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글레의 인문약방 / 10회> 슬픔의 치료제를 찾는 사람들

둥글레
2020-04-27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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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글레의 인문약방 / 10화]

 

 

슬픔의 치료제를 찾는 사람들

 

 

가끔 지인들이 정신과 치료나 약에 대해 물어온다. 어떤 경우는 꾸준히 정신과 약을 먹어야 한다는 판단이 섰고, 어떤 경우는 정신과 약 복용이 너무 섣불러서 심리상담을 권유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치료나 약 복용이 불필요하다고 느꼈다. 

이런 조언을 하지만 종합병원을 그만두고 나서는 나도 정신과 질환의 처방을 조제할 기회가 그렇게 많지는 않다. 정신과 처방의 경우 의약분업 예외라서 병원에서 조제해 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물론 정신과 처방이 아니더라도 향정신성 의약품이나 중추신경계에 작용하는 약은 빈번히 취급한다.) 약국에서 정신과 처방을 보는 횟수가 줄어들었지만 사람들이 정신적 문제를 약 복용으로 해결하려는 경향은 늘었다. 그도 그럴게 요사이 정신 질환에 대한 비호감이 많이 줄었고 정신과 병원도 거리낌 없이 간다. 또 연예인들이 공황장애로 약을 먹고 있다고 토로하는 장면도 TV에 심심치 않게 나온다. 

보건 복지부가 실행한 ‘2016년 정신질환실태 역학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성인 4명 중 1명은 평생 한 번 이상 정신질환을 겪는다고 한다. 정신질환의 유병률이 25.4%라니 놀랍다. 그런데 왜 정신적 질병이 늘고 있을까? 확실한 건 정신질환에 대한 진단이 늘었다. 요새는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학교 내에서 심리를 상담하고 이상 여부를 체크하는 일이 기본이 되었다. 학생들이고 성인들이고 정신적 문제로 약을 먹거나 상담을 받는 경우가 늘어났다.

 

 

자본주의의 발달과 사회의 구조적 문제는 갈수록 개인들의 부담을 늘리고 사회 안정망을 줄이고 있다. 이로 인해 정신적 폐해가 늘고 있다는 것은 외면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정신분석학이나 심리학은 보통 사회 구조적 원인보다 개인의 차원에서 원인을 찾게 한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다른 어떤 노력보다 전문가를 통해 정신이나 감정의 문제를 손쉽게 해결하려고 한다. 물론 과거에 비해 정신질환에 개방적으로 다가가는 부분은 좋다고 생각한다. 또 조현병처럼 만성적인 정신질환은 약을 먹어서 조절해야 한다. 내가 문제시하고 있는 것은 사람들이 많은 인간의 실존을 구성하고 있는 감정들, 특히 우울이나 슬픔이라는 정신의 현상을 그저 폐기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이런 감정들이 우리 삶에 어떤 부분을 비추고 어떤 의미를 만들어 낼지 모른 채로 말이다. 

 

 

나의 힐링

나는 오래도록 스스로를 불안정하다고 생각해 왔다. 과거로부터 온 여러 트라우마가 나의 현재를 왜곡하고 있다고 확신했다. 어릴 때부터 몸에 베인 종교적 도그마는 스스로에 대한 부정을 부추겼다. 누구를 미워하거나 육체의 쾌락을 추구하면 바로 죄의식에 빠져서 힘들어했다. 그렇다고 정신과를 가야 한다거나 심리상담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다만 종교적으로 이를 해결하려고 했다. 요즘 분위기라면 약으로 고치려고 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가톨릭 단체 중에는 심리학에 기반한 치유 프로그램을 하는 곳이 많다. 어떤 수녀원에서 주최한 피정 프로그램에 참여했는데, 강의를 듣고 각자의 애니어그램을 알아보았다. 애니어그램을 알아서 자신과 타인을 이해하자는 취지였다. 그때 들었던 칼 융에 대한 강의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마음속 가장 깊은 곳에 신이 자리하고 있는데 그 주변의 상처들로 인해 신을 만나지 못한다고 했다. 상처들을 치유하고 진정한 내가 돼야 신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워낙 오래전 일이라 강의의 내용을 잘 이해한 건지 모르겠지만, 당시 심리학이라는 오묘한 학문을 처음으로 진지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 그리고 나의 상처들을 치유하고 진정한 나를 찾길 원했다. 아무튼 내가 3 유형 이랬는데, 그 유형이 진정한 나 같지는 않았고 또 유형을 알았다고 당장 마음이 편해지는 것은 아니었다.

그다음에 참여한 프로그램에는 MBTI를 알아보는 과정이 포함되어 있었다. 나는 검사할 때마다 두 가지 성향이 번갈아가며 나왔다. ENTP와 ENFP. 그때는 둘 중 하나가 맞는데 내가 뭘 잘못해서 이런 결과가 나오는 건가 싶었고 어쨌건 결과에 의미를 부여하지 못해 안달했다. 그리고 얼마 있다 이 결과는 잊혔다. 난 사람들을 몇 개의 유형으로 나누는 일에 관심을 끊었고 신앙심을 키워갔다. 신앙심에는 어떤 예리한 분석도 필요가 없었으니까.

