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화 - 춘추좌전 3회 후기

영감
2021-11-09 07:51
587

세 번째 좌전 강의에선 양호陽虎가 주인공이었다. 양호가 검색되는 시기를 중심으로 읽었다.

영웅은 아니지만 춘추시대에 주목할 만한 인물 중 한 명으로서 당시 언론에 자주 오르내렸을 법하다.

 

주나라 왕실의 힘이 무력화되고 천자의 권위가 땅에 떨어진 지 오래된 때, 맹손씨孟孫氏, 숙손씨叔孫氏, 계손씨季孫氏의 삼환씨三桓氏 세도 가문이 노나라를 관리했다. 권력이 이중 삼중으로 역류하는 혼란한 시기에, 양호는 좌전 기준으로 노정공 5 년부터 등판해서 노애공 2년까지 활약한다. 그 후에 다시 나오는지는 진도를 더 나가봐야 안다.

 

좌전에 나온 순서대로 양호가 나오는 기사들을 요약했다.


정공 5BC 505

  1. 계평자平子의 가신 양호陽虎는 계평자가 죽자 그 아들 환자와 환자의 친척인 공부문백公父文伯을 가두고 결맹한 후 풀어주었다. 그 후 노나라의 국정을 장악한다.
  2. 그에 앞서 양호는 계평자 시신을 염할 때 보옥寶玉을 넣으려다 중량회가 반대하고 공산불뉴가 만류해서 그만둔다.

주군이 죽자마자 주군의 아들을 밀치고 나라의 주인 행세를 했다. 계손씨季孫氏의 가신 출신으로서 두 단계를 건너뛰고 참칭한 셈이다. 노나라의 국정을 독단하고 제후인 노소공魯昭公을 나라 밖으로 내쫓은 계평자에게 보고 배운대로 했다.

 

정공 6BC 504

  1. 진晉나라의 하청을 받아 정나라를 치고 돌아오는 길에, 계손씨와 맹손씨를 시켜 사전 양해도 없이 위衛나라 영토를 거쳐오게 했다. 이에 화가 난 위령공衛靈公을, 위나라 대신들이 위-노 양국이 역사적으로 형제의 나라임을 강조해서 진정시킨다. 두 나라를 봉토 받은 주공과 강숙은 주周 문왕 왕비 태사의 (한 배) 아들들이다.

자기 상관을 시켜 도발을 했다. 참 못됐다. 요새는 외국 군용기가 무단으로 항공식별구역만 침범해도 전투기를 발진시킨다. 말썽이 나야 존재감이 생기는 양호가 쌈을 걸었으나 무위로 끝났다.

  1. 계환자가 정나라에서 데려온 포로들을 바치러 진나라에 갔는데, 양호는 맹의자도 따로 진나라 제후 부인에게 보낸다. 맹의자는 진나라의 실력자인 범헌자范獻子에게 양호를 부탁한다. 노나라에서 양호가 쫓겨 오면 받아달라고…….

양호의 축출을 미리 예견하고 선처를 부탁한 것이다. 양호가 시킨건지 아니면 맹의자가 골칫거리를 처리하기 위한 선견지명이었는지 모르지만, 이로부터 삼 년 뒤 양호는 진나라로 쫓겨가서 또 다른 실력자 조간자의 가신이 된다. 이 사람들 프로다.

  1. 양호는 다시 노나라 정공, 삼환씨와 동맹을 맺고, 귀족들과 광장에서 군중대회를 한다.

어디 가나 이런 인간이 있다. 결핍과 미달을 보여주기로 쇼로 모면한다. 그런데 자기 집안 가신과 동맹 맺고 끌려다니는 계씨는 무슨 약점을 잡혀서 그럴까?

 

정공 7BC 503

  • 양호가 운과 양관 땅에 살면서 정치를 했다. 제나라가 돌려준 지역이다.
  • 제나라가 노나라를 치자 양호가 계환자의 마부가 되어 군대를 풀어 매복하고 기다렸지만 작전실패. 공렴처부와 점이가 전쟁에 지면 죽이겠다고 협박한다. 양호는 겁을 먹고 돌아가고 전투에서 지지는 않는다.

권력을 장악한 지 2 년 차에 내부에서 양호에 대한 저항이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전쟁이 터지면 내부 결속이 강화되지만, 안되는 집은 적전분열 한다. 사실 전쟁터에서 자기편 처리하기도 쉽다.

