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좌전 5회차후기: 노애공 초기의 사건과 오자서, 초소왕

바람~
2021-11-22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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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공 초기의 사건들과 오자서와 초소왕 이야기

 

5강은 정공 사후 애공 1년~6년, 기원전 494년~489년까지 중요한 사건들을 읽었다. 군주가 쫓겨나거나 살해당하기도 하는 시대에 애공은 정식으로 즉위식을 치르고 왕위에 오른 몇 안되는 군주중 하나다. 10살 무렵에 즉위하여 27년간 재임 한다. 노나라의 전권은 삼환씨에게 있어서, 공자는 이 때 해외 망명생활중이다.

 

애공 원년, 기원전 494

 

오자서와 오나라왕 부차의 갈등

 

남쪽의 오나라와 월나라가 맹주국으로 성장하면서 초나라와 세력을 다투고 있었다. 백거전투에서 패배한 초나라와 오, 월, 진, 노나라와의 국제정세가 숨가쁘게 달라지는 시대였다.

 

오나라왕 부차는 월나라를 패퇴시키고 회계에서 월나라왕 구천에게 수치를 준뒤, 협약을 맺으려고 했다. 이때 오자서가 반대한다.

“안됩니다. 신이 듣건대, ‘덕을 심는 것은 잘 자라게 하는 것만 못하고, 병을 물리치는데는 뿌리째 뽑는 것만 못하다’고 했습니다. (중략) 구천은 능히 백성을 가까이하고 베푸는데 힘을 쓰고, 은혜를 베풀어 인재를 잃지 않으며, 백성을 가까이 하면서 공이 있는 자를 버리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와 국경을 함께 하며 대대로 원수가 될겁니다. 그러니 이겨서 취하지 않으면 하늘의 뜻을 어기고 원수를 키우는 것이 되어 나중에 후회해도 차지할 수 없습니다. 만이(초, 월) 사이에 끼어 원수를 키우면서 패자가 되기를 구하면 반드시 행하지 못합니다.”

 

부차가 듣지 않자, 오자서는 나와서 사람들에게 고한다.

“월나라는 10년간 인구를 늘리고 10년간 백성을 가르치고 군사를 훈련시켰다. 20년이면 오나라는 폐허가 되리라!”

(춘추좌전 1605~1607쪽)

 

오자서는 자신의 도움으로 오나라가 맹주국으로 발돋움하고 있기에 자신있게 부차에게 조언을 했을 것이다. 초나라에 대한 복수심으로 활활 타는 오자서는 부차의 마음을 읽을 겨를이 없었다. 부차는 아버지의 공신인 오자서의 직언을 매우 듣기 싫었으리라. 물욕과 허영심이 많은 부차는 나라의 부강을 즐기며 자신의 세력을 마음껏 과시하고 싶었을 것이다. 이런 반목이 나중에 결국 부차가 오자서를 죽이도록 만든 단초가 되었으리라.

 

오나라군대가 진(陳)나라에 주둔하고 있을 때, 초나라 영윤 子西는 두려워하는 대부들에게 말한다.

“그대들은 우리가 서로 화목하지 못함을 걱정하시오, 오나라는 걱정할게 없소.”

오나라의 부국강병을 위해 검소한 습관을 갖고 애쓴 합려와 사치스럽게 유흥을 즐기는 부차를 비교하며, 오나라가 스스로 먼저 패할 것이니 어찌 초나라를 패퇴시키겠냐고 덧붙인다(발췌요약).

(춘추좌전 1608~1609)

 

부차는 이미 안팎으로 기울어가는 군주로 낙인찍힌 셈이다.

 

 

애공 3, 기원전 492

 

노나라의 큰 두 사건, 대화재와 계손씨의 죽음

 

여름에 사탁(공문서 내리는 곳)에 화재가 일어났는데, 궁으로 불이 넘어가 환공과 희공의 사당을 태웠다. 불을 끄는 사람들이 모두 귀중품창고를 살펴보았다.

