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글레의 인문약방 / 12회> 인문약방, 여기가 로두스다!

둥글레
2020-07-02 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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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글레의 인문약방 / 12화]

 

 

인문약방, 여기가 로두스다!

 

 

약사가 되기 싫었다

나는 약사라는 직업에 그다지 소명의식이 없었다. 약대 대신 미대에 가고 싶었다. 어릴 때부터 그림을 좋아했고 그 어떤 과목보다 미술 시간에 집중했다. 미술로 먹고 살 자신이 없어서 엄마가 권한 약대에 갔지만 미술은 내게 못다 이룬 꿈이었다. 약사가 되어서 돈을 벌게 되면 그 돈으로 미술을 공부하리라 마음먹었다.
실제로 스물아홉 되던 해에 국내 미술 대학원 두 곳에 지원했다. 한 곳은 무참하게 떨어졌고 다른 한 곳은 전문과 과정으로 합격했다. 서류전형인 곳에서는 인터뷰 내내 미술 전공이 아니라는 이유로 홀대받았고, 시험을 치른 곳은 탈락자가 한 명도 없어서 이건 뭔가 싶었다. 이럴 바에야 차라리 유학을 가서 제대로 공부하는 게 낫겠다는 결론이 났다. 학비가 비싼 미국에서 공부할 방법은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미국 약사가 되는 것 밖에 별 수는 떠오르지 않았다. 미국 약사 면허를 따겠다고 세 가지 시험을 패스하고 일자리를 알아보고 인턴 약사에 지원하는 등 복잡하고 시간이 걸리는 일들을 하느라 미국을 세 번이나 다녀 왔다.
결국 미국에 가지 않게 되었지만 내가 그렇게까지 미술을 공부하려고 한 이유는 뭘까? 그렇게나 약사라는 일이 하기 싫었던 것일까? 한참 뒤에야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해봤다. 생각해 보면 미술은 내게 현실을 부정하기 위한 ‘변명’ 같은 것이었다. ‘미술을 하지 못해서 내가 불행하구나!’라는 생각은 현실을 직시하지 못할 때면 떠오르곤 했다. 8년 전 오빠가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났을 때도 그랬다. 생계를 위해 열심히 살다 간 오빠의 삶이 허무하게 느껴졌고 ‘돈돈’ 하는 세상에 정나미가 떨어졌다. 제약회사를 퇴사하고 수녀회에 입회했다. 세상이 말하는 가치를 좇는 게 아닌 신에게 봉헌하는 영적인 삶을 살고 싶었다. 하지만 얼마 안 되어 난 수녀회를 나왔다. 세상에서 벗어나 깨닫는 삶을 살고자 한 내가 얼마나 교만한가를 알았기 때문이다.
문탁네트워크(이후 문탁)에 접속하고 인문학을 공부하기 시작하면서도 비슷한 마음이 내 속에서 스멀스멀 올라왔다. 인문학 공부를 깊이 있게 해서 이쪽에서 길을 내보면 어떨까? 하는. 약사 일은 하고 싶지 않은데 사람들이 양생(養生)에 대해 함께 생각해 보자고 자꾸 나한테 말을 걸었다. 양생이 삶을 전체적으로 아우르는 말로 들리지 않고 자꾸 의료나 치료에 관련된 협소한 범위의 일로 들렸다. 내가 약사라고 이러는구나 싶어 싫었다.
내 공부 내공이 짧아서 그런 생각이 들었겠지만, 사실 난 약사라는 직업에 흔들릴 때마다 그 직업 속에서 벼르질 못했다. 엄마가 권해서 갖게 된 직업이라며 쉽게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기 바빴고, 비교적 안정적인 직업이라 아쉬울 땐 돌아갔다. 그래도 먹고사는 업이기에 책임감을 가지고 성실히 임했던 것은 최소한의 내 양심이었다.

 

 

인문학을 만났다

고등학교 때 국어 성적이 안 좋아서 국어 선생님한테 불려 간 적이 있을 정도로 난 국어를 못했고 또 싫어했다. 특히 고전 문학은 관심 밖이었고 이과생인 내게 이런 무관심은 자연스럽게 여겨졌다. 문과였던 고딩 절친은 책 읽는 걸 좋아해서 서점에서 살다시피 했다. 반면 나는 학교 공부를 한다며 책과 점점 멀어졌다. 친구와 나의 차이를 문과와 이과의 차이 정도로 여겼다. 내가 책을 멀리하게 된 데에는 집안을 돌보지 않았던 책벌레인 아버지에 대한 반감도 있었을 것이다. 우리 집엔 세계문학에서부터 종교, 예술, 정치 서적까지 없는 게 없었다. 하지만 그 책들에 내 손때가 묻는 일은 좀처럼 없었다.

2004년이었다. 34살이 된 내가 왜 그 책을 사게 되었는지 지금도 미스터리다. 우연히 고미숙 선생님의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을 사서 읽었다. 의외로 재밌었다. 그때의 일기장을 찾아보니 짧게 책에 대한 언급이 있었다. 18세기에 박지원이란 멋진 사람이 살았었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는 내용이었다. 어쨌건 고미숙 선생님의 책이 지금 생각해보면 인문학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였던 것 같다. 그녀가 공부하고 있다던 ‘수유 너머’ 연구 공간도 궁금했지만 금방 잊혔다.