그 이후에도 종교적 베이스가 아닌 여러 힐링 프로그램들을 기웃거리면서 알게 된 건 모든 문제는 내 감정이 억압되어서 생겼다는 환원적인 결론이었다. 또 각종 힐링 프로그램에서 만난 사람들이 한결같이 심리치료를 강조하고 있었다. 그러다 어떤 자격을 위해 꼭 필요하다고 해서 심리검사를 반나절에 걸쳐서 받았다. 결과는 ‘상담 필요’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누구든 심리검사를 통과할 사람은 없을 듯싶다. 어쨌건 난 7개월 정도의 긴 상담을 했고 내가 늘 원인일 거라 생각했던 것이 그야말로 상상에 불과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 점에 있어서 이 상담은 내게 유용했다. 사실 심리상담은 오랜 시간을 들여 나를 비난하지 않는 누군가와 자신에 대해 충분히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이다. 남의 도움을 빌어 비로소 깊게 (또는 상상적이지 않게) 나에 대해 생각해본 건 아닐까 싶다. 

 

 

슬픔과 기쁨의 실존

종교 안에서 그리고 심리상담 등 소위 ‘힐링판’이란 곳을 전전하면서 내가 바랐던 것은 불안, 슬픔, 우울, 분노 등 슬픔 계열의 감정들을 없애고 원래 나를 찾는 것이었다. 이런 감정들은 내 정신의 역량뿐 아니라 신체의 역량까지도 떨어뜨린다. 당연히 슬픔 계열의 감정들에서 벗어나는 것이 좋다. 하지만 우리에게 질병이 피할 수 없는 일이듯 “침울한 감정이나 과거에 겪었던 정신적 충격 등은 필연적인 인간의 조건이다”.1 이런 감정도 비정상이 아니듯 이런 감정에 휩싸였다고 해서 내가 비정상은 아니라는 뜻이다. 

 

 

 

슬픈 계열이건 기쁜 계열이건 어떤 감정도 우리에겐 당연하다. 제 아무리 성인(聖人)들이라 하더라도 감정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다만 그 감정에 휘둘리지 않을 뿐. 원치 않는다고 슬픔의 감정을 인생에서 들어낼 수 없고 원한다고 언제든 마음먹는 대로 기쁨이 생기지도 않는다. 그런데 요즘 세상은 밝은 감정, 흥분된 표현, 과장된 리액션만을 원하는 것 같다. 기쁨이 정상이고 슬픔은 폐기되어야 할 비정상이 되어버렸다. 게다가 원하는 기쁨의 강도가 점점 커지고 있다. TV의 예능에는 ‘하이 텐션’을 뿜어내는 연예인이 아니라면 자리 붙일 수 없을 정도이다. 사회생활에서도 에너지를 밖으로 뿜어내는 사람들이 유리하다. 

나 또한 기쁨에서 늘 동력을 얻었다. 기쁨이 동력을 줄 수 있다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그 기쁨이라는 것도 다양한 정도와 다양한 색깔이 있을 것이다. 나는 흔히 ‘기분이 좋아 죽겠다’ 정도의 흥분상태가 아니면 기쁨이라고 못 느꼈다. 이는 나만의 일은 아닌듯하다. 웬만큼 기뻐서는 간에 기별도 안 가고 조금만 슬퍼도 큰 문제가 된다. 

성과를 내야 하는 주체2가 되어버린 우리는 외부에서 주어지는 스트레스에 더해 스스로가 스스로를 착취하면서 스트레스를 더 만든다. ‘지속적인’ 스트레스는 현대인에게 일상이다. 스트레스가 기분 개선에 관여하는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을 고갈시킨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스트레스로 인해 말초와 중추신경계에서 염증성 사이토카인의 분비가 늘어나고 이 사이토카인이 세로토닌을 고갈시킨다는 메커니즘이다.

스트레스 상황이라면 당연히 기쁨의 강도에 대한 요구량이 커진다. 상대적으로 슬픔에 대한 역치는 떨어진다. 웬만큼 기쁘지 않고서야 삶의 의욕이 생기지 않고 슬퍼질까 봐 두려워지고 불안해진다. 이로써 감정이라는 상상에 우리가 쏟아야 할 에너지는 날로 늘어나고 삶이라는 실존 자체가 왜곡된다.

 

 

정신질환 권하는 사회

스트레스 말고라도 어떤 이유에서건 기분은 다운될 수 있다. 그와 동시에 세로토닌, 도파민 등의 기분을 좋게 하는 신경전달물질이 몸에서 줄어든다. 다운된 기분을 올리기 위해서는 이러한 신경전달물질을 몸에 넣어주거나 몸에서 더 많이 생산되게 하면 되는 것일까? 그렇다고 대답하는 쪽이 바로 현대 정신의학이다. 정신과는 주로 중추신경계 즉 뇌에 작용하는 약물을 복용케 함으로써 정신질환을 치료하려 한다. 다른 한쪽에는 심리상담이 있다. 심리상담은 약을 주지 않고 오랜 시간에 걸쳐서 대화를 한다. 그리고 양쪽 다 물론 어느 정도의 효과는 있다. 없었다면 그 상품성이 지금처럼 남아 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약 한 알을 먹어서 우울한 기분이 개선되었다고 해서 내가 우울증일까? 아니 더 근본적으로 내가 슬픔에 빠졌다고, 불행하다고 느낀다고 내 정신에 문제가 있는 것일까? 친구와 고민에 대해 얘기한 후 기분이 나아진 것과 심리상담사와 얘기한 후 기분이 나아진 것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을까? 정신의학은 자연과학이고 심리학은 인문학이라는데 다른 두 분야의 다른 치료법은 정신질환에 대해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 묻지 않을 수 없다. 정신질환의 진단을 우리는 어디까지 믿을 수 있을까? 

