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 첫째 시간 후기 ( 자발적 )

영감
2020-06-04 20:12
285

'유붕자원방래...'에서 반세기 동안 멈춰 있었던 저의 논어 열차가 다시 굴러가기 시작했어요. 

 

논어는 학이學而 편으로 시작합니다. 대개 (좋은) 말과 글의 첫 부분은 의미가 각별하지요. 사람의 첫 인상처럼요.  그렇다면 ‘배우고 익힘’이 논어 전편을 일관하는 논지가 되어서, 교향곡의 모티프처럼 반복적으로 돌아올까요?  궁금해지네요. 배우고 익히면 기쁘고, 그리고 그 기쁨을 벗들과 나누면 즐겁지 않겠냐는 부가 의문문은 단정적이긴 해도 무리한 주문은 아닙니다. 상당 부분 공감도 가고 수천년 스테디 셀러의 화두로서 손색이 없습니다.  그런데 그 다음 세번째 구절 人不知而不慍 不亦君子乎은 분위기가 좀 다르네요. 인간의 보편적 성정을 초월해야지만 군자의 자격이 있다고 못을 박고 있습니다. 우선생님은 온慍의 뜻을 서운함이라고 새기셨지요.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을 때 겉으로 열 받지 않고 쿨한 척 할 수는 있어도, 어떻게 사람이 속마음까지 편할 수 있을까요.  ‘내가 새라면 날아갈텐데’ 식의 가정법 과거 만큼이나 현재 사실의 반대인 덕목을 강요하고 있습니다. 과연 이 구절을 제대로 실천한 몇 사람이나 있을까요? 설사 있다고 하더라도 그(녀)는 이미 공자하고 말 놓는 사이의 해탈한 성인 정도 이겠지요. 그러면 앞으로도 화요일마다 계속 등장할 이런 류의, 난이도 등급 불가의 범생이 윤리 강령들은 수천년간 동양 문화권의 인류 문명 발전에 어떤 방식으로 작동했을까요. 아니면 풀 수 없는 숙제를 내주고 애들만 좌절시켰을까요?  아니겠지요. 알아볼게 많군요.

 

'유례없는' 논어 강의 광고는 여러면에서 현실이 되었습니다.  고품격 강의 내용 말고도, 모든 서생들이 마스크를 차고 앉아 유튜브 중계를 보며 매진하는 모습은,  논어를 저자가 직강한 이래 2500년간 유례가 있을까요?  공자님 보시기에 심히 좋으셨겠지요.

 

다시 굴러가는 저의 논어 열차가 무사히 종착역에 도착하기를 바랍니다. 예, 압니다. 종착역에 가더라도 이제 시작이라고 그러겠지요.

외4  

 

 

 

 

댓글 6
  • 2020-06-05 07:41

    전...영감님의 논어 글쓰기(후기 포함)를 자주 자주 만나고 싶어요.
    영감님의 주역글쓰기를 잊지 못하니까요.
    자주 해주실거죠?
    미친복습단까지 합류하셨으니....저는 기대 만빵입니다요^^

    • 2020-06-05 11:52

      예 ... ㅎㅎ

  • 2020-06-08 09:44

    논어수업도 좋았지만 후기를 읽는것도 즐겁습니다. 열과락의 중간쯤 되려나요.

  • 2020-06-08 10:14

    영감님의 논어 열차 쭈~~욱 가든 쉬엄쉬엄가든 같이 따라가고싶은 마음이 들게하는 후기네요
    저도 자주 영감님 후기 보고 싶어요^^

  • 2020-06-09 15:13

    글을 참 편하게 잘 쓰십니다.(부럽~~)
    자발적 후기 잘 읽었어요^^
    그리고 '논어 열차' 함께 타게 되어 기쁩니다^^

  • 2020-07-28 17:29

    없는 듯 계시지만 존재감이 크십니다. 영감 같지않는영감님의 발랄한 글 재미있게 읽고 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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