남궁경숙이 와서 관리에게 명을 내려 御書(나라에서 보관하는 서책)를 빼와 옮기라 했고, 자복경백이 와서 禮書(법령집)를 빼와 명령을 기다리라 했다. 명을 받아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규정에 따라 처벌하겠다 명했다. 관리들이 직책을 갖추고 자기 맡은바 일을 하고 창고를 신중히 지키고 질서정연하게 물품을 제공했다. 물을 많이 적신 휘장으로 불길을 잡았고 관공서 지붕을 덮고, 태묘에서 시작해 내외로 덮었다. 필요한 곳에 도움을 주고, 명이 행해지지 않으면 처벌하여 용서하지 않았다. (하략)

공자가 陳나라에서 이 소식을 듣고, 말했다.

“아마도 (다 타버린 곳이) 환공과 희공이겠구나!”

(춘추좌전 1620~1622)

 

좌전에 화재가 난 사건은 여러 번 있으나, 화재진압과정이 이렇게 자세하게 묘사된 곳은 이뿐이라 했다. 불이 나면 값비싼 물건을 챙기는 것이 보통인데, 남궁경숙과 자복경백은 책을 구해서 피난시킨 인물로 돋보인다. 역시 공자 제자들인가! 화재 진압 과정도 매우 인상적이다. 재물은 다시 마련하면 되니 사람이 다치지 않게 하라니...21세기에도 잘 지켜지지 않는 일인데...

공자의 말은, 환공과 희공의 사당이 특히 화려하게 장식되었던 곳인데 본분을 벗어난 이 곳들이 타서 없어졌겠구나...란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하늘이 없애주신 것?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때 기원전 492년 공자가 陳나라에 있었다는 기록이다!

 

가을, 계손씨(계환자)가 병이 들어 정상을 불러 말했다.

“순장하지 말라! 남유자(환자의 부인)가 아들을 낳으면 애공께 고하고 후계자로 세우라. 딸을 낳으면 비(肥, 계강자)를 세워도 좋다.”

계손이 죽고 강자가 즉위했다. 남씨부인이 아들을 낳자 정상이 아이들 데리고 조정에 나가 고했다.

“부자가 제게 유언하시길, ‘남씨가 아들을 낳으면 군과 대부에게 알리고 후계자로 세우라’ 하셨습니다. 지금 아들을 낳았으니 감히 고합니다.”

하고는 위나라로 도망갔다.

(춘추좌전 1623쪽)

 

논어에서 공자에게 정치를 물었던 계강자가 서자였음을 알 수 있는 기록이다. 그는 서자였지만 이미 장성하여, 남씨가 아이를 낳기 전에 즉위를 한 것이다. 이후 아들이 태어났지만, 정상의 용기 있는 고함은 오히려 아이를 죽음에 이르게 했다. 누군가 아이를 죽였고, 아이를 죽인 이는 다시 죽임을 당한다. 권력의 야욕에 희생된 목숨들이 한둘이겠는가. 혹시 정상이 유언을 받들지 않았다면 그 아이는 살 수 있었을까.

공자세가에서는 계환자가 죽을 때 공자를 부르라 했다지만, 좌전에는 공자에 대한 기록은 전혀 없고 자신의 후계자에 대한 유언이 있을 뿐이다.

 

 

애공 5, 기원전 490

 

제 경공의 죽음

58년간 재위한 경공은 후궁 육사가 낳은 늦둥이 도(荼)를 너무도 사랑하여, 국혜자와 고소자를 시켜 8살인 그를 후계자로 세우고, 여러 공자들(다른 아들들)을 래땅으로 쫓아냈다. 가을에 경공이 죽자 공자들이 여러 나라로 도망갔고, 후에 제 군주가 되는 양생은 노나라로 망명한다. 제나라는 혼란이 시작되고 그 와중에 주변 중소국가들의 땅따먹기가 조금씩 일어난다.

 

 

애공 6, 기원전 489

 

초소왕의 언행

 

가을 초자(소왕)가 성보땅에서 陳을 치려하며 점을 치니 불길했다.