 

정공 8BC 502

  1. 제나라와 전쟁 중에 염맹이란 자가 거짓 부상 당한 체하는 걸 눈치채고, 양호가 ‘염맹이 이곳에서 응하면 적을 꼭 이길 것이다.’라고 하며 전력을 다해 싸우게 만든다.

사기꾼은 사기꾼이 손본다.

  1. 계환자에게 서운했던 공산불뉴, 계오 등 5명이 양호를 부추겨서 삼환씨를 암살하는 계획을 세우지만, 읍재 공렴처부가 알아채고 제거 대상 중의 하나인 맹손씨에게 알려줘서 거사가 불발된다. 양호는 제나라와 노나라의 국경으로 도망가면서 정공의 궁에서 보옥과 대궁을 훔쳐서 가지고 갔다.

권력자의 주위에는 불순한 의도를 가진 자들이 몰려들어 판단력을 흐리게 만든다. 양호는 이미 실권을 가지고 있어서 역모의 실익이 크지 않음에도 유혹을 뿌리치지 못했다. 그런데 제후의 보물을 가지고 도망친 건 뜨악하다. 망명 자금이 필요했던 걸까?  정치범이 잡범이 되는 순간이다.  정공 5년, 계평자 시신을 염할 때 사건... 혹시 거꾸로 염을 핑계로 보옥을 챙기려는 게 아니었을까?

 

정공 9BC 501

  1. 양호가 보옥과 대궁을 돌려보냈다.

노나라 당국을 향한 화해의 손짓인가?

지금도 국가 간에 아쉬운 게 있으면 약탈해간 문화재 같은 거 반환하고 그런다.

  1. 노나라가 양호가 있는 양관을 토벌했다. 양호는 제나라로 도망가서 노나라를 같이 공격하자고 구슬려서 제경공이 넘어갈 뻔했는데 포문자가 만류했다. 양호의 배신의 이력을 상기시키고, 우리(제나라)가 뭐가 아쉬워서 선량한 노나라를 희생시키고 양호의 권모술수에 가담해야 하느냐는 극히 상식적인 간언이었다. 제경공은 양호를 가두었는데 양호는 송나라를 거쳐 진晉나라로 도망가서 실력자인 조간자에게 의탁했다.

삼 년 전에 한 맹의자의 예언이 이루어진 건가?

양호가 획책했던 다수의 전쟁이 현명한 신하들의 판단으로 저지되었다.

 

그 후 양호의 기세가 악명이 사라지는 듯했는데….

 

애공 2년 BC 493

  • 위령공이 죽자 진나라 조앙이 위나라 태자 괴외를 척 땅으로 보냈는데, 양호가 꾀를 내어 8명에게 상복을 입혀 위나라 사람으로 변장시켜 성사시켰다.

 

역시 속임수의 달인….


 

양호와 공자는 동시대 사람이다.

 

양호는 논어에 양화陽貨란 이름으로 나온다.

돼지를 선물하면서 공자를 회유하지만 공자가 어울릴 수 있는 종류의 인간이 아니다.

무엇보다 군군君君, 신신臣臣, 부부父父...하는 정명正名사상과 충돌한다.

 

공자는 팔일무 처럼 주제 넘은 파티를 집 마당에서 벌이며 천자 놀음하는 계씨 집안도 못마땅하게 여겼지만, 그런 계씨 가문을 능멸하는  양호와도 가까이하지 않았다.

 

재미있는 건 공자와 양호가 닮았다는 사실이다. 공자는 다니면서 악명 높은 양호로 오해도 받고 위험에 빠지기도 했다.

댓글 2
  • 2021-11-15 22:59

    "사기꾼은 사기꾼이 손본다"는 대목에서 완전 빵 터짐..ㅋㅋㅋㅋ

    영감님 덕에 양호라는 인간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게 된 듯한 느낌적 느낌입니다.

    그리고 또...논어 속에 나오는 인물을 이런 식으로 정리하면 훨씬 입체감 있게 드러난다는 사실도 알게 되네요.

     

  • 2021-11-16 18:07

    파란색 글씨에 푹 빠져 재밌게 읽었습니다 ^^

    마지막에...공자왈 양화 닮았다는...데에는 갸우뚱...

    파란색 글씨가 필요한 대목입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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