 

 

정신질환을 진단하는 데 <DSM;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편람; Diagnostic and Statistical Manual of Mental Disorders>이 널리 사용된다. DSM은 1952년 이래로 계속 개정을 거처 5 개정판이 2013년에 나왔다. 이 최신판이 ‘진단 인플레이션’과 ‘의료화’를 부추기고 있다고 4 개정판 집필 책임자인 알렌 프랜시스는 비판했다고 한다. 또 DSM의 진단 기준이 절대적이라 할 수도 없다. 해석에 여지가 있기도 하고 시대에 따라 정신질환의 정의가 유동적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동성애는 3 개정판이 나왔던 1980년대까지만 해도 성정체감 장애의 하나로 분류되었으나 1994년에 나온 4 개정판에서는 더 이상 정신장애가 아니게 되었다. 멜 슈워츠라는 심리학자는 한 심리학 전문 잡지 블로그에 아래와 같이 쓰고 있다. 

 

 “인생의 오르막과 내리막이라는 정상적인 경험들이 지금은 기능 이상의 프리즘을 통해 관찰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모든 시련과 고통에는 진단명이 꼬리표처럼 붙고, 우리는 희생자 집단이 되어간다. 막연한 불안감과 인간다움의 병리화에 희생되어가는 것이다.”3

 

‘정신의 병’이라는 정의는 점점 넓어지면서 인간의 다양한 실존들이 거기에 욱여넣어지고 있는 것 같다. 정신과 약물들도 많이 개발되어 그만큼의 수요를 만들어 내고 있다. 이런 약들을 자동차나 전기주전자처럼 단지 문명의 이기로 생각하고 편의적으로 다가가도 되는 것일까?

 

 

슬픔을 품은 삶의 진실들

나는 불안, 슬픔, 우울에 빠져있는 ‘나’를 고쳐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런 감정을 훌훌 털고 기쁨과 의욕에 찬 진정한 내가 있을 것이라고 말이다. 이런 생각들이야말로 망상이다. 어떤 감정에 처해있든 나는 나인데. 다만 그런 ‘나’의 생각과 행동이 시절 인연에 따라 다양한 의미 또는 진실을 만들 뿐이다. 정해진 ‘나’라는 건 없다.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나 또한 변하고 있을 뿐이다.

더 이상 정해진 나라는 것을 찾지 않게 된 것은 인문학을 공부하면서부터이다. 인문학 공부는 자뻑과 자기 비하의 극과 극을 오가는 상상적인 자아 비대가 아닌 해체하는 방식으로 스스로를 보도록 했다. 물론 이는 쉬운 일이 아니다. 딱딱해진 자아를 부수고 나면 또다시 굳어진 자신을 발견하곤 한다. 또 인문학 공부만이 유효하다고 말할 수 없다. 많은 힐링 경험 끝에 다다른 인문학 공부가 내겐 도움이 되었다.

사주명리학을 통해서 운명애를 배웠고, 사회뿐 아니라 사회의 일부인 자신과도 처절히 싸우는 루쉰을 닮고 싶었고, 마르크스를 통해서 돈에 대해 다른 생각을 하게 되었다. 스피노자로부터는 감정이 인간이라는 존재에 필연성임을, 그리고 그 감정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 혼자가 아닌 우정의 힘(또는 공동체의 공통 감각)이 필요함을 배웠다. 올해는 푸코 공부를 시작했다. 

 

 

프로작 한 알이면 금방 기분이 나아질 텐데 왜 그렇게 복잡하고 어려운 공부를 하니?라고 누군가 묻는다면, 프로작의 수많은 부작용은 차치하고라도, 화학물질에 내 기분을 맡기고 싶지 않노라고 답하고 싶다. 무엇보다 슬픔 계열의 감정들을 없애는 것이 치료라고 말하고 싶지 않다. 약으로 이런 감정들이 없어진다면 나는 그때 그 슬픔이 품은 진실을 만나지 못할 것이다. 또 슬픔의 진실들을 외면하는데 어찌 기쁨의 진실들을 만날까? 순서가 바뀐 거다. 슬픔이나 우울 때문에 삶이 비참해진 게 아니다. 삶이 있기 때문에 그 안에 슬픔과 우울이 있는 거다.

이제 나에게 ‘공부한다’는 말은 지식의 습득이 아니다. 공부가 내 삶과 만나 생산한 다양한 나의 진실을 만나는 일이라고 말하고 싶다. 슬픔, 우울, 불행을 품은 삶의 의미들을 깨닫게 해주는 것은 ‘친구들과 함께 하는 공부’이다. 그런 진실 또는 의미를 만날 때 작은 깨달음이지만 기쁘다. 나는 공부가 만들어낸 여러 스펙트럼의 기쁨을 느끼고 싶다. 잔잔한 기쁨이라는 말이 성립할 수 있다고 느끼는 요즘이다. 

 

 

P.S. 나의 힐링기는 실은 더 길다. 북미 인디언이 직접 와서 진행했던 정화 의례에 제주도까지 가서 참석했고,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외국인이 전생과 영혼의 상태를 본다길래 친구 집에 냅다 갔다. 또 레이키라는 기치료 비슷한 것도 배웠다. 한 신부님과 꿈 해석도 진행했고 유명 심리학자와 집단 꿈 투사 작업도 했다. 예수회 신부님과 수녀님으로부터 이냐시오 영신수련을 장시간에 걸쳐 배웠다. 종교 때문에 끝까지 망설이다 타로도 배웠다. 이런 경험들이 다 나름 의미는 있었던 것 같다. 적어도 난 손쉽게 나의 실존을 폐기하지는 않았으니까. 물론 미신적인 마음으로 임했던 힐링 경험도 많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이런 과정을 통해서 나는 스스로 삶의 진실들을 찾고자 노력했던 것 같다. 사실 누구나 조금씩은 이런 노력을 하며 산다. 어쨌건 지금 나에겐 친구들과 함께 공부하고 활동하며 만들어가는 하루하루가 그 무엇보다 의미 있다. 친구들과 싸울 때, 서로 속상할 때 포함해서.