 

 

 


2012년 고미숙 선생님의 『나의 운명 사용설명서』가 출간되자 반가운 마음에 사서 읽었다. 미신이라고 치부했던 명리학엔 음양오행이라는 고래의 동양철학 이론이 펼쳐져 있었다. 그것은 대학 때 배웠던 한방원리와도 맞닿아 있었다. 또 인문의역학이라는 새로운 개념에 관심이 생겨 다음 해 감이당에서 하는 동의보감 강좌를 들었다. 여름에는 인문학 캠프에 참여해 명리학에 입문하게 되었다. 기초를 뗐을 정도였지만 내 사주를 보고 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거기엔 그냥 내가 있었다. 오지랖 넓고, 미술을 좋아하고, 종교에 관심이 깊고, 의료 계통에 직업을 가진 내가 말이다. 내가 상처받은 영혼도, 트라우마 때문에 왜곡된 존재도 아니라니 좋았다. 어떤 사주도 음양오행을 모두 갖출 수 없다는 것, 오히려 그래서 삶이 나에게 주어졌다는 것, 또 그렇기 때문에 모든 사주는 평등하다는 새로운 관점. 운명애란 주어진 (생)명을 잘 운전해가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읽고 쓰면서 공부를 했다

문탁에 합류하고 1년 정도는 일본어 세미나와 동의보감 세미나를 했다. 어느 날 우쿨렐레를 함께 하며 친해진 친구 히말라야가 내게 이제 공부를 하면 어떻겠냐고 말했다. 좀 황당했다. 내가 그간 한 공부들을 다 나열하고 싶을 정도로. 그래도 그 친구를 신뢰하고 있었기에 뭐 그럼 해볼까? 하는 심정으로 가장 먼저 열리는 ‘글쓰기 강학원’에 무작정 신청을 했다. 생전 처음 듣는 루쉰이라는 사람의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기획세미나였다.
첫 시간부터 멘붕이 왔다. 문학하고는 거리가 멀기도 했고 책을 반복해서 읽어본 적이 거의 없었다. 게다가 글이라곤 초딩 때 숙제로 썼던 거나 일기 쓰기가 다인 상태. 첫 시간에 난 세 명에 뽑혔다. 튜터 선생님(문탁샘)이 이렇게 쓰면 안 된다고 고른 예로 말이다. 지금 생각하면 당연하지만 그땐 너무 창피했다. 그다음 시간에도 문탁샘은 세미나가 끝난 후 조용히 나를 불렀다. 친절하게 내 글에 대해 조언해 주었지만 내 눈은 그렁그렁해졌다.
두 번이나 지적을 받고 나자 오기가 생겼다. 최소 세 번 책을 반복해서 읽었고 도저히 감이 잡히지 않을 때는 참고 서적도 더불어 읽었다. 일주일 내내 루쉰 책만 붙들고 있게 되었다. 내 책상 주변으로 머리카락이 수북이 쌓일 정도였다. 그래도 다른 친구들보다 독해력도 부족하고 글도 못썼다. 두 시즌에 걸쳐 공부하는 동안 당시 발간되지 않았던 너댓 권 정도 빼고는 루쉰 전집을 다 읽었다. 시즌을 마무리하는 에세이를 대여섯 장 쓸 때는 내 능력 밖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이렇게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내 사유는 좀 더 치밀해졌고 그럴수록 내 삶을 다시 생각해 볼 수밖에 없었다.

 

 

 


글쓰기 강학원을 거치면서 난 새삼 느꼈다. 내가 이제껏 한 공부는 진짜 공부가 아니었구나! 읽고 쓰기라는 ‘공부법’을 배우고 나니 다른 공부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다른 기획세미나에 들어가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공부했다. 그중 스피노자 철학이 나에게 미친 영향은 컸다. 특히 기독교적 세계관을 가진 내게 스피노자의 새로운 존재론과 윤리학은 충격적이었고 견고했던 나의 종교관은 뿌리부터 흔들렸다.
내게 타인은 신의 사랑을 실천할 대상이었고 나는 신에게 선택된 사람이었다. 신에게 선택된 만큼 그에 걸맞게 살려고 노력하며 살았던 것 같다. 심하게 말하면 내가 착해지고 특별해져 구원받는 게 제일 중요했다. 하지만 스피노자에 따르면 우리는 원자적으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끊임없는 관계 속에서 존재하고 있다. 수많은 상호 영향 속에서 그때그때 나는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내가 타인들 속에서, 타인들은 내 속에서 존재하고 있다. 이런 존재들 사이에 더 낫고 못나고는 없다. 스피노자는 모든 존재들은 완전하다고 말한다.
나는 ‘타인’에 대해 화두를 갖게 되었다. 늘 나와 경계 짓고 나와는 상관이 없다고 생각했던 존재들에 대해서. 이제 나 혼자 잘해서 잘 살 수 있는 건 불가능함을 안다. 스피노자는 우리가 자유로워진다는 것은 정념에 휘둘리지 않는 능동적인 상태가 되는 것인데, 그러기 위해서는 혼자서는 힘들다고 말한다. 타인들과 공통의 감각을 키울 때 우리는 훨씬 더 자유로워질 수 있다. 바꿔 말한다면 내 존재적 조건인 외부와의 관계에서 정념도 어쩔 수 없이 생기지만, 정념을 넘어 이성 또는 지혜를 만드는 조건도 다름 아닌 타인과의 관계이다. 타인과 (공)통할 수 있을 때 그 차이도 받아들일수 있다. 이것이 바로 스피노자가 말하는 ‘우정’이고 지혜이다.

