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서당 논어 3분기 3강후기 (뒷부분)

영감
2020-11-07 18:29
366

 

자왈 부재기위 불모기정 子曰 不在其位  不謀其政 :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그 지위에 있지 않으면 그 정치를 도모하지 않는다. / 낭송논어 (김수경외)

 

이 구절은 책임 있는 사람이 정사에 관여해야 한다는 상식적인 도리를 논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어긋나는 불상사가 우리 사회에서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어떤 직무를 수행하는 데는 일정한 권한과 그에 따르는 책무가 주어진다. 그런데 권한이 없는 자가 그 일에 관여하면 월권越權이 되고, 그 권한이 사적인 편익을 위하여 쓰이거나 삿된 목적으로 양도되어서 정의롭지 않게 행사되는 것이 부정부패의 전형이다. 권한도 책무도 없는 외부자나 세력이 지속적으로 그 지위에 있는 자를 조종하여 간접적으로 권력을 행사하면 이른바 비선 실세가 된다. 결과에 대해 감당할 책임없이 권한만 휘두르는 불안한 구도에서 건강한 치국지도治國之道를 기대할 수 없다.

 

한편 이 문장을 뒤집어서, '그 자리에 있는 자가 그 정치를 도모할 수 있다'로 해석할 수도 있다. 자리가 사람(의 능력)을 만든다는 말이 되는데 누구나 자리에 앉혀 놓으면 (= 권한과 책무가 주어지면) 제 앞가림은 한다는 말이다. 전문성이 없는 자를 요직에 임명 (= 낙하산 인사) 하면서 정당화시키는 변명으로 삼을 위험이 있다.

 

사생활에 있어서도 다른 사람의 조언을 들을 때가 있다. 각기 다른 삶을 살지만 비슷한 경험을 한 이들이 한 마디씩 거들고 나오는데, 정이천의 해석대로 자문問으로만 참고하는 게 좋다. 결정은 당사자가 해야한다.

(程子曰 不在其位는 則不任其事也라) 약 군대부문이고자 若君大夫問而告者는 則有矣그러나 만일 인군(人君)과 대부(大夫)가 물으면 대답하는 경우는 있는 것이다 /현토완역 논어집주

 


자왈 사지지시 관저지란 양양호영이재 子曰 師摯之始에 關雎之亂이 洋洋乎盈耳哉 : 악사 지가 처음 악관이 되었을 때 연주한 관저의 마지막장이 아름답구나 아직까지 귀에 가득하다 / 낭송논어 ( 김수경외)

 

공자가 (규범을 강요하는) 예禮의 긴장을 풀어주는 균형적 기능으로 음악을 강조했다고 한 강의를 기억한다. 논어에는 음악이 많이 거론되는데 이제까지 배운 것만 해도 몇 구절 된다. 팔일 23장에서 공자는 노나라 태사에게, 악기들의 합주로 시작해서 서로 화성을 이루며 이어가는 악장별 음악의 패턴을 설명하고있다. 이번 구절에선 모든 악기가 동원되는 관저 음악의 웅장한 종장을 찬양한다. 우응순 선생님은 이 부분을 환희의 송가가 삽입된 베토벤 9번 교향곡의 마지막 악장과 비교하셨다. 양양호洋洋乎는 마지막 장 관저의 합음을 마치 넓은 바다의 파도가 밀려오듯이 귀에 가득차는 감동으로 묘사하고 있는데 음악을 파동으로 비유한 것이 흥미롭다.

 

한편 같은 팔일 25장에서, 공자는 순임금 때와 무왕 때의 음악을 비교했는데, 술이편(13장) 에서 다시 순 임금 시절의 음악 소를 들으면 고기맛을 석달 동안 잊을 정도라고 극찬하고 있다. 중국의 고대음악은 이런 고전을 참고하거나 출토되는 악기에 의해 재현되는 음색으로 상상할 수 밖에 없는 데, 악보가 없으면 선율과 장단 그리고 화성은 제한적이고 구전에 의존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공자가 감상했다는 순임금 때의 음악 소가 어떤 매체媒體로 당시까지 전해졌는지 궁금하다.

 


자왈 광이부직 동이불원 공공이 불신 오부지지의子曰 狂而不直 侗而不愿 悾悾而不信 吾不知之矣 : 자유분방하면서도 정직하지 않고 어리석으면서도 성실하지 않으며 무능하면서도 믿을 수 없다면 나도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없다. / 낭송논어 ( 김수경외)

 

공자의 제자로 입문하기 위한 최소한도의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파격과 무지, 무능을 각각 정직과 성실, 신뢰로 보완하면 받아 준다. 학문을 하는 데 있어 부족한 역량은 태도로 보완할 수 있다는 말이다. 다시 말하면 파격적이지 않고 무능, 무지 하지 않더라도 인성이 안되어 있으면 공부 해봐야 소용없다는 얘기가 된다. 단순한 수학능력이 아니라 사람됨을 평가해서 제자로 들이는 것이므로 오히려 가혹하다고 볼 수 있다.

 


학여불급 유공실지 子曰 學如不及 猶恐失之 : 배움은 따라가지 못할 듯이 하고 오직 배운 것을 잃을까 두려워해야한다. /낭송논어 (김수경외)

 

1) 공부를 언제나 긴장하는 '송竦' 의 자세로 할 것이며 2) 배운걸 실천할 것을 두려워하라는 가르침이다. '실失' 을 실천하지 못함으로 풀이한다.

 

같은 태백 편에서 바로 앞에 나온 '독신호학 수사선도 篤信好學 守死善道' 와도 서로 짝을 이루는데 독신호학篤信好學학여불급學如不及에 해당하고 수사선도守死善道 유공실지 猶恐失之에 댈 수 있다.

 

이제까지 나온 비슷한 개념으로는,

1) 공야장 편 13장에서 자로는 배운 가르침도 실천하지 못하면서 새로운 걸 또 배우는 게 무섭다고 했고 (자로유문 미지능행 유공유문 子路有聞, 未之能行, 唯恐聞)

 

2) 술이편 3장에서는 공자 당신도 옳은 것을 듣고 실천하지 못함을 근심하고 있다 (문의 불능사聞義不能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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