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서당 2분기 3회차 후기!

동은
2020-08-31 19:37
293

내가 파지스쿨로 처음 왔을 때 논어를 읽었단 얘기는 이제 많이 얘기해서 다들 알 거라고 생각한다.(아닌가? 자의식과잉인가?) 아무튼. 그때엔 지루한 잔소리같은 논어 문장에 하나하나 딴지걸어가며 읽는 것이 그나마 논어읽기에서 찾을 수 있는 재미였다.

 

그 중에서 잊을 수 없는 내용이 몇 가지 있었는데 오늘 그 문장이 나왔다.

바로 미생고의 식초에 대한 이야기다.

 

子曰, 孰謂微生高直. 或乞醯焉, 乞諸其隣而與之.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누가 미생고를 정직하다고 하는가? 어떤 사람이 식초를 빌리려 하자 이웃에서 빌려다 주었다.”(낭송논어)

 

처음 읽을때엔 공자가 너무 인정머리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아니 자기가 뭐라고 이렇게 다른 사람들을 판단하는 거지??’까지 생각했다. 그 사람의 정성이나 성의를 보아서 이렇게 박할 필요는 없지 않나?!

여전히 과한 평가라고 생각하긴 하지만 시간이 지나 다시 읽어보니 공자가 생각하는 直을 알게되는 문장이었다. 다른 사람에게 빌려다 주는 건 사실 상대의 비위를 맞추고 선심을 쓰는 일이라는 것이다. 물론 식초를 빌려주는 일은 작은 일이지만 이것이 만약 나중에 천사만종千駟萬鍾(큰 일)이 되면 겉잡을수 없기에 작은 일부터 바로잡아야 한다는 말이었다.

 

그런데 이 다음, 이전에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문장이 보였다.

 

子曰, 巧言令色足恭, 左丘明恥之, 丘亦恥之. 匿怨而友其人, 左丘明恥之, 丘亦恥之.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말을 교묘하게 하고 얼굴빛을 꾸미고 지나치게 공손한 것을 좌구명(노나라 태사)이 부끄러워했다. 나 또한 이를 부끄러워한다. 원망을 감추고 그 사람과 사귀는 것을 좌구명이 부끄러워했다. 나 또한 이를 부끄러워한다.”(낭송논어)

 

여기서 직접적으로 문장에 직直이 언급되진 않지만 해설을 보면 마음을 바로세우는 것에 직이 언급된다. 우쌤도 이렇게 원한을 숨기고 가까이 지내는 것이 도둑보다 부끄러운 일이라고 하셨다. 학자라면 마음을 세우는 걸 바르게 해야 한다.

 

이런 이야기로 보아 결국 미생고가 식초를 빌려다 준 일은 상대에게 인정받길 원하는 마음과 다르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이 인정욕구는 나랏일을 하고 싶었던 공자와 떨어뜨릴 수 없는 마음 아닌가? 그러니 공자가 더 직한 마음을 중요하게 여겼을지 모르는 일이다.

후에 이 직直과 관련된 내용이 더 나온다고 하니 그때 이 문장들을 다시 들여다봐야겠다.

 

이 외에는 익숙한 백이숙제와 세 번 생각하는 계문자, 흉내낼 수 없는 우둔함(우직함), 광자에 대한 문장들이 있었다. 개인적으로 공자가 백이숙제가 다른 사람들을 원망한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그들을 원망하지 않았다는 평가를 한 점이 인상깊었다. (사실 잘 이해가 안돼서 그냥 그렇구나 하고 넘기긴 했다. 자세하게 설명하려면 아무래도 다른 사람들이 평가한 백이숙제이야기를 봐야하지 않을까...) 

 

이번 시간으로 공야장편이 끝났다. 처음 공야장편에 들어가면서 선생님이 인물들에 대한 평가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보아야 한다고 하셨던 것이 기억난다. 그런데 인물들의 평가에 대해서 알려면, 우선 인물들이 누구인지부터 알아야 한다. 덕분에 이런 사람 저런 사람에 대해 알아가며 옛날 이야기를 듣는 시간이 많았던 것 같다. 그 이야기 속에서 내가 비추어지는 것을 보면 정말 논어가 현시대를 논할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일은 학생이 아닌 나도 온라인 수업을 듣게 되는 날이다. 기대 반, 걱정 반... 가능하면 우쌤에게 직접 이야기를 듣고 싶은데..! 이야기가 쏙쏙 들어오는 것은 아니지만 논어가 재미있다. 얼른 다시 만날 수 있는 날이 오면 좋겠다.

댓글 5
  • 2020-08-31 20:21

    미생고ㅎㅎ
    어떤 드라마를 봤는데(중드) 여자친구가 사는 바로옆집에 그여자친구를 좋아하는 다른 남자애가 세들어 왔다. 그남자친구는 뜬금없이 여자친구에게 식초를 빌려다주지 말라고 얘기 하는데 ㅋㅋ 이건 논어를 읽어본 사람만이 이해 할 수 있는 대화... 나는 흐믓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이런걸 대본에 평범하게 쓰는 걸 보면 중국사람들 사이에는 다 아는 내용인가보다

    • 2020-08-31 23:18

      ㅋㅋ 샘, 전 중국드라마에서 기소불욕 물시어인 나오는거 봤어요. 사극도 아니고 현대극에서요.

    • 2020-09-02 10:04

      식초를 빌려준다는 게 그런 뜻이구나!!!
      식초 없음^^

  • 2020-09-02 10:05

    미생고와 直
    나도 처음엔 동은이처럼 고개가 갸웃해지는 문장이었어 ㅎ
    直 하면 또 빛내가 생각나네요 ^^

  • 2020-09-02 10:22

    학이당에서 처음 논어를 읽을 때도 미생고의 식초로 갑론을박 했던 기억이 나네요. 그때 나도 이 문장이 이해가 되지 않았어요. '만약에 봉옥샘이 내게 식초를 빌리러 왔는데 나한테는 없지만 옆집 동은이네는 식초가 많이 있었다면, 근데 봉옥샘이 동은이를 모르고 나는 잘 안다면, 난 "샘 잠깐 기다려 봐요"하고는 미생고 처럼 이웃에서 빌려다 주었을 것이다.' 라고 말입니다. 지금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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