 

 

인문약방을 시작하다
요새는 소통을 잘해야 한다고들 말하지만 난 ‘공통’이 삶을 살아가는데 가장 중요한 능력이라고 말하고 싶다. 이는 우정이라는 확장된 사랑이 없다면 불가능하다. 다시 말해 연인과의 단 둘 간의 사랑이나 가족에 갇힌 사랑만으로는 우린 지혜로워질 수 없다. 문탁에서의 공부는 나밖에 몰랐던 나를 ‘우정’이라는 차원으로 이끌었다. 우정이 자기와 마음 맞는 사람과 만드는 끈끈한 관계에 한정되는 것이 아님을 알았다. 사회에서 일어나는 이런저런 일들에 내가 마음을 쓰는 것도 연민보다는 연대라는 우정으로 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전혀 공감을 안 하는 것 보다야 마음 아파하는 연민이 좋겠지만,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좀 더 살펴보려 하고 작은 힘이지만 보태고 참여하는 과정에서 공통 감각이 만들어질 수 있다. 그런 노력이 모두가 삶을 잘 살아갈 수 있는 능력으로 이어진다는 걸 이제 알겠다.
나에게서 타인에게로, 그리고 더 큰 공동체로 관점이 확장되고 나니, 자의식이란 좁은 곳에서 조금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 이제 내가 예술가이든 수도자이든 약사이든 큰 상관이 없다. 명리학으로 보아도 이 중 내가 무엇을 하든 다 개연성이 있다. 어쩌면 이것들은 겉보기에 다른 직업군일지도 모른다. 근본적으로는 같은 지향을 가지고 다른 분야에서 다른 형태의 일을 하는 것일 뿐일지도. 그래도 약사로 일하면서 그간 내가 쏟아온 시간과 공들이 있고 그렇게 얻은 것들이 있으니 되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인문학을 공부하면서 달라진 만큼 다른 약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함께 공부하고 있는 친구 새털이 처음 ‘인문약방’이라는 말을 꺼냈을 때 그래서 반가웠다. ‘인문약방’에서 무엇을 할지 딱 정해진 것은 없었지만 이 말이 만들어지고 우리가 뭔가를 담을 수 있는 그릇이 생겼다는 게 좋았다. 또 친구들과 함께 먹고 살 새로운 길을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모인 사람들이 세 명이다. 새털, 기린, 그리고 나. 하지만 처음 ‘으쌰 으쌰!’했던 것과는 달리 우리의 생각과 마음은 잘 모아지질 않았다. 각자가 방점을 찍는 지점이 다르고 몸이 움직이는 방식도 달랐기 때문이다.
해서 우리 셋은 작년 1년 동안 ‘양생 세미나’를 조직하고 특히 몸에 대한 공부를 했다. 서로가 가지고 있던 감각의 차이를 확인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비슷한 감각을 키울 수 있는 기회였다. 그리고 올해 ‘인문약방’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문탁 내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작년에 공부한 것을 바탕으로 <인문약방, 호모큐라스를 위한 처방전>이라는 팟캐스트를 하고 있고, ‘양생 프로젝트’라는 기획세미나를 열었다. 난생처음 팟캐스트 대본을 써봤는데 정말 죽을 맛이었다. 글선생 새털은 술술 쓰던데 나는 왜 그렇게 힘들던지. 그래도 대본 회의를 하면서 또 팟캐스트 녹음을 하면서 우리 셋은 좀 더 통하는 사이가 되어 가고 있다. 그만큼 ‘인문약방’의 그림에 디테일이 더해지고 있는 것 같다.

 

 

‘양생프로젝트’에서는 미셸 푸코의 『성의 역사』1, 2, 3, 4권과 『주체의 해석학』을 공부하고 있는 중이다. 이 공부로 고대 그리스와 헬레니즘・로마시대에는 의학과 철학이 분리되어 있지 않았음을 알게 되었다. 그들은 스스로 자신의 몸을 돌보며 살았고 ‘한 번도 되어 보지 못한 자기’가 되기 위해 타인을 초대한다. 즉 자기를 수양하기 위해 타인들의 충고와 지혜를 받아들인다. 이 개념을 한 마디로 말하면 ‘자기 배려’인데, 자기 배려에서는 몸과 마음이 분리되지 않는다. 이런 자기 배려, 자기 수양은 종국에 자기를 떠나 훨씬 더 확장된 시야를 갖게 되는 데까지 이어진다. 이는 스피노자가 말한 ‘공통’과 ‘우정’의 다른 변주 같다는 생각이 든다. 친구들과 더 공부해가면서 ‘스스로 몸과 마음을 돌보는 좋은 삶’ 즉 ‘양생’에 대한 담론과 실천들을 만들어보고 싶다.

 

이제 난 친구들과 함께 ‘인문약방’에서 일하고 공부하는 인문약방 약사가 되고 싶다. 그간의 공부 덕에 내 직업이 나에겐 ‘로두스’라는 것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 특별한 무언가가 나를 위해 따로 마련되어 있다거나 하는 건 없다. 그것은 현실로부터 도망가는 사람들의 변명이고 지금-여기를 살지 못하는 사람들의 망상이다. 투닥거리다가도 의기투합하면서 나와 함께 공부하고 활동해 준 친구들이 있어서 나는 ‘여기서’ 뛰고 싶어 졌다. “여기가 로두스다. 여기서 뛰어라!”1

 

주석)

  1. 『칼 맑스, 프리드리히 엥겔스 저작 선집』, 박종철 출판사, 291쪽.