 

 

주석)

  1. 수잔 손택, 이재원 옮김, 『은유로서의 질병』 79쪽, 이후, 2002.

  2. 한병철은 자신의 책 『피로사회』에서 후기 근대인을 성과주의 사회에 스스로를 착취하여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가 되고 있는 성과주체라고 명명했다. 스스로 성과주체가 되는 이유는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 하에서는 타인의 착취보다는 자신을 착취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고 더 많을 성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3. 에릭 메이젤, 강순이 옮김, 『가짜 우울, 우울을 권하는 사회, 일상 의미화 전략』, 2012, 마음산책.

 

글 : 둥글레

        프로필 01.jpg

      문탁에 와서 생전 처음으로 철학과 문학을 공부했다. 
      그리고 엄청 흔들렸다. 내 흔들림과 함께 해준 친구들이 있다. 
      그 친구들과 약방을 차려볼까 한다. 약학과 인문의역학이 버무려진 ‘인문약방’을!

댓글 11
  • 2020-04-27 10:49

    예전 아이 유치원 엄마들 중 1/3이상이 2년코스의 심리상담자격증공부를 했던게 생각나네요. 그때 그분들이 저에게 애니어그램, MBTI 테스트도 해주었어요. 그러다가 옆집에 새로 이사오신분이 비폭력대화강사셨는데, 저의 폭력적인 모습을보시고 강의를 권하셨죠. ㅋ
    50프로 디씨해줘서 10회강의 들었었네요. ㅎㅎ

    요즘은
    적당한 술과 책과 친구가 있어서, 이 삼중 씨리즈가 화내고 울면서도 웃게 만드는! 미친감정의 카오스를 느끼게 해줘서 그런지 그것으로부터 카타르시스를 만나는 느낌적인 느낌이랄까...... 이런 감정을 진단 내린다면 '보더라인 경계성 감정장애'라고 할까요?

    문탁 동학여러분 싸랑햅니데이~~^^(조증 상태)

    • 2020-04-29 12:37

      조증 상태의 콩땅 싸랑한데이~~

  • 2020-04-27 11:41

    슬퍼서 삶이 비참한게 아니라 삶이 있기때문에 슬픔이 있다는 ᆢ 진실을 접하니까 왜 기쁜데 슬프죠? ㅎㅎ
    너무 잘읽었습니다~~

    • 2020-04-29 12:44

      기쁜데 슬픈 느낌 왠지 알 것 같네요. ^^
      근데 이 이중적인 감정은 상상일까요?

  • 2020-04-28 09:21

    자아를 (학문을 통해) 찾는 것과
    자아를 (수련을 통해) 버리는 것!!

    근대는 전자를 노멀로 만든 사회이죠.
    후자의 집단적 경험을 잃어버려서 지금 요모양요꼴!
    우리는 이제 어찌 다시 후자를 되살릴지....바로 바로.................공부?!!

    난 이렇게 읽히는군요. ㅋ

    • 2020-04-29 12:46

      푸코 공부하면서 후자를 되살릴 방법을 구체적으로 모색해 보고 싶네요. ^^

  • 2020-04-28 23:54

    아... 알콜/니코틴 중독도 정신장애군요 허허허

    • 2020-04-30 10:11

      그래요?? 아~~ addiction이구만요.
      근데 저도 커피(카페인) 중독이에요. ㅋㅋ

  • 2020-04-29 11:04

    슬픔의 정서를 안고 문탁에 오면 신기하게 사라질 때가 많아요.
    그 슬픔을 내가 풀어 내면서 친구들이 들어주면서 그렇게 되나 봅니다.
    전에는 그럴 때 더 우울한 음악이 땡겨서 몇 시간 동안 그렇게 허우적 대고 나면
    좀 홀가분 해지더라구요. 근데, 그러고 나면 기분이 맑아져요.
    그래서인지 슬픔이 찾아오는게 싫거나 나쁘다는 생각은 안 들더라구요. 핫핫
    이번 글은 PS의 뒷이야기가 더 궁금해지네요.

    • 2020-04-29 13:25

      나도 요즘 음악이 좋던데^^
      그러고 보니 문탁에 음악은 좀 뜸하네...

