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거전투, 그리고 천하무도의 시대가 열리다 (좌전2회차 후기)

문탁
2021-11-01 10:32
709

1. 오랜만에 우응순샘 강독강의에 참여했다. 좋았다. 간만에 세로로 읽어야 하는 한문책을 읽었다. 눈에 잘 안 들어왔다. 본문 사이사이 주석들이 본문의 흐름을 좇는데 방해가 되었다. 게다가 첫 시간을 결석하고 시간이 없어 보내준 줌 녹화본도 반밖에 못 봐서 흐름 타기가 어려웠다. 몸은, 아직 적응 전이다.

 

2. 그런데 나처럼 적응 못하는 사람이 또 있었다. 바로...바로.... 여울아!!  그는 “재밌다”를 연발하는 우쌤 바로 앞에서, 감히!! (요게 여울아의 매력이다) “재미없다”를 연발한다. 근심, 낙담하는 우쌤. 이번 좌전 시즌에 이 두 사람의 티키타카를 보는 것도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 아닐까?  우쌤은 결국 여울아의 흥미를 끌어낼 것인가? 아니면 실패하실 것인가? ㅎㅎㅎ .....어쨌든 난 지금 그런 여울아를 위한 '친절한' 후기를 쓰기로 한다.

 

 

 

3. 우리는 지금 공자의 백그라운드를 탐색 중이다. <공자와 그의 시대> 정도? 그런데.... <좌전>으로 쑥 들어가는게 좀 힘들다. 그렇다면 좀 우회하여 나의 학이당 시절로 돌아가서 거기서 다시 시작해보는 것은 어떨까? 하여  나의 책장 → 동양고전 코너→ 논어 파트 → 역사자료 파일을 꺼냈다. 그리고 추억 돋는, 비닐코팅이 되어 있는 공자 연표를 만났다. 여기서부터 시작한다. 공자의 생몰연도인 BC551-479. 그 시절 중원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진 것일까?

 

 

 

 

4. 그런데 난 또 <사기> 학습 시절,  춘추전국시대의 연표를 한땀 한땀 정리해놓은 도표가 있다. 요게 매우 유스풀하다.  요 도표에서 직관적으로 알 수 있듯이 공자의 시대는 중원의 이니셔티브가 황화강에서 양자강쪽으로 이동했던 시기이다. 떠오르는 패자, 신흥 강대국. 초나라. 그리고 앞으로 이니셔티브는 오나라로, 또 월나라로 넘어가게 될 것이다. 특히 초나라와 오나라 사이의 쟁투, 혹은 초나라의 힘의 우위가 일시적으로나마 확, 오나라로 넘어가게 된 역사적 전투, 즉 <백거전투>가 2회차 수업의 핵심 내용이었다. 

 

 

 

 

5. 백거전투와 관련하여 경(춘추)에는 몇 줄 적혀있지 않다.

“정공 4년..3월...공(노나라 정공)이 유자, 진후, 송공, 채후, 위후, 진자, 정백, 허남, 조백, 거자, 주자, 돈자, 호자, 등자, 설백, 기백, 소주자, 제나라의 국하와 소릉에 모여 초나라 공벌을 논의했다...겨울 11월 경오, 채후가 오자(합려)를 따라 초나라 사람과 백거에서 싸웠다. 초나라 군사가 크게 패했다. 초나라의 낭와가 정나라로 망명했다. 경진, 오자가 영(초나라 수도)에 들어갔다.” 끝!!!

 

 

 

재밌는 것은 우리, <사기>파는 이 때를 오자서의 복수혈전의 시대로 혹은 손무의 병법(손자병법)의 시대로 이해한다는 것이다. ( <사기열전 권64의 –손자오기열전>과 권65의 <오자서열전> ) 그런데 <좌전>에서는 좀 다르다. <좌전>의 시점은 채나라의 굴욕과 (초에게) 복수하겠다는 염원이다. 신흥강대국 초나라에게 심한 굴욕을 당한 채나라. 어떻게든 다른 나라들을 들쑤셔 초나라를 치고 싶었는데 그것이 쉽지는 않았던 것 같다. 결국 움직인 곳은 초나라와 자웅을 겨루던 오나라. 하여 채-오 연합국은 초나라를 정벌하러 간다. 그리고 블라블라... 결국 초나라 수도 영에 입성하고, 늘 그렇듯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죽이거나 욕보이고 (<오자서열전>에서는 바로 이 때 오자서가 초평왕의 무덤을 파고 시체를 찾아서 죽은 시체를 300번 채찍질했다고 나온다/掘墓尸鞭 斬屍報仇) 초나라의 넘버원 소왕과 넘버투 자상은 도망간다.