 

 

 

p.s. 이번 회로 <둥글레의 인문약방> 연재를 마칩니다. 그간 제 글을 읽어 주시고 댓글을 달아주신 분들께 마음 깊이 감사를 드립니다. 형편없이 쓴 글에 정성껏 피드백을 해주느라 에너지를 소진하신 <북앤톡>의 요요샘과 새털 그리고 함께 글을 썼던 기린샘, 뚜버기샘! 정말 고맙습니다. 댓글과 피드백으로 제게 사랑을 쏟아주신 샘들, 친구들과 함께 글을 쓰면서 제 직업, 공부 그리고 우정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 ^0^

 

 

 

글 : 둥글레

        프로필 01.jpg

      문탁에 와서 생전 처음으로 철학과 문학을 공부했다. 
      그리고 엄청 흔들렸다. 내 흔들림과 함께 해준 친구들이 있다. 
      그 친구들과 약방을 차려볼까 한다. 약학과 인문의역학이 버무려진 ‘인문약방’을!

댓글 19
  • 2020-07-02 07:46

    둥글레가 루쉰세미나 할 때 그리고 둥글레가 파지사유 매니저할 때 정말 들들 볶았었는데^^....새삼 추억 돋네요.
    각설하고 이제 이렇게 말하고 싶어요.
    둥글레, 훌륭해요!! 진심입니다.

    • 2020-07-02 11:56

      저를 볶으셨다고 했지만 제가 버팅겨서 샘 이를 두세 개 정도는 흔들리게 했을 겁니다. 빨간 펜으로 제 글에 적어주신 피드백이 제게 피가되고 살이 됐어요. 샘~ 스승이 돼주셔서 감사합니다~^0^

  • 2020-07-02 10:06

    그동안 좋은 글 잘 읽었어요.
    공부해서 훌륭해진 사람 꼽으라면 단연 둥글레!
    저도 진심이예요^^

  • 2020-07-02 10:21

    같이 뜁시다!!
    진심입니다^^

  • 2020-07-02 10:38

    모두 진심이군요^^
    무엇을 해도 집중하는 둥글레 저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 2020-07-02 10:51

    둥글레쌤에 대해 조금 더 알게된듯합니다.
    치열하셨군요 .
    지금 여기서 땅을 짚고 즐겁고 의미있게 사는것 같아 보이네요.
    인문약방 기대됩니다~
    아주 특별한 약방이 되길 바랍니다.
    몸과 마음이 나아지는....

  • 2020-07-02 11:05

    이 글은 마치 서문 같은데 마지막이라니요^^ 새로운 시작에 응원을 보냅니다~

  • 2020-07-02 11:15

    둥샘~
    그 동안의 노고와 분투가 느껴지는 글입니다^^
    재능은 쉬이 주어지는 게 아니었군요. 응원합니다^^

  • 2020-07-02 12:26

    옛날이름이 생각이 안나네...
    고대인도에서는 약을 주관하는 이름이라고 한다지만 무슨 깡패같은 이름이었던거 같은데 ㅋㅋㅋ

    • 2020-07-02 13:27

      건달바!! 난 아직도 기억나네^^

      • 2020-07-02 14:22

        아 맞다! 건달 건달바!
        그런데 저는 처음에 건달바를 들었을 때 반지의제왕의 간달프가 생각났어요^^

  • 2020-07-02 12:32

    몸과 마음을 돌보는 인문약방 앞으로의 활동에도 기대만땅입니다~

  • 2020-07-02 17:06

    끝까지 해낸 둥글레에게 박수를^^
    의기투합한 인문약방에 응원을~~
    그대들과 함께 해서 지금-여기 양생입니다^^

  • 2020-07-02 18:58

    파지사유 텃밭의 간판을 아트적으로 만드셨을때부터
    알아봤는뎅..! 이런 스토리가..!
    인문약방이 첫 뜀이 실까 싶기도 하공
    같이 뛰고 싶네용!

  • 2020-07-02 19:50

    찐찐 친구들이 되어가는 이 느낌! 좋아요!
    오랜 동안 연재~ 고생하셨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저 사진~ 다시봐도 둥글레스럽습니다ㅋ

  • 2020-07-03 10:54

    자신만의 산 하나를 힘차게 넘으신 둥글레샘께 축하와 부러움을 전하며 ᆢ많이 애쓰셨어요~~~

  • 2020-07-03 16:01

    둥글레에 대해 난 모르는게 많았네요.
    오랫기간 연재하느라 수고 많았어요.

    우리집 홈닥터 둥글레! 땡큐

  • 2020-07-03 23:57

    너어~무 훌륭해지셔서...이제 공부 그만하셔도 되겠어요 ㅎㅎㅎㅎㅎ

    제가 뭘 알지도 못하면서 시건방지게 공부를 해라마라...그랬군요, 죄송하고 또 영광이고...감사하고 그러네요! 글 연재하시느라 고생은 많으셨겠으나 읽는 사람로서는 즐거웠습니다!

