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회후기> 미친복습단이 떴다

기린
2020-06-17 17:07
278
  1. 암송단이 떴다

 

오래 전에 티비에서 ‘패밀 리가 떴다’ 라는 예능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다. 구성 멤버들이 합을 이루어 다양한 게임을 하면서 펼치는 좌충우돌이 재밌었다. 나는 2020년 이문서당에서 <美親 복습단>을 꾸리면서 그 패밀리들의 합을 떠올렸다. 저마다의 개성을 가진 멤버들이 논어 문장을 재료 삼아 한바탕 합을 펼치는 상상이랄까. 은근히 꼬시고 추천도 받고 등등으로 여덟 명이 모였다. 영감, 뚜띠, 아침바당, 인디언, 토용, 바람~. 산새, 기린이었다.

 

 

오티에서 원문 암송과 원문 받아쓰기 중 택일을 제안했는데 둘 다 하겠다는 멤버도 있었다. 그동안 이문서당에서 공부한 구력들이 있어서 원문에 대한 부담은 없는 대신 새로운 공부법이 주는 흥미진진함도 느껴졌다. 받아쓰기라니, 소싯적 외운 글자가 달아날까봐 코가 땅바닥에 닿도록 고개를 숙이고 받아쓰기를 하던 쫄깃한 긴장감을 즐기고 싶어 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내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 의욕 충만한 출발이었다. 그간 이문서당에서 분출했던 개성들이 논어 문장을 만나 어떤 합으로 맞춰질지 새삼 기대도 되었다.

 

 

2. 우리는 모두 지천명(知天命)

 

2020 논어 3회 시간에는 공자님의 자서전격이라 할 수 있는 위정편 4장을 읽었다. 공자님의 생애를 스스로 정리한 회고의 성격을 가진 이 문장에서 오십은 하늘의 명을 아는 지천명(知天命)이었다. 미친 암송단의 멤버들은 모두 오십을 맞이하거나 넘긴 연배들이다. 오래된 지혜는 어김없이 지금을 돌이켜 보게 하는 힘이 있다. 우리의 오십을 돌이켜보게 하는 공자님의 말씀, 오십이 넘으면 하늘의 명을 알게 된다는 공자님의 깨달음은 어디로부터 비롯되었을까.

 

 

우샘의 질문은 天理도 아니고 天道도 아닌 天命일까? 이셨다. 天과 관련한 논어의 문장을 정리한 풍우란(중국 철학사 저자)은 공자님의 天은 ‘주재지천’ 즉, 하늘에 주재하는 상제로서 의지를 가진 하느님을 지칭한다고 밝혔다. 나아가 공자님은 周나라의 제도와 문물을 계승하는 것을 하늘이 자신에게 내린 명이라고 여겼다고 했다. 그렇다면 공자님은 장차 주나라에 이르러 이룩된 문명이 단절되지 않도록 힘써 그것을 계승하는 것이 자신의 명임을 알게 되었다는 말이다. 공자님의 천하 주유가 오십을 넘겨서 시작된 것도 천명을 받아들인 결과였다고 볼 수도 있겠다. 천리나 천도가 하늘에서 인간사에 부여한 마땅한 이치(當然之理) 라고 한다면 그것은 배움을 통해 스스로 터득해야 하는 것이며, 천명은 하늘에서 주어진 것으로 봐야 한다는 우샘의 친절한 설명도 들었다. 그렇다면 천도나 천리와 천명의 관계는 어떤 것일까? 천도를 터득해가는 과정에서 자신의 자리(位)에서 해야 하고 또 할 수 있는 일을 깨닫게(悟) 된다. 자리는 곧 나와 모든 事物들이 관계를 맺고 있는 인연의 場에서 나의 자리이다. 그 자리에 주어진 일을 깨닫는 것이 곧 天命인 것이다.

 

우리가 이문서당의 동학으로 맺은 인연의 장에서 미친 복습단 단원의 자리까지 오는데 오십년의 시간이 걸렸다면 말이다, 이 命에도 하늘의 의지가 작동했다면 말이다, 이건 사건이다! 논어의 원문을 배우고 익혀서 그 오래된 지혜를 계승하라는 명을 부여받았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사건! 그렇다. 우리는 오십에 지천명에 이르렀다. ㅋㅋㅋ

 

 

 3. 우샘 왈, 익혀서 표현하지 않으면 적체 된다

 

3회 수업이 끝나고 미친복습단 첫 모임이 있었다. 각자 짝궁들과 시간을 정해서 문탁의 곳곳에서 미친 복습이 이루어졌다. 오전에 만난 팀은 청소하는 이들을 피해 메뚜기처럼 옮겨 다니며 암송하랴 받아쓰기 하랴 분주했다. 부지런한 팀은 소리 소문 없이 받아쓰기를 했단다. 느지막한 팀은 점심을 먹고 월든의 재봉틀 바닥을 책상 삼아 암송하고 받아쓰기를 했다. 마지막으로 합류한 멤버는 슬그머니 옆으로 와서 받아쓰기를 했다.

 

소란스런 파지사유에서 지난 일주일 간 익힌 자신만의 미션을 수행하는 집중이 있었다. 배움(學)이 날개 짓을 익히는 새의 백번의 연습(習)이라면 우리의 날개 짓은 이제 시작되었다. 우샘은 말씀하셨다. “배워서 익힌 것은 들어서 밖으로 표현해야 해, 안 그러면 너무 무거워서 적체 되서 못써~” 내 귀에 쏙 꽂히는 말씀이었다. 우리의 복습단이 장차 배우고 익힌 그 지혜들을 어떻게 들어서 다른 친구들에게 펼쳐낼지 기대하시라. 개봉은 우리들의 마음에 달려 있다아~ ㅋㅋㅋ

 

댓글 6
  • 2020-06-17 18:14

    구석에서 뭐 하시나 했네요^^;;

    20200616_130602.jpg

  • 2020-06-17 18:51

    과거시험을 보고 있었어요. 그런데 사진은 진술서 쓰는 모냥이네요. 人一己百의 각오로 ...ㅎㅎ.

  • 2020-06-17 22:09

    미친복습단 홍보도 되고 이문서당 후기도 되는 그야말로 일타쌍피의 기린이군요.
    어쨌든 멋지네요.
    사실 우샘 말씀대로 괄호안에 알맞은 글자를 써넣는 시험을 준비하고,
    반장 체면에 틀리면 안되지 싶어
    혼자 따로 시험을 먼저 보았는데도 불구하고
    잘 안되더군요.
    오랫동안 사서덕후에 미친암송단을 한 공력이 어디 가겠어요?
    초짜 논어학생은 부럽기도 하고 혼자 속상하기도 합니다.
    지천명들의 멋진 공부를 지지합니다.^^

  • 2020-06-17 22:55

    부럽고 주눅들고 삐뚜러지고 싶은 초짜하나 추가요!

  • 2020-06-20 20:13

    아ㅡㅡㅡ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미친...

    늘 관심 가지고 지켜보겠습니다. ㅋㅋ
    화이팅

  • 2020-07-28 17:39

    충성!!! (논어들으며 좋아하게 된 ^^)
    기린샘의 너른 마음으로 항상 챙겨주시는 미친복습단 "올해 가장 잘한 일인것 같아요" 라고 말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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