 

 

 

 

 

6.  그러나 이런 전투에서 특히 밀리는 쪽에서는 여러 영웅들이 생기기 마련이다.

첫 번째 인물. 초나라의 충신 심윤 술과 그의 수급(首級)이 적의 손에 들어가지 않도록 만든 그의 가신, 오구비,

둘째, 소왕을 대신에서 창을 맞은 왕손 유우,

셋째, 군신유의(君臣有義)를 실천한 투신,

마지막으로 원군을 청하러 진나라에 가서 7일동안 “궁정담장에 기대어 밤낮으로 통곡하며 물 한모금 입에 넣지 않았던” 오자서의 옛 친구이기도 한 초나라 충신 신포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소왕은 자기 땅에서 도망쳤고 초나라의 위신은 땅에 떨어진다. 그러나 이 치욕이 초소왕을 변화시켰다. 바야흐로 초나라의 재복수혈전이 벌어질 터이다. 이제 중원은 더 이상 의리가 없다.  강대국은 약소국을 맘대로 병합한다. (이후 초나라는 채나라 등 3개의 작은 나라를 지도상에서 없애버렸다!!)  공자는 바로 이런 시기, 천하무도(天下無道)의 시기에 중원의 정치무대에 등장하게 되는 것이다. (곧^^)

 

그 전에 먼저 노나라를 주무르던 ‘양호’에 대해 알아보자. 이건 다음 시간 후기 담당자의 몫!!

 

댓글 7
  • 2021-11-01 10:48

    친절한 후기 덕분에 복습이 확실하게 되네요^^

    온갖자료 좋군요 ㅎㅎ

     

  • 2021-11-01 11:01

    흑흑.. 친절한 문탁님 설명에도 불구하고, 중간 아래로 내려가면서 집중력을 잃게 되는 이 몹쓸~ 병! 작년에 논어세미나에서 춘추좌전 안내서도 읽어서 얼추 연표도 좀 기억하고 십팔사략도 읽었건만... 왜 이 몬양일까요? ㅎㅎ 

    제가 어릴 때 듣는 음악이 한정됐다가... 최후에 가곡을 듣기까지의 여정 같을까요? 결코 가곡은 좋아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7,8년 뒤 가장 나중 좋아하게 되더라구요... 

     

    어쨌든 지금 당장은 졸지 않고 완강을 목표로 해보겠습니다~

  • 2021-11-01 19:46

    결국 치키타카는 문탁샘과 여울아가 벌이고 있는 듯?

    문탁샘...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후기 정말로 감사합니다. 다소 지쳐있는 동학들...새로운 현태의 좌전을 끼고 부유하는 영혼처럼 의지할 곳 없이 어떻게 공부를 해야 할 것인가 고민만 하는 저에게 단비를 내려주셨네요.ㅎㅎ 

     

  • 2021-11-01 22:32

    와!! 땀 좀 흘려 만든 문탁샘 춘추시대연표 탐나요~~  춘추좌전 따라가기가 만만치 않네요

    이야기 맥만 겨우 찾는데도 쉽지않고. 끝까지 나이롱 학생으로  ^.~

    그런데  놀라운 건 기원전 5~6세기 사람들이 지금 사람들보다  멀쩡했다는 사실

     

  • 2021-11-02 06:40

    노나라 마지막 노란색 와꾸에 애공으로 고쳐주세여~ㅋㅋㅋ

    • 2021-11-02 17:56

      하하..저게 왜 희공으로 되어 있죠?

      애공입니다. 애공... 여러분 노애공...입니다. 아시죠? 공자의 마지막 군주, 애공....ㅋㅋ

  • 2021-11-02 09:06

    오늘 강좌의 예고편 같아요

    재밌고 유익한 후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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