    '공부와 우정의 인문약방은, 훨훨 날아서 둥글레라~^^'

    • 2020-07-06 12:45

      히말의 따갑지만 따뜻했던 말들이 그립군요.
      지금은 주로 새털에게 따뜻하고 폐부를 찌르는 말을 듣고 있지만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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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글레 2020.07.02 조회 229
[둥글레의 인문약방 / 12화]     인문약방, 여기가 로두스다!     약사가 되기 싫었다 나는 약사라는 직업에 그다지 소명의식이 없었다. 약대 대신 미대에 가고 싶었다. 어릴 때부터 그림을 좋아했고 그 어떤 과목보다 미술 시간에 집중했다. 미술로 먹고 살 자신이 없어서 엄마가 권한 약대에 갔지만 미술은 내게 못다 이룬 꿈이었다. 약사가 되어서 돈을 벌게 되면 그 돈으로 미술을 공부하리라 마음먹었다. 실제로 스물아홉 되던 해에 국내 미술 대학원 두 곳에 지원했다. 한 곳은 무참하게 떨어졌고 다른 한 곳은 전문과 과정으로 합격했다. 서류전형인 곳에서는 인터뷰 내내 미술 전공이 아니라는 이유로 홀대받았고, 시험을 치른 곳은 탈락자가 한 명도 없어서 이건 뭔가 싶었다. 이럴 바에야 차라리 유학을 가서 제대로 공부하는 게 낫겠다는 결론이 났다. 학비가 비싼 미국에서 공부할 방법은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미국 약사가 되는 것 밖에 별 수는 떠오르지 않았다. 미국 약사 면허를 따겠다고 세 가지 시험을 패스하고 일자리를 알아보고 인턴 약사에 지원하는 등 복잡하고 시간이 걸리는 일들을 하느라 미국을 세 번이나 다녀 왔다. 결국 미국에 가지 않게 되었지만 내가 그렇게까지 미술을 공부하려고 한 이유는 뭘까? 그렇게나 약사라는 일이 하기 싫었던 것일까? 한참 뒤에야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해봤다. 생각해 보면 미술은 내게 현실을 부정하기 위한 ‘변명’ 같은 것이었다. ‘미술을 하지 못해서 내가 불행하구나!’라는 생각은 현실을 직시하지 못할 때면 떠오르곤 했다. 8년 전 오빠가 불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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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글레의 인문약방 / 10화]     슬픔의 치료제를 찾는 사람들     가끔 지인들이 정신과 치료나 약에 대해 물어온다. 어떤 경우는 꾸준히 정신과 약을 먹어야 한다는 판단이 섰고, 어떤 경우는 정신과 약 복용이 너무 섣불러서 심리상담을 권유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치료나 약 복용이 불필요하다고 느꼈다.  이런 조언을 하지만 종합병원을 그만두고 나서는 나도 정신과 질환의 처방을 조제할 기회가 그렇게 많지는 않다. 정신과 처방의 경우 의약분업 예외라서 병원에서 조제해 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물론 정신과 처방이 아니더라도 향정신성 의약품이나 중추신경계에 작용하는 약은 빈번히 취급한다.) 약국에서 정신과 처방을 보는 횟수가 줄어들었지만 사람들이 정신적 문제를 약 복용으로 해결하려는 경향은 늘었다. 그도 그럴게 요사이 정신 질환에 대한 비호감이 많이 줄었고 정신과 병원도 거리낌 없이 간다. 또 연예인들이 공황장애로 약을 먹고 있다고 토로하는 장면도 TV에 심심치 않게 나온다.  보건 복지부가 실행한 ‘2016년 정신질환실태 역학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성인 4명 중 1명은 평생 한 번 이상 정신질환을 겪는다고 한다. 정신질환의 유병률이 25.4%라니 놀랍다. 그런데 왜 정신적 질병이 늘고 있을까? 확실한 건 정신질환에 대한 진단이 늘었다. 요새는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학교 내에서 심리를 상담하고 이상 여부를 체크하는 일이 기본이 되었다. 학생들이고 성인들이고 정신적 문제로 약을 먹거나 상담을 받는 경우가 늘어났다.     자본주의의 발달과 사회의 구조적 문제는 갈수록 개인들의 부담을 늘리고 사회 안정망을 줄이고 있다. 이로 인해 정신적...
둥글레 2020.03.24 조회 261
