 망해버렸는지를 한편으로는 이렇게 신선한 감성의 한국영화가 90년대에 있었구나 싶었다. 유영길의 촬영이 보고싶어 고른 영화였지만 눈에 들어오는 것은 장선우의 연출이었다.

원희는 영화를 잘 보았고 슬프다고 했다. 또 이런 사태를 겪고도 계엄령이 논의 되었다는 게 말이 안된다는 이야기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