    • 2020-04-30 10:12

      그 뒷이야기엔 청량리님도 들어가겠죠?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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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글레 2020.05.21 조회 137
[둥글레의 인문약방 / 11화]     현대판 만병통치약, 진통제     첫 직장인 종합병원에 다닐 때 동기 중 한 명이 웬만하면 약을 먹지 않으려고 해서 속으로 비난한 적이 있다. ‘아니 약학을 공부한 사람이 자신이 공부한 학문을 부정하는 것도 아니고 왜 아픈데 참지?’ 난 이해할 수 없었고 되려 그녀가 무식? 해 보였다. 생리통이나 두통으로 괴로워하면서도 그녀는 진통제를 먹지 않았다. 이유를 물어봤다. 그녀의 대답은 “약은 독이다”라는 원론적인 얘기였다. ‘참내! 그렇지 원래 약은 독이 될 수 있으니 잘 쓰여야 하는 거고 그래서 약학이 있는 거야!!!’ 속으로 외쳤다. 그러던 내가 최근 1~2년 동안 소염진통제를 한 알도 삼키지 않았다. 소염진통제는 감기 초기, 인후염, 염좌나 근육염 등 각종 염증과 두통, 치통, 생리통 등 각종 통증에 효과가 있고 활용도가 높아 약국에서 많이 팔리는 약이다. 개인적으로도 가장 쉽게 또 자주 먹었던 약인데도 이런 결정을 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 약 2년 전 독감 후 기관지염이 심하게 와서 병원들을 전전하다 너무 약을 많이 복용하게 되었다. 그 해 여름부터 온 몸에 두드러기가 나더니 수개월 동안 지속되었고 그 양상도 대단했다. 엄청나게 가려웠고 긁으면 어마어마한 크기로 합해졌다. 좀처럼 없어지지 않는 두드러기가 예사로 보이지 않았다. 한방과 양방을 함께 공부한 나로서는 간에 무리가 온 것 같다는 생각에 다다랐다. 짧은 기간 동안 너무 많은 양의 약을 먹어서 몸에 부작용이 나타난 것이다. 단식을 했고 혈을 보충해주는 사물탕과...
둥글레 2020.04.27 조회 254
[둥글레의 인문약방 / 10화]     슬픔의 치료제를 찾는 사람들     가끔 지인들이 정신과 치료나 약에 대해 물어온다. 어떤 경우는 꾸준히 정신과 약을 먹어야 한다는 판단이 섰고, 어떤 경우는 정신과 약 복용이 너무 섣불러서 심리상담을 권유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치료나 약 복용이 불필요하다고 느꼈다.  이런 조언을 하지만 종합병원을 그만두고 나서는 나도 정신과 질환의 처방을 조제할 기회가 그렇게 많지는 않다. 정신과 처방의 경우 의약분업 예외라서 병원에서 조제해 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물론 정신과 처방이 아니더라도 향정신성 의약품이나 중추신경계에 작용하는 약은 빈번히 취급한다.) 약국에서 정신과 처방을 보는 횟수가 줄어들었지만 사람들이 정신적 문제를 약 복용으로 해결하려는 경향은 늘었다. 그도 그럴게 요사이 정신 질환에 대한 비호감이 많이 줄었고 정신과 병원도 거리낌 없이 간다. 또 연예인들이 공황장애로 약을 먹고 있다고 토로하는 장면도 TV에 심심치 않게 나온다.  보건 복지부가 실행한 ‘2016년 정신질환실태 역학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성인 4명 중 1명은 평생 한 번 이상 정신질환을 겪는다고 한다. 정신질환의 유병률이 25.4%라니 놀랍다. 그런데 왜 정신적 질병이 늘고 있을까? 확실한 건 정신질환에 대한 진단이 늘었다. 요새는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학교 내에서 심리를 상담하고 이상 여부를 체크하는 일이 기본이 되었다. 학생들이고 성인들이고 정신적 문제로 약을 먹거나 상담을 받는 경우가 늘어났다.     자본주의의 발달과 사회의 구조적 문제는 갈수록 개인들의 부담을 늘리고 사회 안정망을 줄이고 있다. 이로 인해 정신적...
둥글레 2020.03.24 조회 222
[둥글레의 인문약방/9회]     바이러스 폭풍시대의 윤리     코로나19 유행이 시작되고 별별 장면들이 우리 사회뿐 아니라 각국에서 펼쳐지고 있다. 대중들의 심리를 손쉽게 파고드는 공포, 감염병의 유행과 직결되는 정치적 논쟁, 높은 인식 수준을 자랑했던 선진국들의 봉쇄 정책 등 매일매일이 놀람의 연속이다.     약국에서 마스크를 팔면서 느낀 점도 많다. 다들 약국에 오면 한 마디씩 한다. 중국에 마스크를 퍼줘서 마스크가 부족하다, 중국이 공산국가라서 벌을 받았다 등등. 진의 여부나 정부 비난은 차치하고 중국에 대한 혐오감은 듣기 좀 불편했다. 이념적 편 가르기를 하면서도 마스크 판매를 국가가 통제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의 이율배반에 한숨이 나왔다. 마스크 사재기를 비난하지만 마스크를 많이 사려고 하는 사람들, 마스크가 없다고 화내고, 마스크를 겨우 구해오면 비싸다고 화를 내는 사람들 등. 마스크를 파는 입장이라서 보게 되는 그림자가 많았다. 결국 정부는 국민들의 불만과 불안을 없애기 위해 ‘마스크 5부제’를 실시했다. 이 한시적 제도에 사회주의적이라며 딴지를 거는 언론도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 느끼는 체감으로는 사람들의 불만과 불안은 많이 줄어든 것 같다. 바이러스 대유행이라는 낯선 상황을 약국에서 경험하면서 많은 생각들이 오고 간다. 사람들의 불만과 공포와 누구 탓을 이렇게까지 가까이서 그리고 자주 보게 될 줄이야…. 우리는 이 낯섦이 촉발한 감정과 혼란을 넘어설 수 있을까? 아니 이 낯섦은 아예 우리를 새로운 사유로 그리고 새로운 윤리로 이끌고 있는 것은 아닐까?     퇴치할 수 없다 20세기 선진국에서는 감염병이 완전히 정복되었다고...