[둥글레의 인문약방/9회]     바이러스 폭풍시대의 윤리     코로나19 유행이 시작되고 별별 장면들이 우리 사회뿐 아니라 각국에서 펼쳐지고 있다. 대중들의 심리를 손쉽게 파고드는 공포, 감염병의 유행과 직결되는 정치적 논쟁, 높은 인식 수준을 자랑했던 선진국들의 봉쇄 정책 등 매일매일이 놀람의 연속이다.     약국에서 마스크를 팔면서 느낀 점도 많다. 다들 약국에 오면 한 마디씩 한다. 중국에 마스크를 퍼줘서 마스크가 부족하다, 중국이 공산국가라서 벌을 받았다 등등. 진의 여부나 정부 비난은 차치하고 중국에 대한 혐오감은 듣기 좀 불편했다. 이념적 편 가르기를 하면서도 마스크 판매를 국가가 통제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의 이율배반에 한숨이 나왔다. 마스크 사재기를 비난하지만 마스크를 많이 사려고 하는 사람들, 마스크가 없다고 화내고, 마스크를 겨우 구해오면 비싸다고 화를 내는 사람들 등. 마스크를 파는 입장이라서 보게 되는 그림자가 많았다. 결국 정부는 국민들의 불만과 불안을 없애기 위해 ‘마스크 5부제’를 실시했다. 이 한시적 제도에 사회주의적이라며 딴지를 거는 언론도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 느끼는 체감으로는 사람들의 불만과 불안은 많이 줄어든 것 같다. 바이러스 대유행이라는 낯선 상황을 약국에서 경험하면서 많은 생각들이 오고 간다. 사람들의 불만과 공포와 누구 탓을 이렇게까지 가까이서 그리고 자주 보게 될 줄이야…. 우리는 이 낯섦이 촉발한 감정과 혼란을 넘어설 수 있을까? 아니 이 낯섦은 아예 우리를 새로운 사유로 그리고 새로운 윤리로 이끌고 있는 것은 아닐까?     퇴치할 수 없다 20세기 선진국에서는 감염병이 완전히 정복되었다고...
둥글레 2020.03.05 조회 322
[둥글레의 인문약방/8회]     영양제=다다익선?     약사라는 직업을 가지면서부터 주변 사람들에게 많이 받게 되는 질문 중 하나가 영양제에 관해서다. 최근엔 건강기능식품 시장이 활성화되어 제품들이 넘쳐나고 건강 관련 정보도 너무 많다. 어떤 제품을 사야 할지 또 어떤 정보가 믿을 만 한지 사람들은 혼란스러워 한다. 일부 사람들은 영양제의 광신도가 되어 커다란 약 케이스에 좋다는 영양제를 한가득 넣어 다니면서 끼니마다 한 주먹씩 삼킨다. 얼마 전 TV에서 한 연예인이 아예 영양제 방을 만들어 논 걸 보고는 아연실색했다. 며칠 전 동생네에 갔다가 몇 가지 영양제가 있길래 왜 먹느냐고 물었다. 크렌베리 추출물은 방광염에 좋다고 직장 동료가 추천해서 먹고, 베타글루칸은 염증을 없애주니까 몸에 좋을 것 같아 먹는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동생이 알고 있는 베타글루칸의 주효능은 내가 알고 있는 것(면역력 증강 등)과는 좀 달랐다. 게다가 동생은 방광염을 앓고 있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동생과 비슷한 것 같다. 확신은 없지만 남들이 좋다니까 먹고, 이것저것 먹어 보지만 특별난 효과를 느껴본 적은 없다. 사람들에게 영양제는 그저 다다익선이다.     나는 기본적으로 음식을 골고루 잘 먹는다면 영양제를 따로 복용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일상 생활에서 스트레스나 과로가 심하거나 지병이 있을 경우엔 필요에 따라 한약이나 영양제를 먹으면 좋다고 판단하고 있다. 어쨌건 난 판단할 근거를 꽤 알고 있으니 편하게 얘기한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이러한 보충제니 영양제니 하는 것들은 대부분이 식물이나 광물 등의...
둥글레 2020.01.14 조회 319
[둥글레의 인문약방/7회]     늙음이 당황스럽다     작년 중반부터 생활에 변화가 있었다. 엄마와 함께 살게 되었고, 약국을 옮겨 일하고 있다. 새로운 약국엔 노인 손님들이 압도적으로 많다. 자연스럽게 나는 노인들과 예상치 않았던 관계 속에 놓이게 되었다. 엄마와 함께 살게 되면서는 모르던 엄마의 모습을 발견하곤 한다. 이 변화들이 자주 날 당황스럽게 했다.     약국으로 출근하는 노인들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약은 노인이라면 응당 복용해야 하는 것처럼 노인들 처방에 자주 등장한다. 여기에 퇴행성 관절염, 백내장, 빈뇨나 요실금, 불면증, 변비 등 노화 현상에 대한 약들이 추가된다. 최근엔 치매를 예방해준다는 뇌 영양제를 너도 나도 유행처럼 지어간단. 어떤 분은 미리 예방한다면서 우울증 약을 처방받아 와서 날 놀라게 했다. 약국에 자주 오는 노인들을 보면서 알게된 사실이 많다. 조금만 아파도 병원에 가는 것은 기본이고, 이 병원 약을 먹고 잘 안 낫는 것 같으면 바로 다른 병원으로 가서 또 약을 탄다. 종합병원에서부터 동네에 있는 병원들까지 섭렵하고 다닌다. 노인들은 약으로 산다며 한 달 생활비보다 한 달 병원비가 더 많이 든다는 한 할머니의 푸념이 진실일지도 모른다. 어떤 특정한 약에 몸을 길들인 노인들도 많다. 물약으로 된 종합감기약(판콜 또는 판피린)을 감기와 상관없이 습관적으로 복용하거나, 박카스의 경우는 두말하면 잔소리일 정도로 노인들의 최애품이다. 한 할머니는 액상 멀미약을 매주 10병씩 사가는데 사실 이 모든 약에는 카페인이 들어 있다. 카페인에 중독된 것이다. 이밖에 우황청심원이나 소화제 물약...
둥글레 2019.12.09 조회 233