“그러면 내가 여기서 죽겠구나. 초나라 군대에 다시 패하면 죽느니만 못하리라. 진과의 맹약을 버리고 원수(오나라)로부터 도망하면 또한 죽느니만 못하리라. 한번 죽는다면 원수와 싸우다 죽으리라.”

그리고 형제들인 공자 申(자서), 結(자기), 啓(자려)에게 왕이 되라 차례로 권하니 모두 거절하고, 계가 5번 사양 후에 허락한다. 전쟁터에서 소왕이 병이 들고, 성보에서 죽는다. 자려가 말하길,

“군주가 아들을 두고 내게 양위했으나 군신이 왕의 은혜를 감히 잊으리오? 군의 명을 따름도 순리요 군의 아들을 세우는 것 또한 순리다. 이 두 순리는 잃을 수 없는 것이다.”

그리하여 자서, 자기와 모의하여 구천의 딸(소왕의 부인)의 아들을 세우고 돌아왔다.

 

이해에 3일간 구름이 붉은 새떼처럼 해를 둘러싸고 나니, 초소왕이 주나라 태사에게 물었더니, 왕의 신변에 변화가 있을 거라며 액막이굿을 하라 한다. 그러면 영윤과 사마(형제들)에게 화가 갈수 있다고. 소왕이 말하길,

“복심의 병을 없애려고 팔다리로 옮기면 무슨 이득이 있겠소? 내가 큰 잘못이 없으니 하늘이 요절시키겠소? 죄가 있으면 벌을 받아야지 병을 그들에게 옮기겠소?”

하고는 굿을 하지 않았다.

 

이전에 소왕이 병들었을 때, 점사가 황하가 빌미가 될거라(그러니 황하에 제사지내라)고 말했으나 왕은 제사지내지 않았다. 대부들이 제사지낼 것을 청하자 왕이 말하길,

“3대가 제사를 명했고, 제사는 대상을 넘지 말아야 한다. 양자, 한수, 회수, 장수가 초나라의 망제사다(황하는 아니다). 화복이 온다 해도 (황하의)잘못이 아니다. 내가 비록 듣지 않더라도 황하때문에 죄를 얻는 것은 아닐 것이다.”

라며 제사를 지내지 않았다.

공자가 말하길,

“초소왕은 大道를 안다. 그가 나라를 잃지 않음은 당연하다!”

춘추좌전 1635~1636쪽

 

초소왕의 언행은 좌전에 기록된 공자의 코멘트로 유명해졌다 한다. 공자가 진채지간에서 어려움을 겪을 때가 바로 이때다. 초 소왕이 군대를 보내 공자를 에워싸니 진나라가 군대의 포위를 풀어서 공자가 위기를 벗어날 수 있었다. 공자의 보은이라 보지 않더라도 소왕의 인격이 드러나는 언행이다. 선양하려는 것이나, 남 탓 하지 않고 분수를 지키는 것을 보면 소왕도 어린 나이부터 전쟁을 겪으며 성장해온 덕일까.

 

 

 

춘추좌전을 읽는 것이 쉽지 않다. 공자와 연관된 부분만 보는데도 격동의 시대에 많은 일이 있었고, 經과 傳 사이에 세주까지 있어서 분량이 적지 않다. 보는데 익숙해지기도 어렵고 내용은 순서대로 잘 정리되지 않는다. 시간을 들여 복습하고 관련 자료를 더 읽어봐야 이해가 되고 순서가 그려질텐데... 처음 보는 춘추좌전을 바로 이해하려는 자체가 과욕이라 생각하고 수업을 듣고, 한 번 더 듣고, 샘의 말씀을 곰곰 생각해보다... 내용을 정리해보는 것으로 후기를 수습하려 한다. 후기를 쓰려니 무거운 마음이었고, 좌전의 이야기들은 사실 재밌었다^^

 

 

 

댓글 1
  • 2021-11-22 17:28

    와, 복습 제대로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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