둥글레 2020.03.05 조회 255
[둥글레의 인문약방/8회]     영양제=다다익선?     약사라는 직업을 가지면서부터 주변 사람들에게 많이 받게 되는 질문 중 하나가 영양제에 관해서다. 최근엔 건강기능식품 시장이 활성화되어 제품들이 넘쳐나고 건강 관련 정보도 너무 많다. 어떤 제품을 사야 할지 또 어떤 정보가 믿을 만 한지 사람들은 혼란스러워 한다. 일부 사람들은 영양제의 광신도가 되어 커다란 약 케이스에 좋다는 영양제를 한가득 넣어 다니면서 끼니마다 한 주먹씩 삼킨다. 얼마 전 TV에서 한 연예인이 아예 영양제 방을 만들어 논 걸 보고는 아연실색했다. 며칠 전 동생네에 갔다가 몇 가지 영양제가 있길래 왜 먹느냐고 물었다. 크렌베리 추출물은 방광염에 좋다고 직장 동료가 추천해서 먹고, 베타글루칸은 염증을 없애주니까 몸에 좋을 것 같아 먹는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동생이 알고 있는 베타글루칸의 주효능은 내가 알고 있는 것(면역력 증강 등)과는 좀 달랐다. 게다가 동생은 방광염을 앓고 있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동생과 비슷한 것 같다. 확신은 없지만 남들이 좋다니까 먹고, 이것저것 먹어 보지만 특별난 효과를 느껴본 적은 없다. 사람들에게 영양제는 그저 다다익선이다.     나는 기본적으로 음식을 골고루 잘 먹는다면 영양제를 따로 복용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일상 생활에서 스트레스나 과로가 심하거나 지병이 있을 경우엔 필요에 따라 한약이나 영양제를 먹으면 좋다고 판단하고 있다. 어쨌건 난 판단할 근거를 꽤 알고 있으니 편하게 얘기한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이러한 보충제니 영양제니 하는 것들은 대부분이 식물이나 광물 등의...
둥글레 2020.01.14 조회 306
[둥글레의 인문약방/7회]     늙음이 당황스럽다     작년 중반부터 생활에 변화가 있었다. 엄마와 함께 살게 되었고, 약국을 옮겨 일하고 있다. 새로운 약국엔 노인 손님들이 압도적으로 많다. 자연스럽게 나는 노인들과 예상치 않았던 관계 속에 놓이게 되었다. 엄마와 함께 살게 되면서는 모르던 엄마의 모습을 발견하곤 한다. 이 변화들이 자주 날 당황스럽게 했다.     약국으로 출근하는 노인들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약은 노인이라면 응당 복용해야 하는 것처럼 노인들 처방에 자주 등장한다. 여기에 퇴행성 관절염, 백내장, 빈뇨나 요실금, 불면증, 변비 등 노화 현상에 대한 약들이 추가된다. 최근엔 치매를 예방해준다는 뇌 영양제를 너도 나도 유행처럼 지어간단. 어떤 분은 미리 예방한다면서 우울증 약을 처방받아 와서 날 놀라게 했다. 약국에 자주 오는 노인들을 보면서 알게된 사실이 많다. 조금만 아파도 병원에 가는 것은 기본이고, 이 병원 약을 먹고 잘 안 낫는 것 같으면 바로 다른 병원으로 가서 또 약을 탄다. 종합병원에서부터 동네에 있는 병원들까지 섭렵하고 다닌다. 노인들은 약으로 산다며 한 달 생활비보다 한 달 병원비가 더 많이 든다는 한 할머니의 푸념이 진실일지도 모른다. 어떤 특정한 약에 몸을 길들인 노인들도 많다. 물약으로 된 종합감기약(판콜 또는 판피린)을 감기와 상관없이 습관적으로 복용하거나, 박카스의 경우는 두말하면 잔소리일 정도로 노인들의 최애품이다. 한 할머니는 액상 멀미약을 매주 10병씩 사가는데 사실 이 모든 약에는 카페인이 들어 있다. 카페인에 중독된 것이다. 이밖에 우황청심원이나 소화제 물약...
둥글레 2019.12.09 조회 207
[둥글레의 인문약방/6회]     지르텍 주세요       “그런데 왜 지르텍을 달라는데 다른 약을 권하는 거야?”    “아마도 같은 성분과 효능인데 가격이 저렴한 약이 있어서 그랬겠지. 지르텍은 팔아도 남는 거 하나도 없어!”   친구가 저런 질문을 하면 난 약사를 사기꾼이나 도둑놈처럼 보는 것 같아서 흥분한다. 지르텍을 비롯해 광고로 유명해진 브랜드 약들은 모두 사정이 같다. 광고 비용이 약 가격에 반영되어서 원가가 올라가 비싸게 들어온다. 게다가 이런 약들의 가격으로 약국을 비교하기 때문에 약사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거의 마진 없이 판다.  모든 광고가 그렇겠지만 약은 유난히 광고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것 같다. 건강은 언제나 다다익선 아닌가! 새로운 모델이 광고를 하면 여지없이 곧 그 약을 찾는다. 하지만 유명한 약이라고 해서 모두 다른 약에 비해 효과가 뛰어나다고 할 수 없다. 저렴하면서도 효과가 좋은 약은 많다. 이런 사정들을 사람들에게 일일이 설명하기는 힘들다. 그래서 나는 브랜드명으로 약을 찾는 사람에게 대체로 다른 약을 권하지 않는다. 다른 약을 권할 때 불신의 눈빛을 보내거나, 아예 ‘닥치고 달라는 대로 줘’라는 표정으로 쳐다보는 게 싫다. 어떨 땐 그 사람에게 더 맞는 약이 있어도 입을 다물 게 된다.  이렇다 보니 약국에 들어와 몇 마디 하는 말에도 느낌이 온다. 내가 어디까지 에너지를 쓸 것인가가 거의 자동으로 결정된다고나 할까? 하지만 몇 마디 말도 없이 입 다물고 약을 건넬 때, ‘이건 아니지 않나?’라는 찌꺼기가 남아...