[둥글레의 인문약방/6회]     지르텍 주세요       “그런데 왜 지르텍을 달라는데 다른 약을 권하는 거야?”    “아마도 같은 성분과 효능인데 가격이 저렴한 약이 있어서 그랬겠지. 지르텍은 팔아도 남는 거 하나도 없어!”   친구가 저런 질문을 하면 난 약사를 사기꾼이나 도둑놈처럼 보는 것 같아서 흥분한다. 지르텍을 비롯해 광고로 유명해진 브랜드 약들은 모두 사정이 같다. 광고 비용이 약 가격에 반영되어서 원가가 올라가 비싸게 들어온다. 게다가 이런 약들의 가격으로 약국을 비교하기 때문에 약사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거의 마진 없이 판다.  모든 광고가 그렇겠지만 약은 유난히 광고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것 같다. 건강은 언제나 다다익선 아닌가! 새로운 모델이 광고를 하면 여지없이 곧 그 약을 찾는다. 하지만 유명한 약이라고 해서 모두 다른 약에 비해 효과가 뛰어나다고 할 수 없다. 저렴하면서도 효과가 좋은 약은 많다. 이런 사정들을 사람들에게 일일이 설명하기는 힘들다. 그래서 나는 브랜드명으로 약을 찾는 사람에게 대체로 다른 약을 권하지 않는다. 다른 약을 권할 때 불신의 눈빛을 보내거나, 아예 ‘닥치고 달라는 대로 줘’라는 표정으로 쳐다보는 게 싫다. 어떨 땐 그 사람에게 더 맞는 약이 있어도 입을 다물 게 된다.  이렇다 보니 약국에 들어와 몇 마디 하는 말에도 느낌이 온다. 내가 어디까지 에너지를 쓸 것인가가 거의 자동으로 결정된다고나 할까? 하지만 몇 마디 말도 없이 입 다물고 약을 건넬 때, ‘이건 아니지 않나?’라는 찌꺼기가 남아...
둥글레 2019.10.20 조회 301
[둥글레의 인문약방/5회]   달콤살벌한 다이어트   일반적으로 여름에는 약국이 한가하다. 감기나 알레르기 질환들이 뜸한 계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일하는 약국은 사정이 좀 다르다. 노인 환자들이 많아서 늘 복용해야 하는 만성질환에 대한 처방이 들어오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여름이 되자 약국으로 일명 ‘다이어트 처방’이 몰려들었다. 다이어트 처방은 계절에 상관없이 늘 있지만 노출이 많은 여름이 되면 당연히 더 늘어난다. 근무약사 입장에서는 이 처방을 가져오는 손님들이 달갑지는 않다. 처방 일수가 길고 약 가짓수가 많아서 조제하는 데 시간이 많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또 약을 먹으면서까지 살을 빼려는 그들이 곱게 보이지 않는다. 다이어트 처방은 보험이 적용되지 않고 원칙적으로는 진료과에 상관없이 발행이 가능하다. 여러 약국에서 근무하는 동안 나는 거의 다이어트 처방을 조제했다.   소름 끼치는 다이어트 처방 다이어트로 허가를 받은 약은 식욕억제제와 지방흡수(소화) 억제제로 크게 두 가지다. 하지만 처방을 보면 약 종류가 5가지가 넘어가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어떤 병원에서 처방했건 이 처방들은 마치 복사라도 한 듯이 비슷하다. 위 두 가지 약 이외에 간질 치료제, 우울증 치료제, 각성제, 당뇨약, 비충혈 제거제(감기로 인한 코막힘 치료), 변비약, 이뇨제, 유산균 제제, 녹차추출물 등이 추가된다. 여기에 알약으로 나오는 한방 제제(방풍통성산이라는 처방)까지 쓰인다. 약사로서 처방 내용을 보면 소름이 절로 끼친다. 약들의 작용과 부작용을 알게 되면 과연 복용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다. 지방 섭취가 많지 않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주로 식욕억제제인 암페타민류(펜터민, 펜디메트라진, 디에틸프로피온, 마진돌)가 처방된다. 이...
둥글레 2019.09.02 조회 540
[둥글레의 인문약방/4회]   수면제와 네모창   강박과 수면제 5월부터 새로운 약국에서 근무하기 시작하면서 나에게 근심이 하나 생겼다. 이 약국은 오래된 의원 옆에 있어서 노인 환자들이 많은 편이다. 그런데 방문하는 노인들 중 반 이상이 수면제 처방을 받아 온다. 약사 인생에서 요즘 수면제를 가장 많이 조제 투약하고 있는 것 같다. 수면제는 ‘향정신성의약품’(이후 향정)¹으로 분류되고 마약과 같은 법률로 관리된다. 향정을 오남용 하면 정신적, 신체적으로 의존성이 생기는 등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킨다. 따라서 의료기관에서는 향정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하고 국가기관에서는 의료기관을 불시에 감사한다. 감사가 오든 안 오든 약국에서는 향정 개수를 세서 관리하고 그 조제 내역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보고한다. 한마디로 말해서 향정을 취급하는 것은 까다로운 일이다. 그런데 이렇게 손쉽게 수면제를 처방받고 있다니! 나는 놀랬다. 물론 수면제는 작용시간이 짧고 부작용을 줄였기 때문에 다른 향정에 비해 안전하다. 그래도 장기간 복용했을 때의 부작용²을 무시할 수 없다. 이 정도면 수면제 처방을 남발하고 있다고 해야 하지 않나? 특히 약물대사 능력이 떨어지는 노인들이 이렇게 일상적으로 수면제를 먹어도 괜찮을까? 최근 살인 사건이나 성폭행 사건에 수면제가 자주 등장하는 것도 그만큼 수면제를 구하기 쉬워진 것 때문일까? 걱정스러웠다.     수면제를 받아 가는 노인들과 이야기를 해보며 알게 되었는데, 대부분의 노인들이 수면 장애에 대해 강박을 느끼고 있었다. 흔히 말하길, 나이가 들면 잠이 준다고 한다. 동양 의학에서 볼 때, 노쇠로 인해 정기가 줄면 혈도 준다. 거기에 따라 잠도 자연스럽게...
둥글레 2019.07.19 조회 457
[둥글레의 인문약방 / 3회]     바이오 기술의 과속 스캔들           글 : 둥글레       문탁에 와서 생전 처음으로 철학과 문학을 공부했다. 그리고 엄청 흔들렸다. 내 흔들림과 함께 해준 친구들이 있다. 그 친구들과 약방을 차려볼까 한다. 약학과 인문의역학이 버무려진 ‘인문약방’을!                            바이오 스캔들 최근 한 유전자 치료제가 큰 스캔들에 휩싸였다. 국내 최초 유전자 치료제인 ‘인보사-케이 주(이후 인보사)’이다. 인보사는 국내는 물론 세계 최초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이다. 그러나 7월 9일 자로 식약청은 인보사의 허가취소를 확정했다. 인보사는 연골을 재생하기 위한 동종 연골세포(1액)와 염증과 통증을 억제하기 위한 성장인자 유전자(TGF-beta1 gene)가 도입된 연골 세포(2액)로 구성된다. 그런데 2액의 세포가 신장 세포로 밝혀졌다. 식약청의 조사 결과, 개발사에서 허가서류에 허위정보를 기재했고, 또 2액의 세포가 신장 세포임을 알면서도 숨긴 것이 드러났다. 식약청은 이 회사를 형사 고발했다. 식약청의 허가취소 발표 후 이 개발사의 주식은 거래가 중지되었고 수많은 투자자들의 손해가 예상된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이미 이 약을 투여받은 사람들에게 어떤 부작용이 발현될지 짐작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유전자 치료제는, 유전자 도입을 위한 벡터1)로 사용된 바이러스가 어떤 사람에게는 심각한 감염을 일으킬 수 있는 위험을 가진다. 또 유전자가 원치 않는 위치에 도입되면 오히려 종양을 유도할 수도 있다. 인보사의 경우는 벡터나 유전자 문제는 크게 없어 보이지만 다른...
둥글레 2019.06.14 조회 331
[둥글레의 인문약방 / 2회] 자기도 아프면서 누굴 치료한다고 글 : 둥글레 문탁에 와서 생전 처음으로 철학과 문학을 공부했다. 그리고 엄청 흔들렸다. 내 흔들림과 함께 해준 친구들이 있다. 그 친구들과 약방을 차려볼까 한다. 약학과 인문의역학이 버무려진 ‘인문약방’을!    천식이라는 아이러니 회사에 다닐 때 기침감기를 심하게 두 번 앓았다. 두 번 다 기침이 한 달가량 지속되는 감기였다. 기침을 해대면서도 난 병원에 간다거나 약을 먹는다거나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몸에 이상이 왔는데도 그것을 무시했다. ‘더 심해지면 약 먹지 뭐’라는 생각도 있었고, 무엇보다 일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었던 시기다. 증상이 심해지자 폐렴인가 싶어서 내과에 가서 엑스레이를 찍었는데 폐렴은 아니었고 기관지 알레르기였다. 다른 말로 하면 알레르기성 천식이다. 그때는 그 상황이 아이러니하다고 생각했다. 종합병원 근무할 때 난 호흡기약물 상담서비스(Respiratory Service)를 전문적으로 하는 약사로서 폐질환 환자들에게 흡입제 사용법을 지도했다. 그런데 내가 천식에 걸리다……. 천식 치료제의 부작용을 너무 잘 알기에 처음부터 사용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예전부터 관심이 있던 단식과 채식 요법으로 몸을 정상화시키자 마음먹었다. 생애 최초의 단식을 3일 동안 했다. 그리고 동물권과는 아무 상관없이 오로지 내 몸을 위해 채식을 하기 시작했다. 등산도 하고 건강 관련 책도 열심히 읽었다. 비쌌지만 유기농으로 먹거리를 채우려고 노력했다. 대부분의 빵에 우유가 들어있어서 책을 보고 직접 비건 빵을 만들어 먹기도 했다. 외국 고객들과 식사 자리에서도 양해를 구하고 고기를 먹지 않을 정도로 철저히 채식을 했다....
둥글레 2019.05.14 조회 466
[둥글레의 인문약방 / 1회] 약사가 되면 돈 많이 벌 줄 알았다 글 : 둥글레 문탁에 와서 생전 처음으로 철학과 문학을 공부했다. 그리고 엄청 흔들렸다. 내 흔들림과 함께 해준 친구들이 있다. 그 친구들과 약방을 차려볼까 한다. 약학과 인문의역학이 버무려진 ‘인문약방’을!      솔까말, 돈 많이 벌고 싶었다 나는 왜 약사가 되었을까? 아픈 사람들을 치료하고 싶어서 의사가 되었다는 말은 종종 들어봤을 것이다. 그런데 같은 이유로 약사가 되었다는 말은 약사들 사이에서도 못 들어 봤다. 나라고 그런 거창한 이유가 있을 턱이 없다. 엄마가 원했다. 그리고 내가 하고 싶었던 미술공부는 집안 사정상 어려웠다. 그러나 이런 것들은 어쩌면 다 핑계일지 모른다. 나는 안정적인 전문직 여성의 삶을 거부할 용기가 없었고, 미술에 대한 열정도 그렇게 크지 않았다.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난 돈을 많이 벌고 싶었다. ‘치유’나 ‘치료’ 등 이런 것들을 생각하고 약대를 선택하지는 않았다. 첫 직장인 종합병원은 그야말로 빡셌다. 그때는 의약분업 전이라 내원하는 환자들의 처방을 모두 약제과에서 조제했다. 천 명 이상 오는 환자들의 약을 조제하느라 밥도 오분만에 먹고 일해야 하는 경우도 많았고, 야간 근무를 할라치면 끝없이 오는 응급환자들 때문에 밤을 꼬박 새웠다. 사용하는 의약품의 가짓수가 많은데다 새롭게 들어오는 약도 많았다. 그 모든 의약품 코드, 효능, 부작용 등을 외우느라 힘들었다. 처방전에는 문제가 없는지 체크하기, 처방대로 맞게 조제되었지 검수하기, 환자들에게 복용법을 설명하며 투약하기 등 눈코 뜰 새가 없는 나날이었다. 책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