둥글레 2019.10.20 조회 289
[둥글레의 인문약방/5회]   달콤살벌한 다이어트   일반적으로 여름에는 약국이 한가하다. 감기나 알레르기 질환들이 뜸한 계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일하는 약국은 사정이 좀 다르다. 노인 환자들이 많아서 늘 복용해야 하는 만성질환에 대한 처방이 들어오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여름이 되자 약국으로 일명 ‘다이어트 처방’이 몰려들었다. 다이어트 처방은 계절에 상관없이 늘 있지만 노출이 많은 여름이 되면 당연히 더 늘어난다. 근무약사 입장에서는 이 처방을 가져오는 손님들이 달갑지는 않다. 처방 일수가 길고 약 가짓수가 많아서 조제하는 데 시간이 많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또 약을 먹으면서까지 살을 빼려는 그들이 곱게 보이지 않는다. 다이어트 처방은 보험이 적용되지 않고 원칙적으로는 진료과에 상관없이 발행이 가능하다. 여러 약국에서 근무하는 동안 나는 거의 다이어트 처방을 조제했다.   소름 끼치는 다이어트 처방 다이어트로 허가를 받은 약은 식욕억제제와 지방흡수(소화) 억제제로 크게 두 가지다. 하지만 처방을 보면 약 종류가 5가지가 넘어가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어떤 병원에서 처방했건 이 처방들은 마치 복사라도 한 듯이 비슷하다. 위 두 가지 약 이외에 간질 치료제, 우울증 치료제, 각성제, 당뇨약, 비충혈 제거제(감기로 인한 코막힘 치료), 변비약, 이뇨제, 유산균 제제, 녹차추출물 등이 추가된다. 여기에 알약으로 나오는 한방 제제(방풍통성산이라는 처방)까지 쓰인다. 약사로서 처방 내용을 보면 소름이 절로 끼친다. 약들의 작용과 부작용을 알게 되면 과연 복용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다. 지방 섭취가 많지 않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주로 식욕억제제인 암페타민류(펜터민, 펜디메트라진, 디에틸프로피온, 마진돌)가 처방된다. 이...
둥글레 2019.09.02 조회 514
[둥글레의 인문약방/4회]   수면제와 네모창   강박과 수면제 5월부터 새로운 약국에서 근무하기 시작하면서 나에게 근심이 하나 생겼다. 이 약국은 오래된 의원 옆에 있어서 노인 환자들이 많은 편이다. 그런데 방문하는 노인들 중 반 이상이 수면제 처방을 받아 온다. 약사 인생에서 요즘 수면제를 가장 많이 조제 투약하고 있는 것 같다. 수면제는 ‘향정신성의약품’(이후 향정)¹으로 분류되고 마약과 같은 법률로 관리된다. 향정을 오남용 하면 정신적, 신체적으로 의존성이 생기는 등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킨다. 따라서 의료기관에서는 향정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하고 국가기관에서는 의료기관을 불시에 감사한다. 감사가 오든 안 오든 약국에서는 향정 개수를 세서 관리하고 그 조제 내역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보고한다. 한마디로 말해서 향정을 취급하는 것은 까다로운 일이다. 그런데 이렇게 손쉽게 수면제를 처방받고 있다니! 나는 놀랬다. 물론 수면제는 작용시간이 짧고 부작용을 줄였기 때문에 다른 향정에 비해 안전하다. 그래도 장기간 복용했을 때의 부작용²을 무시할 수 없다. 이 정도면 수면제 처방을 남발하고 있다고 해야 하지 않나? 특히 약물대사 능력이 떨어지는 노인들이 이렇게 일상적으로 수면제를 먹어도 괜찮을까? 최근 살인 사건이나 성폭행 사건에 수면제가 자주 등장하는 것도 그만큼 수면제를 구하기 쉬워진 것 때문일까? 걱정스러웠다.     수면제를 받아 가는 노인들과 이야기를 해보며 알게 되었는데, 대부분의 노인들이 수면 장애에 대해 강박을 느끼고 있었다. 흔히 말하길, 나이가 들면 잠이 준다고 한다. 동양 의학에서 볼 때, 노쇠로 인해 정기가 줄면 혈도 준다. 거기에 따라 잠도 자연스럽게...
둥글레 2019.07.19 조회 439
[둥글레의 인문약방 / 3회]     바이오 기술의 과속 스캔들           글 : 둥글레       문탁에 와서 생전 처음으로 철학과 문학을 공부했다. 그리고 엄청 흔들렸다. 내 흔들림과 함께 해준 친구들이 있다. 그 친구들과 약방을 차려볼까 한다. 약학과 인문의역학이 버무려진 ‘인문약방’을!                            바이오 스캔들 최근 한 유전자 치료제가 큰 스캔들에 휩싸였다. 국내 최초 유전자 치료제인 ‘인보사-케이 주(이후 인보사)’이다. 인보사는 국내는 물론 세계 최초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이다. 그러나 7월 9일 자로 식약청은 인보사의 허가취소를 확정했다. 인보사는 연골을 재생하기 위한 동종 연골세포(1액)와 염증과 통증을 억제하기 위한 성장인자 유전자(TGF-beta1 gene)가 도입된 연골 세포(2액)로 구성된다. 그런데 2액의 세포가 신장 세포로 밝혀졌다. 식약청의 조사 결과, 개발사에서 허가서류에 허위정보를 기재했고, 또 2액의 세포가 신장 세포임을 알면서도 숨긴 것이 드러났다. 식약청은 이 회사를 형사 고발했다. 식약청의 허가취소 발표 후 이 개발사의 주식은 거래가 중지되었고 수많은 투자자들의 손해가 예상된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이미 이 약을 투여받은 사람들에게 어떤 부작용이 발현될지 짐작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유전자 치료제는, 유전자 도입을 위한 벡터1)로 사용된 바이러스가 어떤 사람에게는 심각한 감염을 일으킬 수 있는 위험을 가진다. 또 유전자가 원치 않는 위치에 도입되면 오히려 종양을 유도할 수도 있다. 인보사의 경우는 벡터나 유전자 문제는 크게 없어 보이지만 다른...
둥글레 2019.06.14 조회 315
[둥글레의 인문약방 / 2회] 자기도 아프면서 누굴 치료한다고 글 : 둥글레 문탁에 와서 생전 처음으로 철학과 문학을 공부했다. 그리고 엄청 흔들렸다. 내 흔들림과 함께 해준 친구들이 있다. 그 친구들과 약방을 차려볼까 한다. 약학과 인문의역학이 버무려진 ‘인문약방’을!    천식이라는 아이러니 회사에 다닐 때 기침감기를 심하게 두 번 앓았다. 두 번 다 기침이 한 달가량 지속되는 감기였다. 기침을 해대면서도 난 병원에 간다거나 약을 먹는다거나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몸에 이상이 왔는데도 그것을 무시했다. ‘더 심해지면 약 먹지 뭐’라는 생각도 있었고, 무엇보다 일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었던 시기다. 증상이 심해지자 폐렴인가 싶어서 내과에 가서 엑스레이를 찍었는데 폐렴은 아니었고 기관지 알레르기였다. 다른 말로 하면 알레르기성 천식이다. 그때는 그 상황이 아이러니하다고 생각했다. 종합병원 근무할 때 난 호흡기약물 상담서비스(Respiratory Service)를 전문적으로 하는 약사로서 폐질환 환자들에게 흡입제 사용법을 지도했다. 그런데 내가 천식에 걸리다……. 천식 치료제의 부작용을 너무 잘 알기에 처음부터 사용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예전부터 관심이 있던 단식과 채식 요법으로 몸을 정상화시키자 마음먹었다. 생애 최초의 단식을 3일 동안 했다. 그리고 동물권과는 아무 상관없이 오로지 내 몸을 위해 채식을 하기 시작했다. 등산도 하고 건강 관련 책도 열심히 읽었다. 비쌌지만 유기농으로 먹거리를 채우려고 노력했다. 대부분의 빵에 우유가 들어있어서 책을 보고 직접 비건 빵을 만들어 먹기도 했다. 외국 고객들과 식사 자리에서도 양해를 구하고 고기를 먹지 않을 정도로 철저히 채식을 했다....
둥글레 2019.05.14 조회 445
[둥글레의 인문약방 / 1회] 약사가 되면 돈 많이 벌 줄 알았다 글 : 둥글레 문탁에 와서 생전 처음으로 철학과 문학을 공부했다. 그리고 엄청 흔들렸다. 내 흔들림과 함께 해준 친구들이 있다. 그 친구들과 약방을 차려볼까 한다. 약학과 인문의역학이 버무려진 ‘인문약방’을!      솔까말, 돈 많이 벌고 싶었다 나는 왜 약사가 되었을까? 아픈 사람들을 치료하고 싶어서 의사가 되었다는 말은 종종 들어봤을 것이다. 그런데 같은 이유로 약사가 되었다는 말은 약사들 사이에서도 못 들어 봤다. 나라고 그런 거창한 이유가 있을 턱이 없다. 엄마가 원했다. 그리고 내가 하고 싶었던 미술공부는 집안 사정상 어려웠다. 그러나 이런 것들은 어쩌면 다 핑계일지 모른다. 나는 안정적인 전문직 여성의 삶을 거부할 용기가 없었고, 미술에 대한 열정도 그렇게 크지 않았다.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난 돈을 많이 벌고 싶었다. ‘치유’나 ‘치료’ 등 이런 것들을 생각하고 약대를 선택하지는 않았다. 첫 직장인 종합병원은 그야말로 빡셌다. 그때는 의약분업 전이라 내원하는 환자들의 처방을 모두 약제과에서 조제했다. 천 명 이상 오는 환자들의 약을 조제하느라 밥도 오분만에 먹고 일해야 하는 경우도 많았고, 야간 근무를 할라치면 끝없이 오는 응급환자들 때문에 밤을 꼬박 새웠다. 사용하는 의약품의 가짓수가 많은데다 새롭게 들어오는 약도 많았다. 그 모든 의약품 코드, 효능, 부작용 등을 외우느라 힘들었다. 처방전에는 문제가 없는지 체크하기, 처방대로 맞게 조제되었지 검수하기, 환자들에게 복용법을 설명하며 투약하기 등 눈코 뜰 새가 없는 나날이었다. 책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